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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강촌 솔로 투어...

........2002.08.08 06:49조회 수 1036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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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강촌 라이딩!

처음으로 참가해보는 번개,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강촌 코스, 처음 만나는 왈바님들!
모든 것이 처음이다.

8월 3일 토요일.
미리 준비를 해 놓았다. 잔거 차에 실어놓고, 짐 싸놓고, 행동식, 음료는 내일 아침 가는 길에 사기로 한다. 이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출발하면 된다. 다른 왈바분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 쪽에서 오지만 난 반대쪽 정선에서 강촌까지 가야한다.

일찍 자야하는데... ㅋ ㅋ ㅋ
휴가 때라 동생들 가족까지 모두 모였다. 초저녁 때부터 시작한 술자리가 영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일년에 잘 해야 한두 번 모이는지라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훌륭한 안주에, 집에서 어머니께서 직접 담그신 황기주에, 매실주에, 부어라 마셔라 정신 없다.
어느덧 시간은 훌쩍 열두시를 넘긴다. 걱정? 쬐끔 된다. 카지노에서 근무하는 막내 동생이  일 끝내고 막 들어온다. 수그러들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난다. 아! 난 자야하는데, 이러면 낼 자전거 못 타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눈금 없는 통에 든 술을 마신지라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줄잡아 7~8리터쯤 되는 것 같다.
더 이상은 안돼! 단호히 마음먹고 일어선다. 두시 사십분! 이제 잠들면 세시간은 잘 수 있다. 알람을 다섯시 삼십분에 맞추어 놓고....

알람 소리가 시끄럽다. 일어나야 하는데.... 쉽게 일어나지지 않는다. 십분만 더... 십분만 더...

허거걱! 여섯시다. 벌떡... 후다닥... 부랴부랴... 양치질하고, 얼굴에 물칠하고, 꿀물 챙기고, 배낭 짊어지고 차에 오른다.
여섯시 이십분! 춘천까지 보통 두시간 쯤 걸리니 쬐끔 과속하면 충분히 중간에 해장국 먹고도 강촌에 아홉시 전에 도착하리라.(순전히 혼자만의 달콤한 상상이었다.)

부지런히 간다. 과거의 경험으로 새말 인터체인지까지 한 시간, 거기서 강촌까지 한 시간, 중간에 휴게소에서 밥 먹고 음료수, 행동식 사는데 삼십분 정도...
룰루랄라... 그래도 시간이 십분 정도 남는다.

미탄을 지나 평창쪽으로 가는데 어라? 차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다. 휴가철이니 그럴만도 하겠지... 곧 사라지겠지...
평창을 지나니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비가 오려나..... 지난번에도 빗속에서 하루종일 탄 경험이 있어 비는 두렵지 않다.
새말 도착. 한시간이 조금 지났네. 그러나 뭐 이제부터 고속도로인데...
고속도로에 올랐다. 잘 나간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진다. 앞쪽에 점점 차들이 많아진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길을 잘못 들었나?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100, 90, 70, 50, 40, 30.....이윽고 정차. .

으악? 이게 뭐야? 안돼, 안돼...... 불길하다. 우와 웬 차들이 새벽부터 이렇게 많다냐... 완전히 주차장이다. 갓길로 가고 싶은데 양심상 그럴 수도 없고.. 가다 서다 가다 서다... 미치겠다.   

새말에서 만종분기점까지 이십킬로미터가 채 안된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중앙고속도로 원주-춘천구간은 잘 나간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그 이십킬로 빠져 나오는데 오십분 걸렸다. ㅠ.ㅠ
늦었다. 어찌하나.......... 난 연락처도 안 가지고 왔는데.... 아! 배도 고픈데... 혹 서울팀도 차량이 늦어질 수도 있으니 일단 가자.. 마구 밟는다. 비는? 엄청 온다. 앞이 잘 안보인다. 구닥다리 찦차로 백사십이 넘는 속도로 달린다. 커브에선 뒷바퀴가 살짝 돌아가는 느낌이 난다. 스키 탈 때 턴하는 느낌하고 똑 같다.

강촌 휴게소 도착. 시간 아홉시... 제길..... 일단 매점에서 음료수, 쵸코바 사고나서 햄버거 하나, 핫바 하나 사들고 다시 차에 오른다.
운전하면서 햄버거랑 핫바 마구 입 속에 쑤셔 넣는다. 아! 정말 맛없다.
춘천을 지나 경춘가도에 접어든다. 강촌다리도 보인다. 아홉시 반이 넘었다.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아래 경강 쪽으로 자전거가 몇 대 보인다. 저 팀인가? 일단 구곡폭포 주차장까지 가지로 한다. 주차장 도착 아홉시 사십분. 주차 관리인에게 묻는다.
"혹시 자전거 잔뜩 싣고 온 차들 들어왔나요?" "예, 아까 여섯 대 들어왔습니다."
'이크, 왔구나.' 서둘러 주차시키고 준비를 한다. 화장실 먼저 가서 몸 가볍게(?) 만든 다음에 옷 갈아입고, 자전거 조립하고, 아뿔싸! 이 속도계는 방수가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모르겠다. 앞 가게에 들어가 비닐봉투 얻어서 이리저리 동여매고, 배낭 메고, 방수 안되는 우의 입고, 준비 끝.
구곡폭포 가는 길 왼쪽으로 문배마을 가는 길이 보인다. 거기에도 매표소가 있고 직원이 있다. 강촌 엠티비 코스 안내표지도 보인다. 순간 헷갈리기 시작한다. '엥? 어디로 가는 거지?'
매표소 아가씨에게 물어 본다. "이리로 혹시 자전거 탄 사람들 지나갔나요?". "네. 한 오분, 십분쯤 전에 지나갔어요.", "고맙습니다."
'그래, 십분이면 곧 따라 잡을 수 있을거야. 다행히도 빨리 가진 않았구나. ㅎㅎㅎ...'
'아니, 잠깐 그럼 아까 강변도로로 간 팀은 뭐야? 가만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렛츠 레이스 공지사항에서 본 코스가 가물가물 한다. 이리로 가는 건지, 강쪽으로 가는 건지...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안 했었기에 당연 유심히 보질 않았었는데... 아! 울고 싶어라'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자.' 문배마을 쪽 임도로 오르기 시작한다. 이때가 정각 열시!(아!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난 거꾸로 가고 있던 것이었다.)

초반부터 가파르다. 그러나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초반에 오버페이스하면 나중에 퍼질텐데... 그래도 가야한다. 계속 간다. 언덕은 끝도 안보인다. 비는 계속 오고, 땅은 질퍽질퍽... 아! 바닥에 희미하게 타이어 자국이 보인다. '그럼 그렇지, 이 길이 맞을거야..' 헉헉헉.. 헥헥헥.... 근데 생각보다 타이어 자국이 많지 않다. 비가 와서 많이 안 왔나보다... 덥지 않아 좋다. 얼마나 올랐나? 정상 느낌이 들더니 표지판이 보인다. 오른쪽 문배마을, 왼쪽 가정리. 아! 이제 딴힐인가보다. 아니다. 계속 올라간다. 조금 더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봉화산! 공지사항에서 들어 본 기억이 난다. 그게 처음인지 끝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까지 삼십분.. 이제 내려간다. 신나게 내려간다. 처음 가보는 길인데도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에 마구 내려 쏜다. 겁난다. 길도 좋지 않다. 뾰족뾰족한 돌은 왜이리 많은 거야... 가끔씩 나타나는 급커브가 놀라게 한다. 타이어 자국이 점점 선명해진다. '그러면 그렇지... 곧 만날거야...'
풀과 나뭇가지가 정강이와 허벅지를 마구 할퀸다. 온 몸은 이미 흙탕물 범벅이다. 입 안에선 모래가 씹힌다. 고글에도 흙범벅... 손목이 아프다.. 민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계를 힐끗 보니 내려온 시간은 오분도 안된다.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맞아, 공지사항에 포장도로 구간도 있다고 했었지.' 열심히 페달링을 한다. 평소보다 빠르다 평속 38정도로 달린다. 홍천강도 보인다. 가정리다.
'근데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거야?'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다리는 쉼없이 돌아간다.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사장이 보인다. 사람도 보인다. 물어 보기로 한다.
"저, 혹시 이쪽 길로 자전거 탄 사람들 지나가지 않았나요?", "글쎄요, 못 봤는디...."
'윽, 아냐 저분들은 여기 온지 오분밖에 안됐을 거야. 그러니 못 봤지...' 지금까지 온게 아까워서라도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또 간다. 길은 외길이다. 한참을 또 간다. 거리는 이미 이십킬로가 넘었다. 공지사항에서 본 포장도로는 거리가 십킬로 좀 넘었던걸로 기억이 되는데 그렇다면 지금쯤 다시 오프로드가 나타나야 하는데.... 이정표에 발산리라고 보인다. 다시 길 옆 비닐하우스에서 쉬고 계신 마을 분들이 보인다. 다시 여쭈어 본다. 또 못보셨다고 한다. 이젠 확실하다. 아! 난 길을 잘못 든거야. 아스팔트니 바퀴자국도 보이지 않고... 그나마 다행인건 이길로 쭉 가면 강촌으로 나온단다. 계속 포장되어 있단다. 헐헐헐... 허탈하다.
여지껏 한 번도 안쉬었는데... 빨리 따라잡으려고 무지하게 밟았는데... 내 아이디 '돌다리=돌머리' 등식이 성립하는 순간이었다. 아무 생각이 없다.
고개가 나타난다. 이름하여 '소주고개'란다. 무슨 고개이름이 이래? 소주를 먹으면서 넘어야 한다는 뜻인가? '소주고개 휴게소 전방 500미터' 휴게소 간판이 보인다. 보통 휴게소들이 고개 정상에 있으니 별 것 아니구나... 휴게소가 보인다. 얌전하게 길옆에 있다. 정상이 아니다.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속았군.... 불평만 나온다. 언젠간 내려가겠지.. 지난주엔 진부령, 미시령 다 넘었는데... 이깟 고개쯤이야...
역시나 딴힐은 짧다. 삼거리에서 좌회전 강촌 표지를 보고 달린다. 평탄한 길이다. 집들이 많아지더니 금새 강촌이다.

거리 35킬로, 시간 두시간 걸렸다. 너무 허전하다. 힘들단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해서 강변도로로 내려간다. 왜? 그냥 심심해서...
강바람이 시원하다. 아! 왈바팀들은 지금쯤 열심히 타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아까 이쪽으로 간게 왈바팀이었구나... 이런 바보같으니.. 백양리역을 지나 경강쪽으로 가다 보니 슬슬 배가 고프다. 지금와서 이길로 갈수도 없는 노릇. 핸들을 되돌린다. 강촌에 젊음이 넘쳐난다. 다들 커플이다. '우쒸, 난 이게 뭐야' 투덜투덜..
열두시반이 조금 넘은 시간, 다시 구곡폭포 주차장에 들어왔다. 왈바팀의 차량은 아직 그대로이다. 꼴이 말이 아니다.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차문을 열려고 보니 앗! 지난번 우중 라이딩땐 핸폰이 맛이 가더니 이번엔 경보기 리모콘이 물먹었다. 그냥 열쇠로 열었다. 경보기가 앵앵거린다. 소리 무지 요란하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이걸 어쩐다... 별 수 없다. 니퍼를 꺼내 경보기와 연결된 선은 모조리 잘라 버린다. 만 6년 썩으니 이제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에 아깝긴 하지만 자른다. 그래도 경보는 계속된다. 보닛을 열고 경보기 스피커와 연결된 선을 자른다. 이제 조용해졌다. 자전거 분해해서 차안에 집어넣고, 주섬주섬 갈아입을 옷을 싸들고 화장실로가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담배 하나 빼어 물고 벤치에 앉는다. '오늘 내가 대체 뭘 한거지?' 쓴웃음만 나온다. 한참을 그렇게나 앉아 있는다. 비가 오는데도 구곡폭포엔 사람들이 참 많다. 나이 드신 어르신부터 젊은이, 꼬맹이까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여기 더 있음 뭘해, 혹 왈바팀을 만난다해도 무슨 할 말이 있나.... 배도 고프고, 차를 돌려 나온다. 왈바팀들 차 한번 더 쳐다보고, '나도 캐리어 달아야 하는데...' 생각하면 구곡폭포를 빠져 나온다. 뭘 먹을까? 검봉산 칡국수가 생각나다. '맞아, 예전에 참 맛있었는데...'. 시간은 한시 반, 식당은 한가하다. 국수 시켜놓고 가만 앉아 있으니 별 생각이 다 든다. 결론은 준비에 철저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반성뿐이다.
오랜만에 먹어본 칡국수는 아무런 맛도 없다. 국수가 아니라 잘 말린 칡뿌리를 씹는 기분이다. 하긴 뭘 먹어도 그런 기분이겠지... 먹는 둥 마는 둥...

돌아오는 길은 어떻게 왔는지 기억에 없다. 중간에 하도 잠이 와서 잠깐 차 세워놓고 잠들었던 기억 밖에...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 "어이구, 잠이 안오더냐?".
ㅋ ㅋ ㅋ  속으로 '왜 잠이 안와요, 아버지. 죽을 지경입니다.' 정말 죽을 지경이다. 힘든건 없다. 그냥 울화통이 터질뿐이지...
그래도 그냥 쉴 수는 없다. 자전거를 꺼내 이리저리 씻고, 닦고, 기름치고.... 빨래거리 세탁기로 보내고, 샤워하고 나니 정신이 든다.

"내가 오늘 무얼 한거야?"
출발할 때만 해도 바흐만의 시를 흥얼거리며 갔었는데... 그렇게 떠났었는데...... 머리카락 날리며......

.
.
.

누구든 떠날 때는

누구든 떠날 때는
한여름에 모아둔 조개껍질이 가득 담긴
모자를 바다에 던지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차린 식탁을 바다에다 뒤엎고
잔에 남은 포도주를 바닷속에 따르고
빵은 고기떼들에게 주어야 한다
피 한방울 뿌려서 바닷물에 섞고
나이프를 고이 물결에 띄우고
신발을 물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심장과 달과 십자가와, 그리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언제 오는가?

묻지는 마라

- 잉에보르크 바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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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후기로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올립니다. 쓸데없는 신세타령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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