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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산행을 갔다와.. (산행 간 날. 일요일)

sun03312003.05.05 23:02조회 수 761추천 수 3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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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7시. 중학교 다니면서 3년 동안 길러진 습관인데,
휴일에는 일어나고도 억울하네여.  -_-)
젤 먼저 컴터를 켰습니다.

엄마한테 곧장 한 대 맞고...
(이것이 미쳤는지 아침부터 컴터를 켠다고..)

괜히 아침부터 밉보이면 오로지 깡과 체력으로만
버텨야 할 첫 산행에 커다란 차질이 생길까..

아침이라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며, 조용히 꺼야 했습니다.

아! 다행이 아침은 잘 나왔네여~ ^^

점심은 아무래도 소화를 위해 적당히 먹어야 할 것 같아
아침을 최대한 잔뜩 먹었습니다.


그리고 11시쯤 드뎌 헬멧을 사러 갑니다.

송파의 'ㅇㅇ 레스포'와 'ㅇㅇ 코렉스'로 갔습니다.
(둘이 가깝단 소리는 들었는데, 건물 하나 띄고 바로 옆이데여?)
(전문점 둘이서 저렇게 붙어 있으면 장사가 잘 되나...?)

원래는 ㅇㅇ 코렉스를 갈 계획이었으나 골라논 잔차가 있기에,
차마 가슴이 아파 못 들가 겠데여..

결국 ㅇㅇ 레스포로 들어가
친절한 아줌마와 어떤 매니아 한 분의(감사했습니다) 조언을 받아
헬멧(5만 얼마)이랑 장갑(3만 얼마)를 샀습니다. ^^

유니폼도 같이 살려고 했으나, 그거까지 사면
울 철티비 값을 훌쩍 뛰어넘기에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 ㅜㅜ


집에 도착해 보니 어느새 1시입니다.

점심을 30분 동안 먹고 나니 안 한 준비가 산더미처럼 생각납니다.

첨으로 가보는 산행이라 넘 마음이 들떠있었는지..
젤 중요한 보훈 병원이 어디인지를 잊어먹었습니다.

곧장 컴터를 켜서 지도를 세밀하게 그립니다.

리플 읽어보니 별다른 답변이 없기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며(왜?) 출발합니다.


한강에 도착해보니 2시 더군여.

마음은 급한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연휴라 그런지 정말 환장할 정도로 많습니다.

또 난생 처음 써보는 헬멧은 왜 그리 더운지... ;;;;

그래도 천호대교까지 꽤 신속하게 갔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차들 따라 진입한 뒤 지도를 봅니다.

급하게 그린 지도지만 꽤 세밀하더군여~
근데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겠습니다. --

새삼스레 제가 길치란 것을 깨닫고
이곳저곳을 헤맸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드뎌 길을 찾고 핸폰을 보니 벌써 2시 40분 이더군여.

첨 끼는 번개에 폐 끼쳐서 욕 먹을까봐
눈물을 머금고 뭉치 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 "저기 거기 와일드 바이크 번개 ~~"
(뭐라고 횡설수설 했는데, 잘 알아들으셨습니다)
(그 훌륭하신 독해 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뭉치 님 : "네, 맞습니다. 근데 번개는 어제 토요일이었는데여?"

나 : "아! 네. 죄송합니다."

곧장 끊었습니다.
(놀라서 그랬습니다. 뭉치 님 죄송합니다.)

어마어마한 황당함과 당함감이 밀어닥칩니다.

핸폰으로 날짜를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5월 4일이더군여.
어떻게 날짜 맞춰볼 생각을 전혀 안 했는지..
(리플 없던 이유가 동시에 생각났습니다.)6

한 5분 동안 물 마시고 헬멧 벗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나이가 카를 뽀밨는데 무라도 베야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다시 병원을 향합니다.
(집에 그냥 가면 엄마한테 맞을게 확실했습니다.
어제부터 야단법석을 떨더니 끝내 쇼를 한다고...)

동네 들어가서 정말 오만곳을 헤맸습니다.

초등학교도 가보고,
(NEIS 반대 한다구 머 붙어있데여..)

고등학교도 가보고,
(울 학교가 더 크더군여!!!)

보훈 병원 안에서 젤 많이 헤맸습니다.
(뒤에 산은 보이는데 어떻게 가는지...)

결국 2~30분 헤매다 동네 사람들한테 물었습니다.

2~3분도 안되어서 육교 도착했습니다.
(진작에 물을껄... -_-)


최초로 산 입구를 잔차를 탄 상태로 바라보니 막막합니다.

결국 핸폰을 끄내들고 다시 전화를 겁니다.

이번엔 미리 리허설을 해보고 걸었습니다. ^^*

나 : "저기, 아까 전화 걸었던 학생입니다."

뭉치님 : "~~"
(기억 안 남. 전 제 할말만 했습니다"

나 : "일자산을 처음 와보는데, 길을 어떻게 가야 하져?"
(일자산이 첨이 아니라 모든 산이 다 첨이져...)

뭉치님 : "~~~"
나 : "네, 고맙습니다."

왜 걸었는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냥 큰길로만 가면 되겠지?

그리고 당당하게 산 길로 들어갔습니다!

아! 처음부터 계단입니다.

당당하게 내릴려다,
안장이 높아 다리가 걸렸습니다.

비틀~ 비틀..

곧장 뒤를 돌아보니
다행히... 사람이 꽤 있습니다. ;;;;

들고 뛰었습니다.

원래 산에서 끌고 다니는게 많을까,
타고 다니는게 많을까, 고민하면서 뛰었습니다.

다행이 계단은 금방 끝나더군여.
다시 철티비를 자랑스럽게 탔습니다.

아~~~ 그리고 최초로 산길을 달려봤습니다~

정말 뿌듯하고 재미있데여~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실제로 50m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길도 그다지 험한 곳도 아니었지만,
최초로 산길을 탄다는 느낌과
주변의 초목들이 샥샥~ 지나가는 그 속도감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산행 최초의 오르막길을 만났습니다.
(디카가 있었다면 아마 수십장의 사진을 찍었을 것입니다. ^^)
(중국으로 훔쳐간 삼촌이 원망스럽데여)
경사는 그다지 안되었기에 금방 지나쳤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산을 즐겼습니다.
(가던 중 Giant 타신 분 한명 만났는데, 있으신가여?)
(철티비에 감동적인 얼굴로 산 타던 학생입니다.)

결국은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산우회에서 세운 운동기구 있던 곳인데, 정상 맞나여?)
(머, 아니더라도 우기겠습니다!)


한참 쉬고 있는데,

Giant 자전거에
XT 뒷드레일러, 변속기랑
Fox 의 여우 얼굴 그려진 유니폼이랑
검은색 고글 껴신분 올라오시더군여.
(제가 볼 수 있는 건 그림이랑 알파벳 밖에 없습니다. -_-)

그리고 그 분 쉬었다 내려가실 때 졸졸 따라갔습니다.

착실하게 기어 변속도 따르고 속도도 따르고 등등..
모든 것을 졸졸 따랐습니다.

그리고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그 분은 멈추셨고 저는 그 분을 지나친 다음에 조금 가다 멈췄습니다.
멈춘 이유는 당연했습니다.

분명히!!! 제가 올때는 갈림길이 없었습니다!!!
이건 완벽한 그 분의 책임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당당하게 가서 말했습니다.

나 : "저기여.... 실례지만 죄송한데여... 처음 와서 길을 잘 모르겠는데........."

그 분 : "어디서 올라오셨습니까?"

나 : "보훈병원 육교 쪽이여"

그 분 : "그럼 고수부지로 가실 겁니까?"

나 : "아~ 네."
(근데 고수부지가 뭐져?
한강 고수부지라고 얼핏 본적이 있는거 같아
그냥 떨결에 대답했었습니다.)

그 분 : (아주 친절하게 웃으시면서)" 그럼 저만 따라오세여. ^^"

그렇게 최초의 산행에서 최초의 동행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매우 감동적이며 운명적인 만남인거 같습니다.
(예쁜 여자 분이셨다면 완벽한 예술적 만남인데... 쩝.....)

완벽히 처음 보는 길(제가 올라온 길이 아니란 뜻)을 따라
조금 나가니 금방 차도가 나옵니다.
왼쪽 저 편에 육교가 보입니다 !

그 분 : "여기서부터는 아시나여?"

나 : (오른쪽 한번 왼쪽 한번 보고 얼굴 가다듬고..) "모르겠는데여..?"

그 분 : "그럼 계속 따라오세여 ^^"

사실 위의 대화 두 번 외에는
이때까지 계속 말 한마디 없는 좀 조용한 라이딩이었습니다.

그렇게 차도를 가던 중, 잠깐 멈추셨습니다. 그리고 넘어지십니다.

제가 최초로 본 뽕페달이며 최초로 본 넘어진 장면입니다.
(참 최초란 말이 많이 쓰이네여?)

그 분 : "하하~~ 원래 가끔 넘어집니다"

나 : "아~ 네."

그리고 쪽팔리시던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도망가십니다.

무섭게 빠르데여...

저 또한 뒤질세라 기어를 곧장 올렸습니다 !
(철티비라 잘 안 올라갑니다.. 체인 빠질까 밑에 보면서 세심히 올렸습니다...)

그리고 추적을 위해 앞을 바라봤습니다.

점 하나가 먼 곳에 보입니다.

죽어라 한~참 밟았습니다...

다행이 신호등에 걸리셨더군여.

나 : "헥.. 헥.... 좀.. 헥.. 빠르.. 헥.. 시네여? 헥헥헥...."

그 분 : "네?"

나 : (숨을 곧장 가다듬고!) "날이 덥군여!"

뒤를 바라보고 최대한 신속히 숨을 가라 앉혔습니다.

그 뒤로 신호등 걸릴 때마다 여러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엠티비 탄지 몇 년 됐다는 이야기랑
차가 무거울 거 같다는 이야기랑
(하하~ 가벼운걸 타봐야지 무거운지를 알져.. ㅜㅜ)
이런저런 산 이야기랑
(많은 산을 추천해 주셨지만 다 기억 안 납니다)
이렇게 저렇게 타다보면 학생이라고
싼 값에 부품 주시는 분도 계시다는 이야기(!)랑
(찾습니다)


그렇게 한참 오다가 한강에서 헤어졌습니다.
(감사하단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이 글 읽으시면 쪽지라도 부탁.)

집으로 오던 길에 코엑스에 들려 메밀 국수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6시쯤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무리하지는 않았는지 하루 자고 나서도
알이 배기지 않았습니다.

두발 자전거 탄지 3년만에 와본 산.

정말 그 깊은 감동과 중독성이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어린이날 아침부터 Let's Race 뒤졌습니다.)

그리고 학교 숙제 두 개랑 같이 쓰다보니
좀 어지러운 글이 되버렸는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런 난필을 끝까지 읽으시는 그 인내도 존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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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야..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아직 산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부끄럽네요...
  • sun0331글쓴이
    2003.5.5 23:14 댓글추천 0비추천 0
    석가탄신일에 같이 가여~ 정말 재밌습니다.
  • 우와~ 처음 산행을 그렇게 깔끔하게 마무리 하셨다니...^^;
    나중에 잔차 가벼운거 타시믄 널러댕기는거 아닐지 모르겠군요^^
    저도 일자산 자주 가는데 언제 한번 뵈요^^
  • 2003.5.5 23:55 댓글추천 0비추천 0
    당연히!!!
    끌고간 구간은 대부분 생략되었습니다. ^^
  • 2003.5.5 23:57 댓글추천 0비추천 0
    괜히 고생한 얘기 써따 다음 번개에 못 낄까 우려되어. ^^;;;;
  • 음캬캬..역시 숨겨진 뒷얘기가 있었겠군요^^;
    저는 배명고 3학년입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것 같은데
    저도 몸데 살이 많이 붙어서 되게 못타거든요
    언제 함 만나용^^
  • Giant 자전거에 XT 뒷드레일러, 변속기랑Fox 의 여우 얼굴 그려진 유니폼이 바로 접니다. 그 자전거는 NRS팀차구요. 반가웠어요. 담에 같이 꼭 가요. ^^ 연락줘용~ poohmac@motionfactory.co.kr
    산입문 축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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