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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강촌 후기

얀나아빠2002.11.05 03:03조회 수 753추천 수 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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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천에 산다. 그래서 서울 사는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번개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 그런데 그런 번개는 많다. 자작라이트 만들었는데 아직 나에게는 사용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야간 번개도 서울에서만 모임이 있다. 나혼자 동네 야산에 가는 것은 무서워서 못가겠다. 밧데리 팩 5개, 라이트 만든 것  3개니까 앞에 두개 달고 뒤에 하나 달고  무서워도 나혼자 가볼까? 이러던 중...
떳다. 드디어 내가 갈 수 있는 번개가 떳다. 억, 그런데 날짜가... 부모님 찾아뵙는 날이다(저는 격주로 산본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 뵙습니다.) 고민 고민 하다가... 이번에는 않되겠군. 다음기회에...  
산초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랑 리플 달으란다. 고민이다. 일단 달았다. 나중에 못가게 되면 할 수없고... 일단 달았다. 원래는 못간다고 생각했지만, 장남이 매주도 아니고 한달에 두번 찾아뵙는 것도 못하면 않되겠기에 강촌번개에 참석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리플 달았다. "참가합니다. 홍준기 1명, 차량제공 3명, 1대 여분 있음. 이천 또는 산본 출발."
달고 나서도 고민이다. 부모님과 마눌에게는 뭐라 말하지? 부모님댁에 갔다가 가야되나? 아니면 아예 마눌과 딸아이만 보내고 나는 여기서 출발해야 하나? 아니면 가지 말아야하나? 졸라 갈등 많이 했다. 일단 마눌에게 먼저 말했다. 부모님 뵙는 날이니 가지 말란다. 암말 안했다. 할 수 없었다.
담날 또 그래도 가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마눌이 말이 없다.
담날 마눌이 주말에 날씨가 않좋으니 가지 말란다. 나도 좋지 않은 날씨에는 갈 마음 없다. 지난번 유명산에서 쪼까 고생을 해놔서리... 그래서 포기하려고  생각했다. 번개 공지를 쭈~욱 훑은 결과 날씨가 않좋아도 갈 분위기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지 않는한... 간다고 리플은 달아 놓았고 날씨는 않좋다 하고... 진짜 고민 많이 했다.

가는데 왜이리 고민이냐고? 나는 산에 갔다가 오면 항상 흔적을 남기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처음 쫓아간 불문맹 널럴라이딩(왈바주최)을 시작으로 우면/청계산(엠사주최), 유명산 소풍(왈바주최)까지 세번을 갈 때마다 깨져서 왔기에 마누라는 항상 산에 간다는 말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이 나도 마눌에게 면목이 없다.
요 바로전에간 유명산에서는 헬멧이 박살나고, 까진데 또까지는 불상사를 겪은 터였는데... 이제 다 나으니까 또 간다고? 그 것도 부모님 뵈러 가는 날?

산행 이틀전, 날씨 않좋으니 가지 말란다. 나는 갈꺼니까 자꾸 가는 사람 잡고 잔소리 하지말라고 큰 소리로 타일렀다. 아니 꽥 소리를 질러 더이상 그런 말이 않나오도록 했다. - 중략 -

산에 가는날 아침. 늦잠을 자는 바람에 6시 10분에 산본에서 출발을 하였다. 새벽이니까 6시 40분이면 도착하겠군. 7시 출발이니까 머... 100번 도로를 타고 판교에서 내려 한남대교 근방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하면 막히는 것 없이 계속 달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출발을 했다. 하지만 판교에서 길을 잘 못들어 수원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나는 선천성 길치다.
속으로 부모님 찾아뵙는날 놀러가니까 벌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착한 마누라 속상하게 만들어서 벌반는 것이라 생각했다. 산초님한테 전화를 걸어 못간다고 말을 할까도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환하게 웃으며 반길 마누라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지만 행동은 산초님에게 전화를 걸어 강촌으로 직접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 강촌 가는 길은 잘 모르지만 춘천으로 가다보면 있겠지라고 선천성 길치는 생각했다.
7시 10분 우여곡절끝에 올림픽대로를 탔다. 이 길로 쭈욱가면 춘천 나오나? 걱정이 되었다. 산초님과의 여러번의 전화 통화 끝에 내가 더 앞에 가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랬더니 뒤에 한무더기의 MTB 행렬들... 졸라 반가웠다. 또 중략

강촌에 도착하여 말발굽님의 선도아래 스트레칭을 마치고 자전거에 올라 탔다. 첼린져코스다. 나는 초보이기에 후미에서 시작하면 계속 쳐지기때문에 문제가 있으므로 선두조를 쫓아 갔다. 말발굽님 말씀대로 강변도로 8Km의 강바람은 매서웠지만 버틸만 했다. 왜냐고? 유명산에서 당한후 철저한 방한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방풍준비다. 앞서가던 여러분들께서 길안내를 하고 계신다. 쉬고 싶지만 쉬는 곳이 아니기에 계속 갔다. 마법의 숲님이 길안내를 하고 계시기에 공식지정 쉼터가 어디냐고 물어 보았다. 그런 것은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계속 갔다. 전반적으로 경사가 매우 급한 곳이 없었기에 자전거를 끌고 가지 않아 좋았다. 막판 10K를 남기고 쉴 때에 노을님이 비행기를 태우는 바람에 오바페이스를 하여 중간에 내렸던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나의 엔진 업그레이드 작업은 순조롭게 잘 진행 된다는 것을 느끼는 산행이었다. 아직도 자갈밭 오르막 길을 보면 겁을 먹게 되고 몇번 슬립이 나면 자포자기하여 기냥 내리게 되었던 것이 아쉬운 산행이었지만 다음에는 좀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품는다.

내리막길은 나에게 있어 숙제다. 지금은 풀지 못하는 숙제다. 이번 산행에서는 풀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절대 넘어지면 않되기때문이었다. 가지 말라는 것을 억지로 우기고 왔기때문에 넘어지면 않된다. 결국 안넘어졌다. 왜 안넘어졌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바퀴만 보고 내려왔다. 문제다 싶은 곳은 멀리보고 브레이크 안잡고 내려왔다. 그래서 길 아닌 곳으로 빠져서 뒤지는 줄 알았지만 너무 세게 내려오는 바람에 그 탄력으로 다시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결국 넘어지지는 않았다.
내 머리는 안다. 브레이크에 손대는 순간 넘어진다는 것을... 하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어찌 되었든 처음으로 안넘어졌다. 식사중에 마눌에게 전화가 왔는데 일성이 다친데 없냐는 것이다. 자랑스럽게 없다고 얘기했다. 옆에서 같이 식사하던 Mr. 짐님이 그 소리를 듣고 웃었지만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정말 나는 안넘어진게 자랑스럽다. 갈 때마다 넘어져 2주이상 고생한 사람이라면 내 심정 알 거다.

빨리 엔진 업글을 완료해서 고수님들을 쫓아갈 업힐 능력을 양성한 후에 그분들 꽁무니를 쫓아 댕기며 배울랍니다. 고수님들 그 때에는 좀 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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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허허..무슨 그런 말씀을...아주 잘 타시더만요...매일 탄다고 그러셨던가요? 매일 타면 따라 갈사람 없습니다..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선수도 아니고 천천히 라이딩을 즐기면서 타세요 뭐 꼭 산을 빨리 오르고 빨리 내려와야만 맛인가요? 근데 산뽕 중독이 심하시군요^^
  • 그렇죠...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타는게 제일이죠. 격주마다 산본에 가신다니 그럼 격주마다 수리산 한번 타보세요. 수고하셨습니다.
  • 2002.11.5 06:14 댓글추천 0비추천 0
    정말 빠른 속도로 업글이 되시는군요. 타야만 바꿔달면 다운힐 선수 되시겠구만요 뭐^^
  • 원래 한번 다치고 나면 누구나 주눅이들고 힘들어 지지요. 참으로 부지런 하시고 효도 하시는군요 안전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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