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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배깅을 아시나요?

단무지2003.07.01 17:59조회 수 977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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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배깅(Sandbaging) ?

올해는 처음부터 잔차와는 인연이 없어 보였습니다.

올초 우연히(불행의 시작!) 세일하는 프레임(터너 XCE)을 발견하곤 덥썩 물어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해 가며  ‘음, 그래 올해는 프리라이딩이닷!’ 마음속으로 외치며 눈이 녹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 프리라이딩이란게 그 ‘체인리액션’류의 액션마운틴바잌비됴를 닳도록 많이 봐서 되는게 아니라는 걸 꽃피는 봄에 몸소 ( 이마, 코 위아래, 입술, 팔꿈치, 무릎, 응뎅이, 꼬리뼈, 목뒤 등등 플러스 헬멧 하나) 체험하면서 제정신이 들었습니다.  (와일드파일 비됴에 ‘단무지’로 검색하시면 최근에 엉덩이로 영화하나 찍은것 나옵니다.)

내 몸 상하면 마누라랑 자식이 고생할 것 같아 액션은 접고 이제 다시 크로스컨트리 본래의 모습으로 가기로 하였지요.

그리고 레이스도 안 나가기로 굳게 다짐했었습니다. 왜냐면 작년 가을에 나갔던 시합에서 두번이나 세게 넘어져서 아주 고생했거든요.

근데 레이스가 있기 나흘 전에 못된(?) 프랜(Fran) 이란 제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이 녀석이 작년에 5년 사귀던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방황하던것을 바로잡아준다고(?) 잔차 라이딩의 묘미를 제 잔차 빌려 줘 가며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었더니 자기 잔차를 사더니만 나보다 더 푹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대학을 테니스 특기로 들어온 녀석이라(그것도 미국에서) 기본체력은 확실한 녀석이지요. 그러더니 왠걸 다시 여자친구를 새로 사귀더니만 그 여자친구는 보스톤 마라톤에 나갈 정도의 마라토너 라네요. 그 여친 잔차까지 좋은 걸로 장만 하더라구요.

이 녀석이 자기도 레이스 나가보고 싶은데 같이 나가자고 꼬드겨서 저도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왕 나가는거 데이빗이라는 우리 중에 젤 잘타는 친구까지 꼬셔서 나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큰 시합도 아니고 해서 별 걱정없이 시합에 임했습니다.
작년에 생애 첫 마운틴바이크 레이스를 이 대회를 통해서 접했고(결과는 허접했지만서리)  언덕도 거의 없는 코스라서 저같이 업힐에 약한 사람에게는 딱 좋은 대회였습니다.

당일날 아침 정신없이 교회에 다녀와서 집에서 옷과 잔차를 챙겨서 열나게 달려 도착하니 시합 한시간 15분 전이더군요. 잽싸게 등록하고 번호판 받아서 달고 워밍업라이딩을 기다리던 친구들과 했습니다. 다행히도 코스는 작년과 동일했습니다.  한바퀴 코스를 부지런히 돌고 나니 땀도 나기시작하고 몸도 잘 풀렸습니다. 그때가 시작 10분전이라 스타트라인으로 나갔습니다.

먼저 25세 이하 그룹이 출발하고 저는 2번째인 26-32세 그룹에서 출발했습니다.
데이브는 세번째인 33~44세 그룹으로 출발, 프랜이라는 이 초짜 친구는 클라이스데일클래스라고 해서 몸무게가 200파운드 이상 나가는 마지막 5번째 그룹으로 출발했습니다.

출발해서 약 이백미터 정도는 잔디밭이었고 그후에 모래밭과 유사한 폭이 넓은 더블트랙이 한 500여 미터 정도 나왔습니다. 이 구간이 은근히 힘들었습니다. 제가 업힐이 약해서 이곳에서는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페이스 유지하면서 몇명을 제치고 내리막 싱글트랙에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워낙 턴도 많고 빠르게 지나가므로 앞에 한 다섯명정도를 두고 바싹 따라붙었습니다. 이어서 다시 폭이 넓은 더블트랙구간이 나와 세명정도를 추월하고 나가서 다시 싱글 구간으로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가끔씩 통나무더미 장애물이 있어서 조심해서 통과한후 다시 더블 구간에서 열라 달려 한명을 추월, 다시 마지막 싱글 구간으로 들어섰습니다. 이구간은 작년 레이스때 마지막 세번째 랩에서 지친 상태에서 좁은 나무 사이를 통과하다가 어깨를 나무에 세게 받고 넘어졌던 기억이 있어 조심해서 통과한후 그 구간 마지막의 머리위에 가까이 드리워진 나무를 고개를 바짝 숙이고 넘어갔습니다.
잠시후에 쾅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아래만 쳐다보다가 위에 있는 나무에 해딩하는 소리인듯.ㅎㅎ
(중략)
두바퀴째 돌고 저지포켓에 넣어둔 에너지젤을 하나 빨아먹고 마지막 한바퀴를 도는데 중간쯤에 세븐사에서 나온 티타늄바이크를 탄 33~44세 클래스 선수 하나가 저를 추월해서 지나가기에 죽어라고 붙으려 했지만 워낙 빨라서 언덕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역시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언덕에서 잘해야…….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고 부지런히 돌아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페이스 조절을 잘 해서 중간에 지치지 않고 또 속도를 내야하는 구간을 잘 숙지해서 봐두었다가 계획대로 스피드를 낼 수 있었습니다.
막 들어와서 경기 운영요원이 제 왼발목에 차고 있던 무슨 랩타임 디텍터같은 것을 떼어가는데 친구 데이브가 어떤 다른 선수에게 1초차로 지면서 들어왔습니다.
제가 속한 클래스보다 한참 뒤에 출발했을텐데 제뒤로 금방 들어온 것으로 봐선 제 기록보다 훨 빠른듯.  이윽고 몇분후 프랜이란 초보 친구가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우리 친구들 모두 넘어지지 않고 들어와 왁자지껄 떠들면다가 공식결과가 나와서 보았더니 우와~ 제 생애 첨으로(통털어 세번째 대회지만요 ㅎㅎ)  제 클래스(beginner 26~32세)에서 1등을 했습니다. 전체 50여명 중에서는 5등이구요. 데이브는 33~44세 클래스에서 3등, 전체에서도 3등을 했습니다. 저보다 기록이 45초가 빠르더군요. 하긴 이 친구 잔차 경력이 거의 10년가까이 되니 머….어찌된것이 33~44세 클래스에서 1등에서 3등까지 다 휩쓸었습니다. 역시 크로스컨트리는 젊음보단 경험과 꾸준함이 더 중요한 듯. 프랜 이녀석도 왕년에 대학대표로 테니스로 한 가닥하던 실력이 있어서인지 무게가 좀 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3등, 전체 성적은 24위 였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대회였지만 그래도 작년 첫 대회참가의 허접했던 성적에서 일취월장하니 어깨가 으쓱으쓱, 상품도 타고 (sram 9 speed 7.0 cassette, sram pc 99 chain, 양말, 물통) 메달도 받고 기분이 좋아 히죽히죽 쪼개는데 데이브란 친구가 그러더군요.
“야 역시 샌드배깅(sandbagging)하니 상타서 좋다!”
샌드배깅이란 게 뭔가 했더니 보통 마운틴 바이크 레이스에서 첫 해에만 비기너클래스에 뛰고 그 다음해에서 대개가 중급이나 상급자 클래스로 넘어가는데 그러지 않고 계속 비기너에서 뛰는 넘들을 샌드백만 두드린다고 해서 이름하야 샌드배거(sandbagger )라 한다네요. ㅎㅎ

그래서 저희들은 올해 10월 대회에서 다시 초보로 출전, 샌드배깅하기로 굳게 다짐했습니다. ㅎㅎㅎ

시카고에서 단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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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2003.7.2 03:43 댓글추천 0비추천 0
    멋지군요...^^...전 내년에나 시카고에 갈듯한데...
    그때 기회가 된다면 함 참가해보고 싶군요...^^
  • 2003.7.2 12:19 댓글추천 0비추천 0
    언제라도 오시면 동호인 여러분은 환영입니다. 이제 이 근방 탈만한 곳들은 좀 알거든요.
  •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단무지님의 시카고 생활과 그 미국친구들도 재미있네요. 글고 영어공부도 잘했습니다ㅎㅎ
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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