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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스토리는 아니지만..........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

........2002.12.24 08:09조회 수 872추천 수 6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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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전거를 처음 탄건 초등학교 3학년때지요..
자전거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시절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빨간 자전거를 사가지고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셨죠.
그후로 동네친구들과 골목길을 누비면서 자랐고, 커가면서 자전거의 크기도 커졌습니다.
그 시절 동네에는 아주 가파른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비만 오면 골이 패이고 뭉개져서 굉장히 험했었다고 기억이 되네요.. 거기를 친구들과 내려오는 놀이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게 바로 다운힐의 원조인 셈이네요.
하여튼 제 어린 시절의 놀이는 자전거타기가 최고였죠(컴퓨터나 게임 그런거 없었음)
그 이후 사회인이 될때 까지 자전거는 제 뇌리에서 거의 잊혀져간 어린 시절의 놀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일본에 건너가 4년 동안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간 놀이의 방편으로만 생각하던 자전거가 교통의 수단이 될 줄이야....
앞에 바구니 달린 마마차리(아줌마용 자전거)를 몇달 타다가 큰 맘먹고 브리지스톤의 머드록이라는 자전거를 샀습니다.  그걸로 학교에서 집까지 편도 10키로의 거리를 매일 매일 달렸습니다.  가끔은 시내까지도 나가고.......
그러던 어느날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집에 가려고 자전거보관소에 가보니 어느 녀석이 안장만 빼 간거 아닙니까!
안장없는 자전거를 타고 20키로를 달려서 집에 오니 녹초가 되더군요...
그래서 새로 구입한 안장은 차대에 용접을 해버렸습니다.
한국으로 귀국할 때 이삿짐에는 자전거가 3대 있었습니다. 머드록, 마마차리 2대....
그동안 살면서 1년에 한대씩 자전거를 도둑맞았네요....
특별히 산을 타면서 라이딩을 즐긴것은 아니지만(산에는 한번도 못가봤음) 자전거가 옆에 있고 없고에 따라 사고방식, 생활방식이 달라지더군요..

자전거 없이 한 2년을 지내다가 어느날 독일을 출장차 가게 되었는데...
첫날 바쁜 일정으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저녁 먹으러 간 동네에서 뒤도 재지 않고 한대 사버렸습니다.
독일처럼 자전거도로와 교통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나라에서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억울하지 않냐 하는 심정으로 지하철, 기차에 싣고 다녔습니다.
2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선 동네 비디오가게갈때나 이용하는 정도로 한달을 보냈는데....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아들과 양재천에서 잠실선착장까지 갔다왔습니다.
보조바퀴를 뗀지 얼마 안된 자전거를 아들놈은 잘도 타더군요..

이제 제나이 불혹을 넘깁니다.  아들과의 짧은 자전거 여행 내내
내가 어렸을 때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시던 아버지의 정다움이 마음속에 그득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이젠 칠순을 넘기신 아버지께 그 이야기를 화제로 오랜만에 많은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3대가 모여서 자전거로 하나가 되었지요...

참 푸근한 저녁이었습니다............

추신: 우연찮게 들어와본 와일드 바이크에서 자전거에 대한 정열을 느꼈습니다.  이제부턴 나도 놀이수단, 교통수단을 넘어선 생의 일부로 자전거를 곁에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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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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