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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부산 번개 ...(3월 1일)

mpzeki2003.03.12 20:46조회 수 698추천 수 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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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산 후기>>

후기를 쓸려고 생각해 보니 별 쓸 내용이 없다.
왜냐하면 온종일 끌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2.3 번개 중 최대의 참석 인원이었다는데, 왜...?

1. '유명산 투어'
렛츠레이스에 유명산 번개가 떴다.
아~ 유명산. 왈바에서는 유명한 라이딩 코스가 아닌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리플에 나타난 '2.3 묻지마 번개'라는 경고 문구. 단순한 투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렴 어떠냐...
춥다는 핑계로 겨우내내 기피한 라이딩과 작년 12월 인왕산 번개 때의 전복사고 후유증 극복을 위해서 나서기로 했다. 또한 나의 애마인 AC2/BiG1의 고별 라이딩을 멋지게 해주고 싶었다.

2. 불안
2.3 게시판에는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역대 최대의 리플 인원, 거기다 여성 라이더 최초의 참가의사 타진이 화재였다. 그러나 유명산 출발지까지의 차량이동 제한으로 일부가 참가를 못하고, '2.3 묻지마'의 특징있는 라이딩을 이유로 여성 라이더는 참가 금지(?) 당했다.

번개 당일 기상예보가 불투명하다. 비가 온단다. 비가 오면 못갈것 같다는 뜻을 은근히 2.3 게시판에 올렸는데, 거기에 달린 번장 짱구님의 리플이 나를 두렵게 했다.
"비 오면 안 갈거유?"
에구구, 안가면 큰일 나겠다. 짱구님 회원정보 사진을 보라. 카리스마 그 자체 아닌가.
또, 집사람이 나눠먹으로라고 삶아준 계란 10개... 은근히 부담된다.

일주일 내내 하루평균 3~4시간 정도의 수면밖에 취하지 못해 조금 피곤했다. 번개 전날 만큼은 숙면을 취하고 싶었고, 늦어도 새벽 5시 30분에는 출발하여야 했기에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기분이 상쾌하다. 불을 켜기위해 스탠드를 찾아 손을 더듬 거렸다.
"쨍그랑" 컵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콘솔 위에 올려놨던 쥬스컵이 깨졌다. 벽지에 쥬스물 들을까 시계도 못보고 걸레부터 찾았다.(포도쥬스는 어디 흘리기라도 하면 침전물이 생기고 물도 잘든다. 다음날 그런 연유로 집사람에게 호되게 당했다)
그때 시간은 00시 30분... 11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어 좀 뒤척거렸으니... 1시간도 채 못잔 것이다. 예감이 안좋았다.

3. 출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창문을 열어보니 지면이 젖어 있었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오후에는 날씨가 좋아진다고 했으니 이 정도의 비는 극복해야 했다.
약속된 시간에 짱구님께 전화를 드리고 출발했다. 출발 예상시간 보다 많이 지체되어 약속에 늦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짱구님과 같은 정확히 같은 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 지역은 비가 전혀  내리지 않은듯 했다.
자전거 바퀴 모두를 분리해서 짱구님 싣고나서 출발했다. 어~ 차가 이상하게도 북쪽을 향한다. 일산에서 양평으로 가려면 강변북로로 빠지는게 가장 빠른데... 짱구님이 알고 있는 길은 자유로를 타고 강변북로로 진입하는 길이다. 일산쪽이라면 그쪽이 빠르겠지만, 일산 아래에 위치한 화정지역에서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근처의 가양대교로 빠지는 것이 가장 빨랐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마포대교를 지날 즈음부터 빗방울이 굵어진다. 천호대교를 지날 때는 그냥 주루룩 내리더라...
어째... 돌아가야 하는것 아닌가 모두 걱정했다.

4. 만남
조인장소는 북한강 줄기가 있는 조안면 근처였다. 양수리쪽은 사계절 드라이브 코스이다. 부담없는 경치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곳이다.
토담(todam)님, 짱구/mpzeki.... 슬바/treky... leeky/진빠리... 왕창/eyelet, 김현님 순으로 도착한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여간 올 사람은 다 온것이었다.
treky님 빼고는 모두 처음 뵙는 분 같다. 일전 만남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도 안나고...
"왈바 번개 처음이세요?" 리키님인지 진빠리님인지 물으셨다.
"아뇨... 간간히... 나갑니다" 사실 너댓번 밖에 안된다. 수리산 빼고 죄다 북한산/수색산 줄기의 번개만 나갔었다.
일단 조식을 해결하기 위해 순대국집에 들렀다. 여기서 김현님이 가져오신 물건... 웅담주이던가? 음... 해장술이다. 간단하게 딱 한잔만 마셨다. 무쟈게 비린 것이 건더기도 있더라... 아... 문제의 화근이던가.
식사를 마치기고 여차저차해서 산행출발점에 도착했다.

5. 라이딩 시작
도로변 과속차량 단속 검문소 한쪽으로 주차를 시키고 라이딩 준비를 했다. 에... 그러니까. 모두 풀샥인데 토담님만 하드테일이군. 음... 짱구님하고 나하고는 엄청난 무게의 풀샥이군.
자이안트, 스콧, 드빈치, 인텐스, 산타크루즈, 스페샬라이즈드 등 풀샥 종합전시장이다.
나와 같은 AC는 몇대 더 있었지만... 그 무게차이란... 끌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음... 그런데 모두 등산화에 평페달이 아닌다. 나 홀로 클릿페달이었다.
오오... 나의 AC. 나의 AC, 라이딩 슈즈와 김현님의 웅담주가 날 하루종일 빌빌거리게 만들었다.
토담님...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왕창님을 선두로 출발 했다. 임도로 이어지는 진입로를 찾아야 하는데, 모두 초행인지라 처음에는 좀 헤맸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봐요. 내 다녀올테니."
왕창님이 기동로 개척을 위해 홀로 동분서주 하셨다. 그림 하나 없는 요도를 의지하여 임도를 찾아냈다.
다들 임도 따라 쫙쫙 올라갔다. 물론 나도 올라갔다. 쫙쫙 올라가지는 못하고... 전봇대 하나, 두개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올라갔다. 모두에게 추월을 당했다. 매사가 그렇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아직도 저만치 뒤에는 짱구님이 시뻘건 블릿을 열심히 끌고 있었다.
끄윽... 아... 술 올라온다. 임도 업힐 중간 즈음부터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침에 마신 웅담주가 전날의 다른것을 끌어 올리는 모양이다. 아... 소주냄새... 싫다. 개인적으로 소주 냄세와 맛을 좋아하지 않는데...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6. 잠깐의 휴식
임도를 가로질러 방화선을 따라 끌고 오르기 시작했다. 온통 미끄러운 바위투성이라 AC2/Big1과 짱구님의 블릿에게는 고역과도 같았다. 무지 힘들지만 산냄새와 땀내새는 전혀 맡을 수 없었다. 오로지 소주 냄새였다. 끄윽...
산등성은 운무에 휩싸여 있어 시정이 5m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끌고 오르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 어 앞사람 안보였다. 다행히 뒤에 짱구님은 계속 보였다.
"짱구님, 유명산 정산까지 계속 이래요?"
"여기 유명산 아니에요. 유명산은 정상을 두개 더 넘어야 하는데..."
켁... 오르고 올라도 계속 물먹은 바위투성이었다.
"짱구님, 앞 사람 신경 쓰지말고 쉬엄 쉬엄 오르기로 하죠."
"그래요. 다들 오르기 바뻐서 뒤사람 신경 못써요.
그런 것이었다. '묻지마 번개'였던 것이다.
저 멀치에서 트레키님이 우리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두어번으로 끝났다.
서너 걸음 옮기고 쉬기를 수차례 반복하니,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흐헉... 눈이 무릎까지 빠진다. 라이딩 슈즈에 눈이 스믈 스믈 스며 들어갔다.
눈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을 때,
"자전거 두고 몸만 올라와요."
누군가 소리를 쳤다. 아... 다왔네. 아닌가? 모두들 모여 있었다.
"짱구님, 2.3 최초로 되돌아 가야하는 상황에 봉착했어요."
길이 없다는 얘긴가? 저 미끄러운 돌밭을 다시 내려가라고?
"왜요?"
"일단 먹고 얘기해요."
그렇게 해서 점심식사와 함께 좀 긴 휴식을 가졌다. 계란 10개도 대충 해결됐다.
음... 짱구님하고 나는 계속 쉬었는걸... 그래도 남들보다 지쳐보여.

7. 고난의 연속
식사를 끝내고 또 이동.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또 왕창님이 나서서 기동로를 개척한다.
"어이! 이쪽이야."
쑥쑥...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간 곳은 "대부산" 정상이었다. 점심식사한 곳에서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
대부산 정상에서 기념촬영 간단하게 마치고, 토론이 시작됐다.
"이거 어디로 가야해...?"
"유명산은 무리일 것 같은데?"
눈앞에 운무가 걷히고 유명산의 존재가 들어났다.
저기가 유명산인가? 저기가 유명산이란 말이지. 홀로 감상에 빠졌다.
저길 어떻게 가! 난 못가! 감상은 곧 자기 도피로 이어졌다.
이미 신발과 양말은 눈으로 홀딱 젖어있었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밭을 어떻게 헤쳐나가기 싫어졌던 것이다.
"자, 돌아갑시다. 2.3 최초의 회항이네요."
올라온 길과는 다른 루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디스크 브레이크 연주회였다. 다운힐을 시작하면서 나는 엄청난 브레이킹 소음들...
"골고루야." / "가지 각색이네..."
브레이킹 소리에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내려가는 길은 바위돌밭이 아닌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낙엽과 진흙길, 가파른 내리막이 나를 또 괴롭히기 시작했다.
내려갈 때는 운무가 없었다. 하지만 내 앞에 사람은 없었다. 뒤에도 없었다.
저 앞에 내려가는 짱구님 이내 모습도 사라지고, 멀리서 목소리들만 들릴 뿐이었다.
"짱구님! OO 아저씨 어디있어?"
"저기 뒤에 와요."
그 OO 아저씨가 나였다(OO은 형, 동생, 오빠, 삼촌이건 나이 불문하고 아저씨로 불리는 존재이다). 신발이 다운힐/BMX용이라 산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트레드를 가지고 있었다. 인왕산 같은 돌산도 미끌어져 올라가기 힘든데... 이런 진흙탕 내리막길에선 쥐약이었다. 더우기 앞서 가신 분들이 눈은 빙판으로, 낙엽은 진흙탕으로 바꿔놔서 신나게(?) 내려갔다. 풀브레이킹으로 자전거에 끌려 내려가기... 해봤는가? 그냥 서있기만 하면 알아서 내려가진다.
정말이지 중간에는 자전거를 내팽겨치고 싶었다. 나의 더블 크라운 포크는 자전거 무게의 1/3을 차지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전거를 끌고내려갈라니 앞쪽으로 계속 쏠린다. 하지만 '고별 라이딩'이니 만치 잘해주자... 내가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전거는 보호하자. 결국 그날 엄청나게 많이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하산 중간에 한번 쉬었는데, 다른 고충들도 넘쳐나고 있었다.
짱구님의 뒤쪽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의 캘러퍼가 말을 듣지 않았다. 김현님은 라이딩 슈즈를 신고 오셨는데 바닦창 접착부위가 떨어져 나가 너덜거렸다. 뒤늦게 도착한 나는 미안한 김에 한마디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어서 신경쓰이시죠."
왕창님 왈. "서로 내려가기 바뻐서 남 신경쓸 틈 없어요. 걱정마요."
아... 업힐 때 짱구님 말씀하고 똑같은 대답이었다.
휴식을 끝내고 막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왕창님께서 넘어지는 것이었다. 넘어지는 모습이 너무나 유연하고 느리기까지 하여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았다. 왕창님 자전거 뒷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겼다. 정말이지 애로가 꽃피는 날이다.
가까이서 차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막바지에 이른 모양이었다.
도로변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그 각도가 장난 아니다. 아... 시련의 연속이었다.

8. 막걸리 한사발로...
우여곡절 끝에 내려왔다. 내려오는 와중에 흘긋 노변을 보니... 담소를 나누시는 등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슬바님은 윌리로 왔다갔다. 아우... 빨랑 내려가야지.
노변에 도착하자 마자 신발과 양말을 벗어말렸다.
어떤분이 근처 주점에서 막걸리를 사오셨다. 다들 한잔씩하는데... 소주 냄새가 아직까지 올라오는 지라 일단 사양했다. 그러나... 그 맛있는 유혹 이기지 못하고 딱 한잔만 마셨다. 사실 한잔 더 마셨다. 마직막에 서너잔 남았는데 더 이상은 마시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왕창님이 한잔 남아있는데 누군가 마셔야 한다고 해서 냅다 들이켰습니다.
"이 양반 술 마셔봤네..." 움찔~ 좋은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왕창님은 "에이~ 내가 마시려는 건데..."하시면서 PET 병에서 한잔을 더 따르신다. 정확히 한잔 나오더이다. 아... 이거 실수를 저질렀구만... 초면예 무례했던 것이다.
자... 이제 마무리하고 주차장까지 온로드 다운힐이다.

9. 즐거운 이별
주차장에서 기념촬영하고 헤에지는 길.
대부산을 넘어 유명산까지 점령하려는 2.3의 번개는 미완이었다. 다들 조금은 아쉬워 하는 눈치이다.
슬바님이 지나가면서 "내을은 팔목이 좀 쑤실겁니다" 걱정의 한말씀을 건네주셨다. 하하... 기우입니다. 끌고 바이크의 달인... 그 정도로는 끄덕 없습니다. 슬바님 AC에 빅원포크를 달아드리고 싶었습니다. 헐헐~
아쉽지만... 날 좋은 날을 기약하고 각자의 연고지로... 컴백.


10. 에필로그
'2.3 번개' 참석하시겠다면 풀샥이란 용어에 현혹되지 마시라. 타이어 2.3도 필요없다. 그저 끝을 보겠다는 투지, 자전거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책임감과 등산화가 필요할 뿐이다. 뭐, 자신있다면 싸이클을 가져가도 좋다. 어차피 탈 수있다는 기대는 할 수 없으니까. 그저 끌고다니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처음이라면 또는 엄청난 무게의 풀샥이라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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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정말 2.3 번개 본질을 깨달으셨네요.. ㅎㅎ
  • 리플이 하도 없어 적습니당... ㅎㅎ
    음... 남들이 보면 2.3 벙개는 줄창 끌기만 하는덴줄 알겠습니다.
    이런산도 있구..... 또... 90 % 이상 탈수있는산두 있는 겁니다. ^^
    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2003.3.16 15:50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러분과 같이 했던 추억이
    제 인생에 최고에 행복 입니다
    2.3후기는 않쓰기로 되어 있는데 ㅎㅎ
    건강 하세요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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