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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라이딩 - 홍천의 설산은 너무 아름다웠다 -

퀵실버2002.12.17 00:39조회 수 822추천 수 5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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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습니까?
- 좋았습니다.

- 멋있었습니까?
- 그걸 말이라고 허십니까?

- 모가 그리 멋있습디까?
- 직접 가보시지요.  가슴이 벌렁벌렁 허실겝니다.

그랬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멋있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벌렁벌렁했습니다.
그 하얗고 깨끗한 눈이 쌓인 골짜기와 인적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임도에
찍혀있는 산짐승들의 수많은 발자국, 저 아래 골짜기에 뿌리를 두고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쭉쭉 뻗은 미끈한 나무들, 멀리 눈쌓인 골짜기와 봉우리들이 수없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수려하고 유려한 농담으로 채색된 숨막힐듯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수묵화 한점.
아~~  한국의 설산이여!
그대는 어찌하여 이 미물을 그대의 품속으로 끌어들여 평면의 깊은 골짜기로
몰아 넣는가?

노   을 : ......  거 참!
퀵실버 : 왜그러시죠?
노   을 : 저~~기 말예요.
퀵실버 : 음! 멋지군요.
노   을 : 수묵화는 결국은 사물을 보고 그대로를 그려낸거로군요.
퀵실버 : ..... 그러네요.
셔터를 연신 눌러대던 노을님이 뭔가에 홀린듯 말하십니다.
2.3타이어에 125MM 포크로 재무장한 NRS를 끌고 오셔서 힘들어 죽겠다고
툴툴거리시는 날으는 짱돌님도
불문맹을 포기하고 동행한 월광님도
얼마전 교통사고를 당하여 아직 몸이 완전치 않다고 말씀하시는 래드맨님도
그러나 그 숨막힐듯 아름다운 풍광에는 경이의 눈초리를 보내십니다.
사실 아직 눈이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그런 생각은 기우였고 녹은 흔적도 거의 없습니다.
임도에는 약 10~20cm의 눈이 전혀 녹지 않은 상태입니다.
임도 시작부터는 계속해서 자동차 바퀴자국이 두줄로 나 있어서
그나마 좀 쉽게 라이딩을 합니다.
그러나 역시 너무 미끄러워 속도는 나질 않습니다.
임도 자체의 상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눈이 다 녹고나서 길이 마르면 속도를 충분이 높혀 질주 할 수 있는 그런 길입니다.
그리고 약 절반쯤 가니 한채의 집이 있고 그 집앞에 차가 한대 서있습니다.
그러니 더이상 자동차의 바퀴자국은 없습니다.
길은 산짐승들의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찍히지않은 백지입니다.
그 새하얀 화선지 위로 줄줄이 자전거의 바퀴자국을 찍으며 달립니다.
눈들의 저항이 심해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듭니다.
다운힐을 할 수 있는 구간에서도 페달질을 하지 않으면 자전거가 멈춰버릴 정도입니다.
사각거리는 눈을 헤치며 숨막힐듯한 풍광을 힐끗 거리며 달립니다.
속도감이 없어서 한폭의 수묵화속에 갇혀버린듯 합니다.
순간만 방심해도 뒷바퀴가 좌우로 도망갑니다.
업힐구간에서는 계속해서 줄줄거리며 헛바퀴가 돕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잘들 타고 갑니다.
잠깐씩 휴식을 할때는 키득거리며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경치도 구경하고 쏘세지도 까먹고 사진도 찍습니다.
래드맨님 연신 싱글벙글 하시며 너무 재미있다고 하십니다.
월광님은 역시 먹보 라이더.
배고프다며 눈밭위에 철푸덕하니 주저앉아 휴게소에서 산 건빵을 연신
입으로 가져갑니다.
날으는 짱돌님은 양다리에 쥐나고 자전거땜에 힘들어 죽겠다고 투덜거립니다.
노을님 여유있게 폼잡으시며 [그만좀 투덜거리시죠] 하며 [내참 기막혀] 하는 표정입니다.
결국 시간상 여건때문에 풀코스는 포기하고 약 30km를 탄후 화로구이집으로 갑니다.
달리 멋지게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

- 아름다웠다 -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노을님. 날으는 짱돌님. 래드맨님. 월광님.
저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아름다운 라이딩을 할 수 있게 해준 노을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그 아름다움을 전해드릴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희망일 뿐이지요.
어찌 그 아름다움을 저의 졸필로써 여러분들에게 모두 전해드릴수 있겠습니까?
노을님의 사진이 올라오면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마지막 아스팔트길에서 다운하면서 노을님과 월광님이 추돌할뻔 했던
아찔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앞서서 질주하시던 노을님이 뭔가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뒤따라 쏘시던 월광님과 크게 부딪칠뻔 했습니다.
다행히 월광님이 급브레이크를 쓰지 않고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가면서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역시 급정거는 금물이며 차간거리 확보도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코스는 양평입구에서 홍천으로 빠진후 며느리고개를 지나 터널을 통과한 후
원조화로구이집 근처에 주차합니다.
화로구이집 옆으로 나있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계곡산장 푯말이 보이면 그 푯말을 따라 오른쪽으로 임도가 시작됩니다.
시작점에서 업힐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 후에는 쭉 임도를 따라갑니다.

모두 안전라이딩 하시구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SPECIAL THANKS : 노을님. 엠사동의 자칼님. 그리고 새벽에 눈부비고 일어나 코스를 문자로 날려주신 성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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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퀵실버님의 후기,,참 젬나게 읽고 같니다. 언제 함 더 같이 같으면 합니다..^^설산에 매력이 넘 젬나서^^
  • 2002.12.17 02:04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한폭의 수묵화속에 갇혔으면 좋겠습니다.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립니다. 사진보니 더 벌렁거립니다. 수묵화같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 겨울이 아니라도 멋지겠지요?
  • 이런 이런 나도 거기에나 갈껄 스노우 라이딩 생각만 해도 참ㅁㅁㅁㅁㅁ 근데 퀵실버님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 사실대로 말하세요 힘들었다고 고생만 했다고 .......그래야 제 맘이 편할낀데.....부러버
  • 퀵실버님..눈녹기전에..다시 한번 가죠 ^^
  • 2002.12.17 22:14 댓글추천 0비추천 0
    안녕하세요!! 퀵실버님!! 오랜만이군요!! 제 손목이 좀 안좋아서리..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건강하세요!!
  • 이 글을 보시고 염통이 쓰라린 분들.다음엔 같이 가시죠.^^
  • 이런번개에 참여 ㅎㅎㅎ 등산화신고 배낭은 당근 잔거대신 눈썰매가지고 따라간다 그럼 되려나?ㅎㅎㅎ
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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