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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대회...(난생처음 뒤죽박죽 시합 출전기)

........2003.06.04 22:03조회 수 1018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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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 엠티비 타요>
동네에서 요즘 마누라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잘난 체 하거나 뻐기는 짓따위는 전혀 못하는 우리 마누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쫄바지 입은 내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동네 아줌마들에게 변명으로 하는 소리다

<속옷 입고 다니는 거 아니예요>..라는 말이겠지

*     *     *     *

<어머 그래요? 엠티비 비싸다던데>
<정말..백원도 넘는다면서요>

원래..옆에서 장구치면 소리가 잘나는 법
우리 마누라 오바한다

<백원이요? 에혀~ 그건 옛날 얘기죠>
<우리 애 아빠 거는 오백원도 넘어요>....--;

*     *     *     *

<그럼 아저씨가 선수예요?>
<선수는 무슨..취미로 타시는 거겠지>

오바는 오바를 낳는 법
아줌마들의 대화에 약간 열 받은 마누라가 그만 또 오바
<우리 애 아빠 선수예요>...아미타파~

*     *     *     *

어쨋거나 내가 시합에 나가면
마누라의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그래..마누라에게 효도할겸..
엠티비 모르는 친구넘들에게 잘난 체 할겸...
두 아들넘들에게 훌륭한 애비의 극기모습을...음~

달리다가 죽기밖에 더 하겠어?

*    *    *     *

시합전날 돌아보는 팔공산 대회장은
4개 정도의 숨막히는 업힐과
뱀 꼬리같은 오솔길..나무뿌리 사이로 쏟아지는 다운힐

그 좁은 길에서 내가 버벅대기라도 하면 시합 엉망되는 것..
아무래도 포기해야지

아니야 맨 꼴찌로 따라가면 방해는 안될거야
완주나 하자..그래야 사진 찍어도..당당할....

*    *    *    *

따앙!! 출발과 동시에 선두조는 까마득하고
내 앞의 후미조들도 아스라히 멀어진다

두 바퀴 도는 거니까..한바퀴만 돌고 슬쩍 빠져야지

그러나..한바퀴를 돌아서 출발점으로 오니
꼴찌로 달리는 나를 향해 박수가 쏟아진다..흑~
당신같으면..빠질수 있겠어?...

*    *    *    *

코구멍으로 심장이 삐져 나올 정도로 숨가쁜 업힐
사실은 끌고 가는 중이지만...--

자전거를 끌며 드디어 한 사람을 추월한다..
그러는데 등뒤에서 들리는 그 분의 충격적인 멘트
<무..물..좀 주세요>

*    *    *    *

약간 되 돌아 가서 물병을 따 준다
<천천히 드세요>

병을 뜯어 먹을 듯이 물을 마시는 그분...
안됐다..돈 생기는 짓도 아닌데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 분을 버려두고 먼저 가는 게 미안하다
이거..시합하는 자세 맞는 거야?...--

*    *    *    *

거의 결승점 3키로를 앞 두고
갑자기 탈진할 듯 기운이 빠진다

이 나이 되도록 육체의 능력을
비교하는 시합에는 나가본 적이 없는 신세

몸안의 에너지원이 완전연소된 듯
찌꺼기하나 남은 것 같지 않다

주머니에서 비상용 쵸코렛 두 개 중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업힐..

침과 쵸코렛이 섞여 목으로 넘어가며
탈진했던 근육세포가 약간씩 기운을 차린다

*    *    *    *  

고개 중간쯤 보니,,한분이 반 죽어 가고 있다...^^;
보아하니 나같은 탈진상태

<쵸코렛 하나 드려요?>
<예>

그분도 염치 가릴 정신이 없었나보다
사양 전혀 안 한다

*    *    *    *  

<좀 밀어 드릴까여?>
<쉬었다 가세요>
이런 소리를 하면서 난 결국 완주를 했다

내가 출전한 등급이 그랜드 마스터급...
속도로 승부할 분들은 하실테지만
축제의 기분으로 참가하는 것 또한 즐거운일 아닌가

22명 출전 선수중 대략 10 몇위를 한 것 같은데
꼴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    *    *    *

시합후에 이태등님이 찍어 준 사진은 환상이었다
시합 하기 전보다 약간 거만해 보이기 조차 하다

가슴까지 튀어 오른 흙탕물자국
거친 레이스를 마친듯한 흙투성이 자전거
역전노장처럼 인상쓰고 있는 모습

기분 같아서는 <찌라시>로 만들어 뿌리고 싶다...- -v
사진에 뭐 등수 나오냐...?

*    *    *    *

마누라는 이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거실에 놓고
어느날 반상회라도 할 것이다

나는 마누라 말대로 분명히 엠티비 선수임이 확인될테고

이제 가끔 쫄바지 입고 나가다 들켜도
변태 영감으로 보지는 않겠지

*    *    *    *

아직 시합에 출전해 보지 못한 분들..
꼭 한번 나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완전연소같은 타오름의 느낌..짜릿하다

육체의 환희라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으면
영생불사의 천사들 조차 생명을 포기하고
인간의 몸을 선택하여 네피림이 되었을까?

*    *     *    *

혹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동네에서 마음 편히 쫄바지 입고 싶은 분들..

번호판 붙은 사진 한방이면 쥐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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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0
  • 글쓴이
    2003.6.4 22:22 댓글추천 0비추천 0
    명불허전 !!!
    심장이 콧구멍으로~ 구절. 일천년에 나올까 말까하는 절창이라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짝짝짝!!!
    이젠 쫄바지 마음껏 입고 잔차타시겠습니다.^^;
  • 제가 서울에 볼일만 아니었으면 대구에서 타기옹님을 비롯한 여러 왈바분들을 뵙는건데 아쉽네요, 봉무 코스...정말 환상의 MTB코스 입니다. 경치도 좋고 코스도 아기자기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자신을 한번 시험해본다는 자체가 의미있는 일인것 같습니다. 골인지점에서의 동료가 건네준 한방울의 물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지...이맛에 MTB를 타는거죠.
  • 자신을 확인 하는 계기가 되셨군요.
    맞습니다. 행님은 선수이십니다.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에 충실한 모습엔 다른 사람이 페이스를 잃게 되죠. 행님처럼 글을 써볼려니 안되네... 봐봐요 벌써 내가 내 페이스를 잃었잔아....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요 번호판 좀 빌려주실거죠?...
  • 대단하시고, 멋지십니다. 이제 동네에서 소문나실겁니다...^^
    번호판 달고 환히 웃는 사진 아주 멋져 보였습니다..축하드립니다..
  • 타기옹님. 금빛 황금에달을 목에 거신 모습이 상상됩니다. 요즘 참가메달은 거의 황금빛인것같습니다.
    요기서 팁 하나. 받으신 메달을 가지고 페인트가게로 가세요. "아저씨 여기 황금색 락카 하나주세요 ^ ^;;" 그리고 락카통을 흔들지 않고 어설픈 자세로 락카를 연습용 종이에다 뿌리세요. 답답하신 페인트 가게 사장님 왈 " 줘 보세요. 이렇게 하시는거예요." 하면셔 황금빛 메달로 둔갑시켜준답니다. 타기옹님 거실사진액자와 그 위에 삼각형 모양으로 걸어둔 황금빛 메달... 완벽한 MTB선수로서 반장님이 보셔도 인정할겁니다. ^ ^**
    정말로 기쁘셨겠습니다. 저도 레이싱 한 번 나가야 되는데... 다시 불붙이기가 쉽지 않네요.
  • 좋은 경험 하셨내요.
    글맛도 아주 좋구요......잘 읽었습니다. 완주 축하하고요.....^^
  • 글쓴이
    2003.6.5 12:08 댓글추천 0비추천 0
    투혼에 박수를.....^^저도 이번 무주 대회 처녀 출전 했읍니다.상황이 재현 되는거 같아 눈물이 나올 지경 입니다.ㅠㅠ 전 초급 마스터 입니다...그럼.....^^
  • 글쓴이
    2003.6.5 12:27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랜드 마스터급에 선수 등록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담에 뵙게 되면 인사 올리겠습니다.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저도 한버 참가하고 싶네요^^
  • 글솜씨가 장난이 아니십니다.
    난 언제나 이렇게 맛깔스럽게 써볼까?
    저도 얼른 몸 만들어서 대회한번 참가해 볼랍니다.
  • 갑자기 대회에 나가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구칩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 문제는...... 지두 가끔 그런데.........
    동네에서 소문나니까... 가끔 마누라를 통해......
    옆동 아무개가 엠티비를 하고싶은데 가르쳐라는....... ^^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ㅎㅎ
    암튼 선수되신거 축하드립니다....
    반상회 거하게 해드리십시요.. ㅎㅎ
  • 아흐..옆구리아파죽겟습니다. 왜이리 웃기게 쓰셨나요 ㅋㅋㅋ 아 지금 눈물이 다납니다 T_T 콧구멍으로 심장이....ㅋㅋㅋㅋㅋ
  • 제 자신을 반성하게하는 글이내여..전 시합때 앞만 보구 갔는데...옆의 사람을 돌보면서 가시는 그 광경이 보입니다.존경합니다. 전 앞에 밀리면 비켜주세요라고 달렸는데..앞으론 같이 가야겠군요..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 글쓴이
    2003.6.5 18: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제 자전거 타구 시작한지 2달이 되었는데 언제쯤 참여를할수 있을지 부럽습니다..^^ 넘 잘읽었어요^^
  • 글쓴이
    2003.6.6 09:50 댓글추천 0비추천 0
    맞바람님 항상 격려해 주는 덕에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글쓴이
    2003.6.6 09:52 댓글추천 0비추천 0
    구바님 안녕하세요.... 아쉽습니다.그 멋진코스에서 멋진 구바님을 만났으면 그냥 그림인데..그쵸?
  • 글쓴이
    2003.6.6 09:53 댓글추천 0비추천 0
    나님..손바닥은 다 나은겨? 번호판은 사진 한 컷에 500원씩이여..언제라도 빌려 가...^^
  • 글쓴이
    2003.6.6 09:55 댓글추천 0비추천 0
    가온님...왈앵글 대장님.언제나 부드럽고 자상한 조언과 격려 고맙습니다
  • 글쓴이
    2003.6.6 09:56 댓글추천 0비추천 0
    반컴님...거 아주 중요한 팁인데..팔공대회는 완주 메달을 주지 않더군요...흑흑
  • 글쓴이
    2003.6.6 09:57 댓글추천 0비추천 0
    비탈리님...정말 졸은 경험이었습니다.다시 생각해도 즐겁습니다
  • 글쓴이
    2003.6.6 09:59 댓글추천 0비추천 0
    평택천리마님..와~ 무주 처녀출전이셨군요.좋으셨겠습니다.아직도 그 여운이 혈관에 남아있으시죠?
  • 글쓴이
    2003.6.6 10:01 댓글추천 0비추천 0
    주목님.....안녕하세요? 사진으로는 여러번 뵈었습니다.진작 먼저 인사를 올려야하는데 죄송합니다.앞으로 많은 지도를 바랍니다 .저는 진짜 초보입니다
  • 글쓴이
    2003.6.6 10:03 댓글추천 0비추천 0
    시몬님...꼭 참가 해 보세요...직접 달려보는 즐거움이 상상을 뛰어 넘습니다 화이팅
  • 글쓴이
    2003.6.6 10:04 댓글추천 0비추천 0
    바지씨님...대회의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랍니다.꼭 몸 만드셔서 참가해 보세요..그 후기를 기대합니다
  • 글쓴이
    2003.6.6 10: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우키..유키아니고..욱이님. 멋진 출전 소식 기다리겠습니다.망서리지 마세요
  • 글쓴이
    2003.6.6 10:06 댓글추천 0비추천 0
    짱구님..하하~ 아주 유용한 팁입니다.동네에서 처신 잘 해 보겠습니다
  • 글쓴이
    2003.6.6 10:07 댓글추천 0비추천 0
    지방간님..내가 지방간님 팬이라는 거 아시는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지방간님의 글 읽습니다
  • 글쓴이
    2003.6.6 10:09 댓글추천 0비추천 0
    하얀산님..고백하건데..빨리 달려갈 자신이 없어서..그런 식으로 연막을 치느라고..흑흑~
  • 글쓴이
    2003.6.6 10:10 댓글추천 0비추천 0
    호야님...2개월 되셨으면 지금이라도 출전하시면 됩니다..^^..이태등님으로부터 사사 좀 받으세요.절정고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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