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아내의 고모 딸을 인천에서 데려와 며칠을 우리집에서 딸 한비와 즐
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어야한다. 아내가 어린시절 고모는 너무도 잘해주었기
에 미약하나마 그 보답을 하기위해서이다. 오늘 축령산 투어를 위해 내가 왕
복 4시간 봉사하여 고모 딸을 데리고 오기로 했다. 지난 4월 축령산 매표소까
지 갔다가 다시 잔차로 집으로 돌아왔던 아픔을 오늘에야 씻어 버리기 위해
서... 바로 오늘밖에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미련없이 오전 6시 30분 잔차를 차
에 달고 축령산으로 향했다. 오늘은 임도만 라이딩한다. 전날 왈바사이트에서
지방간님것 축령산투어후기 및 코스가이드 세 부를 복사에 왔다. 물론 분석도
끝마쳤다. 이른 아침이라 차는 막히지 않았고 한 시간후 축령산에 도착 매표
소 못미쳐 마을에 주차하고 잔차끌고 휴양림에 들어섰다. 시각 오전 7시 30분
매표소 직원에게 잠시 정보를 얻고 올라갔다. 참 답답한 마음이 든다. 매일 그
렇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이 복잡하다는 얘긴데... 그러면 이정표라도
제대로 만들면 되는데... 축령산 가이드 팜플렛 또한 잔차쟁이들에겐 별 도움
을 주질 못했다. 제1주차장을 지나 약수터에서 좌회전. 전망대로향했다. 오른
쪽으로 잣나무 숲속의 통나무집 그리고 왼쪽으로는 인공 풀장이 눈에 들어온
다. 제법 가파른 콩크리트 업힐이 시작된다. 4년전 여러가족들과 이곳에 올라
왔는데 이젠 홀로 잔차끌고 오르려니 감회가 다르다. 위에서 내려다 본 잔차
앞바퀴는 며칠을 세미슬릭 1.75인치로 라이딩하다 2.1인치로 라이딩하니 마
치 오르로드 전용 자동차 바퀴처럼 무지 커 보인다. 무척 힘들다. 평지에서나
업힐에서나 속도가 나질않는다. 간사한 신체같으니... 언제는 막강한 2.1을 좋
다더니 이젠 좀 편한 맛 보았다고 2.1을 내 몸이 막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
쩌랴 일단 올라왔으니 가보자. 마지막 두 번째 서리산삼거리. 사진도 찍을겸
처음 내린다. 왜이리 몸이 무겁고 힘든지 모르겠다. 아침이슬 품은 예쁜 꽃도
찍어보고. 학창시절 서클 사진부에서 선배들은 한 낮에 아침이슬 품은 꽃을 찍
겠다며 소변을 내리 갈겼다. 꽃 망울에...
우회전하면 곧바로 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축령산은 뭐 그
렇고 그런 느낌이다.
자 어디로 갈 것인가. 축령산 정상으로, 아니면 행현리쪽 아침고요 수목원으
. 지방간님이 지적한 것 처럼 정상은 끌고 바이크에 거리도 짧을 것 같아 일단
행현리로 직진하여 다운, 업힐 반복한다. 전망대에서 뵌 할아버지와 계속 길에
서 마주친다. 난 가다 사진찍고 할아버지는 약초 캐고.
나: 할아버지 혼자서 이 먼데 까지 어떻게 도보로 다니세요. 힘드신데.
할아버지: 나이가 드니 친구도 떨어져 나가고 그져 편한 것만 생각해. 그래서 내 뜻이 맞는 친구가 없지만 그래도 혼자서 이렇게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좋아져. 그리고 약초도 케고 말야. 여기 여기 이거다.
나: 뭐죠.
할아버지:드릅이지. 이 거 좋은 거야.
가다가 뱀도 만난다. 날엽한 것이 일정한 각격으로 붉은 줄이 몸에 있다. 입을
낼름거리며 내 길을 가로질러 간다. 카메라를 잽사게 들어보지만 어느새 사라
졌다. 역시 이 놈을 보면 소름이...
길은 좁고 인공 로드는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듬성듬성 파손되어있고 주변의
민가는 본적 없다. 저녁에 나 혼자 이 길 걸어가면 완전 냉동고다.
산딸기와 숲을 헤치며 나아가는 애마.
이정표없는 갈림길. 대충 자료에 의하면 왼쪽은 아침고요 다운힐이고 오른쪽
은 일키로 업힐에 수키로 다운힐인 축령산쪽이란다. 그래 우회전이다. 일키로
올라가보자. 어! 업힐은커녕 신나는 다운힐이다. 그것도 온통 돌투성이로.
우다다, 우다다, 우다다, 쿵, 덜컥, 쿵, 삐식, 쿵.
발 바닥부터 시작하여 엉덩이로 그리고 마지막 머리가 흔들린다. 이러다 미끄
러지면 아프겠지. 핸들에 힘을 너무주었더니 어깨가 아프다. 그래 손에 힘을
빼고 가볍게 달려보자. 우와 저 큰 돌 비켜가고 작은돌 넘어가고 옆 계곡으론
철 안전망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거의 6키로 이상 다운인 것 같
다. 또 삼거리. 도대체 이정표는 왜 없지. 문자없는 비문만이 삼거리 입구에
세워져있다. 어디로 가야하나. 나중에 알았다. 내려가면 곧바로 아침고요이고
올라가면 10키로 지나 축령산 휴양림이란다. 그러면 일단 아침고요를 들렀다
가 다시 이리로 올라 휴양림으로 가는 계획을 세웠다. 마지막 삼거리 돌바위
에 올라 휴식을 취해본다. 이때가지 난 행복했다. 내려온 길 올려다 보며 다음
에 또 올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아침고요 앞에서. 어른 입장료(5000원) 구입전, 직원에게 잔차로 돌 수 있느냐
고 물었더니 거절당해 나와야했다. 잠시 입구 구멍가게에 들러 칠성사이다를
한 입에 다 털어 마시고 주인장께 길을 묻는다. 정보에 의하면 내가 얻은 정보
아 같은 내용이었다. 그래 다시 올라가야지. 한 참을 달린 것 같은데 거리계를
보니 겨우 13키로 찍혔다. 아마도 축령산에 도착하면 20-23키로 나올 것이다.
삼거리로 업힐. 다시 오르려지 죽을 맛이다. 앞으로 10여키로를 가야하니 잠
시 물놀이라도 해야지. 그런데 위쪽이 공사가 한창이다. 날 보고 지나던 트럭
에서 두 사람이 정중하게 올라가지 말라며 부탁한다. 국유지에 공사를 하고 있
어 잔차타다 사고나면 자기들 책임이라나. 나는 대답하고 트럭은 내려간다. 5
분쯤 물놀이를 하다가 어서 빨리 공사구간 통과해야겠다 싶어 서둘러 옷을 입
고 잔차에 오르려니 다시 트럭 올라온다. 이런 젠장! 물놀이 끝났으면 이젠 내
려가라며 또 정중히 부탁한다. 아! 이런 아뿔사. 어떻하지. 별 수 없이 난 내려
오고 만다.
그래 편한 로드로 이동하면 되겠지 싶어 신나게 다운힐한다. 이때부터가 불행
의 시작인지 정말 난 몰랐다. 일단 아침고요를 지나 큰도로까지 업다운을 반복
하며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했다. 또 삼거리. 역시 이정표에 선명
하게 방향이 표시되어있다. 왼쪽 축령산. 오른쪽 현리. 그것도 축령산이 9키로
란다. 야~ 가자. 축령산으로. 신나게 밟는다. 아무리 밟아도 30을 못 넘긴다.
그래도 즐겁다. 계속 이정표의 축령산 거리가 줄어든다. 기분이 업된다. 갈수
록 로드가 좁아든다. 급기야 500미터. 이상하다. 왕복 일차선 도로로 간다. 진
입해 보니 이건 뭐야. 작은 시골마을. 이건 또 뭐야. 그래 일단 더 가보자. 300
미터를 올라가니 완전히 산으로 업힐하는 자갈길. 날 죽여라. 다시 백하여 주
민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야하는 매표소는 저 산 능선 넘어가면 된단다. 한참
은 가야하고 돌길이라 잔차로 매우 위험하단다. 그래도 가끔 잔차타는 무리들
이 이 길을 지나 저 산을 넘어간단다. 나도 희망을 안고 올라가보았다. 정말
무더운 날씨. 현기증과 갈증. 계곡에 여러번 머리를 적셔보았지만 잠시 그때
뿐. 재미도없다. 더욱 나를 힘빠지게 하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이 주민이 일러
준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 또 한탄한다. "이 뙤약볕 아래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집에서 처자식 애타게 날 기다리는데 말야." 나도 삼페일문
(세 번 페달질에 한 번 자문)이 시작된다. 정말 돌길이 싫어진다. "그래도 21단
으로 논스톱 두 주전 미시령오른 나다."라고 되내어보지만 역시 약간의 경사
도 이젠 끌고라이더. 비참하다. 별경사도 아닌데 가장 가볍게 기어를 세팅한
다. 그래도 자갈이 미끌어지고 페달링에 힘이 실린다. 잔차에서 내린다. 으. 바
리케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안내문이 있다. 정보다. 정보. 국립공원 산림
청 직원들이 벌초작업인지 벌목인지 아무튼 매우 바쁘다. 그래도 물어볼 사람
이 있어 기쁘다.
나: 아저씨. 이 길이 축령산 휴양림 길이 맞나요?
직원: 그려. 근데 무척 힘들어. 돌길이라. 그리고 삼거리에서 좌회전하고 가면 돼.
드디어 안도의 한 숨. 어라. 물이 거의 바닥이다. 업힐 할 힘도 없다. 이미 이
곳까지 여러 번 끌었다. 계속 끈다. 50미터 전진하니 1.5리터 콜라 페트병에 물
이 반쯤 담겨있다. 이슬방울에 만져 보니 차가운 기운까지...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가 갈 길이 멀고 민가가 없어요.
재빨리 물통에 옮겨 담는다. 우~! 시원한 이 맛. 숲이 우거져 그늘도 많고 계
곡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정겹지만 지금은 느낄 여유가 없다. 계속 끈다. 어떡
하지 앞으로도 갈 길이 구만린데... 도무지 오를 힘이 없다. 큰일이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혹 이 길로 죽어라 갔는데 또 국유지 직원인지 산림청 직원인지 하는 트럭맨
들 만나면 우~ 안 돼! 절대 안 돼! . 생각 바꾼다. 다시 내려가기로. 이 고난의
돌길을 택하느니 차라리 편한 로드를 택하리라. 다시 9키로. 거의 다운힐. 몇
분 지나 처음 큰 길 갈림길에 도착. 현리 쪽으로 가다 학생에게 길을 물으니 이
쪽으로 가지 말고 축령산 넘어가란다. 자기가 맨 꼭대기 집에 산다며 따라오란
다. 큰 길로 가면 한 참을 돈단다. 녀석! 내가 그 길에서 내려온 줄도 모르면
서. 길만 확인 받고 내 길로 기냥 달렸다. 청평검문소, 청평강변로, 대성리에
도착하니 1시 30분. 중간 길가 식당들러 막국수곱빼기 먹고 다시 출발. 정말 덥
다. 미치도록 덥다. 경춘 휴게소. 이젠 배까지 아프다. 얼마나 밑에서 억눌렸는
지 그 것이 나오겠다고 난리다. 잔차를 호도 과자 만드는 아주머니께 맡기고
화장실로 향했다. 나와보니 배가 들어갔다. 몸도 가볍다. 저마다 미친 사람보
듯이 내게 기웃거린다. 내가 화장실 거울로 보아도 내 모습은 미쳤다. 이 한여
름 제일 무더운 시각에 무릎, 팔 보호대까지 하고... 아주머니도 상냥하게 몇
마디 말을 내게 건넨다. 고맙다는 생각에 호도 한 봉지 사준다.
아줌마: 이 무더운데 이 호도빵이 먹혀요?(이상한 눈 빛으로)
나: 아뇨. 제 딸 선물.(지친 표정으로)
사실, 이 무더운데 아줌마는 빵기계로 호도빵을 만들고 계셨다. 그것도 휴게
소 밖 천막 치고. 아마도 이 순간 우린 서로를 측은하게 여긴 것 같다.
한 참을 이글 거리는 뙤약볕 아래 온 몸을 불사르며 달렸다. 그래봐야 시속 23
이 고작이다. 가끔 25. 드디어 내리막길에서 마석으로 접어든다. 계속 직진. 앞
으로도 15키로는 족히 가야한다. 그것도 업힐을 여러번 반복하며. 남은 업힐
들이 눈에 스크린으로 지나간다. 으~ 미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파킹을 더 밑
에 해 두었을 걸. 고작 매표소 200미터 전. 중간 가게에서 쭈쭈바 먹고 다시 달
린다. 그래도 축령산 마을 진입을 위한 우회전이 보인다. 달린다. 말달린다. 업
힐은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보면 인간의 의지는 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계를 보니 70키로 찍혔다. 마지막 임도 삼거리에
서 공사장 트럭맨만 없었어도 20찍히는 건데... 오늘도 축령산은 내게 그 품을
허락하지 않았다. 언제 다시 도전하지?
결심 : 앞으로 솔로 임도 라이딩 못하겠다. 외롭고 재미없고 힘들다.
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어야한다. 아내가 어린시절 고모는 너무도 잘해주었기
에 미약하나마 그 보답을 하기위해서이다. 오늘 축령산 투어를 위해 내가 왕
복 4시간 봉사하여 고모 딸을 데리고 오기로 했다. 지난 4월 축령산 매표소까
지 갔다가 다시 잔차로 집으로 돌아왔던 아픔을 오늘에야 씻어 버리기 위해
서... 바로 오늘밖에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미련없이 오전 6시 30분 잔차를 차
에 달고 축령산으로 향했다. 오늘은 임도만 라이딩한다. 전날 왈바사이트에서
지방간님것 축령산투어후기 및 코스가이드 세 부를 복사에 왔다. 물론 분석도
끝마쳤다. 이른 아침이라 차는 막히지 않았고 한 시간후 축령산에 도착 매표
소 못미쳐 마을에 주차하고 잔차끌고 휴양림에 들어섰다. 시각 오전 7시 30분
매표소 직원에게 잠시 정보를 얻고 올라갔다. 참 답답한 마음이 든다. 매일 그
렇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이 복잡하다는 얘긴데... 그러면 이정표라도
제대로 만들면 되는데... 축령산 가이드 팜플렛 또한 잔차쟁이들에겐 별 도움
을 주질 못했다. 제1주차장을 지나 약수터에서 좌회전. 전망대로향했다. 오른
쪽으로 잣나무 숲속의 통나무집 그리고 왼쪽으로는 인공 풀장이 눈에 들어온
다. 제법 가파른 콩크리트 업힐이 시작된다. 4년전 여러가족들과 이곳에 올라
왔는데 이젠 홀로 잔차끌고 오르려니 감회가 다르다. 위에서 내려다 본 잔차
앞바퀴는 며칠을 세미슬릭 1.75인치로 라이딩하다 2.1인치로 라이딩하니 마
치 오르로드 전용 자동차 바퀴처럼 무지 커 보인다. 무척 힘들다. 평지에서나
업힐에서나 속도가 나질않는다. 간사한 신체같으니... 언제는 막강한 2.1을 좋
다더니 이젠 좀 편한 맛 보았다고 2.1을 내 몸이 막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
쩌랴 일단 올라왔으니 가보자. 마지막 두 번째 서리산삼거리. 사진도 찍을겸
처음 내린다. 왜이리 몸이 무겁고 힘든지 모르겠다. 아침이슬 품은 예쁜 꽃도
찍어보고. 학창시절 서클 사진부에서 선배들은 한 낮에 아침이슬 품은 꽃을 찍
겠다며 소변을 내리 갈겼다. 꽃 망울에...
우회전하면 곧바로 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축령산은 뭐 그
렇고 그런 느낌이다.
자 어디로 갈 것인가. 축령산 정상으로, 아니면 행현리쪽 아침고요 수목원으
. 지방간님이 지적한 것 처럼 정상은 끌고 바이크에 거리도 짧을 것 같아 일단
행현리로 직진하여 다운, 업힐 반복한다. 전망대에서 뵌 할아버지와 계속 길에
서 마주친다. 난 가다 사진찍고 할아버지는 약초 캐고.
나: 할아버지 혼자서 이 먼데 까지 어떻게 도보로 다니세요. 힘드신데.
할아버지: 나이가 드니 친구도 떨어져 나가고 그져 편한 것만 생각해. 그래서 내 뜻이 맞는 친구가 없지만 그래도 혼자서 이렇게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좋아져. 그리고 약초도 케고 말야. 여기 여기 이거다.
나: 뭐죠.
할아버지:드릅이지. 이 거 좋은 거야.
가다가 뱀도 만난다. 날엽한 것이 일정한 각격으로 붉은 줄이 몸에 있다. 입을
낼름거리며 내 길을 가로질러 간다. 카메라를 잽사게 들어보지만 어느새 사라
졌다. 역시 이 놈을 보면 소름이...
길은 좁고 인공 로드는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듬성듬성 파손되어있고 주변의
민가는 본적 없다. 저녁에 나 혼자 이 길 걸어가면 완전 냉동고다.
산딸기와 숲을 헤치며 나아가는 애마.
이정표없는 갈림길. 대충 자료에 의하면 왼쪽은 아침고요 다운힐이고 오른쪽
은 일키로 업힐에 수키로 다운힐인 축령산쪽이란다. 그래 우회전이다. 일키로
올라가보자. 어! 업힐은커녕 신나는 다운힐이다. 그것도 온통 돌투성이로.
우다다, 우다다, 우다다, 쿵, 덜컥, 쿵, 삐식, 쿵.
발 바닥부터 시작하여 엉덩이로 그리고 마지막 머리가 흔들린다. 이러다 미끄
러지면 아프겠지. 핸들에 힘을 너무주었더니 어깨가 아프다. 그래 손에 힘을
빼고 가볍게 달려보자. 우와 저 큰 돌 비켜가고 작은돌 넘어가고 옆 계곡으론
철 안전망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거의 6키로 이상 다운인 것 같
다. 또 삼거리. 도대체 이정표는 왜 없지. 문자없는 비문만이 삼거리 입구에
세워져있다. 어디로 가야하나. 나중에 알았다. 내려가면 곧바로 아침고요이고
올라가면 10키로 지나 축령산 휴양림이란다. 그러면 일단 아침고요를 들렀다
가 다시 이리로 올라 휴양림으로 가는 계획을 세웠다. 마지막 삼거리 돌바위
에 올라 휴식을 취해본다. 이때가지 난 행복했다. 내려온 길 올려다 보며 다음
에 또 올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아침고요 앞에서. 어른 입장료(5000원) 구입전, 직원에게 잔차로 돌 수 있느냐
고 물었더니 거절당해 나와야했다. 잠시 입구 구멍가게에 들러 칠성사이다를
한 입에 다 털어 마시고 주인장께 길을 묻는다. 정보에 의하면 내가 얻은 정보
아 같은 내용이었다. 그래 다시 올라가야지. 한 참을 달린 것 같은데 거리계를
보니 겨우 13키로 찍혔다. 아마도 축령산에 도착하면 20-23키로 나올 것이다.
삼거리로 업힐. 다시 오르려지 죽을 맛이다. 앞으로 10여키로를 가야하니 잠
시 물놀이라도 해야지. 그런데 위쪽이 공사가 한창이다. 날 보고 지나던 트럭
에서 두 사람이 정중하게 올라가지 말라며 부탁한다. 국유지에 공사를 하고 있
어 잔차타다 사고나면 자기들 책임이라나. 나는 대답하고 트럭은 내려간다. 5
분쯤 물놀이를 하다가 어서 빨리 공사구간 통과해야겠다 싶어 서둘러 옷을 입
고 잔차에 오르려니 다시 트럭 올라온다. 이런 젠장! 물놀이 끝났으면 이젠 내
려가라며 또 정중히 부탁한다. 아! 이런 아뿔사. 어떻하지. 별 수 없이 난 내려
오고 만다.
그래 편한 로드로 이동하면 되겠지 싶어 신나게 다운힐한다. 이때부터가 불행
의 시작인지 정말 난 몰랐다. 일단 아침고요를 지나 큰도로까지 업다운을 반복
하며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했다. 또 삼거리. 역시 이정표에 선명
하게 방향이 표시되어있다. 왼쪽 축령산. 오른쪽 현리. 그것도 축령산이 9키로
란다. 야~ 가자. 축령산으로. 신나게 밟는다. 아무리 밟아도 30을 못 넘긴다.
그래도 즐겁다. 계속 이정표의 축령산 거리가 줄어든다. 기분이 업된다. 갈수
록 로드가 좁아든다. 급기야 500미터. 이상하다. 왕복 일차선 도로로 간다. 진
입해 보니 이건 뭐야. 작은 시골마을. 이건 또 뭐야. 그래 일단 더 가보자. 300
미터를 올라가니 완전히 산으로 업힐하는 자갈길. 날 죽여라. 다시 백하여 주
민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야하는 매표소는 저 산 능선 넘어가면 된단다. 한참
은 가야하고 돌길이라 잔차로 매우 위험하단다. 그래도 가끔 잔차타는 무리들
이 이 길을 지나 저 산을 넘어간단다. 나도 희망을 안고 올라가보았다. 정말
무더운 날씨. 현기증과 갈증. 계곡에 여러번 머리를 적셔보았지만 잠시 그때
뿐. 재미도없다. 더욱 나를 힘빠지게 하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이 주민이 일러
준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 또 한탄한다. "이 뙤약볕 아래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집에서 처자식 애타게 날 기다리는데 말야." 나도 삼페일문
(세 번 페달질에 한 번 자문)이 시작된다. 정말 돌길이 싫어진다. "그래도 21단
으로 논스톱 두 주전 미시령오른 나다."라고 되내어보지만 역시 약간의 경사
도 이젠 끌고라이더. 비참하다. 별경사도 아닌데 가장 가볍게 기어를 세팅한
다. 그래도 자갈이 미끌어지고 페달링에 힘이 실린다. 잔차에서 내린다. 으. 바
리케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안내문이 있다. 정보다. 정보. 국립공원 산림
청 직원들이 벌초작업인지 벌목인지 아무튼 매우 바쁘다. 그래도 물어볼 사람
이 있어 기쁘다.
나: 아저씨. 이 길이 축령산 휴양림 길이 맞나요?
직원: 그려. 근데 무척 힘들어. 돌길이라. 그리고 삼거리에서 좌회전하고 가면 돼.
드디어 안도의 한 숨. 어라. 물이 거의 바닥이다. 업힐 할 힘도 없다. 이미 이
곳까지 여러 번 끌었다. 계속 끈다. 50미터 전진하니 1.5리터 콜라 페트병에 물
이 반쯤 담겨있다. 이슬방울에 만져 보니 차가운 기운까지...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가 갈 길이 멀고 민가가 없어요.
재빨리 물통에 옮겨 담는다. 우~! 시원한 이 맛. 숲이 우거져 그늘도 많고 계
곡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정겹지만 지금은 느낄 여유가 없다. 계속 끈다. 어떡
하지 앞으로도 갈 길이 구만린데... 도무지 오를 힘이 없다. 큰일이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혹 이 길로 죽어라 갔는데 또 국유지 직원인지 산림청 직원인지 하는 트럭맨
들 만나면 우~ 안 돼! 절대 안 돼! . 생각 바꾼다. 다시 내려가기로. 이 고난의
돌길을 택하느니 차라리 편한 로드를 택하리라. 다시 9키로. 거의 다운힐. 몇
분 지나 처음 큰 길 갈림길에 도착. 현리 쪽으로 가다 학생에게 길을 물으니 이
쪽으로 가지 말고 축령산 넘어가란다. 자기가 맨 꼭대기 집에 산다며 따라오란
다. 큰 길로 가면 한 참을 돈단다. 녀석! 내가 그 길에서 내려온 줄도 모르면
서. 길만 확인 받고 내 길로 기냥 달렸다. 청평검문소, 청평강변로, 대성리에
도착하니 1시 30분. 중간 길가 식당들러 막국수곱빼기 먹고 다시 출발. 정말 덥
다. 미치도록 덥다. 경춘 휴게소. 이젠 배까지 아프다. 얼마나 밑에서 억눌렸는
지 그 것이 나오겠다고 난리다. 잔차를 호도 과자 만드는 아주머니께 맡기고
화장실로 향했다. 나와보니 배가 들어갔다. 몸도 가볍다. 저마다 미친 사람보
듯이 내게 기웃거린다. 내가 화장실 거울로 보아도 내 모습은 미쳤다. 이 한여
름 제일 무더운 시각에 무릎, 팔 보호대까지 하고... 아주머니도 상냥하게 몇
마디 말을 내게 건넨다. 고맙다는 생각에 호도 한 봉지 사준다.
아줌마: 이 무더운데 이 호도빵이 먹혀요?(이상한 눈 빛으로)
나: 아뇨. 제 딸 선물.(지친 표정으로)
사실, 이 무더운데 아줌마는 빵기계로 호도빵을 만들고 계셨다. 그것도 휴게
소 밖 천막 치고. 아마도 이 순간 우린 서로를 측은하게 여긴 것 같다.
한 참을 이글 거리는 뙤약볕 아래 온 몸을 불사르며 달렸다. 그래봐야 시속 23
이 고작이다. 가끔 25. 드디어 내리막길에서 마석으로 접어든다. 계속 직진. 앞
으로도 15키로는 족히 가야한다. 그것도 업힐을 여러번 반복하며. 남은 업힐
들이 눈에 스크린으로 지나간다. 으~ 미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파킹을 더 밑
에 해 두었을 걸. 고작 매표소 200미터 전. 중간 가게에서 쭈쭈바 먹고 다시 달
린다. 그래도 축령산 마을 진입을 위한 우회전이 보인다. 달린다. 말달린다. 업
힐은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보면 인간의 의지는 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계를 보니 70키로 찍혔다. 마지막 임도 삼거리에
서 공사장 트럭맨만 없었어도 20찍히는 건데... 오늘도 축령산은 내게 그 품을
허락하지 않았다. 언제 다시 도전하지?
결심 : 앞으로 솔로 임도 라이딩 못하겠다. 외롭고 재미없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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