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라기 보다는 일진이 안좋았죠. 오늘은 아니다 싶으면 안탄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봄에 오늘 좀 이상한데 싶었는데, 다운힐 중 전복되서 쇄골이 골절되었고, 여름에는 입이 찢어졌고, 또 왼쪽 팔다리에 심한 찰과상을 입기도 했죠.
하여튼 오늘이 그런 날인가 봅니다. 그 신조를 어겼습니다.
밤에 'himman'님으로 부터 쪽지가 왔죠. '철인67호'님과 함께 토요일 오후에 수색산 타자고요. 아~ 퇴근시간하고 아다리 걸쳤네요. 가급적이면 타는 방향으로 했죠.
당일입니다. 바로 오늘이죠. 1시가 좀 넘으니 '철인67호'님으로 부터의 핸드폰이 오더군요. "오늘은 꼭 타셔야 합니다."라고... 퇴근을 못하고 동동거리다가. 슬적 눈치보고 나와버렸습니다.
한동안 라이딩을 못했고, 또 풀샥은 요사이 허브와 브레이크 계통이 영 신통치 않아서 하드테일을 타기로 결심했지요. 하드테일 타이어를 점검해 보니 타이어압이 낮아서 온로드에서 가속하기 힘들겠구나 싶어서 펌프질을 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입니다. 앞타이어 펌프질을 끝내고 뒷타이어... 갑자기 피쉬쉬쉬... 꾸찌라고 하나요? 하여간에 그쪽이 찢기면서 순식간에 납짝해지더군요.
"제길~"
여분의 튜부도 없는 터라 하는 수 없이 풀샥을 끌구 나가기로 결심. 자전거를 꺼내면서 오늘은 어쩌 안타는게 좋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수색산 탈때는 잘 안하던 팔꿈치 보해도를 착용하고, 무릎보호대는 일단 착용했다고 가방에 묶었습니다. 지난 봄에 뿌러진 쇄골은 추운날과 조금이라도 무거운 가방을 메면 쑤시는 통에 잘 안가지고 다니다가, 펑크 등등의 걱정 때문에 공구와 펑크패치 등등을 넣고 짊어졌습니다.
여기서 풀러낸 무릎보호대... 나중에 한몫 톡톡히 하죠.
수색산 인근 구산동에서 'himman'님과 '철인67호'님이 지루하게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자자... 'himman'님이 인도하시죠. 어? 'himman'님은 지난 번부터 계속 가까운 길 놔두고 먼길로 돌아가시더군요. 또 오늘 간 길보다는 반대쪽 능선쪽이 좋은것 같았는데... 그냥 따라갔죠. himman님 결국 제말을 안듣고 돌아가더니 길 헷갈리시고 개똥도 밟으시더군요. 그러니 지역민의 말씀 좀 들으세요.
군부대쪽 계단 업힐구간인 안부부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himman'님은 타이어압이 낮아서 펌프질하고, 저는 타이어압이 너무 높은것 같아서 공기를 빼줬습니다.
쉬면서 '철인67호'님과 몇마디 나누었습니다. 직장얘기 등등.. 업힐하면서는 클릿패달하면 무섭지 않냐, 클릿이 잘빠지네 안빠지네... 평패달 써봐라... 뭐 이런 얘기들 했죠. "띠리리리~"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직장에서 빠쁜일로 호출입니다. 얼른 들어오랍니다. T_T 수색산에서 직장까지 10분이면 가는데 1시간 뒤에 간다고 했습니다. 수색산 내려오기 정말 싫더군요. 보름만에 산을 타보는 건데...
'himman'님과 '철인67호'님께는 훗날을 기약하고 내려가기로 결정. 죄송해서 먼저 업힐하시라고 했는데, 궂이 내려가는거 보고 가시겠답니다. 두분을 뒤로 하고 다운힐...
이런! 클릿이 안껴집니다. 체인도 변속이 잘 안됩니다. 클릿은 대충 껴진것 같습니다. 앞을 보니 낙엽 속에 가려진 골이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골이 꽤 깊었고, 변속이 신경쓰느라 브레이크까지 잡고 있던터라 그대로 넘어져 버렸습니다. 쉬면서 타이어앞을 조절했기 망정이지 그대로 놨뒀더라면 크게 튕겼을 겁니다. 하지만 무릎이 깨져버렸네요. 아까 보호대를 풀러놓는게 아닌데...
뒤를 돌아보니 두분이 지켜보고 계시더군요. 에구 창피...
내려가는 길은 여름에는 신나게 다운힐 하던 구간인데... 낙엽이 덮여있고, 그 아래로 여름에 태풍으로 골패인 곳과 주먹만한 자갈들이 널려있어서 속도내기가 좀 겁났습니다. 쌓인 낙엽 무섭습니다. 결국은 내려가는 중간에 뒷바퀴 스핀 때문에 넘어질뻔 했습니다. 우측으로 40도 정도 기울어졌었는데... 패달질가 무게 중심이동으로 위기 모면...
수색산은 잘 빠져나갔습니다. 그 다음 왕복 이차선 도로... 흠... 오늘은 몸을 사려야 해. 오늘 일진이 좋지않아. 조금 천천히 패달질 했습니다. 오늘 따라 5t 트럭들이 많이 다닙니다. 앞쪽에는 노인정에서 마라톤하는 모양입니다. 차선의 역방향으로 뛰어들 오십니다. 피할려고 하니 뒤에는 큰 트럭들이 주루루... 결국 트럭들이 양보해줘서 무사히 통과...
도로 중간에 장애물 때문에 생긴 병목지점이 있습니다. 언덕 부근인데, 앞에 가고 있던 차가 오르막길에서는 잘가더니 내리막 부근에서 급정거를 합니다.
"허헉~" 브레이크를 잡았습니다. 제동이 잘 안되고 계속 밀립니다. 뒷바퀴는 스핀먹어 자전거는 진행방향과 대각선을 이룬채 미끌어져 내려갑니다.
"어어~"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 상태로 앞차 정중앙을 향해 계속 내려갑니다. 이러다가 차에 부딪히겠다. 순간 갖은 생각이 다 들더군요. 앞휠 견적은? 저차 망가지면 책임은 누구에게? 난 얼마나 다칠까? 부러지지는 않겠지? 용케 피해도 긁히면 어떻게 변상을 할 수 있겠는가? 등등...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종이 한장 차이의 간격으로 빗겨갔습니다. 뒤에서 본 사람들은 무슨 묘기하는 줄 알았을 겁니다. 아까 패달 얘기한게 생각납니다. 예전에 평패달 썼을 때, 이런 경우라면 발을 내려서라도 제동했을 텐데...
클릿패달 쓴 다음의 습관은 어지간 해서는 패달에서 발을 안땝니다.
그 후 직장까지는 무사히 갔죠. 조심해 갔습니다.
하여간, 타서는 안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면 무조건 타지 말아야 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 했듯, 그런날이면 어김없이 다치거나 일이 생기거나 하더군요. 오늘은 다행히 무릎 깨지는 정도의 상처 외에는 몸이 성해서 다행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면 타지 마세요. 아무렇지도 않은 날에 타다가 일 생기면 웃고 넘기거나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 쉽게 넘기겠지만, 이런날에는... 이럴 줄 알았다니까 라는 생각이 들고 개운치가 않죠.
가을산... 낙엽 조심해서 라이딩 하십시오. 큰코 다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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