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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투어 1편 (연가리골 – 백두대간 – 아침가리골)

Biking2003.05.26 18:11조회 수 1605추천 수 2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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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터 - 맞바위 - 연가리골 - 백두대간(968.1봉) - 아침가리골 - 갈터]

자연은 떠나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이따금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도시에서의 이탈을 꿈꾸는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산나물 꾼들이나 백두대간을 오르는 전문 산악인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자전거에
몸을 싣고 야생의 숲 깊은 곳에 뮤즈 신들의 신선하고 상쾌한 물과 공기로
몸 속 깊숙이 세포 하나하나를 깨운다.

올해에도 곰취 투어의 맴버가 결성되었다.
말이 곰취 투어지 이건 묻지마 + 개척질 +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로
알만한 사람들 내지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은 다 알고있다.
작년에 멋도 모르고 따라간 바이크홀씨는 라이딩 내내 3*6=(?) 이라는 구구단
주문을 외웠다고 한다.

한번 곰취 투어를 가본 사람들은 두 번 다시 가기를 두려워 한다
그만큼 곰취투어는 힘과 인내력을 필요로 하며 요소 요소에는 위험과
불청객이 도사리고 있다.
언제 곰이 나타나 뜯었던 곰취를 빼았아 갈지 모르며 설령 곰과 싸워서 이긴다 해도
싸움의 상처로 인하여 하산 시에는 멧돼지에게 쫒기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하다
한가지 더 피부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
또한 1000m 이상의 백두대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8시간 정도의 장거리 산행이라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며 백두대간 능선에 오른다고 해도 좁은 싱글 길에 조릿대
구간을 자전거로 통과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길을 잘 못 들어 계곡으로 잘못 빠진다면 조난의 위험이 있으니 사전에
만반의 준비와 검증된 가이드와 동행을 해야 한다.
아침 6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하여 기린면 진동리에 10시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언제나 변함없이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미소는 야생화를 닮았다
그럼 이곳 인제군 기리면 진동리 일대의 자랑을 늘어놔 볼까 한다.

옛날 기린면은 목이 긴 사슴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사슴을 닮은 기린(驥麟)면 이다.
그 중에서도 백두대간의 허리춤에 자리잡은 방동ㆍ진동리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울창한 원시림이 숨쉬는 곳이다.
정감록에 따르면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꼽힌 기린곡의
3둔(屯)5가리(원둔, 살둔, 달둔, 젖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곁가리)
를 두었는데 물, 불, 바람 즉 흉년, 전염병, 전쟁을 피할 있는 곳으로 전해내려온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람 살만한 곳이라는 애기다.

연가리 계곡에 드는 것은 길을 찾는 작업 부터다.
갈터에서 4km정도 포장 도로를  오르다 보면 민가 두 채가 있는 맞바위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방태천을 건너면 연가리골 입구다
예전에는 구름다리가 있어 방태천을 건넜는데 홍수로 인하여 유실되었고

지금은 갈수기로 징검다리로 쉽게 건널 수 있지만 비가 많이 내리면 계곡물이
불어나 건널 수 없으니 이점 참고 바란다.
3년 전에 다녀간 기억을 더듬어 입구를 찾는데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은 해매였다

그럼 연가리로 들어가 백두대간 34구간을 지나 아침가리로 빠져나오는 곰취투어  보따리를 풀어 보자
오월의 신록이 물결치며 끝없이 초록의 물을 토해내는 연가리골로 들어가보자
방태천을 건너면 민가 한 채가 나오는데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다
그 빈집의 마당을 지나 계곡을 건너면 옛 산판길로 보이는 산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원시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최초로 빨려 들어간다
예전에 이곳에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며 살았을 것이다 지금도 밭으로 보이는
평지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만으로 족하다

계곡 물가 주변에는 금낭화(복주머니꽃),하늘매발톱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있다.
인간의 손때를 거부한 자연의 원시 상태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계곡과 숲속엔 빈틈이 없다 오로지 자연의 생명력으로 가득 차 호흡하고 있을뿐이다.
시원한 물줄기가 암반을 애무하듯이 작은 폭포를 만들며 흘러 내린다
산꽃다지 향기가 계곡 가득히 진동하고 산새 소리는 신비하기만 하다
여기서 잠시 식을 취하며 땀으로 범벅이 된 옷을 벗고 시원한 계곡물에
몸과 마음을 식힌다.
앞으로 가야 할 멀고도 험난한 길을 묻지 안은 채 간단한 행동식을 먹으며
가벼운 미소가 오간다.

계곡을 따라 1시간을 오르다 보면  연가리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터를 만난다.
이곳은 연가리골에서  유일하게 햇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녹쓴 양천판과 석축이 있고 집터 주변에는 두릅나무 몇구루가 있다
이곳을 지나서 본격적인 계곡 투어가 이어진다
갈수록 산길은 희미해지고 계곡을 건너기를 수십회를 반복한다.

이제 산판길은 사라지고 희미한 산길만 이어진다
지금부터는 길이 아닌 길을 가야 한다. 계곡물 따라 본능적으로 길을
만들며 가는 구간이다. 길을 아는 산나물 꾼들이나, 간혹 백
두대간 종주자들이 피신처로 내려오는 길이다.

나무에게 길을 묻다.
타계한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유명한 산중문답을 남겼던가
나도 한마디  “계곡은 물의 길이요 능선은 바람의 길이로다”
물은 물의 곁을 떠나지 않고 바람은 한시의 멈춤이 없어라.
입산하여 물과 바람의 길을 걷노니 이는 필시 “내가 산이요 산이 내가 아니던가”. ㅎㅎㅎ
물과 바람에게 길을 묻다.

날짱님이 뒤 처지기 시작한다. 체력 소모가 시작 된 것이다.
무거운 자전거를 어깨에 매어지고 길이 없는 바위 계곡을 오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갈 길이 멀지만 재촉 한다고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간간히 쉬면서 행동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계곡물을 마시며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보충한다.

희미한 길 위로 세월을 이기지 못해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와 잡목이 길을 막는다.
계곡도 점차로 작아지고 바위와 고목에는 온통 녹색 이끼가 뒤덮고 하루살이와 날파리들이 눈가를 맴돌고 있다
계곡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쉬이 능선을 보여주지 않는다
잡목에 팔과 다리를 스치며 생긴 상처에 핏자국이 선명하다
이렇게 선두에서 길을 만들며 가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곰 봤다~
곰 봤다~ 곰취나물을  본것이다.
계곡가의 낙엽이 썩어 기름진 음지에 다른 잡풀들 사이에 3개의 입을 내민 하트 모양의 곰취를 반견하였다.
드디어 곰취투어 2시간여 만에 곰취를 발견한 것이다.
자전거를 팽개치고 곰취를 뜯기 시작했다.
그 사이 뒤 처진 다굵님과 날짱님의 인기척이 없다

곰취 뜯는 것을 멈추고 오던 길을 내려가니  다붐이 쓰러져 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를 질러 일행을 불러보니 다행이 다굵님이 날짱님을 데려 온다 날짱님이 다른 길로 접어든 것이다
휴~ 다행이다 한숨을 길게 내쉬고 다굵님과 날짱님에게 곰을
봤다고 하자 믿지 않는다. 자 여기 곰 있소.. 하고 하트 모양의 곰취를
내밀자 곰이라고 한 말이 곰취나물 임을 얼른 알아차린다.

갈수록 계곡의 수량은 줄어들고 간간이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백두대간 능선이 가까워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염없이 펼쳐진 백두대간의 주 능선은
하루 해의 길이만큼 짧지는 않다는 것이다.
.
계곡의 끝 부분에 이르러  이제부터는 주능선으로 치고 올라간다
능선 가는 길엔 짙푸른 산죽 밭이 펼쳐진다.
군데군데 파 해쳐진 땅을 보며분명 멧돼지가 먹이를 찾기 위해서 한 짓이 분명하다.
마지막 계곡에서 10여분을 오르자 이내 백두대간 능선 길로 올라섰다.
이 길은 갈전곡봉에서 조침령,단목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34구간 주능선길이다.
산죽사이로 뚜렷한 길과 간간히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백두대간 종주자들의 표지 리본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터 인가  자전거로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꿈이라고 하는 백두대간 종주..
이 백두대간을 자전거로 종주 한다면 무언가 뜻있는 일이 아니까..?
갈참나무,오리나무 군락을 지나 작은 공터의 봉우리에 다 달았다.
여기가 바로 산나물 밭이다. 나무 아래 음지엔 온갖 산나물들이 지천에
깔려있다.엘레지.참취,분취,단풍취..가 주류를 이룬다.
여기서 곰취를 뜯어 배낭 가득 넣는다.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새로 만든 왈바 뺏지를 나무에 달고 기념촬영 후
본격적인 백두대간 34구간 주 능선 길을 자전거로 달려본다.

신나는 내리막 싱글.. 20kg을 육박하는 다굵님의 다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손살 같이 내리막질을 시작한다.
낙타의 등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초록의 물결
건너편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또다른 능선..
짝짖기를 하기위해 호랑쥐빠귀 새소리는 계곡에 가득한데 이젠 이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 지더니 두두둑…나뭇잎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려 온다.
아~ 설상 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고 날짱님은 다리에 쥐가 나서 뒤 처지고 있다.
날짱님을 기다리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뿔사 … 우려했던 흡혈귀 진드기가 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옷을 벗어 여기저기 온몸을 살펴보니 벌써 엉덩이에 한마리가 자리를 잡고 피를 빨고 있다.
헉슬레이션 ~
다굵임 뒷목에도 한마리가 머리를 처박고 피를 빨고있다.
손가락으로 때내려고하니 쉽지가 않다.
벌써 피부 깊이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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