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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홀로아리랑...

........2002.06.25 01:10조회 수 855추천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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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가지 일로 머리가 아프다.
뭔가 쑈킹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월드컵 4강도 내겐 그리 크게 스트레스 해소감이 못된다.

그래서....
일요일 강촌코스를 좀 빡세게 타볼 생각을 했다.
함께 갈 사람이 있어도 좋고 혼자라도 좋다.
작년 첼린저 대회때 2시간40분에 들어 왔는데 이번에도 그 시간대에 들어와 볼 심산으로 출발했다.
아침...4시 30분에 기상... 이것 저것 챙기고 5시에 집에서 나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비야 무신 상관이야...하며 잔차 캐리어에 붙들어 매고..잠실에서 한분이 함께 한다기에 6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5시40분 잠실도착.... 같이 간다고 한 분이 비가와서 못간단다.
어짜피 비가 오든 동행자가 있던 말던...그래도 아쉽지만 혼자 빗속을 라이딩 해볼 결론은 내려 젔다.

강경역에 7시 도착.
역시 강촌에도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이거 괜시리 망설여 진다.    길이야 잘알지만 사고라도 나면 ...
아침 일찍이라 산속도 희뿌연 운무로 꽉 차있다.
마음은 망서리고 있지만 몸은 이미 잔차를 내려놓고 이것 저것을 챙기고 있었다.
에이...~~  죽기야 할라고....
이럴때 적당하게 타협하고 물러 설줄도 알아야 하는데 난 이제껀 살아온 방편이 타협이란 자위라고 생각해 왔다.
몸을 풀기 시작하며 다시 이곳에 무사히 돌아 오길 기원한다.

7시15분 출발...
비 때문인지 날씨가 스산하다.
바람으로 팔뚝에 소름이 끼치며 털들이 쭈빗쭈빗 서버린다.
후회 없는 라이딩을 한다는 각오로 패달을 밟는다.
아침 일찍 우비를 입은 농부들이 나와 작물들을 둘러보는 풍경이 좋아 보인다. 아마 나를 보고 저양반 비가오는데 무슨 청승이냐고 걱정을 했을 거다.
오프로드에 접어 들어 산을 처다보니 희뿌연 비로인해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앞에 아주 작은 미물일 뿐인데...작은 미물이 저산을 오르려하고 있구나...하는 불안함이 들며 다시 갈등의 심정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미 시작 한것 지금 부터 후회없이 라이딩을할 것이다...라고 맘을 다시 잡는다.
지금 난 혼자지만 앞으로 많은 친구들이 나타날 것이다.
다람쥐가 첫번째의 친구였고...무당개구리떼들도 반갑게 나를 맞는다.
산비둘기는 나를 놀래키며 날아가 버리고...길옆의 보이지 않는 짐승들이 침입자로 오인하고 내달아버리는 소리들...아침을 깨우는 산새들의 노래소리...아~~ 난 지금 대자연의 위대한 품안에 안겨 있구나.....

몸도 이젠 제법 풀리고 ...내가 선택한 오늘의 라이딩이 결코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는 확신이 조금씩 생긴다. 옛 왈바동민들과의 라이딩 추억도 생각하며...작년 첼린저 대회때의 추억도 생각하며...또 요즘의 모든 일들을 생각하며 천천히 산을 오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늘의 이 라이딩으로 인해 좀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란 확신을 갖으며..
가정리 막국수집을 흘낀 한번 처다보며 옛일도 생각한다.
한참을 기다려서 먹은 그때의 막국수...동동주...
계곡에서 사진찍던 일들 ...돌을 던저 물을 튕겨 물 싸움을 하던 곳...
첼린저 대회때 너무 오버를 해서 다운힐때 나 뒹굴던 장소...

드디어 구곡폭포 입구에 도착
예전에 이곳에 오면 관광객이 우리들을 이상한 눈빚으로 우리를 맞아 줬는데...오늘은 아무도 없다. 그저 비만 조용히 내리고 있다.
그래도 신난다. 짜릿한 다운힐도 좋았고 한치령을 넘어 가며 헐떡거리던 것도 좋았다. 다시 강촌의 강변로드길로 나의 차가 있는 곳으로 달린다. 아직도 다리에 힘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 라이딩은 빡세진 않았다.
혼자 타니 생각도 많아졌고...그래서 속도도 늦어 졌을 것이다.

반갑게 나의 레간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까 출발할때 비를 맞으며 밭에서 일을 하던 농부님도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잘 갔다 왔냐구...  산에서 사람을 구경못해 사람의 소리가 더욱 반갑다. 그리고 걱정해 주는 따뜻한 마음이....좋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것이 좋다.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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