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류 대박세일( 50%∼80%) 이란 광고를 보고 여름 저지를 하나 샀죠. 저지를 차 트렁크에 던져 두고 여름 저지를 처음 구입한 기념으로 맹산으로 향합니다. 율동 공원에서 멋진 유니폼으로 윙윙거리며 달리는 분을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런 내 맘도 모르고 저 멀리 앞서가 버리는군요. 공원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마시고 양갱을 하나 사서 갈무리한 뒤 맹산으로 향합니다. 밤골 약수터를 앞두고 멀리 보니 가파른 언덕길에서 그분이 낑낑 오릅니다. 곧 이어 저도 뒤따라 헉헉 오릅니다. 새마을고개에서 쉬면 인사나 하고 같이 타자고 말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그분 뒤를 좇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고개에서 쉬지도 않고 곧장 급한 좌회전으로 맹산을 향해 오릅니다.
고개 아래에서 숨을 고르며 쳐다보니 한 라이더가 종이배가 물결 따라 떠가듯이 위로 흘러갑니다. 고수인 것 같으니 같이 탈 생각은 그만두어야지 하며 천천히 오릅니다. 전원주택을 앞두고 한 고개에서 휴식을 끝낸 라이더 3명이 출발합니다. 두 라이더의 가방이 매우 낯익은 것으로 보아 같은 샾을 이용하는 인연을 나누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언덕에서 몹시 힘들어 합니다.
골프장 언덕을 지나니 맘이 편안해집니다. 고생 다했다는 느낌 때문이지요. 그 느낌만큼 가볍게 페달을 밟고 제법 바람맛도 즐깁니다. 이내 초보 시절 마음을 마음을 강하게 먹고 내려갔던 코스가 나옵니다. 저 아래로 그분이 자전거와 함께 산책하며 내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끼익거리며 그분을 앞지릅니다. 그리고 거북터를 한 구비 앞두고 볕이 따스해 보이는 낙엽 방석에 퍼질러 앉아 쉽니다.
그분의 모습이 다시 언덕에 나타납니다. 곧 이어 거친 숨소리도 들립니다. 그분이 멋쩍은 미소로 제 앞으로 옵니다. 비로소 얼굴을 가까이서 대합니다. 고글을 끼고 있었지만 혹시 같은 4학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그러니까 더 가까워진 듯합니다. 우리는 통성명이 없어도 자전거를 매개로 구면처럼 대화를 나눕니다. 오리에서 송파로 자전거 출퇴근을 하신답니다. 산악자전거에 입문한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도로만 타면 닝닝하니까 산에 오기 시작했답니다. 그분도 저처럼 산악경험이 일천하고 수줍음이 많아 혼자 즐기시나 봅니다. 자신이 끌은 내리막에서 제가 다운힐한 것을 보고 잘 탄다고 칭찬해 줍니다. 그 말을 듣고 저모르게 건방진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산악자전거 기술에서 웨이백이 필수라고 한바탕 잘난 척해 버린 것입니다.
거북 쉼터에서 준비해간 따뜻한 녹차를 그분과 나눠 마십니다. 차 마시는 중에 붉은 잠바를 걸친 젊은 라이더가 연수원 쪽에서 올라옵니다. 이어서 회원들이 올라옵니다. 바퀴마다 눈이 묻어 있습니다. 저처럼 힐탑바지를 입은 분이 분당에 산다는 대답을 듣더니 천국에 산다며 부러워합니다. 그분은 연수원 쪽으로 내려갑니다.
젊은 라이더의 시선을 의식하며 광주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늘 궁금했던 길인데 답사 삼아 그 코스를 택합니다. 끌고 가는 것이 좋다는 충고가 있었지만 타고갈 때까지는 타고 가자는 마음으로 다운힐합니다. 1초도 지나지 않아서 급경사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옵니다. 겁을 먹고 웨이백에 관심을 더 가지며 내려갑니다. 질질 끌리는 바퀴가 눈가루와 낙엽을 섞어댑니다. 20여미터 내려가다 바위 옆에서 균형을 잃고 멈춘 뒤 거북터를 올려다보니 한 라이더의 얼굴이 높이에서 보입니다.
임도를 만나 좌회전한 후 조금 오르니 계속 내리막길입니다. 한 2키로 내려가니 곧은마을(광주읍 직동리)이 나옵니다. 그 밑으로 공장들이 많이 보여 가까운 곳에 음식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뭘 먹을까 하고 즐거운 고민으로 페달질합니다. 그런데 그야말로 시골에 딱 어울리는 구멍가게는 봤지만 음식점은 없더군요. 하염없이 내려가다 보니 세진산업개발이란 간판이 보입니다. 그 회사는 산 하나를 아예 뭉개고 있더군요. 그 산은 반 이상이 허물어져 있습니다. 산 쪽으로 레미콘 차량들이 쉴새없이 오고갑니다. 산이 뭉개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불쾌하더군요.
세진개발을 지난 후 남색 다마스와 마주쳤는데, '공장음식 배달전문'이란 광고문이 눈에 띄더군요. 조막조막한 공장들은 많아도 음식점이 없는 이유를 깨닫습니다. 하릴없이 아래로 아래로 달립니다. 되돌아올 길은 멀어만 갑니다. 그래도 먹을 것은 먹어야지요. 마침내 음식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모든 음식점들이 개점인지 휴업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짙은 선팅 때문이지요. 그런 모습을 보니, 답답하고 보수적이다 하는 느낌이 옵니다. 자전거를 지켜보면서 식사할 곳을 찾다찾다 한 뼈다귀집에 이르러 폐문 앞에다 자전거를 세웁니다. 그리고 자전거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합니다. 곧은마을에서 4키로는 넉넉히 내려온 거리입니다. 태전2동이란 입석이 있고 잠실에서 출발하는 버스(32번)도 보입니다.
두 시경에 다시 곧은마을로 향합니다. 서쪽 능선 한 뼘 위로 태양이 구름에 가려 있습니다. 맞바람이 치고 성긴 눈발이 얼굴을 때리지만 배가 부르고 땀도 마른 상태라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곧은마을 입구에서 착하고 귀엽게 생긴 강아지 두 마리가 뒹굴다가 자전거를 발견하고 길을 비켜 줍니다. 언덕 위에서는 개가 컹컹 짖어댑니다. 강아지들의 어미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반갑습니다. 쯧쯧거리니 그 녀석이 쫓아옵니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한 밤색 이정표를 만납니다.
'맹사성묘 0.7km'.
보너스도 받는구나 하며 기분이 터지는데 '맹산'이란 이름과 '맹사성묘'의 관계가 순간적으로 추리됩니다. 곧은마을과 맹산은 맹사성의 묘와 관계가 있을까? '강호사시가'가 유명하지만 종장마다 "이 몸이 한가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라는 표현 때문에 그 시조는 이미지가 별롭니다. 물론 현대적인 관점에서지요.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남색 자갈이 깔린 길로 접어듭니다. 이 길의 종점이 맹사성묘입니다. 효자이고 세종조에 좌우의정을 지냈지만 청백리로 평가받고 있다고 씌어 있군요. 곧은마을과 맹산이란 이름은 맹사성묘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온 길을 다시 내려가기는 싫고 해서 능선을 보며 자전거를 거의 끌고 갑니다. 낙엽이 두텁게 깔리고 마른 나뭇가지들이 지천입니다. 5분 정도 지난 후 임도라고 생각되는 부분과 마주칩니다. 경사가 급해서 몇 번 미끄러집니다. 숨이 너무 차고 가슴이 터지는 것 같습니다. 땀방울도 양뺨으로 연방 데구르르 흘러내립니다. 사투 끝에 임도에 오르니 길도 편해 보이고 비로소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한참 라이딩한 후 노란 리본을 발견하고 잠시 쉬기로 합니다. 가는 눈발이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하지만 갈등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등산객의 외침이 들리고, 이제 언덕만 오르면 거북터니까요.
거북터는 벤치마다 썰렁합니다. 바로 새마을고개 쪽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싸락눈입니다. 그 눈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다스릴 만큼 작은 공간에 하나만의 오솔길이 앞으로 능선처럼 뻗어 있습니다. 그것이 우주의 전부입니다. 그 우주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합니다. 등산객도 없어 더욱 자유롭습니다. 전원마을을 지나자 길이 하얘지기 시작합니다. 파스텔로 칠해 놓은 듯합니다. 파스텔의 느낌. 바닥을 드러내며 제 빛깔을 내서 그런지 어쩐지 친근합니다. 자전거 덕분에 이런 우주와도 만나고 자유도 누립니다. 그래서 땀을 흘리나 봅니다. 가끔 혼자 타면 이런 보너스도 받는군요.
고개 아래에서 숨을 고르며 쳐다보니 한 라이더가 종이배가 물결 따라 떠가듯이 위로 흘러갑니다. 고수인 것 같으니 같이 탈 생각은 그만두어야지 하며 천천히 오릅니다. 전원주택을 앞두고 한 고개에서 휴식을 끝낸 라이더 3명이 출발합니다. 두 라이더의 가방이 매우 낯익은 것으로 보아 같은 샾을 이용하는 인연을 나누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언덕에서 몹시 힘들어 합니다.
골프장 언덕을 지나니 맘이 편안해집니다. 고생 다했다는 느낌 때문이지요. 그 느낌만큼 가볍게 페달을 밟고 제법 바람맛도 즐깁니다. 이내 초보 시절 마음을 마음을 강하게 먹고 내려갔던 코스가 나옵니다. 저 아래로 그분이 자전거와 함께 산책하며 내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끼익거리며 그분을 앞지릅니다. 그리고 거북터를 한 구비 앞두고 볕이 따스해 보이는 낙엽 방석에 퍼질러 앉아 쉽니다.
그분의 모습이 다시 언덕에 나타납니다. 곧 이어 거친 숨소리도 들립니다. 그분이 멋쩍은 미소로 제 앞으로 옵니다. 비로소 얼굴을 가까이서 대합니다. 고글을 끼고 있었지만 혹시 같은 4학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그러니까 더 가까워진 듯합니다. 우리는 통성명이 없어도 자전거를 매개로 구면처럼 대화를 나눕니다. 오리에서 송파로 자전거 출퇴근을 하신답니다. 산악자전거에 입문한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도로만 타면 닝닝하니까 산에 오기 시작했답니다. 그분도 저처럼 산악경험이 일천하고 수줍음이 많아 혼자 즐기시나 봅니다. 자신이 끌은 내리막에서 제가 다운힐한 것을 보고 잘 탄다고 칭찬해 줍니다. 그 말을 듣고 저모르게 건방진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산악자전거 기술에서 웨이백이 필수라고 한바탕 잘난 척해 버린 것입니다.
거북 쉼터에서 준비해간 따뜻한 녹차를 그분과 나눠 마십니다. 차 마시는 중에 붉은 잠바를 걸친 젊은 라이더가 연수원 쪽에서 올라옵니다. 이어서 회원들이 올라옵니다. 바퀴마다 눈이 묻어 있습니다. 저처럼 힐탑바지를 입은 분이 분당에 산다는 대답을 듣더니 천국에 산다며 부러워합니다. 그분은 연수원 쪽으로 내려갑니다.
젊은 라이더의 시선을 의식하며 광주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늘 궁금했던 길인데 답사 삼아 그 코스를 택합니다. 끌고 가는 것이 좋다는 충고가 있었지만 타고갈 때까지는 타고 가자는 마음으로 다운힐합니다. 1초도 지나지 않아서 급경사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옵니다. 겁을 먹고 웨이백에 관심을 더 가지며 내려갑니다. 질질 끌리는 바퀴가 눈가루와 낙엽을 섞어댑니다. 20여미터 내려가다 바위 옆에서 균형을 잃고 멈춘 뒤 거북터를 올려다보니 한 라이더의 얼굴이 높이에서 보입니다.
임도를 만나 좌회전한 후 조금 오르니 계속 내리막길입니다. 한 2키로 내려가니 곧은마을(광주읍 직동리)이 나옵니다. 그 밑으로 공장들이 많이 보여 가까운 곳에 음식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뭘 먹을까 하고 즐거운 고민으로 페달질합니다. 그런데 그야말로 시골에 딱 어울리는 구멍가게는 봤지만 음식점은 없더군요. 하염없이 내려가다 보니 세진산업개발이란 간판이 보입니다. 그 회사는 산 하나를 아예 뭉개고 있더군요. 그 산은 반 이상이 허물어져 있습니다. 산 쪽으로 레미콘 차량들이 쉴새없이 오고갑니다. 산이 뭉개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불쾌하더군요.
세진개발을 지난 후 남색 다마스와 마주쳤는데, '공장음식 배달전문'이란 광고문이 눈에 띄더군요. 조막조막한 공장들은 많아도 음식점이 없는 이유를 깨닫습니다. 하릴없이 아래로 아래로 달립니다. 되돌아올 길은 멀어만 갑니다. 그래도 먹을 것은 먹어야지요. 마침내 음식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모든 음식점들이 개점인지 휴업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짙은 선팅 때문이지요. 그런 모습을 보니, 답답하고 보수적이다 하는 느낌이 옵니다. 자전거를 지켜보면서 식사할 곳을 찾다찾다 한 뼈다귀집에 이르러 폐문 앞에다 자전거를 세웁니다. 그리고 자전거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합니다. 곧은마을에서 4키로는 넉넉히 내려온 거리입니다. 태전2동이란 입석이 있고 잠실에서 출발하는 버스(32번)도 보입니다.
두 시경에 다시 곧은마을로 향합니다. 서쪽 능선 한 뼘 위로 태양이 구름에 가려 있습니다. 맞바람이 치고 성긴 눈발이 얼굴을 때리지만 배가 부르고 땀도 마른 상태라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곧은마을 입구에서 착하고 귀엽게 생긴 강아지 두 마리가 뒹굴다가 자전거를 발견하고 길을 비켜 줍니다. 언덕 위에서는 개가 컹컹 짖어댑니다. 강아지들의 어미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반갑습니다. 쯧쯧거리니 그 녀석이 쫓아옵니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한 밤색 이정표를 만납니다.
'맹사성묘 0.7km'.
보너스도 받는구나 하며 기분이 터지는데 '맹산'이란 이름과 '맹사성묘'의 관계가 순간적으로 추리됩니다. 곧은마을과 맹산은 맹사성의 묘와 관계가 있을까? '강호사시가'가 유명하지만 종장마다 "이 몸이 한가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라는 표현 때문에 그 시조는 이미지가 별롭니다. 물론 현대적인 관점에서지요.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남색 자갈이 깔린 길로 접어듭니다. 이 길의 종점이 맹사성묘입니다. 효자이고 세종조에 좌우의정을 지냈지만 청백리로 평가받고 있다고 씌어 있군요. 곧은마을과 맹산이란 이름은 맹사성묘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온 길을 다시 내려가기는 싫고 해서 능선을 보며 자전거를 거의 끌고 갑니다. 낙엽이 두텁게 깔리고 마른 나뭇가지들이 지천입니다. 5분 정도 지난 후 임도라고 생각되는 부분과 마주칩니다. 경사가 급해서 몇 번 미끄러집니다. 숨이 너무 차고 가슴이 터지는 것 같습니다. 땀방울도 양뺨으로 연방 데구르르 흘러내립니다. 사투 끝에 임도에 오르니 길도 편해 보이고 비로소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한참 라이딩한 후 노란 리본을 발견하고 잠시 쉬기로 합니다. 가는 눈발이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하지만 갈등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등산객의 외침이 들리고, 이제 언덕만 오르면 거북터니까요.
거북터는 벤치마다 썰렁합니다. 바로 새마을고개 쪽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싸락눈입니다. 그 눈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다스릴 만큼 작은 공간에 하나만의 오솔길이 앞으로 능선처럼 뻗어 있습니다. 그것이 우주의 전부입니다. 그 우주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합니다. 등산객도 없어 더욱 자유롭습니다. 전원마을을 지나자 길이 하얘지기 시작합니다. 파스텔로 칠해 놓은 듯합니다. 파스텔의 느낌. 바닥을 드러내며 제 빛깔을 내서 그런지 어쩐지 친근합니다. 자전거 덕분에 이런 우주와도 만나고 자유도 누립니다. 그래서 땀을 흘리나 봅니다. 가끔 혼자 타면 이런 보너스도 받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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