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이라는 말이 성경에서부터 나온 것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삼한사온이라는 것이 있는걸로 봐서 7이라는 숫자는 날씨와도 관계 있는가보다.
얼마전부터 일요일만 되면 꼭 아침에 비가 내리는 것이 일요일만 기다리는 주말라이더들이겐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들일게다.
토요일 저녁늦게 비.
일기예보는 틀린다. 토요일 잠이 들 때까지 맑음. 그래 내일은 좋은날이 오겠지.
번쩍번쩍, 우루루 쿵쾅. 시원한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항상 번개가 치고 나면 숫자를 세는 것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된다. 1초, 2초, 3초 콰콰콰쾅...
'음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이군'..왜 이딴 건 학교에서 배워서 침흘리는 개처럼 된건지...
"초밥 싸, 말어?"라는 와이프의 말이 들리는데, 비는 자자들 줄 모르고 계속이다. 좀 있다 돌님에게 전화해서 상의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인터넷으로 날씨를 확인하니, '오전 비온 후 갬'.
지지난 주 노을님과의 유명산 라이딩도 새벽비로 취소했는데, 오전부터는 쨍쨍 좋은 날씨의 쓰라린 경험을 한 가온으로서는 왠만하면 타야지 하는 생각으로 짐을 챙기고 수화기를 든다.
"돌님, 거긴 비 안오나요?"
"지금 고속도로 나왔는데, 앞이 안보일 정도에요?"
속으로 헉, 엄청난 내공이다라는 생각이다. 보통은 이 정도 폭우면 전화를 먼저 주는데, 일단 나오고 본 돌님.
고속도로 탔다는 말 듣고는 약속장소에서 만나자는 말로 끝내고 자전거를 차에 싣고 장흥으로 향한다.
옆으로 고개돌린 여인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혼자 라이딩하다 만 곳을 다 끝내고 아침운동 삼아 장흥코스를 다시 돌기로 하고 라이딩 공지를 왈앵글에만 했다. 오후에 조카녀석 돌이라 점심을 먹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으므로 시간이 촉박해서 정식번개는 올리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도착해서 보니 아직 보이지 않으시고, 잠시 있으니 슬그머니 꼬리에 달라붙는 스타렉스.
'오셨구먼'
"지금 오셨어요? 가온입니다." 악수하니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온다고...^^"하는 돌님의 말씀.
와이프가 챙겨준 2인분의 초밥과 커피를 한잔씩 하고는 슬슬 젓기 시작하는데, 초반부터 로드업힐이라 약간 힘겹다.
속으로 오늘은 한번에 다 올라간다고 다짐했는터라 열심히 열심히 젓는데, 거의 입구가 다 됐을 무렵 돌님 "헉헉, 잠깐 쉬었다가요", 하지만 무정한 가온 이렇게 말한다. "50m만 더 가면 다 왔어요. 조금만 더.."
평패달인 돌님,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에 같이 올라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두두두, 돌길을 헤치고, 샥샥, 비에 젖은 길에서 약간의 슬립이 나며, 신나게 달린다. 아래로 비온 뒤나 볼 수 있는 운무가 하늘로 피어오른다. 끼기긱..."이런거 안 찍고 가면 섭하죠?" 두말할 것 없이 내린다.
비 와야 볼 수 있는 광경
사진 찍고 가자고 해도 별로 미안하지 않다. 왈앵글 번개니까....^^
오늘은 비가 올 것에 대비해 와이프의 카메라를 가져온 터라 조작방법이 손에 익지 않다. 대충 맞추고 습기 찬 고글 너머로 사진을 찍는다.
화각이 좀 더 넓었다면 좋았을걸..
평탄한 길이 계속되며 달리다가 괜찮은 곳에서 한 장씩 사진 찍는데, 마음먹은 대로 찍히지를 않는다.
중간에 휴식한번 하며 미리 준비해간 삼각대 놓고 단체사진(?) 찍고 이 얘기 저 얘기 나눈다.
트라이얼과 왈앵글에 주로 들른다는 돌님. 교통사고로 많이 다쳐 그 이후 자전거를 타게 됐다는 얘기며 등등을 나누고 다시 내려간다.
둘만의 단체사진
돌님과 가온
전체적으로 계속되는 다운인데 다운힐에 더 재밌어할 것 같은 돌님이라 먼저가시라 했더니, 쓩하고 내려간다. '그럼 같이 가봐'하고 따라가다 코너에서 슬립이 나는데 콘트롤이 어려워진다. 다행히 안정 찾고는 내려와 보니 어느새 임도가 끝나는 지점이다. 임도 시작부터 약 6km. 너무 짧다.
슬슬 올라오는 가온^^, 돌님 찍음
중간중간 멈칫멈칫하는 돌님과 함께 내려와서는 다시 돌아갈지 밖으로 나갈지를 결정한다. 원래는 왕복하려고 했는데, 다시 가려면 계속적인 업힐이다. 일단은 내려오다 멈칫거린 이유인즉슨 멋진 길이라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했던 것이라, 그 까지만 다시 올라가자 하여 몇 장 찍는다.
돌님의 가을
가온의 가을, 돌님 찍음
돌님, 슛사인과 함께 내려오다. 꽈당 넘어진다. 이유인 즉 윌리로 내려 올려다가 미끄러운 노면에 뒤집어진 거다..ㅎㅎㅎ (유쾌, 통쾌, 상쾌...여기 쓰는 말은 아니지만..^^)
즐거운 윌리...하다 넘어진 돌님^^
내려와서 다시 원점 복귀하는 중 반대편 임도의 위치를 물어보러 짱구님(화야산 묻지마를 진행준인..)에게 전화하나 불통인데, 한무리의 라이더가 지나간다. 손들어 인사하고 "저희는 산하나 타고 내려왔습니다"하니 그냥 지나쳐간다. 달리다 맨 후미에게 물어보니 '삼각지'라고 하는 팀이라 한다.
장흥 구경을 못 해 보았다는 돌님과 장흥으로 들어가서 구경하기로 하고 로드를 탄다. 다행이 비는 더 오지 않고 해가 뜬지가 한참이라 길은 좋다.
토탈야외미술관으로 들어가서 차 한잔하기로 하고 입장해서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한다.
비 온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하나도 없다.
돌님의 순진한 미소
찻집 사장님께 물으니 오후가 되면 사람들이 꽤 온다고 하고, 몇 년 전 수해 이후로 입장객이 많이 줄었고, 근처 러브호텔등이 많다는 얘기가 많아 장흥 쪽, 특히 미술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이 적다고 하신다.
그 찻집
사연, 사연들
따뜻한 차 한잔에 돌님과 사장님과 재미난 얘기로 한참 떠들다 약속시간이 다가와 다시 차로 돌아온다.
열심히 차로 달려 화정 근처까지 와서 돌님은 다시 인천으로 방향을 잡고 가온은 집으로 들어가며 간단 왈앵글번개를 마친다.
비 온 뒤라, 하늘은 말끔하다.
비 갠뒤의 가을 하늘
2002년 10월 13일 / 날씨 : 비온 후 갬 / 임도 6km와 로드10km의 왈앵글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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