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여러분께서 찍은 것을 편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1.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갑시다 제킬님"
머뭇머뭇거리는 제킬님, 날짱님을 보며 "날짱님이 후미에서 같이 가자고 하는데요?"
감기 몸살에 걸렸다는 후미조 조장 날짱님, (원래 곱슬머린가?) 얼굴이 초최함의 극치다.
"그럼 먼저 갑니다"
구곡폭포에서의 자전거 길로 경강역을 향하여 출발이다. 바람은 매섭지만 든든한 복장으로 인해 다들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 듯 하다. 길옆으로 나타나는 늦가을의 경치 속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서 가는 자전거의 행렬이 아주 멋지다. 하지만 멋지면 뭐 하는가? 지난 번 강촌 풀코스 라이딩에 단단히 혼난 가온은 하나하나 챙겼던 물건 중 마지막으로 눈물을 머금고, 정확히 머금었는지는 모르지만, 뭐 안 머금었으면 또 어떤가, 카메라를 차에 두고 가겠다는 결정을 했다. 왈앵글장으로서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동이지만, 어쩌랴? 사진보다 생존이 먼저인 것을...(물론 제킬, 노을 등등이 카메라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안 가져가도 되겠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지난번 '가온의 강촌라이딩 후기'에 있습니다 -
"참 대단하십니다 이모님, 어찌 그리 잘 타십니까?"
"잘 타기는요. 이렇게 끼워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죠."
"아니 앵두님, 독수리님은 어딜 가고 혼자 가십니까?"
"혼자 앞에 갔어요. 가방은 나한테 맡기고..." ㅠㅠ
가는 길에 몇 분들에게 말도 걸면서 강바람 맞으면서 열심히 달린다. 평속이 22km/h 정도가 나오는데, 이 길을 시합 때는 보통 35-40km/h로 간다는 말을 들은 터라 혀가 내둘러진다.(아 위대하도다, 시합의 힘이여!)
- 자전거는 참 재미있는 스포츱니다. 우리가 달리기 할 때는 그렇지 안잖아요? 내가 달리고 있는데 누가 스쳐지나가더라도 그냥 내 페이스대로 가지요. 근데 이놈의 자전거는 누가 꼭 스쳐 지나가면 같이 레이스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다들 웃는다. 경험 없는 사람 별로 없다.^^) - 가온의 말이다.
- 절대 앞세울 수 없죠 - 이혁재님의 대답.
- 그것도 애매한 속도로 앞서가면 광분하게 되요. 그래도 강변 둔치에서 일반자전거가 스쳐 지나갈때는 계산 잘하고 추월해야 되요. 괜히 치고 나갔다가 추월 당하면 쪽팔리잖아요 - 마이콜님 그런적 있는 것같다.
- 그러고 보니 참 경쟁적인 면이 많은 스포츠네. (웃음) 일반자전거 무시하면 안되요. - 주목님의 말씀이다.
(중간중간 갈림길에서 길 정리 도와주신 말발굽님, 독수리님, 주목님에게 감사드립니다.)
●2. 첼린지 코스로 가는 로드
강변에서 어느 엉덩이를 따라갈까 하다, 한 엉덩이가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 결심했어. 저 엉덩이를 따라가자."
한참 따라가다 슬쩍 물먹는 얼굴을 보니 "헉, 노을님이네."
이거 뒤에서 바람 피하면서 쭐래쭐래 따라가면 나중에 혼날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속초투어때 생각이 나서 그냥 계속 간다. 허브 소리가 나니 뒤에서 붙은 건 느낄텐데, 로드로 왔다는(미친짓이었다고 본인도 실토했지만, 내가 봐도 노을님 완전 오바다) 노을님, 속도가 일정하다.
속으로 '이 양반 대단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물이 흐르는 곳이 한 군데 나왔는데, 뒤 펜더를 단 노을님 괴성을 지르면 지나간다. 괜히 뒤에서 따라가다 뒷바퀴에서 튄 물 입으로 다 먹었다. ㅠㅠ(복수 할테다)
어느덧 잠시 휴식하는데, 금방 이지님, 이모님, 혜정님등이 따라와 있다. (가온 흠칫 놀란다)
'역시 대단들 하시네'
이지님은 쉬지도 않고 바로 출발한다.(가온 한번 더 흠칫 놀랐다)
'헉, 장난 아닌데...'
●3. 챌린지 코스의 출발
이렇게 저렇게 로드를 돌아 '출발점'이라는 곳에서 모인다. 기념 촬영 한 장 찍고는 이제 임도로 오른다.
노을님 "난 이지님의 파워풀한 라이딩을 뒤에서 보면서 갈테야" 하고 간다.
가온 "난 오늘 이모님 따라가는게 목표야, 헉헉" 하는데, 뒤에서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다. ㅠㅠ
앞서가는 노을 이지님을 앞지른다.
"아니 노을님, 뒤에서 보면서 간다더니..."
노을님 따라가려고 이모님을 앞지른다. "이모님 파이팅"
흠, 역시나 적응이 쉽지 않다.
"어째 매번 탈 때마다 힘들어 하나? 그러게 평소에 좀 타지. 쯧쯧" 염장 지르는 노을이다.
"이제 라이딩 한지 햇수로 한 3년 안 됐나?"
"3년은 무슨 이제 1년 좀 넘었구만."
"맨날 1년인가? 좀 잘 타봐."
허위허위 올라가니 일전 강촌 풀코스에서 내려오던 길과 만나는 삼거리지점이다. 가방 벗고 잠시 쉰다.
좀 있으니 올라오는 앵두님, 분위기 보더니(?) 쉬지도 않고 가신다.(분위기야 시크무리죽죽한 남정네들이 퍼져 있으니 쉬고 싶지 않았을 거다 ^^;;)
뒤에서 외쳤다. "부창부수!!" (이후에 독수리님 말씀으로는 7년 동안을 운동을 시켰더니 요즘 좀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고...)
●4. 다음 삼거리가 나오는 곳까지
독수리님이 쪼고 간 한마디가 귀에 맴돈다.
"강촌 시합 때 여기부터는 앞 기어 2단 쓰고 뒤 기어도 4-5단 쓰면서 치고 나가야 돼. 안 그러면 입상도 못해!"
(죄송합니다. 애초부터 입상할 생각 없습니다. ^^)
"마이콜" 외쳐부른다. 먼저 갔나 하고...
"여깄는데요" 옆에서 대답이다.
"먼저 간줄 알고...^^"
여기서부터 노을, 마이콜, 가온이 함께 라이딩 한다.
라이딩 도중 업힐에서는 세상살이 얘기, 집안애기 등등 사소한 얘기들 나누고, 다운힐에서는 열심히들 쏜다. 흙길이었지만 티탄차 가지고 온 노을, 가온의 뒤에 바짝 붙어서 내려오는데, 혀가 내둘러진다.
'아니 저 인간, 왜 저리 잘타?'
하지만 내려와서는 어깨가 아프네, 무릎이 나갔네 하면서 엄살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지" 풀샥 버리고 하드테일 산 노을에게 한마디 해 준다.
"아니 이 길을 어떻게 2시간만에 들어 온데? 그것도 펑크나고서....?, 난 그냥 재미로 타야겠어" 노을의 푸념 섞인 한마디다.
"그럴러면 풀샥 왜 팔았누?" 가온과 마이콜 이구동성이다.^^
마이콜님이야 자타가 공인하게 잘 타는 사람이니 두말할 것도 없다. 가끔 他(남)는 안 그런데, 自(자기)가 좀 오바를 해서 말썽이지만서두... ㅎㅎㅎ
●5. 삼거리에서 한치령 업힐
삼거리에 다들 쉬고 계시다. 독수리님 열심히 좌중을 웃기고 계시고, 주목님 바람 덜 부는 곳에서 쉬고 계시다. '여기서 밥 먹읍시다' 하고는 가방 풀고 김밥을 꺼낸다. 하지만 바람 장난 아니게 많이 분다. 김밥에 목이 멘다. 노을님이 특별히 준비했다는 '깐 계란'도 먹었는데 날이 추워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근데 김밥 맛이 좀 없죠?" 가온이 말한다.
"무슨 김밥에 고기 하나도 없냐? 산초 이거 어디서 산 거여?"
"마치 일요일 찻길 옆에 '김밥'이라고 세워두고 파는 그런 김밥 같은데요."
"맞어 맞어, 딱 그거네.." 키득키득
물론 산초님이 없는데서니까 이렇게 말했지, 옆에 있었다면 혼났을 것이다.^^;;
(산초님 김밥이 맛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날이 추워서 김밥이 목에 안 넘어가서 그런 거니까 이것보고 기분 나빠하면 안됩니다.^^)
"아니 앵두님 어떻게 저런 패달질을..." 노을 올라가는 라이더를 보고 경악한다.
"저 여기 있는데요?^^" 옆에서 김밥먹다 얼굴드는 앵두님.
앞뒤로 얼굴 확인하더니 "아, 코요테님이구나! 앵두님이 저렇게 힘있게 잘 타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좌중 웃음)
●6. 한치령
슬금슬금 올라오니, 어느새 한치령이다.
'지난번에는 비도 오고 해서 그냥 지나간 곳인데, 오늘은 기념사진이라도 찍어야지.'
노을님에게 부탁해 기념사진 한 장씩 찍는다. 뒤이어 오시는 진학님, 얀나아빠님 등등 다들 한 장면씩 찍는다.
"가온님 한치령은 좀 천천히 내려갑시다. 어깨도 아프고 그러네."
"그러지요 뭐"
한참의 돌길이라 좀 위험한 구간이다. 특히 하드테일인 노을님 힘들 것이다.
슬금슬금 브레이크 꽉 채우고 내려가는데, 아시다시피 그렇게 돌 많은 구간에서 브레이크 많이 잡으면 뒤집어지기 딱 좋지요. 하지만 그냥 쏘면 노을이 마음 아파 할까봐.. 적당한 속도로 내려간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는 길이 좋은 것 같다. 돌들도 좀 유순해 보이고..
퉁투두두둥 거리면서 내려가다 1m앞에 갑자기 절벽이 보인다. 코너에서 돌다 길이 나빠 직진하다 보니 헉...죽을 뻔 했다.
겨우겨우 급회전해서 아슬아슬 피하고 내려온다. 노을님 뒤에서 연방 "아∼, 헉∼, 어이쿠∼, 씨∼"등등의 온갖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내려온다.
하지만 어느새 그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한참을 내려와서 멈추고 뒤돌아보니 보이질 않는다.
중간에 얀나아빠님 지나가고, 마이콜님도 지나간다. 마침내 노을님 보이고, 먼저갔던 마이콜님도 다시 돌아와서 셋이서 가정리까지 또 내려간다. 가다가 얀나아빠님에게 사진 한 장 찍히고...^^
조그만 돌멩이라도 나오면 한다는 노을의 소리.
"아니 왜 임도를 이따위로 관리하냐 말이야. 좀 깨끗하게 밀면 안되나?"
"임도 타령하지 말고 자전거나 풀샥으로 다시 바꾸지." 가온이 대꾸한다.
하지만 뒤 팬더 달았다고 조그만 물만 나오면 괴성이다.
"물로 갑시다 물로."(니 혼자 가세요..ㅍㅎㅎ)
●7. 가정리
가정리 내려오니 여러분들 쉬고 계시다.
대화중에 이태등님 얘기 나오자 독수리님 열변을 토한다.(이태등님은 그랜드마스터 급에서 올해 현재 8인지 9연승을 하고 계시죠. 대단하십니다. 최근 새로 청담동에 스튜디오 오픈하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 내가 이태등님 제자잖아" 독수리님의 말씀이다.
"코너링 하는데 브레이크 안 잡고 자전거 눕히면서 도는 것을 배우는데, 그거 하다 죽는 줄 알았다는 거 아냐." 하시면서 열변을 토한다. "라이딩 하다 담배 피는 사람 있으면 알아서 이태등님 보기 전에 주의 주고 말이야..."
듣고 있던 노을과 가온
"우리는 그냥 브레이크 잘 잡고 천천히 목숨 부지하면서 돕시다." ^^;;
후미를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고 땀도 식어 춥다.
●8. 봉화산으로
다들 정비하고 마을을 지나 봉화산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물이 넘쳐 코스에 물을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 2군데가 나왔다. 독자도 예상하다시피 노을 광분한다. 먼저 가던 마이콜 패달링 미스로 한발이 물에 빠진다. 우하하하 되게 추울거다(물론 살짝 빠져 그리 춥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기구간이 체력 떨어진 사람에게는 마의 구간인 것 같다. 다행히 오늘은 힘이 남아서 슬슬 올라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천천히 길이 일어서고 업힐 하는데 독수리님 지나간다.
"여기는 힘쓰지 말고 얕게 패달질 하면 금방 끝나요" 하시면서 말과는 달리 쑥쑥 올라간다.
'그래 그러자' 가장 얕게 패달질 하니 힘도 덜 들고 편하다. 콧노래가 막 나온다. 마이콜님은 먼저 올라가고 노을님은 무릎에 부담이 많은가보다. 꽤 힘들어한다. (그렇겠지, 로드를 타고 왔으니...)
앞에 미국인 켄이 끌고 가고 있다. 디스크로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둘 다 손 볼 줄 몰라 해결해 주지 못한다. 뒷바퀴 돌아가는 모습으로는 별 고장은 아닌 것 같은데...
여하튼 슬금슬금 올라가니 어느새 다 와 가는 것 같다. 마지막 봉화산 정상에서는 이제 곧 내려가고 끝난다는 기쁨에 노래가 절로 난다.
"아니 어디서 노래가 들려?" 독수리님 돌아본다.
"아, 이제 내려가잖아요^^" 가온의 대답이다.
잠시 휴식 후(가온은 오렌지 하나 쪼개서 마이콜님과 나눠 먹고 노을은 담배한대 핀다. 그렇게 끊으래도..)
"내려갑시다"하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을과 가온 "레이싱?" 한다.
"좋아. 따라와요" 하면서 가온 먼저 내려가고, 슬쩍 보니 바로 뒤에 마이콜님과 노을님 따라온다.
'좋았어' 하면서 파바박 패달링하면서 다운한다.
1/3 쯤 내려왔는데 직선구간에서 속도가 약간 떨어지자 붉은 빛깔의 자켓이 옆을 스친다. 패달링이 떨어진 그 순간을 노려 치고 나가는 자 그자는 누구인가?
"마이콜, 그 새 치고 가냐?" 커다랗게 소리쳤다.(나중에 물어보니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 마이콜을 추월한다' 하면서 내려갔으나 먼저 내려간 켄을 추월했을 뿐 마이콜과의 거리는 50m에서 줄어들지 않고 구곡폭포 주차장까지 내려온다.
"와, 대단하네. 그 50m가 안 줄어드네"
"아, 따라왔어요? 난 안 따라오는 줄 알고 슬슬 왔는데..." 마이콜의 말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쏜살같이 내 빼더만... 오바 하기는..." 가온 맞받아 친다.^^
●9. 정리와 닭갈비
땀에 젖은 옷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후미그룹이 내려오길 기다린다.
한참만에 산초님 와서는...
"와 가온님 대단한데...어떻게 한번도 못 보냐?" 그럽니다.
"대단하기는...자기가 후미그룹에 있었으니까 그런 거지."
"아휴, 다운이 너무 재밌네..." 이모님의 말씀.(그러면서 좋아서 웃음을 참지를 못하신다.)
"아니 사진 찍어주기로 해 놓고는 어떻게 한번도 안 보여요?" 제킬님의 말씀.
"아, 내가 그랬나요?"
"왈앵글러 사진 모으면서 많이 찍어 준다면서요."
"그랬군요..기억이...^^;;"
꼬리 내리는 가온.
다들 정리하고는 독수리님이 예약해 놓은 닭갈비집에서 푸짐하게 맛있게 저녁식사 한다.
아주 즐거운 라이딩이었고, 뒤풀이였다.
말발굽님의 선두하에 이전의 그 코스와 비슷하게 돌아 잠실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못 됐다.
중간중간 앞차 놓칠까봐 약간의 위험스런 운전을 한 점, 같이 탄 분들에게 미안합니다.(이혁재님은 가온의 다른 모습이라면서 즐거워 하셨습니까?^^)
- 야간에 복귀할 때 지붕에 자전거를 올려놓은 차들은 자전거의 테일라이트를 켜면 뒤차들이 잘 쫓아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자전거 실을 때 미리 테일라이트를 켜서 올리면 좋겠습니다. -
가온과 함께한 중간 그룹의 라이딩 후기였습니다.
산초님, 혜정님 수고 하셨습니다.
2002년 11월 3일 // 날씨 맑으면서 구름 다소, 추움 // 라이딩 거리 약 40km
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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