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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두 번째 참가. 소리산 라이딩보다 더 즐거운 만남.

kwakids2003.08.06 10:51조회 수 735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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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에 참여하고 싶은 내 마음을 위로하듯 마이콜님의 번개는 목마른 사슴과

같은 나의 임도 라이딩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전 7시 광나루

역에 나갔다. 그런데 뜻 밖에 둘만의 라이딩이 아닌 한 분이 추가되었단다. 다

름 아닌 리피님이다. 일단 내 차에 잔차 세대를 싣고 우린 소리산으로 향했다.

구리를 지나 어느덧 강변로를 따라 뻥 뚫린 아스팔트위를 달리니 지난날 잔차

로 이 길을 지났던 기억들이 차창 밖을 스쳐 지나갔다. 양평 고개 순대국집에

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산음휴양림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잠시 리피님의 잔

차에 얽힌 얘기가 시작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재미있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비슬고개가 눈에 들어온다. 두 달 전 이맘때 번개에 처음 참여하여 한

참을 헤매던 그때 민폐를 끼치며 잔체에서 내렸다 오르기를 반복했던 억장이

무너지는 코스였다. 그래 오늘은 소리산 30 키로를 완주하고 내 자존심을 무너

트렸던 여기를 그 때와 같은 21단에 2.1인치로 오르는 거다. 마음을 굳게 다져

본다. 차를 고개 정상에 주차하고 우린 잔차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근데 리피

님 머리장식이 인상적이다. 온통 천으로 머리를 둘러싸고 그 위해 썬캡으로 마

지막 장식을 하신다. 마이콜님이 잠시 얘기하신다. 바퀴얼마냐고. 알고 보니

백 만원이란다. 그럼 잔차 값은? 수 백 만원. 일반 경차 등록비 포함가격. 점점

특이한 분으로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기념 사진을 한 장 박고 소리산을 향한

다운힐 시작이다.



소리산 입구. 바리케이트가 우리를 맞이한다. 역시 바리케이트는 엠티비 라이

더의 손님맞이 위문단. 잔차를 그 위로 넘기며 소리산에 첫 발을 내 딛는다. 시

작부터 산음을 빼어 닮은 듯 완만한 경사에 완만한 다운힐 이어지기 반복. 그

동안 연습 못한 것 때문에 이 번개에 부담이 있었는데 뭐 이 정도면 기분 좋

다. 계속 페달링 부드럽게 이어간다. 근데 리피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

지. 마이콜님 기냥 가잔다. 결국 갈림길에서 만나게 되니 그곳에서 기다리면

되고 리피님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분이라고 나를 안심시킨다. 첫 번째 삼거리

에서 베이스캠프를 치고 잠시 쉰다. 리피님 도착. 멋진 다운힐 컷 카메라에 담

든다. 우회전하여 다시 출발한다. 작고 중간 정도 고개 계속 넘나든다. 마이콜

님 먼저 앞서가신다. 그래도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거리를 수 키로 유지했지만

결국 시야에서 멀어진다. 입구에서 아마도 13키로는 온 것 같다. 작은 다리 개

울 밑 마이콜님 자리잡고 기다리신다. 보호대 풀고 머리를 시원한 계곡 물에

적셔본다. 이어 리피님 조인한다. 사진 찍고 행동식도 취하고 오늘 일정 상의

한다. 다시 출발. 이번엔 쉬지 않고 달린다. 계속 달린다. 10키로 정도 달리고

큰 커브. 잠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타이어가 오른쪽으로 슬립 되고 내 몸도 한

시 방향으로 슬라이딩. 오른쪽 손목 보호대 밀려 결국 약간의 찰과상이 팔에

남게되었다. 윽, 피를 보다니. 완만한 코스에서. 그래도 상처라고 피가 흘러내

리지만 모래만 털어 내고 다시 보호대 착용하고 출발한다. 한 참을 달린다. 오

르고 또 오르고 쉬지 않고 달린다. 아마도 물놀이 지점에서 15키로 지난 것 같

다. 또 삼거리. 마이콜님 나무 그늘 밑에서 기다린다. 나도 함께. 이젠 다 왔단

다. 남은 것은 왼쪽으로 내려가 아스팔트에서 우회전 몇 백 미터 약간 업힐하

고 내리 다운힐. 그리고 마을에서 우회전하면 된단다. 그리고 마을에 슈퍼가

있어 그 곳에서 더위를 식히잔다. 나는 맥주를 제안했다. 그런데 내가 운전하

는데 어떻게 마셔야하는지 걱정했더니 마이콜님 대답한다. 한 병을 마셔도 비

슬고개 올라가며 알콜이 모두 타버린단다. 그래 맞겠다 싶어 찬성한다. 드디

어 맥주를 마신다는 희망에 부푼다. 며칠 전 축령산에서 고생하다 맥주한잔 하

고 싶었는데 운전 때문에 쭈쭈바 입에 물었던 아픔이... 한 참을 우린 기다렸

다. 정말 무더운 날씨. 머리를 온통 썬캡과 보호대로 장식한 리피님 도착하신

다. 근데 숨은 어떻게 내 쉬지. 곧바로 출발. 아스팔트 도착. 리피님. 오른쪽 무

릎 통증 호소. 인데 늘어짐과 ,mri 촬영까지 했단다. 의사가 쉬라고 했는데...

이렇게 여기까지 오다니. 결국 왼쪽 발만의 페달링으로 업힐 시작한다. 다행

이 길이가 짧아. 그래도 촬영을 해야지 기념인데... 의지의 한국인이다. 이 아

픔을 딛고 한 쪽 페달링으로 업힐하며 민폐를 걱정하는 리피님. 감동이다. 다

운힐. 아무도 없는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마을로 내려가 슈퍼 들러 제일먼저

캔 맥주 하나를 든다. 따서 입에 붇는다. 아마 술맛이 이렇다면 난 술독에 빠졌

을 것을... 그 어는 음료도 모방 못하리라. 야! 좋다. 바로 이 맛이야. 반쯤 마시

고 마이콜님께 넘긴다. 그래 이 기분으로 비슬고개를 정벌하러 가는 거야. 다

시 굳게 마음을 다진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식혀본다. 리피님은 무

릎 통증으로 비슬고개 입구, 500년 수목 밑 정자에서 쉬시고 마이콜님과 나는

2 키로미터 비슬고개를 향해 출발한다. 나도 쉬고 싶었지만 한이 서려있어 포

기는 안 돼. 마을을 지나 민가가 없다. 고개시작이 보인다. 아! 죽겠다. 왜 머리

가 띵하지. 아 큰 일이다. 알콜 때문인 듯. 나는 조금만 마셔도 알콜 때문에 머

리가 아프다. 그래도 오른다. 마이콜님과 2미터 간격을 유지하며... 지난날 내

가 내렸던 코스가 눈에 들어온다. 두 달전 바로 이 곳에서 엑슬님과 노을님이

내게 가르쳐 주었던 그리고 레드맨님의 땀과 숨결이 젖어있는 추억의 코스이

다. 나는 그 길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두통이 심해지고 햇볕은 내 머리 위에

서 작열한다. 온 몸은 불덩이. 어떡하지. 내릴까. 내리면 뭐하나. 뻔히 후회하

며 통탄할 것인데... 그래 꾸역꾸역 페달 질 해 본다. 물을 마시려니 아니 이건

파워레이드. 애고 역시 물이 좋은데... 슈퍼에서 선택을 잘못했다. 머리에 물

도 뿌려야하는데 파월레이드로는... 물이라도 머리에 부으면 정말 힘이 날텐

데... 중간쯤 마이콜님 내게 선두를 양보하시듯 길을 내 준다. 중미산에서처럼

치고 올라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니다. 그래선 안 된다. 내 몸을 생각해

야지. 두통이 심하고 폐도 폭발하려고 하는데 이러다 쓰러지면 누가 내 가족

을 챙기나. 한 숨이 나온다. 그래 더 이상은 욕심이다. 이 간격을 유지하며 계

속 오른다. 선두 자리는 체념한다. 전신주가 멀리 보인다. 저 밑이 내 차가 있

는 정상이다. 또 삼페일문 해 본다. “내가 이 짓 왜하나?” 이젠 고개 정복 욕심

을 내지 말아야지. 물론 초보지만 내가 오를 고개는 다 올랐다. 다시는 고개 정

복 욕심 지운다. 앞으로는 이런 고개 나오면 중간에 세 번은 쉬리라 마음속 깊

이 깊이 맹세한다. 오늘이 마지막 도전이다. 진짜 마지막이다. 끝까지 올라야

지. 근데 마이콜님도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왜 오르지. 나야 지난 날 패자의 아

픔이 있어 안 쉬고 오르지만 마이콜님은 뭐가 아쉬워 저렇게 오를지 궁금하

다. 이 다짐 저 다짐으로 오르니 그래도 정상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몸과 마

음의 경직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빠진다. 차 옆 마이콜님 잔차에서 내린다. 초

점 희미해지며 나도 내린다. 헬멧과 장갑 벗어 던지고 그늘 밑으로 간다. 소변

이 급하다. 근데 하체의 모든 신경 세포가 마비되었다.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

한다. 그래도 억눌렸던 누런 물줄기가 자연을 향해 용솟음 친다. 그늘 밑에 자

리잡고 앉아보지만 편한 느낌이 없다. 머리 지끈, 폐는 벌렁벌렁 어지럼증이

있다. 내가 이런 적은 없었는데... 역시 연습 부족이다. 이건 운동이 아니라 몸

죽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고개 정복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내 마음

위로 해 본다. 힘없이 그래도 사진을 남겨야한다. 처절한 정복자 사진 한 장 찰

칵. 잔차 차에 싣고 내려온다. 500년 수목 맞은편 슈퍼에서 음료 사서 정자로

들어선다. 이런 수목을 보면 역사를 숫한 인고의 세월을 보는 듯 존엄한 생각

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10 분 쉬고 3시에 정체를 피해 경기도를 빠져 나가려했지만 리피님의 경험담

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했다. 무려 1시간 30분 지난 4시 30분에 출발. 본격적

인 도로에 접어드니 비가 내린다. 빗  줄기도 굵어지고 차는 극심 정체. 리피님

의 얘기는 다시 이어진다.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고 배가 고프다. 너무 웃어

서... 이러다 재미없겠다 싶어 다시 길을 한화콘도 지나 중미산 휴양림 오르는

길에 허름하지만 운치 있는 식당에 들러 방 잡고 칼국수와 백숙을 주문했다.

여지없이 리피님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고 마이콜님과 나는 방을 뒹굴며 배꼽

을 움켜 잡아야했다. 먼저 칼국수 먹고 리피님 얘기 듣다보니 배가 꺼지고 닭

먹고 또 배 꺼지고 마지막 닭죽 먹고 또... 이렇게 웃다보니 8시 그동안 천둥 번

개 여러 번 울리는 가운데 퍼 붇는 빗줄기. 우리들의 웃음은 엠티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래 결심했어. 앞으로 리피님 소개하면 소개자 회비 반액, 리

피님은 당연히 회비 면제. 빨리 돈 모아야겠다. 6월 게거품 번개가 첫 번째이

고 이번이 두 번째 번개에 참여하는 나. 첫 번째 번개에서 잔차를 배웠다면 두

번째 번개에서는 웃음의 묘약을 배웠다. 앞으로 번개에 몇 번을 참가할지 모르

겠지만 세 번째 번개에서는...  참, 리피님이 추천한 불문맹, 우면산, 청계산에

꼭 가고 싶다. 라이더에 성지라고 일컫는 이 곳을 나는 8월에 모두 한 번씩을

가보리라 다짐해 본다.


마이콜님! 즐거운 번개 마련해 주어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항상 잔차와 삶을 생

각해 보는 기회를 제게 주시는군요.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리피님! 처음 뵙지만 일 년 이상 뵌 듯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좋은 장소에서 뵙고 싶습니다. 덕분에 잠시나마 엔돌핀 10 년 치 발산했

습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사진은 아래 사이트에 있습니다. 인화 원하시는 사진 있으면 이 메일과 함께

리플 달아 주세요. 원본 한 컷 500-600k입니다.

http://myhome.naver.com/kwakids/sorisan/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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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어제 라이딩 만큼이나 제미있게 잘 읽고 보았습나다
    어제 고생 많으셨습니다.(피곤 하실텐데 운전까지 하시고)
    힘들텐데 왜 오르냐구요?
    힘이 들긴해도 오르다 스기가 싫거든요
    힘닿는데 까지 힘쓰는 게 좋아서 랍니다
  • 고생하셨읍니다^^
  • 더운데 수고 많으셨네요. ^^ 그런데.. 덥더라도 라이딩 중에 술 드시지 마세욤. 혈압 올라갑니다. ^^; 저두 전에 라이딩 끝난후 생맥주 한 잔 했다가 집에 오는길에 머리 터지는줄 알았습니다. 아주 천천히 왔는데도 혈압이 좀 오르는 거 같더군요. -_-;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treky
2016.05.08 조회 676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5
hkg8548
2011.08.04 조회 7165
M=F/A
2011.06.13 조회 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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