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
아득히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굵은 비가 쏟아집니다.
아~ 안돼!!
시계를 보니 3시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새벽3시에 처량하게 계단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를 핍니다.
지난주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막연한 기대감에 집으로 들어와 주섬주섬 짐을 챙깁니다.
비옷도 챙기고 혹시 갈아있을수 있을까 해서 양말과 져지 상의도
하나 챙깁니다.
그러면서 바깥의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요?
비가 잦아들더니 이내 멈춥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방을 어깨에 매고 자전거를 꺼냅니다.
아내가 일어나 걱정스런 말투로 조심하라고 합니다.
걱정은... 하며 타박을 했지만 저 또한 걱정이 태산입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코스에 200km가 넘는 거리, 무지막지하게 버티고 선 언덕들,
그리고 단 둘이서 가는 라이딩!!
다행히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제 자신의 턱없이 모자란 실력.
희망적인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결국 동행하는 래드맨님께 기대를 걸어보는 수 밖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구리시청 앞으로 달립니다.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구리시청 앞에는 래드맨님이 벌써 나와 계십니다.
도착하니 박수를 치며 어서오슈~ 합니다.
도착 하자마자 담배를 권합니다.
이분과 라이딩을 하면 일주일에 한갑정도를 피우는 담배를 하루에 반갑을
피우는 일도 있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코스를 변경하자는 말씀을 하십니다.
기존에 계획했던 춘천에서 느랏재로의 진입에서 홍천에서 가락재로 올라가자고 합니다.
이유는 돌아오는 길에 말발굽님의 강촌팀과 합류하자는 말씀입니다.
사실 홍천에서 올라가기는 춘천쪽보다 쉽습니다.
짧은 업힐, 긴 다운.
그러나 느랏재를 다운하고 나서 춘천에 떨어져서가 문젭니다.
강촌까지 가는 길이 너무 힘듭니다.
소진해버린 체력과 정신력 앞에 우뚝 서있는 커다란 언덕 세개와 그 뒤로
연이어지는 7~8개의 언덕들.
이 언덕들은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 집니다.
그쪽으로 가면 좀더 힘들수도 있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자세한 상황을
미쳐 말씀드리지 못하고 결국 홍천쪽으로 출발합니다.
팔당터널 입구에서 잠시 쉬는데 래드맨님, 좀 힘들어 합니다.
어제 한숨도 못 주무셨다 합니다.
컨디션이 영 안좋아 보입니다.
이번엔 래드맨님이 앞장서고 팔당댐 옛길쪽으로 진입합니다.
천주교 묘지를 지나며 [여기에요?] 하고 물어봅니다.
[예! 한번 같이 오실래요?]
[에~~~ 싫어요.]
왼쪽으로 크게 돌아 새로난 길로 접어들어 다리구간에서 물안개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습니다.
[거 사진 좋구만. 흠흠!!]
[아침식사는 어디서 할까요?]
[용문에서 하죠]
아직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덥지를 않으니 달리기에는 아주 그만입니다.
별다른 사고없이 용문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오천원짜리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강촌팀의 자유잔차님께 전화 드립니다.
마치터널 입구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용문휴게소를 빠져 나와 다시 달립니다.
래드맨님의 페이스가 영 살아날 기미가 안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래드맨님이야 100km 정도를 달려야 제대로 된 페이스가 올라오는 분이란걸
알고 있으니까요.
잠깐씩 비가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합니다.
중간에 싸이클 팀도 만나고 휴가차 속초 투어를 가는 수원알파 mtb 클럽 회원들과도
만납니다.
싸이클팀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종족이 틀려서 일까요?
싸이클과 mtb는 결국 같은 과인데...
수원알파팀들은 우릴 지나가며 한분한분 다 인사하고 화이팅을 외쳐 줍니다.
심지어는 차량지원을 하시는 분들도 차창밖으로 화이팅을 외칩니다.
젊은분들로 구성되어 있는것 같은데 다들 잘 타십니다.
금새 우리와 멀어집니다.
홍천휴게소에서 다시 만나 올려 주시겠다며 사진을 찍어 주십니다.
래드맨님도 카메라 꺼내서 한방 찍습니다.
바나나 두개를 내주셔서 맛있게 먹습니다.
래드맨님이나 저나 두사람 다 라이딩때 뭘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가방을 뒤져봐야 먹을거라곤 나올게 없습니다. 담배는 있지만서두... ^^:;
감사합니다, 인사만 하고 먹습니다.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에 알파팀이 먼저 떠납니다.
미쳐 인사도 못드리고 보냅니다.
다시 출발.
홍천까지 논스톱으로 질주합니다.
래드맨님의 페이스가 좀 좋아진듯 보입니다.
뒤에서 래드맨님이 외칩니다.
[그만!!!!]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보니 쉬고 가자 합니다.
휴게소까지는 조금 더 남았는데...
래드맨님 다가오더니 수박을 먹자고 합니다.
길가에 수박을 진열해 놓고 파시는데 두개에 3000원 입니다.
후와~~ 수박 참 쌉니다.
길가에 퍼질러 앉아 3000원짜리 하나를 쪼개어 퍽퍽 갉아 먹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과즙이 목을 타고 넘어갑니다.
그 맛이 수박맛이 아니고 꿀맛입니다.
이거 찍어야되, 하면서 다시 사진한방.
왕년에 스페셜라이즈 자전거를 탔었다는 수박장수 아저씨와
한참동안 이바구를 합니다.
다시 일어나 가락재 휴게소까지 달립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를 뚫고 달립니다.
올해는 장거리만 뛰었다 하면 비가 옵니다. -.-;;
구불텅거리는 길을 따라 한참을 가도 가락재 휴게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얇은 언덕들이 지치고 짜증나게 합니다.
아침식사의 기운이 다 떨어져 기진맥진합니다.
배가 고프니 자전거 타기도 싫어집니다.
몇굽이를 더 돌아서야 가락재 휴게소가 보입니다.
뒤이어 올라오신 래드맨님, 한마디 합니다.
[에혀~~ 이러니 월광님이 퍼졌지.]
시간은 1시20분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계획보다 약 1시간 20분이 늦었습니다.
밥을 주문하려고 하니 식사 메뉴가 시원치 않습니다.
결국 김밥 두줄과 우동, 그리고 인스턴트 만두를 주문합니다.
음식이 나오기전 말발굽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하지만 래드맨님의 전화가 물에 젖어 공중전화로 합니다.
받지않는 말발굽님.
이번엔 자유잔차님께..... 역시나 받지 않으십니다.
아마도 전화기가 터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동과 김밥, 그리고 충분히 데워지지 않아서 딱딱한 만두를 억지로
삼키며 힘들게 식사를 합니다.
기운을 조금 되찾은 뒤에 가락재 업힐 준비를 합니다.
스트레칭을 다시 하고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합니다.
홍천부터 조금씩 통증이 발생한 왼쪽 무릎이 걱정되긴 하지만
큰 걱정거리였던 오른쪽 무릎은 다행히 아직까지 굳건하게 버텨주고 있습니다.
제 무릎은 100km용 입니다.
100km가 넘어가면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파스를 붙이고 압박붕대 같은걸로 보호를 하면 큰 이상은 없습니다.
출발하기전 오른쪽 무릎에 신경이 쓰여 소홀히 했던 왼쪽 무릎이 말썽입니다.
아직까진 참을만 합니다.
파스를 한장 더 붙입니다.
그리고 준비했던 비장의 무기를 꺼냅니다.
바로 cd플레이어.
라이딩을 할때는 사용하지 않던 cd플레이어를 꺼냅니다.
오늘의 업힐을 위해 특별히 챙겨온 이놈이 힘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리시버를 귀에 꼿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경쾌하고도 힘있는
카시오페이아의 음악이 흘러 옵니다.
오늘의 업힐을 즐겁게 해줄 임무를 맡은 카시오페이아.
순간 비에 젖고 힘들어서 추욱 가라앉아 있던 온몸의 세포들이 우수수~ 하고 일어납니다.
빨리 올라가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납니다.
[가시죠!!]
래드맨님이 힘차게 출발합니다.
뒤를 따라 출발합니다.
먼저 가락재 입니다.
조금은 급한 언덕입니다. 하지만 거리는 길지 않아서 업힐은 금방 끝납니다.
가락재 터널을 통과해 래드맨님을 기다리니 금새 따라 올라옵니다.
길 건너로 보이는 풍광이 정말 예술입니다.
우거진 숲과 깊은 골짜기들이 웅장하고도 시원한 자태를 뽐냅니다.
[후오~ 죽이네요. 그렇죠?]
[네. 아~좋네요.]
곧이어 벌어진 다운 잔치!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길 한가운데로 내리 꼿습니다.
히햐~~~ 우아악!!!
아우성을 치며 두사람 다 미친듯이 내리 쏩니다.
마치 지구의 중심을 통과하기라도 하겠다는 사람들처럼 끝이 없을것 같은
언덕을 장악하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립니다.
무서운 바람소리와 우우웅~~~ 하는 타이어의 마찰음이 귓가를 때립니다.
브레이킹을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의 코너로 인해 몸으로 무게중심만 바꿔가며
끝없이 붙어오르는 가속을 즐깁니다.
[바로 이거야~~~]
뒤에서 따라오던 래드맨님이 직선구간에서 어느새 저를 추월합니다.
[우와~~ 빠르다아~~~~~]
[에헤헤헤헤~~]
뒤도 않돌아보고 평지까지 질주합니다.
다운이 끝나니 귀가 멍멍하고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끝내주네요.]
[그렇죠?]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느랏재. -.-;;;
놈은 가락재와는 비교도 않됩니다.
엄청난 각도가 있는것도 아니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 언덕, 언덕들.
하나의 언덕을 정복하고 나서 이젠 좀 쉬나보다 하고 쳐다보면 곧바로
또 하나가 이어집니다.
심장의 헐떡임과 허벅지의 피로를 미쳐 풀어낼 사이도 없이 이어지는 언덕에
올라야 합니다.
피로잔량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언덕들을 올라야 하니
엄청난 각도의 언덕을 오르기보다 힘이 더 듭니다.
그리고 그 각도 또한 만만치 만은 않습니다.
얼마를 오르고 나서 래드맨님이 외칩니다.
[거기가 정상이에요?]
헐떡거리며 올라오시는 래드맨님께 왠지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
[예. 다왔어요] 하고 대답합니다.
다 올라왔다고 좋아라 하시며 사진을 찍습니다.
하지만 다시 출발해서 코너를 돌자 또다른 언덕들이 눈에 들어오자,
[엥? 여기가 정상 아니구만. 에휴~~]
[... 여기 전체가 다 정상이에요. 정상을 타고 능선이.... 어쩌구...]
[아! 그래요?]
하지만 느랏재 터널쪽으로 다가갈수록 언덕은 점점 심해집니다.
[세개.... 두개... 한개.... 다왔습니다. 느랏재 터널입니다.]
[으휴~~ 지겨워. 퀵실버한티 완전 속았네.]
터널을 지나가는데 시커먼 흙탕이 튀어 오릅니다.
그냥 물이겠거니 했는데 통과해서 보니 혼통 시커먼 흙탕입니다.
[우헤헤~~ 퀵실버님, 그게 뭐욤? 아~ 더러.]
[그러게. 래드맨님은 어찌 팔에만 튀었을까요?]
느랏재 터널을 배경삼아 다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심호흡하고 다시 다운.
심장이 멈출듯 합니다.
뭐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가락재의 다운보다 더 심합니다.
그러니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
.
.
한참의 다운이 끝나고 춘천땅에 도착합니다.
갑자기 래드맨님이 비명을 지릅니다.
[흐억~ 저길 넘어야 되요?]
[네? 아~...네. 강촌까지는 금방... 한 서너개만.. 아니 대여섯...]
말을 얼버무리는 퀵실버.
떠억 버티고 선 무시무시한 언덕이 기를 질리게 합니다.
래드맨님을 앞세우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기진맥진해진 두사람이 비틀거리며 올라갑니다.
한참을 올라 정상에 서자 래드맨님 다시 비명을...
[끄억~ 저길 또? 내가 미쳐.]
[아~ 그게 말이죠... 저걸 넘어가면 금방.. -.-;;;]
첫번째 정상에 서자 거대한 언덕 두개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렇게 오르고 올라 오봉산 휴게소에 섭니다.
정신력과 힘이 모두 떨어진 상태에서 그런 언덕들을 다시 올라야 한다는게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업힐을 싫어하시던 래드맨님은 투덜거리면서도
끝내 하나도 버리지 않고 완벽하게 오르십니다.
저만치 뒤에서 조용히 올라오시는걸 보고 있으면 괜히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오봉산 휴게소에서 다시 강촌팀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번에 통화가 됩니다.
말발굽님의 전화를 수류탄님이 받으십니다.
하지만 지금 출발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정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한시간을 뒤쳐지게 됩니다.
오봉산 휴게소니까 빨리 가겠노라고 했더니 일단 말발굽님께 전해드리겠다고 합니다.
마음이 급해져서 래드맨님을 뒤에 두고 쏘기 시작합니다.
왼쪽 무릎의 통증이 상당히 심하지만 그걸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그들과 만나지 못해 둘만이 달려야 한다는걸 생각하니 외로워 집니다.
달리고 달리고 몇개의 언덕을 단숨에 통과해 강촌에 내려섰지만 강촌팀은 이미
떠나고 없습니다.
뒤이어 달려온 래드맨님과 휴게소에서 다시 전화를 드리니 벌써 청평이라고 합니다.
먼저 가시라고 인사드리고 전화를 끊으니 좀 허탈합니다.
오랜만에 말발굽님과 여러분들도 뵙고 싶었는데 대부대가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우릴 기다리기 힘드셨을 겁니다.
괜히 전화를 드려서 심려를 끼쳐드린거나 아닐까 하고 후회를 해봅니다.
결국 자유잔차님과 통화가 성공해 구리시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그런 이유였을까요, 아니면 무리해서 강촌까지 쏘아댄 때문일까요?
퀵실버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갑작스럽게 무릎의 통증이 심해지고 약간의 한기까지 찾아듭니다.
힘들기는 래드맨님도 마찬가지.
두사람 다 기진맥진 해져서 평지를 달리기도 힘듭니다.
엄청나게 막히는 차들 사이를 뚫고 비틀거리며 달립니다.
계속해서 앞서 달리는 래드맨님이 나의 상태를 알아채고 길을 터주며 달립니다.
퀵실버는 계속 쉬고싶고 그럴때마다 래드맨님도 짐짓 힘드신것처럼 쉬어주십니다.
경츈휴게소에서 자유잔차님께 전화를 하니 여전히 기다리신다고 합니다.
게다가 chp님과 강가딘님까지 함께 계신다고 합니다.
깜짝놀라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출발합니다.
하지만 퀵실버는 이제 페달링을 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래드맨님이 뒤에서 계속 독려를 해주셔서 그나마 조금씩 조금씩 달립니다.
유쾌한 목소리로 백만스물하나, 백만스물둘을 외칩니다.
언덕을 오를땐 화이팅과 아싸~를 외칩니다.
그럴때마다 몸은 말을 듣지 않지만 의식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내 뒤에는 래드맨이 있다.]
그러나 결국 마치터널을 목전에 두고 퀵실버의 뒷바퀴에 펑크가 납니다.
너무 미안해져서 먼저 가시라고 말씀 드렸지만
무슨소리냐, 천천히 수리하고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걱정입니다.]
[어차피 9시는 되어야 들어가겠는걸요.]
서둘러서 튜브를 교환하고 마치터널 언덕을 오릅니다.
평내를 지나며 저에게 다시 앞자리를 맡깁니다.
전혀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할텐데, 뒤에서 조용히 따라만 오십니다.
남양주시청 앞에서 결국 주저앉고 맙니다.
[괞찬아요?]
[네! 무릎이 너무... 5분만...]
5분만 쉬었다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쉬었다가 같이 갑시다.]
결국 구리엘지백화점 앞까지 그렇게 도착합니다.
기다리다 지쳐 먼저 음식점에 가셔서 미리 밥을 시켜 놓으시고 기다리던
chp님, 강가딘님, 자유잔차님과 반갑게 만납니다.
너무 늦어져서 무슨 사고라도 난게 아닐까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합니다.
방정맞다고 욕할까봐 말도 못했다는 chp님.
고생했다고 박수를 치며 환영해 주십니다.
갑가지 눈물샘이 시큰해 집니다.
단체를 대표해서 큰 시합에 다녀온것도 아닌데 참 송구스럽습니다.
따라주시는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마시고 나니 속이 시원합니다.
몰골이 말이 아니라며, 그러게 같이 갔어야지 하며 걱정과 질타를 함께
해주셔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속으로 [나는 너무나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며 감격해 합니다.
정말 저는 사람 복이 참 많은가 봅니다.
.
.
.
지금은 온몸이 옥신거리고 아팠던 왼쪽 무릎은 근육부위가 조금 부어있습니다.
하지만 가슴속에는 커다란 선물 하나가 새로 생겼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것 10개를 꼽으라면 여러분은 어떤걸 꼽으시겠습니까?
거의 대동소이 하겠지요.
저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친구라는 항목 하나는 들어가겠지요?
여러분은 그 항목에 누구의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
.
.
저는 그 친구와 동지라는 항목의 대분류에
래드맨(강진오)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올려놓겠습니다.
special thanks : chp님. 강가딘님. 자유잔차님.
세분의 관심과 사랑에 깊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보냅니다.
따뜻한 그 밥 한그릇이 전부는 아니지요.
뜨거운 당신들의 마음에 더 행복해집니다.
아득히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굵은 비가 쏟아집니다.
아~ 안돼!!
시계를 보니 3시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새벽3시에 처량하게 계단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를 핍니다.
지난주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막연한 기대감에 집으로 들어와 주섬주섬 짐을 챙깁니다.
비옷도 챙기고 혹시 갈아있을수 있을까 해서 양말과 져지 상의도
하나 챙깁니다.
그러면서 바깥의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요?
비가 잦아들더니 이내 멈춥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방을 어깨에 매고 자전거를 꺼냅니다.
아내가 일어나 걱정스런 말투로 조심하라고 합니다.
걱정은... 하며 타박을 했지만 저 또한 걱정이 태산입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코스에 200km가 넘는 거리, 무지막지하게 버티고 선 언덕들,
그리고 단 둘이서 가는 라이딩!!
다행히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제 자신의 턱없이 모자란 실력.
희망적인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결국 동행하는 래드맨님께 기대를 걸어보는 수 밖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구리시청 앞으로 달립니다.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구리시청 앞에는 래드맨님이 벌써 나와 계십니다.
도착하니 박수를 치며 어서오슈~ 합니다.
도착 하자마자 담배를 권합니다.
이분과 라이딩을 하면 일주일에 한갑정도를 피우는 담배를 하루에 반갑을
피우는 일도 있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코스를 변경하자는 말씀을 하십니다.
기존에 계획했던 춘천에서 느랏재로의 진입에서 홍천에서 가락재로 올라가자고 합니다.
이유는 돌아오는 길에 말발굽님의 강촌팀과 합류하자는 말씀입니다.
사실 홍천에서 올라가기는 춘천쪽보다 쉽습니다.
짧은 업힐, 긴 다운.
그러나 느랏재를 다운하고 나서 춘천에 떨어져서가 문젭니다.
강촌까지 가는 길이 너무 힘듭니다.
소진해버린 체력과 정신력 앞에 우뚝 서있는 커다란 언덕 세개와 그 뒤로
연이어지는 7~8개의 언덕들.
이 언덕들은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 집니다.
그쪽으로 가면 좀더 힘들수도 있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자세한 상황을
미쳐 말씀드리지 못하고 결국 홍천쪽으로 출발합니다.
팔당터널 입구에서 잠시 쉬는데 래드맨님, 좀 힘들어 합니다.
어제 한숨도 못 주무셨다 합니다.
컨디션이 영 안좋아 보입니다.
이번엔 래드맨님이 앞장서고 팔당댐 옛길쪽으로 진입합니다.
천주교 묘지를 지나며 [여기에요?] 하고 물어봅니다.
[예! 한번 같이 오실래요?]
[에~~~ 싫어요.]
왼쪽으로 크게 돌아 새로난 길로 접어들어 다리구간에서 물안개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습니다.
[거 사진 좋구만. 흠흠!!]
[아침식사는 어디서 할까요?]
[용문에서 하죠]
아직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덥지를 않으니 달리기에는 아주 그만입니다.
별다른 사고없이 용문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오천원짜리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강촌팀의 자유잔차님께 전화 드립니다.
마치터널 입구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용문휴게소를 빠져 나와 다시 달립니다.
래드맨님의 페이스가 영 살아날 기미가 안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래드맨님이야 100km 정도를 달려야 제대로 된 페이스가 올라오는 분이란걸
알고 있으니까요.
잠깐씩 비가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합니다.
중간에 싸이클 팀도 만나고 휴가차 속초 투어를 가는 수원알파 mtb 클럽 회원들과도
만납니다.
싸이클팀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종족이 틀려서 일까요?
싸이클과 mtb는 결국 같은 과인데...
수원알파팀들은 우릴 지나가며 한분한분 다 인사하고 화이팅을 외쳐 줍니다.
심지어는 차량지원을 하시는 분들도 차창밖으로 화이팅을 외칩니다.
젊은분들로 구성되어 있는것 같은데 다들 잘 타십니다.
금새 우리와 멀어집니다.
홍천휴게소에서 다시 만나 올려 주시겠다며 사진을 찍어 주십니다.
래드맨님도 카메라 꺼내서 한방 찍습니다.
바나나 두개를 내주셔서 맛있게 먹습니다.
래드맨님이나 저나 두사람 다 라이딩때 뭘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가방을 뒤져봐야 먹을거라곤 나올게 없습니다. 담배는 있지만서두... ^^:;
감사합니다, 인사만 하고 먹습니다.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에 알파팀이 먼저 떠납니다.
미쳐 인사도 못드리고 보냅니다.
다시 출발.
홍천까지 논스톱으로 질주합니다.
래드맨님의 페이스가 좀 좋아진듯 보입니다.
뒤에서 래드맨님이 외칩니다.
[그만!!!!]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보니 쉬고 가자 합니다.
휴게소까지는 조금 더 남았는데...
래드맨님 다가오더니 수박을 먹자고 합니다.
길가에 수박을 진열해 놓고 파시는데 두개에 3000원 입니다.
후와~~ 수박 참 쌉니다.
길가에 퍼질러 앉아 3000원짜리 하나를 쪼개어 퍽퍽 갉아 먹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과즙이 목을 타고 넘어갑니다.
그 맛이 수박맛이 아니고 꿀맛입니다.
이거 찍어야되, 하면서 다시 사진한방.
왕년에 스페셜라이즈 자전거를 탔었다는 수박장수 아저씨와
한참동안 이바구를 합니다.
다시 일어나 가락재 휴게소까지 달립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를 뚫고 달립니다.
올해는 장거리만 뛰었다 하면 비가 옵니다. -.-;;
구불텅거리는 길을 따라 한참을 가도 가락재 휴게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얇은 언덕들이 지치고 짜증나게 합니다.
아침식사의 기운이 다 떨어져 기진맥진합니다.
배가 고프니 자전거 타기도 싫어집니다.
몇굽이를 더 돌아서야 가락재 휴게소가 보입니다.
뒤이어 올라오신 래드맨님, 한마디 합니다.
[에혀~~ 이러니 월광님이 퍼졌지.]
시간은 1시20분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계획보다 약 1시간 20분이 늦었습니다.
밥을 주문하려고 하니 식사 메뉴가 시원치 않습니다.
결국 김밥 두줄과 우동, 그리고 인스턴트 만두를 주문합니다.
음식이 나오기전 말발굽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하지만 래드맨님의 전화가 물에 젖어 공중전화로 합니다.
받지않는 말발굽님.
이번엔 자유잔차님께..... 역시나 받지 않으십니다.
아마도 전화기가 터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동과 김밥, 그리고 충분히 데워지지 않아서 딱딱한 만두를 억지로
삼키며 힘들게 식사를 합니다.
기운을 조금 되찾은 뒤에 가락재 업힐 준비를 합니다.
스트레칭을 다시 하고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합니다.
홍천부터 조금씩 통증이 발생한 왼쪽 무릎이 걱정되긴 하지만
큰 걱정거리였던 오른쪽 무릎은 다행히 아직까지 굳건하게 버텨주고 있습니다.
제 무릎은 100km용 입니다.
100km가 넘어가면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파스를 붙이고 압박붕대 같은걸로 보호를 하면 큰 이상은 없습니다.
출발하기전 오른쪽 무릎에 신경이 쓰여 소홀히 했던 왼쪽 무릎이 말썽입니다.
아직까진 참을만 합니다.
파스를 한장 더 붙입니다.
그리고 준비했던 비장의 무기를 꺼냅니다.
바로 cd플레이어.
라이딩을 할때는 사용하지 않던 cd플레이어를 꺼냅니다.
오늘의 업힐을 위해 특별히 챙겨온 이놈이 힘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리시버를 귀에 꼿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경쾌하고도 힘있는
카시오페이아의 음악이 흘러 옵니다.
오늘의 업힐을 즐겁게 해줄 임무를 맡은 카시오페이아.
순간 비에 젖고 힘들어서 추욱 가라앉아 있던 온몸의 세포들이 우수수~ 하고 일어납니다.
빨리 올라가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납니다.
[가시죠!!]
래드맨님이 힘차게 출발합니다.
뒤를 따라 출발합니다.
먼저 가락재 입니다.
조금은 급한 언덕입니다. 하지만 거리는 길지 않아서 업힐은 금방 끝납니다.
가락재 터널을 통과해 래드맨님을 기다리니 금새 따라 올라옵니다.
길 건너로 보이는 풍광이 정말 예술입니다.
우거진 숲과 깊은 골짜기들이 웅장하고도 시원한 자태를 뽐냅니다.
[후오~ 죽이네요. 그렇죠?]
[네. 아~좋네요.]
곧이어 벌어진 다운 잔치!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길 한가운데로 내리 꼿습니다.
히햐~~~ 우아악!!!
아우성을 치며 두사람 다 미친듯이 내리 쏩니다.
마치 지구의 중심을 통과하기라도 하겠다는 사람들처럼 끝이 없을것 같은
언덕을 장악하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립니다.
무서운 바람소리와 우우웅~~~ 하는 타이어의 마찰음이 귓가를 때립니다.
브레이킹을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의 코너로 인해 몸으로 무게중심만 바꿔가며
끝없이 붙어오르는 가속을 즐깁니다.
[바로 이거야~~~]
뒤에서 따라오던 래드맨님이 직선구간에서 어느새 저를 추월합니다.
[우와~~ 빠르다아~~~~~]
[에헤헤헤헤~~]
뒤도 않돌아보고 평지까지 질주합니다.
다운이 끝나니 귀가 멍멍하고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끝내주네요.]
[그렇죠?]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느랏재. -.-;;;
놈은 가락재와는 비교도 않됩니다.
엄청난 각도가 있는것도 아니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 언덕, 언덕들.
하나의 언덕을 정복하고 나서 이젠 좀 쉬나보다 하고 쳐다보면 곧바로
또 하나가 이어집니다.
심장의 헐떡임과 허벅지의 피로를 미쳐 풀어낼 사이도 없이 이어지는 언덕에
올라야 합니다.
피로잔량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언덕들을 올라야 하니
엄청난 각도의 언덕을 오르기보다 힘이 더 듭니다.
그리고 그 각도 또한 만만치 만은 않습니다.
얼마를 오르고 나서 래드맨님이 외칩니다.
[거기가 정상이에요?]
헐떡거리며 올라오시는 래드맨님께 왠지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
[예. 다왔어요] 하고 대답합니다.
다 올라왔다고 좋아라 하시며 사진을 찍습니다.
하지만 다시 출발해서 코너를 돌자 또다른 언덕들이 눈에 들어오자,
[엥? 여기가 정상 아니구만. 에휴~~]
[... 여기 전체가 다 정상이에요. 정상을 타고 능선이.... 어쩌구...]
[아! 그래요?]
하지만 느랏재 터널쪽으로 다가갈수록 언덕은 점점 심해집니다.
[세개.... 두개... 한개.... 다왔습니다. 느랏재 터널입니다.]
[으휴~~ 지겨워. 퀵실버한티 완전 속았네.]
터널을 지나가는데 시커먼 흙탕이 튀어 오릅니다.
그냥 물이겠거니 했는데 통과해서 보니 혼통 시커먼 흙탕입니다.
[우헤헤~~ 퀵실버님, 그게 뭐욤? 아~ 더러.]
[그러게. 래드맨님은 어찌 팔에만 튀었을까요?]
느랏재 터널을 배경삼아 다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심호흡하고 다시 다운.
심장이 멈출듯 합니다.
뭐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가락재의 다운보다 더 심합니다.
그러니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
.
.
한참의 다운이 끝나고 춘천땅에 도착합니다.
갑자기 래드맨님이 비명을 지릅니다.
[흐억~ 저길 넘어야 되요?]
[네? 아~...네. 강촌까지는 금방... 한 서너개만.. 아니 대여섯...]
말을 얼버무리는 퀵실버.
떠억 버티고 선 무시무시한 언덕이 기를 질리게 합니다.
래드맨님을 앞세우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기진맥진해진 두사람이 비틀거리며 올라갑니다.
한참을 올라 정상에 서자 래드맨님 다시 비명을...
[끄억~ 저길 또? 내가 미쳐.]
[아~ 그게 말이죠... 저걸 넘어가면 금방.. -.-;;;]
첫번째 정상에 서자 거대한 언덕 두개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렇게 오르고 올라 오봉산 휴게소에 섭니다.
정신력과 힘이 모두 떨어진 상태에서 그런 언덕들을 다시 올라야 한다는게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업힐을 싫어하시던 래드맨님은 투덜거리면서도
끝내 하나도 버리지 않고 완벽하게 오르십니다.
저만치 뒤에서 조용히 올라오시는걸 보고 있으면 괜히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오봉산 휴게소에서 다시 강촌팀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번에 통화가 됩니다.
말발굽님의 전화를 수류탄님이 받으십니다.
하지만 지금 출발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정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한시간을 뒤쳐지게 됩니다.
오봉산 휴게소니까 빨리 가겠노라고 했더니 일단 말발굽님께 전해드리겠다고 합니다.
마음이 급해져서 래드맨님을 뒤에 두고 쏘기 시작합니다.
왼쪽 무릎의 통증이 상당히 심하지만 그걸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그들과 만나지 못해 둘만이 달려야 한다는걸 생각하니 외로워 집니다.
달리고 달리고 몇개의 언덕을 단숨에 통과해 강촌에 내려섰지만 강촌팀은 이미
떠나고 없습니다.
뒤이어 달려온 래드맨님과 휴게소에서 다시 전화를 드리니 벌써 청평이라고 합니다.
먼저 가시라고 인사드리고 전화를 끊으니 좀 허탈합니다.
오랜만에 말발굽님과 여러분들도 뵙고 싶었는데 대부대가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우릴 기다리기 힘드셨을 겁니다.
괜히 전화를 드려서 심려를 끼쳐드린거나 아닐까 하고 후회를 해봅니다.
결국 자유잔차님과 통화가 성공해 구리시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그런 이유였을까요, 아니면 무리해서 강촌까지 쏘아댄 때문일까요?
퀵실버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갑작스럽게 무릎의 통증이 심해지고 약간의 한기까지 찾아듭니다.
힘들기는 래드맨님도 마찬가지.
두사람 다 기진맥진 해져서 평지를 달리기도 힘듭니다.
엄청나게 막히는 차들 사이를 뚫고 비틀거리며 달립니다.
계속해서 앞서 달리는 래드맨님이 나의 상태를 알아채고 길을 터주며 달립니다.
퀵실버는 계속 쉬고싶고 그럴때마다 래드맨님도 짐짓 힘드신것처럼 쉬어주십니다.
경츈휴게소에서 자유잔차님께 전화를 하니 여전히 기다리신다고 합니다.
게다가 chp님과 강가딘님까지 함께 계신다고 합니다.
깜짝놀라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출발합니다.
하지만 퀵실버는 이제 페달링을 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래드맨님이 뒤에서 계속 독려를 해주셔서 그나마 조금씩 조금씩 달립니다.
유쾌한 목소리로 백만스물하나, 백만스물둘을 외칩니다.
언덕을 오를땐 화이팅과 아싸~를 외칩니다.
그럴때마다 몸은 말을 듣지 않지만 의식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내 뒤에는 래드맨이 있다.]
그러나 결국 마치터널을 목전에 두고 퀵실버의 뒷바퀴에 펑크가 납니다.
너무 미안해져서 먼저 가시라고 말씀 드렸지만
무슨소리냐, 천천히 수리하고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걱정입니다.]
[어차피 9시는 되어야 들어가겠는걸요.]
서둘러서 튜브를 교환하고 마치터널 언덕을 오릅니다.
평내를 지나며 저에게 다시 앞자리를 맡깁니다.
전혀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할텐데, 뒤에서 조용히 따라만 오십니다.
남양주시청 앞에서 결국 주저앉고 맙니다.
[괞찬아요?]
[네! 무릎이 너무... 5분만...]
5분만 쉬었다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쉬었다가 같이 갑시다.]
결국 구리엘지백화점 앞까지 그렇게 도착합니다.
기다리다 지쳐 먼저 음식점에 가셔서 미리 밥을 시켜 놓으시고 기다리던
chp님, 강가딘님, 자유잔차님과 반갑게 만납니다.
너무 늦어져서 무슨 사고라도 난게 아닐까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합니다.
방정맞다고 욕할까봐 말도 못했다는 chp님.
고생했다고 박수를 치며 환영해 주십니다.
갑가지 눈물샘이 시큰해 집니다.
단체를 대표해서 큰 시합에 다녀온것도 아닌데 참 송구스럽습니다.
따라주시는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마시고 나니 속이 시원합니다.
몰골이 말이 아니라며, 그러게 같이 갔어야지 하며 걱정과 질타를 함께
해주셔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속으로 [나는 너무나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며 감격해 합니다.
정말 저는 사람 복이 참 많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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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온몸이 옥신거리고 아팠던 왼쪽 무릎은 근육부위가 조금 부어있습니다.
하지만 가슴속에는 커다란 선물 하나가 새로 생겼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것 10개를 꼽으라면 여러분은 어떤걸 꼽으시겠습니까?
거의 대동소이 하겠지요.
저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친구라는 항목 하나는 들어가겠지요?
여러분은 그 항목에 누구의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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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친구와 동지라는 항목의 대분류에
래드맨(강진오)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올려놓겠습니다.
special thanks : chp님. 강가딘님. 자유잔차님.
세분의 관심과 사랑에 깊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보냅니다.
따뜻한 그 밥 한그릇이 전부는 아니지요.
뜨거운 당신들의 마음에 더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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