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의 제주도 대장정을 마치고...>
이번의 남벌(?)은 관광차원 보다는 극기훈련의 일환으로 고생할 각오를 하고 시작했습니다.총 5박6일이었지만 왕래 당일과 사적인 용무(비밀입니다)를 본 날은 제외시킨 2박3일간의 빠듯한 일정으로 제주도를 정벌했습니다.
1박2일 동안은 하이킹으로 제주도를 일주했고 남은 하루는 한라산을 등정(등산 2시간30분소요,하산 3시간30분소요-총6시간소요)했습니다.
(*주의 : 심신이 허약한 자와 노약자는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나중에 피봅니다.^^)
그리고 제주도 정벌 후 벌어진 사소한 트러블,미담과 더불어 3번의 죽을뻔했던 고비를 넘긴 예기까지 조미료 형식으로 글 중간중간과 마지막 부분에 첨가했습니다.
*참고로 저와 동행한 애마는 하이텍 DX라는 폴딩(접이식) 자전거 입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한강에서 저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시면 저도 기꺼이 화답해 드리겠습니다.(인사 안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십시오.)
이번 제주하이킹을 통해 허접한 부품구성에도 불구하고 아주 출중한(?) 성능을 보여준 저의 애마(접돌이)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하이킹 첫날
하이킹 첫날은 새벽 04:30분 출발 하여 용두암을 지나 해안도로를 타고 성산까지 16시간동안 라이딩을 했습니다.
물론 라이딩 시간만 16시간 걸린 것은 아니고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식사하는 시간
그리고 가능한 빠르게 이곳 저곳을 둘러본 것 까지 포함된 시간입니다.
아침 새벽에 바람이 불어 약간의 한기가 느껴져 방풍의를 입고 달렸는데 10분이 지나자 땀이 나서 방풍의를 벗고 달렸습니다.
나와 자전거가 일체가 되어 달빛을 받아 빛나는 검은 바다와 기기묘묘한 용암들을 보면서 이방인의 등장이 못마땅해 방해하기라도 하듯이 쉴새 없이 때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적한 도로를 달렸는데 이때의 기분은 뭐랄까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요.새벽의 라이딩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새벽의 감동을 뒤로하고 대정(모슬포)까지 계속 달렸습니다.대정까지의 구간은 탄탄대로라서 무난하게 라이딩을 했습니다.
12번 국도보다는 주로 해안도로를 달렸는데 아침의 바다색은 새벽의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을 주었습니다.
푸른빛을 띤 바다를 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아침에 마시는 한잔의 시원한 삼다수처럼 정말 상쾌했습니다.
대정에 08시 30분 경에 도착 했는데 09시가 가까워 오면서 더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이 시간 이후로는 더위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대정의 모 교회에서 용변을 보고 놀이터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아침은 새벽 04시경 저녁에 먹다 남은 치킨과 김밥을 먹음) 옆에서 개가 껄떡거리면서 애처로운 눈길로 이쪽을 주시하길래 먹고 있던 xx키스틱과 xxx연양갱을 조금 뜯어서 던져 줬더니 게걸스럽게 잘 먹더군요.(개인적으로 연양갱은 씨알오더블유엔 제품보다는 하이타이 제품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를 나와 12번 국도가 아닌 해안도로로 들어갔습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부분에서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 언덕을 넘어 가는데 말들이 여러 마리가 보이더군요.그래서 이왕 온김에 말 한번 만져보고자 자전거를 세워두고 말을 만지러 갔습니다.
처음 만난 말은 어디가 아픈지 앉아 있더군요.그래서 조심스럽게 콧등을 쓰다듬어 줬는데 나의 호의에 감동(?)을 먹었는지 그 자리에서 풀썩 하고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병들고 늙은 말을 보는 순간 인간의 노년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교차되어 뇌리를 스치더군요.
마음속으로 늙고 병들기 전에 보람된 일을 많이 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발길을 돌려 이번엔 그 말들 중 건장하고 미끈하게 잘 빠진 갈색의 말을 만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뒷걸음질 치면서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나를 공격하지나 않을까 하고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순간 볼만한(?)걸 보고야 말았습니다.
꼬리가 꿈틀하더니 그 틈 사이에서 굵고 검은 덩어리들이 폭포수처럼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티비에서 본 것 외에 처음으로 말이 응가 하는걸 직접 본 순간이었는데 잠시나마 소풍온 아이처럼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말들과의 조우를 끝내고 마라도 선착장을 지나 송악산을 뒤로하고 산방산을 향해 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산방산 오르막길과 서귀포에 도달할 즈음에 만나는 오르막길이 제주일주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산방산을 지나는 오르막길을 오를 때 이미 5시간 가량을 좀 빠른 속도로 달린 터라 약간 힘이 들었습니다.그리고 거기에다 날씨까지 더워지기 시작해서 2중고를 겪으며 올랐습니다.힘든 와중에 우측에 보였던 형제섬은 저에게 약간의 힘을 실어주더군요.
안덕계곡옆 주차장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경남 마산과 양산에서 하이킹 온 세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주고받고 다시 라이딩을 했습니다.
이후부터 중문관광단지 까지는 그냥 달리기만 했는데 원래 예정은 중문단지를 염두에 두지않고 서귀포로 곧장 간 뒤 거기서 식사하고 휴식한 후 출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중문단지에 도착하고 보니 중문단지를 그냥 지나치게 되면 뭔가 빼먹은 것 같은 아쉬운 생각이 들것 같아서 중문단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허비해 버렸습니다.중문단지에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여러 군데 있어서 정말 중간에 복병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여기서 힘 다 빠짐-.-)
중문단지를 다 둘러보고 서귀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 되었습니다.예정대로라면 서귀포에 오전 10시 30분~오전 11시경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중문에서의 지체로 인해 눈은 즐거웠지만 육신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막판 라이딩을 해야만 했습니다.
서귀포에 도착해서 월드컵 경기장을 본 후 계속 달려 남원 부근에서 흑돼지구이 1인분(8,000원)과 돌솥비빔밥(5,000)을 먹었습니다.
1인분만은 안판다는 것을 우기고 졸라서 1인분을 먹었습니다.^^ (솔직히 돌솥밥에 2인분 먹으면 배부름) 식사 후 약간 오래 휴식을 취한 뒤 계속 달렸습니다.
중문에서의 오버 페이스로 체력이 소진되어 속도가 많이 처진 상태에서 그리고 맞바람까지 맞으며 힘들게 목적지까지 라이딩을 했습니다.(중간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라이딩 중간에 볼일(?)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혼자서 하이킹 중이더군요.그래서 반가운 목소리로 크게 “하이”라고 했더니 그 여학생이 멋적은 듯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달리는 도중 길가의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 그 여학생을 다시 만났는데 처음 보다는 반가운 얼굴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더군요.저 역시 한 손을 들고 “하이”라고 외친 후 그 여학생을 앞질러 성산을 향해 달렸습니다.(지나면서 연장자의 마음으로 혼자 여행하는 그 여학생의 무사한 완주를 기원했습니다.)
성산에 도착하기 전 일몰 때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보는 바다의 풍경은 새벽이나 아침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연출했습니다.간만에 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붉은색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심신에 싸인 피로를 다소나마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성산에 가까워질 즈음 해안도로에서 갓 말린 오징어 큰 것 두마리(6,000)를 사고 해삼,멍게,소라 1인분(10,000)을 사먹었습니다.2만원 받으려는 것을 1만원에 안주면 그냥 가겠다고 반 협박(?)으로 사먹고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성산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성산에 도착하니 비수기라서 그런지 이곳 저곳에서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한 여관(20,000)을 잡아서 샤워와 세탁을 끝내고 하루종일 달린 후유증으로 무릎 부분에 약간의 통증이 있어서 약국에 파스를 사러 갔다가 문이 닫혀서 사지 못하고 여관 앞에 있는 식당에서 매운탕(7,000)을 먹었는데 혹시나 해서 식당 주인에게 “붙이는 파스가 없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사용중인 1장 남은 파스를 그냥 주길래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서 여관으로 돌아온 후 파스를 2장으로 나누어 양 무릎에 붙이고 일출을 볼 목적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해물탕집 주인 아저씨 감사합니다.덕분에 다음날 무릎 통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2>하이킹 둘째날
둘째날 새벽 04시에 기상했습니다.
일출봉에 오르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거금(2,200)을 들여서 일출봉에 올랐습니다.일출봉에 오르는 중간에 어떤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서 “잘 안 나와도 날 원망하지 마라”고 말한 뒤 찍어줬습니다.(잘 나왔겠죠 뭐^^;)
계속하여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바람이 점차 거칠어 졌습니다. 거친 바람을 맞으며 일출봉 정상에 올라보니 같은 목적을 가지고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강한 바람과 추위에 떨면서도 이제나 저제나 떠오를 해만 기다리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떠올라야 할 해는 안보이고 여기저기서 초조한 사람들의 한숨 소리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결국 안개 때문에 일출을 보지 못했고 추위속에서 2시간 여의 기다림도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하이킹 일정을 계획할 때 일출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제주 일주를 1박2일로 잡았는데 일출 장면을 못 봐서 아쉬움이 크게 남네요.일출을 볼 목적이 아니었다면 하루 만에 제주를 일주했을 겁니다.내년엔 하루 만에 일주할 계획입니다.
일출을 못 본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출봉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여관으로 돌아오던 중 한 식당에 들려서 된장찌개(4,000)를 먹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자리돔 2마리를 구워 주셨습니다.
자리 물회는 먹어봤지만 구이는 처음 먹어보는지라 맛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맛이 아주 죽음이었습니다.
내년에 가면 자리돔 구이는 필히 먹어 볼 계획입니다.참고로 자리돔은 대정이나 성산쪽에서 잡힌다는군요.
여관에 돌아온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09시 30분에 출발 했습니다.
전날 중문에서 시간을 허비한 관계로 섭지코지를 못보고 온 것이 아쉬워서 성산에서 3킬로 정도 거리인 섭지코지를 보러 갔습니다.섭지코지에 도착하니 수학여행 온 차량들로 주차장이 매워졌고 섭지코지로 향하는 학생들의 긴 행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틈을 뚫고 나의 애마인 접돌이를 타고 비포장 언덕을 가뿐히 올라갔습니다.
산악 전용 자전거가 아닌 것이 참 기특하게도 제 성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정말 흐뭇했습니다.
언덕을 계속해서 올라가니 드라마 올인에서 봤던 등대와 성당이 보였습니다.개인적으로 그런 것 보다는 주변 경관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오물 때문에 자연경관이 훼손된 것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습니다.참고로 드라마에서 사용되었던 성당은 5월중에 철거가 된다는군요.
섭지코지 주변을 둘러보면 잔디로 넓게 펼쳐진 언덕이 있는데 거기를 돌아 다니는 동안 마치 나 자신이 잠시나마 뮤지컬 영화 Sound Of Music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듯한 착각에 빠졌었습니다.(잔디에 들어가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섭지코지는 정말 괜찮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섭지코지를 둘러본 후 통행로를 따라 내려가서 우도로 가기 위해 성산항으로 향했습니다.성산항에 도착하여 매표소에 들렸는데 여기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우도에 자전거를 싣고 가야 하는데 일반자전거는 화물 운송료 500원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접이식 자전거까지 운송료를 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이가 없었을 뿐더러 불쾌하더군요.
그래서 매표관계자에게 “접이식은 접고 나면 자전거가 아니고 기차와 페리를 이용하여 제주에 올 때도 운송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그런데 여기서 운송요금을 받으면 어떻게 되냐”고 따졌더니 인포데스크에 있던 아줌마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여기 법대로 요금을 받아야 겠다고 4가지 없이 대답하는 거였습니다.그리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궁시렁 거리는 바람에 몇 마디 더 쏘아주고 남자 관리인도 돈을 받아야 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우도는 냉정히 포기했습니다.
우도로 가는 요금은 2,000원이고 자전거 운송료는 500원에 불과 했지만 일반자전거가 아닌 접이식 자전거에 대한 정확한 요금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네들 이익만 내세워 관광객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그런 4가지 없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는 제주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인포데스크에 있던 아줌마가 친절하게 자전거 요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어도 속으론 못마땅하지만 못이기는 척 요금을 내고 배를 탔을 겁니다.
관광 제주,아름다운 제주를 표어로 내건 제주도의 홍보도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불쾌한 마음을 품은 채 성산을 출발하여 해안도로를 달리며 불쾌감을 삭히는 동안 그 불쾌감을 한방에 날려버릴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빨간 투스카니 승용차를 타고 가던 젊은 남녀 중 여자분이 성산항에서의 일로 씩씩거리며 가는 나에게 경적을 울려 세우게 한 뒤 조그만 밀감 5개를 내밀면서 “이거 드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했더니 그 여자분이 “멋지십니다”라고 말하고 떠나는 것이었습니다.그 순간 조금 전에 있었던 불쾌했던 일과 2틀에 걸쳐 쌓인 피로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여자분 덕분에 제주시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했습니다.
성산에서 제주시 사이의 구간은 오르막과 평지가 반복되는 심심한 구간이어서 가는 도중에 간간이 따분한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해안도로로 인해 어느 정도는 따분함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세화해수욕장을 지나는 동안 배가 고파서 12번 국도와 만나는 부근에 있는 빵집에 들러 빵(2,000)을 사먹고 빵집 아저씨와 담소를 나눈 후 계산하려는데 500원을 D/C해서 1,500원만 받겠다는 것을 미안한 마음에 2,000원을 다 지불했습니다.500원에 불과한 작은 인정이었지만 삭막한 세상에도 아직 인간의 훈훈한 정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세상을 사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그 빵집 아저씨께 이 글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빵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뒤 세화를 출발하여 목적지인 제주를 향해 달렸습니다.
달리는 도중 역시 어제에 이어 하이킹 하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이었지만 제주시가 가까워 질수록 하이킹을 마감해야 하는 아쉬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성취감이 들기 시작하더군요.전날 170여 킬로(해안도로와 그 외의 도로 포함) 가까이 달리고 난 후라 체력도 많이 소진 된 상태였고 약간의 무릎통증과 근육통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결승점을 앞에 둔 선수의 심정과 마찬가지로 없던 힘이 솟아나서 라이딩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이럭저럭 심심한 구간을 지나 오후 3시 30분경 드디어 제주시에 도착하여 하이킹의 하이라이트인 제주항으로 가는 임항로의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 내려갔습니다.(*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라 다운힐시 주의 바람)
막상 목적지에 도달하고 보니 어떤 성취감 보다는 그냥 담담하더군요.오히려 목적지를 앞두고 있을 때의 그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1박 2일간의 제주도 일주 하이킹을 모두 마치고 다음날 한라산 성판악으로 가기 위해 제주 시청 부근에 여관을 잡고 그날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었습니다.
<3>하이킹 셋째날
셋째날도 역시 새벽 04시에 일어났습니다.
한라산 등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제주시청 앞에서 한라산에서 먹을 김밥(1,500x2)을 사고 성판악행 버스(06시 출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한라산 등정이 처음이라 버스편에 대한 궁금한 점이 많았었는데 그냥 06시에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가도 될 것을 경솔하게 어떤 영감님에게 확인차 다시 한번 물어본 것이 버스비(650)는 버스비대로 날리고 시간(40분가량 허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두 번 일을 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그 영감님 왈 ”여기(제주시청 맞은편)서 타지말고 시외 버스터미널에 가서 타면 1시간 30분 정도에 한라산 등정을 마칠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원래는 보통사람의 속도로 왕복 10시간이 걸립니다.)”왕복 10시간인데 안개 끼면 등반이 어렵다”고 하면서 말이죠.짐작하기론 그 영감님은 옛날에 한라산을 등정한 듯 싶습니다.
약간은 미심쩍었지만 그 영감님 말에 솔깃해서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서둘러 피 같은 돈(650)을 내고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물어보니 한라산 등정을 1시간 30분만에 마칠 수 있는 코스도 없을 뿐더러 버스도 없다는군요.잠시나마 나의 경솔함에 대해 자책한 후 06시 30분에 성판악행 버스(1,600)를 타고 성판악에 내려 입장료(1,300)를 내고 등반을 시작했습니다.(성판악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10킬로)
경솔한 실수로 40분을 허비한 터라 마음이 급해져서 한라산을 빨리 등정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올라갔는데 예상보다 빠른 2시간 30분만에 한라산 정상까지 도달했습니다.
(*주의 : 심신이 허약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나중에 피봅니다.^^)
중간중간 나 보다 빨리 출발 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씩 멀찍이 따돌리고 올라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대견한 생각이 들더군요.다른 사람들을 추월했다는 우월감이 아닌 그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해진 나를 확인한데서 오는 만족감 말이죠.
등반하는 중간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급경사로 된 오르막길을 3번 정도 만났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강해진 하체와 폐활량 덕분에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자전거 타기 전이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한라산에 대해 장점은 다 아는 거니까 제외하고 단점만 말한다면 파리 떼가 한라산 정상까지 득실거리고 군데군데 관광객이 버리고 간 오물들도 보이고 화장실도 좀 지저분했습니다.그리고 실제로 본 백록담의 모습도 지저분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관계 당국에서 관광객에 대한 주의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관광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주도의 노력도 상당히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라산 정상에서 약30분 가량 휴식을 취하고 오전 10시에 하산을 시작했습니다.한라산 정상에서 만난 같은 서울에 사는 중년 부부와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며 즐겁고 편안하게 하산을 했습니다.
그 중년 부부와 헤어진 후 신월동에 사는 노 부부와 잠깐의 대화를 나눈 후 밀려오는 수학여행중인 학생들의 틈을 통과하여 빠른 속도로 하산하는 도중 부실한 신발의 한계에 부딪혀 그만 발목을 삐고 말았습니다.-.- 짐이 많은 관계로 등산화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신고 있던 신발은 망사로 된 얇은 스포츠화거든요.-.-;)
이때부터 하산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욱신거리는 발목과 함께 갑자기 괜찮던 무릎에까지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그래서 중간에 있는 약수터(성판악 코스에서 유일한 약수터)에서 삼다수 1.5리터를 담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 중 등정을 포기하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3명의 소녀와 먹거리를 주고받으면서 잠시 쉬다가 하산을 했습니다.
제주시행 시외버스(35분 소요)를 타고 숙소인 여관으로 향하는데 운전기사의 곡예 운전으로 엄청난 스릴을 맛보며 갔습니다.그 운전기사가 겁나게 몰더군요.거의 스턴트맨 수준이었습니다.영화에나 나올법한 코너링을 하면서 말이죠.그 운전사 덕분에 잠시나마 즐거웠지만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운전기사 여러분들 안전운전 합시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숙소인 여관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전국일주를 하고 있는 인천에 사는 장한 대한의 아들과 상견례를 하게 되었습니다.그 친구 말로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완도를 거쳐 지금 현재는 제주에 머물고 있는데 1주일 후 다시 부산을 거쳐 인천으로 갈 예정이라고 헀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여비가 바닥이 나서 1주일정도 아르바이트 해서 여비를 마련한 후 다시 전국일주를 재개한다고 하더군요.
내심 정말 부러웠습니다.10년전 이었더라면 나도 한번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해봤을텐데…지금은 여건상 1주일 범위 내에서 하이킹 정도밖에 못하는 처지니 그 친구를 보면서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이날은 발목과 다리의 통증으로 인해서 밖으로 못 돌아 다니고 파스를 붙인 채 여관에 틀어박혀 지냈습니다.날도 화창하고 좋은데… 한숨만 푹푹 나오더군요.(흐미 아까운 내시간… 돌리도~~~)
<4>4가지색 해프닝
마지막 날에는 전날의 통증도 어느 정도 사라졌고 또 오후 5시 30분으로 예약되어 있는 목포행 고속페리의 출항 시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음으로 해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하이킹 첫날 새벽에 달렸던 용두암에서 이호해수욕장 사이의 해안도로를 다시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때까지 이것이 앞으로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해프닝의 시작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침 08시경 숙소인 여관에서 주인인 노부부와 작별 인사를 하고 막 출근하려던 전국일주중인 청년과도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아침밥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서 돌아다니다 겨우 한 식당을 찾아 된장찌개(4,000)를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기 위해 10,000원짜리 지폐를 주니까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여 화폐를 교환할 목적으로 식당에서 한 블록 아래에 있는 어느 조그만 구멍가게로 갔습니다.
1.첫번째 해프닝.
첫번째 해프닝은 바로 이 구멍가게에서 벌어졌습니다.
200ml 짜리 xx우유를 마시는 순간 우유가 상당히 쓴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순간적으로 뱉어내고 제조일자를 살펴봤더니 하루 전 제품이었습니다.하루 전날 제품인 우유일지라도 마시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던 터라 우유가 변질 된 것이 아니라 뭔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주인 할머니에게 다른 걸로 바꾸겠다고 얘기하고 아무래도 우유를 마실려니까 기분이 찜찜하여 매실음료로 대신하고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길래 그냥 그 가게를 나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중독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쓴 맛이 난 걸로 미루어 짐작해 봐서 독극물이라기 보다는 농약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우유를 다 마셨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심할 경우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다는…
아무튼 찰나적으로 빠른 조치가 저의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합니다.글로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으나 그 순간에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할까 어쩔까? 그리고 제조회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까 어쩔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었는데 신체에 위험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없었던 일로 하긴 했지만 이상한 우유를 약간 섭취(?)한 후유증으로 그날 하루종일 방귀소리만 요란했다는 전설이…
2. 두번째 해프닝.
두번째 해프닝은 용두암에서 이호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안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도두동과 이호동 사이의 자전거용 도로가 아닌 그냥 주택과 접한 좁은 인도였는데 한참 내리막길을 질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마 담벽 사이에서 오토바이가 튀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었습니다.
그곳은 도로도 아닐 뿐더러 사람 한명이 들락거릴 수 있는 그런 틈의 통로 였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튀어 나오길래 피하면서 브레이크를 잡는다는 것이 앞으로 달려가던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엄청난 차체의 흔들림과 함께 앞으로 주~우~욱 미끄러지면서 가까스로 두 갈래 길의 건널목 앞에 멈춰 섰습니다.
정신이 얼떨떨하여 뒤를 쳐다보니 그 오토바이는 이미 사라졌고 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멍하니 그 곳에 정차해 있었습니다.만약 내가 달려가던 속력으로 그 오토바이의 옆을 들이 받았다면? 반대로 그 오토바이가 나를 받았다면?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 심할 경우 도로에서 달려 오던 차와 부딪히기라도 했다면? 정말 생각만해도 너무나 끔찍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길로 이호해수욕장을 지나 외도동까지 가서 돌아오려던 계획을 중지하고 곧 바로 페리를 타기 위해 대기하려고 제주항 6부두로 향했습니다.
3.세번째 해프닝
이번엔 3번째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있기 전에 제6부두에서 발생한 해프닝인데 재수 더럽게 없었다가 전화위복한 한마디로 병 받고 약 받은 그런 경우입니다.(해프닝인 동시에 미담이었습니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후 찜찜한 마음과 함께 지친 몸을 이끌고 제주항 제6부두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했던 표를 구매하고 매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며 출항시간 전까지 무료하지 않게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는 중 승선권을 확인하기 위해 지갑이며 배낭이며 그리고 주변 등을 샅샅이 찾아보는데 승선권이 없는걸 확인한 순간 “아차 승선권을 분실했구나”하는 때늦은 생각을 하는 동시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미 두 번의 사건을 겪고 난 후라서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상태였고 승선권 마저 분실했다는 생각이 들자 승선권을 주워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희희낙낙 하고 있을 그 인간에 대한 증오심과 분함이 나 자신의 이성을 잠시나마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언짢은 상태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표소로 가서 분실한 승선권의 습득 여부를 문의해본 결과 승선권을 보지도 못했고 또 분실한 승선권에 대해서는 구매자의 과실로 인정이 되어 승선권을 재구매해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순간 허탈한 심정과 분노의 감정이 뒤엉켜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매표하는 여직원이 잠시 기다려 보라는 말을 해놓고 남자 직원과 이 건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그 이후 출항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승선권을 구입하기 위해 20,000원을 매표 창구 안으로 밀어 넣었는데 그 여직원이 10,000원과 거스름돈 8,500원을 되돌려 주며 부두 이용료(1,500)만 포함한 무임 승선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감동 먹었습니다.
Oh God !!! God Bless Me !!!
(승선권은 다시 끊으면 되는 거지만 2박3일간의 좋은 경험들이 하룻동안의 불쾌한 여러 사건들과 겹쳐져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그러한 상황에서 보여준 직원들의 호의에 대해서 이 글을 빌어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로 매표 담당 여직원은 김xx양이었고 미인이며 참해 보였습니다.(남자분들은 껄떡대지 마시길^^) 그리고 관리하는 남자분의 성함은 명찰이 없는 관계로 알지 못했지만 다음에 제주를 방문할 땐 두 분에게 커피라도 대접해 드릴 생각입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페리에 승선하여 밤 10시좀 넘은 시간에 목포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그런데 목포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해서 해프닝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했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4. 네번째 해프닝
네번째 해프닝은 앞선 두 번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는데 조금만 늦었더라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참사를 불러 전국이 떠들썩 할뻔했던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23일 금요일의 악몽을 겪고 나서 그 악몽의 진원지였던 제주도를 벗어나게 되어 한편으론 홀가분하기도 했고 이제는 그런 사건으로 인해서 가슴 졸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표를 구매하기 위해 목포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좀더 일찍 출발하려고 하니 밤 12:01분 목포발 서울행 무궁화호 막차인 764호 열차 한대만 남았다는 것과 나의 애마 접돌이를 편안하게 쉬게 할 공간과 가까이 붙어있는 좌석을 구하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보통 보면 가장 늦은 번호(예를 들어 69,70,71,72)가 제일 뒤쪽 편에 배치되기 때문에 매표 직원에게 위에 예를 든 4개의 숫자에 해당 되는 좌석을 달라고 요청하자 764호차에 연결된 10여개의 차량중 나와 접돌이가 가까이 할 수 있는 좌석이 공교롭게도 5호차량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진짜 문제는 왜 하필 사고 열차의 사고 차량에 내가 타게 되었냐 하는 것 입니다.그 매표 여직원이 고의로 나를 사지로 몰아 넣은 것은 아니겠죠? ^^;)
그래서 5호차 71번으로 승차권을 구매하고 5호차에 오르려는 순간 헉! 이럴 수가… 배정 받은 71번이 제일 뒷좌석이 아닌 앞 좌석이었습니다.아무래도 앞 좌석은 불편할 것 같아서 승차 마감시간 5분전에 매표소로 돌아가서 좌석을 바꾸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다른 차량이면 몰라도 같은 차량에서 좌석변경이 어렵다고 하여 할 수 없이 뛰어서 열차로 되돌아와 제일 앞 쪽인 71번에서 뒤쪽인 2번으로 자리를 옮긴 후 접돌이를 1,2번 좌석 뒤에서 쉬게 하고 승객이 많이 없었던 관계로 5,6번 좌석을 돌려 양말을 벗고 좌석에 두 다리를 올린 채 깨었다 졸았다를 반복하며 선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앞 좌석에 있던 승객들의 웅성 거림에 깨어보니 나의 원래 좌석인 5호 차량 앞 쪽 부근에 하얀 연기가 약간 뿌옇게 보였고 “타는 냄새가 난다”,”불이 난 것 같다”는 승객들의 얘기를 듣고 먼저 내가 있던 좌석 옆의 문을 열어 놓고 배낭을 둘러맨 채 정황을 살피고 있는데 5호 차량과 4호 차량이 연결된 공간의 5호 차량 문쪽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화염이 치솟아 올라 내 오른손엔 애마 접돌이를 들고 왼손엔 벗어 놓은 양말을 집어든 채 열차가 다음 역에 멈추기를 기다렸습니다.
잠에서 깬 상태라서 정확한 기억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KBS뉴스에 나온 천안이 아닌 조치원 역에 정차 한 걸로 기억됩니다.사건은 조치원 역에 정차하기 전 발생하였고 승객들은 반신반의 하며 걱정하는 표정으로 탈출을 위해 열차가 역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습니다.
조치원 역에 정차하자 마자 저는 사람들과 하차해서 이구동성으로 크게 소리치며 역무원들을 불렀습니다.승객 중 일부는 가방이나 짐을 열차 내에 두고 나왔으므로 잠시 후 화재를 진압할 직원들이 사고 차량에 탑승하자 자신의 짐을 챙기러 5호 차량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보였습니다.저는 그 사이 왼손에 들고 있던 양말을 다시 신었습니다.^^
화재 진압이 끝난 후 열차 밖에서 대기중이던 승객들과 저는 안전하게 열차에 탑승했고 열차에 다시 탑승한 5호 차량 승객들과 그 밖의 승객들은 6호 또는 7호 차량 객실로 모두 이동하였으며 그 이후부터의 열차운행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번의 사고(의도적인 방화로 추정)는 화재의 조짐을 조기에 발견하여 역무원들에게 사고를 신속히 알린 5호 차량내의 승객들과 역시 이에 호응하여 신속한 출동으로 더 이상의 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한 역무원들 발빠른 조치 때문에 참사로 이어질뻔한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 했지만 앞으로 이런 류의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전 국민에게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 좋은 교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고 후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화재가 조기에 발견 되어 진압되지 않고 사람들이 졸고 있는 사이 유독 가스가 5호 차량 객실로 들어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럴 경우 좌석을 바꾸지 않고 사고가 난 바로 옆인 69,70,71,72번 중 하나인 앞 좌석에 앉아있었던 나 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한 폭발력이 강한 물건(사제폭탄,유사폭탄등)이 폭발하여 차량 한대가 완전히 전소되어 철로에서 열차가 이탈했다면?등등등
물론 이런 사건들이 발생해서는 안되겠지만 23일 금요일에 죽을 고비를 2번 넘긴 저로서는 연이은 이런 사고로 2틀 동안 정말 아찔한 순간을 보냈습니다.(공포와 스릴을 느끼고 싶을 때 이번 제주 대장정중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연상하면 앞으로 공포 영화를 안 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로써 파란만장(?)했던 5박6일간의 대장정 동안 벌어졌던 일화들을 두서없이 장황하게 늘어 놓았는데 저의 소감을 끝으로 지루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이번의 남벌을 마치고 얻은 소득이 있다면 1박2일 동안의 하이킹을 통하여 얻은 유쾌,상쾌와 당일코스의 한라산 등정으로 얻은 통쾌 그리고 2종목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성취감과 자신감,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 시켜준 괄목할만한 체력의 증가와 새삼스럽게 상기되는 거지만 4가지 없는 사람들도 많은 가운데 좋은 사람들로 인해서 세상은 보람 있게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무기력증을 느낄 때 그리고 체력 향상이 필요할 때 한번쯤 자전거를 타고 뭔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이 글을 읽는다고 머리가 뽀개지신 분들과 갑자기 시력이 나빠지신 분들 그리고 졸려서 업무에 지장을 많이 받으신 분들에게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폴딩맨-
이번의 남벌(?)은 관광차원 보다는 극기훈련의 일환으로 고생할 각오를 하고 시작했습니다.총 5박6일이었지만 왕래 당일과 사적인 용무(비밀입니다)를 본 날은 제외시킨 2박3일간의 빠듯한 일정으로 제주도를 정벌했습니다.
1박2일 동안은 하이킹으로 제주도를 일주했고 남은 하루는 한라산을 등정(등산 2시간30분소요,하산 3시간30분소요-총6시간소요)했습니다.
(*주의 : 심신이 허약한 자와 노약자는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나중에 피봅니다.^^)
그리고 제주도 정벌 후 벌어진 사소한 트러블,미담과 더불어 3번의 죽을뻔했던 고비를 넘긴 예기까지 조미료 형식으로 글 중간중간과 마지막 부분에 첨가했습니다.
*참고로 저와 동행한 애마는 하이텍 DX라는 폴딩(접이식) 자전거 입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한강에서 저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시면 저도 기꺼이 화답해 드리겠습니다.(인사 안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십시오.)
이번 제주하이킹을 통해 허접한 부품구성에도 불구하고 아주 출중한(?) 성능을 보여준 저의 애마(접돌이)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하이킹 첫날
하이킹 첫날은 새벽 04:30분 출발 하여 용두암을 지나 해안도로를 타고 성산까지 16시간동안 라이딩을 했습니다.
물론 라이딩 시간만 16시간 걸린 것은 아니고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식사하는 시간
그리고 가능한 빠르게 이곳 저곳을 둘러본 것 까지 포함된 시간입니다.
아침 새벽에 바람이 불어 약간의 한기가 느껴져 방풍의를 입고 달렸는데 10분이 지나자 땀이 나서 방풍의를 벗고 달렸습니다.
나와 자전거가 일체가 되어 달빛을 받아 빛나는 검은 바다와 기기묘묘한 용암들을 보면서 이방인의 등장이 못마땅해 방해하기라도 하듯이 쉴새 없이 때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적한 도로를 달렸는데 이때의 기분은 뭐랄까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요.새벽의 라이딩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새벽의 감동을 뒤로하고 대정(모슬포)까지 계속 달렸습니다.대정까지의 구간은 탄탄대로라서 무난하게 라이딩을 했습니다.
12번 국도보다는 주로 해안도로를 달렸는데 아침의 바다색은 새벽의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을 주었습니다.
푸른빛을 띤 바다를 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아침에 마시는 한잔의 시원한 삼다수처럼 정말 상쾌했습니다.
대정에 08시 30분 경에 도착 했는데 09시가 가까워 오면서 더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이 시간 이후로는 더위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대정의 모 교회에서 용변을 보고 놀이터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아침은 새벽 04시경 저녁에 먹다 남은 치킨과 김밥을 먹음) 옆에서 개가 껄떡거리면서 애처로운 눈길로 이쪽을 주시하길래 먹고 있던 xx키스틱과 xxx연양갱을 조금 뜯어서 던져 줬더니 게걸스럽게 잘 먹더군요.(개인적으로 연양갱은 씨알오더블유엔 제품보다는 하이타이 제품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를 나와 12번 국도가 아닌 해안도로로 들어갔습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부분에서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 언덕을 넘어 가는데 말들이 여러 마리가 보이더군요.그래서 이왕 온김에 말 한번 만져보고자 자전거를 세워두고 말을 만지러 갔습니다.
처음 만난 말은 어디가 아픈지 앉아 있더군요.그래서 조심스럽게 콧등을 쓰다듬어 줬는데 나의 호의에 감동(?)을 먹었는지 그 자리에서 풀썩 하고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병들고 늙은 말을 보는 순간 인간의 노년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교차되어 뇌리를 스치더군요.
마음속으로 늙고 병들기 전에 보람된 일을 많이 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발길을 돌려 이번엔 그 말들 중 건장하고 미끈하게 잘 빠진 갈색의 말을 만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뒷걸음질 치면서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나를 공격하지나 않을까 하고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순간 볼만한(?)걸 보고야 말았습니다.
꼬리가 꿈틀하더니 그 틈 사이에서 굵고 검은 덩어리들이 폭포수처럼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티비에서 본 것 외에 처음으로 말이 응가 하는걸 직접 본 순간이었는데 잠시나마 소풍온 아이처럼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말들과의 조우를 끝내고 마라도 선착장을 지나 송악산을 뒤로하고 산방산을 향해 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산방산 오르막길과 서귀포에 도달할 즈음에 만나는 오르막길이 제주일주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산방산을 지나는 오르막길을 오를 때 이미 5시간 가량을 좀 빠른 속도로 달린 터라 약간 힘이 들었습니다.그리고 거기에다 날씨까지 더워지기 시작해서 2중고를 겪으며 올랐습니다.힘든 와중에 우측에 보였던 형제섬은 저에게 약간의 힘을 실어주더군요.
안덕계곡옆 주차장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경남 마산과 양산에서 하이킹 온 세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주고받고 다시 라이딩을 했습니다.
이후부터 중문관광단지 까지는 그냥 달리기만 했는데 원래 예정은 중문단지를 염두에 두지않고 서귀포로 곧장 간 뒤 거기서 식사하고 휴식한 후 출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중문단지에 도착하고 보니 중문단지를 그냥 지나치게 되면 뭔가 빼먹은 것 같은 아쉬운 생각이 들것 같아서 중문단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허비해 버렸습니다.중문단지에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여러 군데 있어서 정말 중간에 복병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여기서 힘 다 빠짐-.-)
중문단지를 다 둘러보고 서귀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 되었습니다.예정대로라면 서귀포에 오전 10시 30분~오전 11시경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중문에서의 지체로 인해 눈은 즐거웠지만 육신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막판 라이딩을 해야만 했습니다.
서귀포에 도착해서 월드컵 경기장을 본 후 계속 달려 남원 부근에서 흑돼지구이 1인분(8,000원)과 돌솥비빔밥(5,000)을 먹었습니다.
1인분만은 안판다는 것을 우기고 졸라서 1인분을 먹었습니다.^^ (솔직히 돌솥밥에 2인분 먹으면 배부름) 식사 후 약간 오래 휴식을 취한 뒤 계속 달렸습니다.
중문에서의 오버 페이스로 체력이 소진되어 속도가 많이 처진 상태에서 그리고 맞바람까지 맞으며 힘들게 목적지까지 라이딩을 했습니다.(중간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라이딩 중간에 볼일(?)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혼자서 하이킹 중이더군요.그래서 반가운 목소리로 크게 “하이”라고 했더니 그 여학생이 멋적은 듯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달리는 도중 길가의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 그 여학생을 다시 만났는데 처음 보다는 반가운 얼굴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더군요.저 역시 한 손을 들고 “하이”라고 외친 후 그 여학생을 앞질러 성산을 향해 달렸습니다.(지나면서 연장자의 마음으로 혼자 여행하는 그 여학생의 무사한 완주를 기원했습니다.)
성산에 도착하기 전 일몰 때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보는 바다의 풍경은 새벽이나 아침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연출했습니다.간만에 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붉은색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심신에 싸인 피로를 다소나마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성산에 가까워질 즈음 해안도로에서 갓 말린 오징어 큰 것 두마리(6,000)를 사고 해삼,멍게,소라 1인분(10,000)을 사먹었습니다.2만원 받으려는 것을 1만원에 안주면 그냥 가겠다고 반 협박(?)으로 사먹고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성산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성산에 도착하니 비수기라서 그런지 이곳 저곳에서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한 여관(20,000)을 잡아서 샤워와 세탁을 끝내고 하루종일 달린 후유증으로 무릎 부분에 약간의 통증이 있어서 약국에 파스를 사러 갔다가 문이 닫혀서 사지 못하고 여관 앞에 있는 식당에서 매운탕(7,000)을 먹었는데 혹시나 해서 식당 주인에게 “붙이는 파스가 없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사용중인 1장 남은 파스를 그냥 주길래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서 여관으로 돌아온 후 파스를 2장으로 나누어 양 무릎에 붙이고 일출을 볼 목적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해물탕집 주인 아저씨 감사합니다.덕분에 다음날 무릎 통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2>하이킹 둘째날
둘째날 새벽 04시에 기상했습니다.
일출봉에 오르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거금(2,200)을 들여서 일출봉에 올랐습니다.일출봉에 오르는 중간에 어떤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서 “잘 안 나와도 날 원망하지 마라”고 말한 뒤 찍어줬습니다.(잘 나왔겠죠 뭐^^;)
계속하여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바람이 점차 거칠어 졌습니다. 거친 바람을 맞으며 일출봉 정상에 올라보니 같은 목적을 가지고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강한 바람과 추위에 떨면서도 이제나 저제나 떠오를 해만 기다리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떠올라야 할 해는 안보이고 여기저기서 초조한 사람들의 한숨 소리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결국 안개 때문에 일출을 보지 못했고 추위속에서 2시간 여의 기다림도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하이킹 일정을 계획할 때 일출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제주 일주를 1박2일로 잡았는데 일출 장면을 못 봐서 아쉬움이 크게 남네요.일출을 볼 목적이 아니었다면 하루 만에 제주를 일주했을 겁니다.내년엔 하루 만에 일주할 계획입니다.
일출을 못 본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출봉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여관으로 돌아오던 중 한 식당에 들려서 된장찌개(4,000)를 먹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자리돔 2마리를 구워 주셨습니다.
자리 물회는 먹어봤지만 구이는 처음 먹어보는지라 맛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맛이 아주 죽음이었습니다.
내년에 가면 자리돔 구이는 필히 먹어 볼 계획입니다.참고로 자리돔은 대정이나 성산쪽에서 잡힌다는군요.
여관에 돌아온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09시 30분에 출발 했습니다.
전날 중문에서 시간을 허비한 관계로 섭지코지를 못보고 온 것이 아쉬워서 성산에서 3킬로 정도 거리인 섭지코지를 보러 갔습니다.섭지코지에 도착하니 수학여행 온 차량들로 주차장이 매워졌고 섭지코지로 향하는 학생들의 긴 행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틈을 뚫고 나의 애마인 접돌이를 타고 비포장 언덕을 가뿐히 올라갔습니다.
산악 전용 자전거가 아닌 것이 참 기특하게도 제 성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정말 흐뭇했습니다.
언덕을 계속해서 올라가니 드라마 올인에서 봤던 등대와 성당이 보였습니다.개인적으로 그런 것 보다는 주변 경관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오물 때문에 자연경관이 훼손된 것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습니다.참고로 드라마에서 사용되었던 성당은 5월중에 철거가 된다는군요.
섭지코지 주변을 둘러보면 잔디로 넓게 펼쳐진 언덕이 있는데 거기를 돌아 다니는 동안 마치 나 자신이 잠시나마 뮤지컬 영화 Sound Of Music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듯한 착각에 빠졌었습니다.(잔디에 들어가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섭지코지는 정말 괜찮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섭지코지를 둘러본 후 통행로를 따라 내려가서 우도로 가기 위해 성산항으로 향했습니다.성산항에 도착하여 매표소에 들렸는데 여기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우도에 자전거를 싣고 가야 하는데 일반자전거는 화물 운송료 500원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접이식 자전거까지 운송료를 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이가 없었을 뿐더러 불쾌하더군요.
그래서 매표관계자에게 “접이식은 접고 나면 자전거가 아니고 기차와 페리를 이용하여 제주에 올 때도 운송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그런데 여기서 운송요금을 받으면 어떻게 되냐”고 따졌더니 인포데스크에 있던 아줌마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여기 법대로 요금을 받아야 겠다고 4가지 없이 대답하는 거였습니다.그리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궁시렁 거리는 바람에 몇 마디 더 쏘아주고 남자 관리인도 돈을 받아야 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우도는 냉정히 포기했습니다.
우도로 가는 요금은 2,000원이고 자전거 운송료는 500원에 불과 했지만 일반자전거가 아닌 접이식 자전거에 대한 정확한 요금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네들 이익만 내세워 관광객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그런 4가지 없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는 제주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인포데스크에 있던 아줌마가 친절하게 자전거 요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어도 속으론 못마땅하지만 못이기는 척 요금을 내고 배를 탔을 겁니다.
관광 제주,아름다운 제주를 표어로 내건 제주도의 홍보도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불쾌한 마음을 품은 채 성산을 출발하여 해안도로를 달리며 불쾌감을 삭히는 동안 그 불쾌감을 한방에 날려버릴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빨간 투스카니 승용차를 타고 가던 젊은 남녀 중 여자분이 성산항에서의 일로 씩씩거리며 가는 나에게 경적을 울려 세우게 한 뒤 조그만 밀감 5개를 내밀면서 “이거 드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했더니 그 여자분이 “멋지십니다”라고 말하고 떠나는 것이었습니다.그 순간 조금 전에 있었던 불쾌했던 일과 2틀에 걸쳐 쌓인 피로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여자분 덕분에 제주시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했습니다.
성산에서 제주시 사이의 구간은 오르막과 평지가 반복되는 심심한 구간이어서 가는 도중에 간간이 따분한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해안도로로 인해 어느 정도는 따분함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세화해수욕장을 지나는 동안 배가 고파서 12번 국도와 만나는 부근에 있는 빵집에 들러 빵(2,000)을 사먹고 빵집 아저씨와 담소를 나눈 후 계산하려는데 500원을 D/C해서 1,500원만 받겠다는 것을 미안한 마음에 2,000원을 다 지불했습니다.500원에 불과한 작은 인정이었지만 삭막한 세상에도 아직 인간의 훈훈한 정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세상을 사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그 빵집 아저씨께 이 글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빵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뒤 세화를 출발하여 목적지인 제주를 향해 달렸습니다.
달리는 도중 역시 어제에 이어 하이킹 하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이었지만 제주시가 가까워 질수록 하이킹을 마감해야 하는 아쉬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성취감이 들기 시작하더군요.전날 170여 킬로(해안도로와 그 외의 도로 포함) 가까이 달리고 난 후라 체력도 많이 소진 된 상태였고 약간의 무릎통증과 근육통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결승점을 앞에 둔 선수의 심정과 마찬가지로 없던 힘이 솟아나서 라이딩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이럭저럭 심심한 구간을 지나 오후 3시 30분경 드디어 제주시에 도착하여 하이킹의 하이라이트인 제주항으로 가는 임항로의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 내려갔습니다.(*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라 다운힐시 주의 바람)
막상 목적지에 도달하고 보니 어떤 성취감 보다는 그냥 담담하더군요.오히려 목적지를 앞두고 있을 때의 그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1박 2일간의 제주도 일주 하이킹을 모두 마치고 다음날 한라산 성판악으로 가기 위해 제주 시청 부근에 여관을 잡고 그날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었습니다.
<3>하이킹 셋째날
셋째날도 역시 새벽 04시에 일어났습니다.
한라산 등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제주시청 앞에서 한라산에서 먹을 김밥(1,500x2)을 사고 성판악행 버스(06시 출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한라산 등정이 처음이라 버스편에 대한 궁금한 점이 많았었는데 그냥 06시에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가도 될 것을 경솔하게 어떤 영감님에게 확인차 다시 한번 물어본 것이 버스비(650)는 버스비대로 날리고 시간(40분가량 허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두 번 일을 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그 영감님 왈 ”여기(제주시청 맞은편)서 타지말고 시외 버스터미널에 가서 타면 1시간 30분 정도에 한라산 등정을 마칠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원래는 보통사람의 속도로 왕복 10시간이 걸립니다.)”왕복 10시간인데 안개 끼면 등반이 어렵다”고 하면서 말이죠.짐작하기론 그 영감님은 옛날에 한라산을 등정한 듯 싶습니다.
약간은 미심쩍었지만 그 영감님 말에 솔깃해서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서둘러 피 같은 돈(650)을 내고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물어보니 한라산 등정을 1시간 30분만에 마칠 수 있는 코스도 없을 뿐더러 버스도 없다는군요.잠시나마 나의 경솔함에 대해 자책한 후 06시 30분에 성판악행 버스(1,600)를 타고 성판악에 내려 입장료(1,300)를 내고 등반을 시작했습니다.(성판악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10킬로)
경솔한 실수로 40분을 허비한 터라 마음이 급해져서 한라산을 빨리 등정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올라갔는데 예상보다 빠른 2시간 30분만에 한라산 정상까지 도달했습니다.
(*주의 : 심신이 허약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나중에 피봅니다.^^)
중간중간 나 보다 빨리 출발 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씩 멀찍이 따돌리고 올라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대견한 생각이 들더군요.다른 사람들을 추월했다는 우월감이 아닌 그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해진 나를 확인한데서 오는 만족감 말이죠.
등반하는 중간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급경사로 된 오르막길을 3번 정도 만났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강해진 하체와 폐활량 덕분에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자전거 타기 전이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한라산에 대해 장점은 다 아는 거니까 제외하고 단점만 말한다면 파리 떼가 한라산 정상까지 득실거리고 군데군데 관광객이 버리고 간 오물들도 보이고 화장실도 좀 지저분했습니다.그리고 실제로 본 백록담의 모습도 지저분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관계 당국에서 관광객에 대한 주의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관광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주도의 노력도 상당히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라산 정상에서 약30분 가량 휴식을 취하고 오전 10시에 하산을 시작했습니다.한라산 정상에서 만난 같은 서울에 사는 중년 부부와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며 즐겁고 편안하게 하산을 했습니다.
그 중년 부부와 헤어진 후 신월동에 사는 노 부부와 잠깐의 대화를 나눈 후 밀려오는 수학여행중인 학생들의 틈을 통과하여 빠른 속도로 하산하는 도중 부실한 신발의 한계에 부딪혀 그만 발목을 삐고 말았습니다.-.- 짐이 많은 관계로 등산화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신고 있던 신발은 망사로 된 얇은 스포츠화거든요.-.-;)
이때부터 하산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욱신거리는 발목과 함께 갑자기 괜찮던 무릎에까지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그래서 중간에 있는 약수터(성판악 코스에서 유일한 약수터)에서 삼다수 1.5리터를 담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 중 등정을 포기하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3명의 소녀와 먹거리를 주고받으면서 잠시 쉬다가 하산을 했습니다.
제주시행 시외버스(35분 소요)를 타고 숙소인 여관으로 향하는데 운전기사의 곡예 운전으로 엄청난 스릴을 맛보며 갔습니다.그 운전기사가 겁나게 몰더군요.거의 스턴트맨 수준이었습니다.영화에나 나올법한 코너링을 하면서 말이죠.그 운전사 덕분에 잠시나마 즐거웠지만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운전기사 여러분들 안전운전 합시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숙소인 여관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전국일주를 하고 있는 인천에 사는 장한 대한의 아들과 상견례를 하게 되었습니다.그 친구 말로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완도를 거쳐 지금 현재는 제주에 머물고 있는데 1주일 후 다시 부산을 거쳐 인천으로 갈 예정이라고 헀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여비가 바닥이 나서 1주일정도 아르바이트 해서 여비를 마련한 후 다시 전국일주를 재개한다고 하더군요.
내심 정말 부러웠습니다.10년전 이었더라면 나도 한번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해봤을텐데…지금은 여건상 1주일 범위 내에서 하이킹 정도밖에 못하는 처지니 그 친구를 보면서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이날은 발목과 다리의 통증으로 인해서 밖으로 못 돌아 다니고 파스를 붙인 채 여관에 틀어박혀 지냈습니다.날도 화창하고 좋은데… 한숨만 푹푹 나오더군요.(흐미 아까운 내시간… 돌리도~~~)
<4>4가지색 해프닝
마지막 날에는 전날의 통증도 어느 정도 사라졌고 또 오후 5시 30분으로 예약되어 있는 목포행 고속페리의 출항 시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음으로 해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하이킹 첫날 새벽에 달렸던 용두암에서 이호해수욕장 사이의 해안도로를 다시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때까지 이것이 앞으로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해프닝의 시작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침 08시경 숙소인 여관에서 주인인 노부부와 작별 인사를 하고 막 출근하려던 전국일주중인 청년과도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아침밥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서 돌아다니다 겨우 한 식당을 찾아 된장찌개(4,000)를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기 위해 10,000원짜리 지폐를 주니까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여 화폐를 교환할 목적으로 식당에서 한 블록 아래에 있는 어느 조그만 구멍가게로 갔습니다.
1.첫번째 해프닝.
첫번째 해프닝은 바로 이 구멍가게에서 벌어졌습니다.
200ml 짜리 xx우유를 마시는 순간 우유가 상당히 쓴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순간적으로 뱉어내고 제조일자를 살펴봤더니 하루 전 제품이었습니다.하루 전날 제품인 우유일지라도 마시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던 터라 우유가 변질 된 것이 아니라 뭔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주인 할머니에게 다른 걸로 바꾸겠다고 얘기하고 아무래도 우유를 마실려니까 기분이 찜찜하여 매실음료로 대신하고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길래 그냥 그 가게를 나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중독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쓴 맛이 난 걸로 미루어 짐작해 봐서 독극물이라기 보다는 농약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우유를 다 마셨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심할 경우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다는…
아무튼 찰나적으로 빠른 조치가 저의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합니다.글로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으나 그 순간에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할까 어쩔까? 그리고 제조회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까 어쩔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었는데 신체에 위험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없었던 일로 하긴 했지만 이상한 우유를 약간 섭취(?)한 후유증으로 그날 하루종일 방귀소리만 요란했다는 전설이…
2. 두번째 해프닝.
두번째 해프닝은 용두암에서 이호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안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도두동과 이호동 사이의 자전거용 도로가 아닌 그냥 주택과 접한 좁은 인도였는데 한참 내리막길을 질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마 담벽 사이에서 오토바이가 튀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었습니다.
그곳은 도로도 아닐 뿐더러 사람 한명이 들락거릴 수 있는 그런 틈의 통로 였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튀어 나오길래 피하면서 브레이크를 잡는다는 것이 앞으로 달려가던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엄청난 차체의 흔들림과 함께 앞으로 주~우~욱 미끄러지면서 가까스로 두 갈래 길의 건널목 앞에 멈춰 섰습니다.
정신이 얼떨떨하여 뒤를 쳐다보니 그 오토바이는 이미 사라졌고 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멍하니 그 곳에 정차해 있었습니다.만약 내가 달려가던 속력으로 그 오토바이의 옆을 들이 받았다면? 반대로 그 오토바이가 나를 받았다면?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 심할 경우 도로에서 달려 오던 차와 부딪히기라도 했다면? 정말 생각만해도 너무나 끔찍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길로 이호해수욕장을 지나 외도동까지 가서 돌아오려던 계획을 중지하고 곧 바로 페리를 타기 위해 대기하려고 제주항 6부두로 향했습니다.
3.세번째 해프닝
이번엔 3번째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있기 전에 제6부두에서 발생한 해프닝인데 재수 더럽게 없었다가 전화위복한 한마디로 병 받고 약 받은 그런 경우입니다.(해프닝인 동시에 미담이었습니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후 찜찜한 마음과 함께 지친 몸을 이끌고 제주항 제6부두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했던 표를 구매하고 매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며 출항시간 전까지 무료하지 않게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는 중 승선권을 확인하기 위해 지갑이며 배낭이며 그리고 주변 등을 샅샅이 찾아보는데 승선권이 없는걸 확인한 순간 “아차 승선권을 분실했구나”하는 때늦은 생각을 하는 동시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미 두 번의 사건을 겪고 난 후라서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상태였고 승선권 마저 분실했다는 생각이 들자 승선권을 주워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희희낙낙 하고 있을 그 인간에 대한 증오심과 분함이 나 자신의 이성을 잠시나마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언짢은 상태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표소로 가서 분실한 승선권의 습득 여부를 문의해본 결과 승선권을 보지도 못했고 또 분실한 승선권에 대해서는 구매자의 과실로 인정이 되어 승선권을 재구매해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순간 허탈한 심정과 분노의 감정이 뒤엉켜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매표하는 여직원이 잠시 기다려 보라는 말을 해놓고 남자 직원과 이 건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그 이후 출항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승선권을 구입하기 위해 20,000원을 매표 창구 안으로 밀어 넣었는데 그 여직원이 10,000원과 거스름돈 8,500원을 되돌려 주며 부두 이용료(1,500)만 포함한 무임 승선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감동 먹었습니다.
Oh God !!! God Bless Me !!!
(승선권은 다시 끊으면 되는 거지만 2박3일간의 좋은 경험들이 하룻동안의 불쾌한 여러 사건들과 겹쳐져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그러한 상황에서 보여준 직원들의 호의에 대해서 이 글을 빌어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로 매표 담당 여직원은 김xx양이었고 미인이며 참해 보였습니다.(남자분들은 껄떡대지 마시길^^) 그리고 관리하는 남자분의 성함은 명찰이 없는 관계로 알지 못했지만 다음에 제주를 방문할 땐 두 분에게 커피라도 대접해 드릴 생각입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페리에 승선하여 밤 10시좀 넘은 시간에 목포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그런데 목포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해서 해프닝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했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4. 네번째 해프닝
네번째 해프닝은 앞선 두 번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는데 조금만 늦었더라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참사를 불러 전국이 떠들썩 할뻔했던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23일 금요일의 악몽을 겪고 나서 그 악몽의 진원지였던 제주도를 벗어나게 되어 한편으론 홀가분하기도 했고 이제는 그런 사건으로 인해서 가슴 졸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표를 구매하기 위해 목포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좀더 일찍 출발하려고 하니 밤 12:01분 목포발 서울행 무궁화호 막차인 764호 열차 한대만 남았다는 것과 나의 애마 접돌이를 편안하게 쉬게 할 공간과 가까이 붙어있는 좌석을 구하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보통 보면 가장 늦은 번호(예를 들어 69,70,71,72)가 제일 뒤쪽 편에 배치되기 때문에 매표 직원에게 위에 예를 든 4개의 숫자에 해당 되는 좌석을 달라고 요청하자 764호차에 연결된 10여개의 차량중 나와 접돌이가 가까이 할 수 있는 좌석이 공교롭게도 5호차량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진짜 문제는 왜 하필 사고 열차의 사고 차량에 내가 타게 되었냐 하는 것 입니다.그 매표 여직원이 고의로 나를 사지로 몰아 넣은 것은 아니겠죠? ^^;)
그래서 5호차 71번으로 승차권을 구매하고 5호차에 오르려는 순간 헉! 이럴 수가… 배정 받은 71번이 제일 뒷좌석이 아닌 앞 좌석이었습니다.아무래도 앞 좌석은 불편할 것 같아서 승차 마감시간 5분전에 매표소로 돌아가서 좌석을 바꾸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다른 차량이면 몰라도 같은 차량에서 좌석변경이 어렵다고 하여 할 수 없이 뛰어서 열차로 되돌아와 제일 앞 쪽인 71번에서 뒤쪽인 2번으로 자리를 옮긴 후 접돌이를 1,2번 좌석 뒤에서 쉬게 하고 승객이 많이 없었던 관계로 5,6번 좌석을 돌려 양말을 벗고 좌석에 두 다리를 올린 채 깨었다 졸았다를 반복하며 선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앞 좌석에 있던 승객들의 웅성 거림에 깨어보니 나의 원래 좌석인 5호 차량 앞 쪽 부근에 하얀 연기가 약간 뿌옇게 보였고 “타는 냄새가 난다”,”불이 난 것 같다”는 승객들의 얘기를 듣고 먼저 내가 있던 좌석 옆의 문을 열어 놓고 배낭을 둘러맨 채 정황을 살피고 있는데 5호 차량과 4호 차량이 연결된 공간의 5호 차량 문쪽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화염이 치솟아 올라 내 오른손엔 애마 접돌이를 들고 왼손엔 벗어 놓은 양말을 집어든 채 열차가 다음 역에 멈추기를 기다렸습니다.
잠에서 깬 상태라서 정확한 기억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KBS뉴스에 나온 천안이 아닌 조치원 역에 정차 한 걸로 기억됩니다.사건은 조치원 역에 정차하기 전 발생하였고 승객들은 반신반의 하며 걱정하는 표정으로 탈출을 위해 열차가 역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습니다.
조치원 역에 정차하자 마자 저는 사람들과 하차해서 이구동성으로 크게 소리치며 역무원들을 불렀습니다.승객 중 일부는 가방이나 짐을 열차 내에 두고 나왔으므로 잠시 후 화재를 진압할 직원들이 사고 차량에 탑승하자 자신의 짐을 챙기러 5호 차량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보였습니다.저는 그 사이 왼손에 들고 있던 양말을 다시 신었습니다.^^
화재 진압이 끝난 후 열차 밖에서 대기중이던 승객들과 저는 안전하게 열차에 탑승했고 열차에 다시 탑승한 5호 차량 승객들과 그 밖의 승객들은 6호 또는 7호 차량 객실로 모두 이동하였으며 그 이후부터의 열차운행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번의 사고(의도적인 방화로 추정)는 화재의 조짐을 조기에 발견하여 역무원들에게 사고를 신속히 알린 5호 차량내의 승객들과 역시 이에 호응하여 신속한 출동으로 더 이상의 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한 역무원들 발빠른 조치 때문에 참사로 이어질뻔한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 했지만 앞으로 이런 류의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전 국민에게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 좋은 교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고 후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화재가 조기에 발견 되어 진압되지 않고 사람들이 졸고 있는 사이 유독 가스가 5호 차량 객실로 들어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럴 경우 좌석을 바꾸지 않고 사고가 난 바로 옆인 69,70,71,72번 중 하나인 앞 좌석에 앉아있었던 나 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한 폭발력이 강한 물건(사제폭탄,유사폭탄등)이 폭발하여 차량 한대가 완전히 전소되어 철로에서 열차가 이탈했다면?등등등
물론 이런 사건들이 발생해서는 안되겠지만 23일 금요일에 죽을 고비를 2번 넘긴 저로서는 연이은 이런 사고로 2틀 동안 정말 아찔한 순간을 보냈습니다.(공포와 스릴을 느끼고 싶을 때 이번 제주 대장정중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연상하면 앞으로 공포 영화를 안 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로써 파란만장(?)했던 5박6일간의 대장정 동안 벌어졌던 일화들을 두서없이 장황하게 늘어 놓았는데 저의 소감을 끝으로 지루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이번의 남벌을 마치고 얻은 소득이 있다면 1박2일 동안의 하이킹을 통하여 얻은 유쾌,상쾌와 당일코스의 한라산 등정으로 얻은 통쾌 그리고 2종목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성취감과 자신감,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 시켜준 괄목할만한 체력의 증가와 새삼스럽게 상기되는 거지만 4가지 없는 사람들도 많은 가운데 좋은 사람들로 인해서 세상은 보람 있게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무기력증을 느낄 때 그리고 체력 향상이 필요할 때 한번쯤 자전거를 타고 뭔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이 글을 읽는다고 머리가 뽀개지신 분들과 갑자기 시력이 나빠지신 분들 그리고 졸려서 업무에 지장을 많이 받으신 분들에게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폴딩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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