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까를 궁리한 끝에 휴가를 빙자하여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곳인 가리왕산으로 떠나기로 하였다. 드디어 다른 가족 4명(이 팀은 다음날 귀경)과 우리 가족 4명이 같이 가리왕산 휴양림으로 2박3일간 휴가를 떠나기로 한 토요일(8/9) 아침이 밝았다. 휴양림 안의 숙소나 휴양림 입구 앞의 관광농원이 모두 예약이 찼다고 하여 휴양림에서 소개한 민박집으로 가기로 하고 출발하였고 진부까지 영동고속도로로 가다가 정선에 오후 1시쯤 도착하였다.
인터넷상을 뒤져보니 정선장터에 있는 한 유명한 식당에서 파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올챙이묵과 콧등치기국수가 유명하다는 글을 읽고 기어이 찾아가 먹었다. 찾아가보니 식탁 2개만 있는 초미니 식당이었는데 주인아줌마의 친절과 신기한 음식이 어우러져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민박집에 도착해보니 이 집은 전문적인 민박집이 아니라 정선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내외분이 방 한 칸을 쓰라고 내어주는 아마추어 민박집이었다. 뜰에는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야생화를 옮겨 놓아 기르고 계셨는데(백수십종을 기르고 있다고 함) 아이들 자연공부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같이 간 부부의 여자분이 몇 년전부터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와서 상당한 고수라고 생각해왔는데 민박집 사모님과의 대화를 들어보니 그 사모님은 야생화에 대해서는 초절정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첫날은 이렇게 완벽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 . .
다음날 아침 래프팅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잽싸게 돌려보니 아침에 래프팅을 하게되면 오후에 라이딩을 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고 월요일 아침에 비가 오게 되면 자전거를 못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오후에 래프팅을 하자고 했으나 다른 가족이 오후에 귀경해야 하므로 안된다고 같이 오전에 타자고 한다. 우리 딸은 가족이 좋으냐 자전거가 좋으냐 선택하라고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질문 아닌가? 연애시절, 여자들이 담배가 좋으냐 내가 좋으냐라고 묻던 거 말이다. 결국 그 가족은 오전에 래프팅 하고 오후에 귀경하기로 하고, 가리왕산 한바퀴 도는데 몇시간이 걸리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속으로 나같이 허접한 초보의 실력으로는 오후 래프팅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우리 가족은 내가 오전에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 한시에 래프팅을 하러 가기로 약속하였다. 과연 한시까지 올 수 있을까?
다음날 여섯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뭣 좀 먹을 거 없나 찾아보니. . . 없다.
전날 먹다 남은 밥 조금에 물을 붓고 전날 먹다 남은 스팸 두조각과 김치로 아침같지도 않은 아침을 먹고 출발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아침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짐을 뒤져보니 아이들 주려고 사 온 미니 녹두단팥빵(일반 빵의 반 크기도 안됨) 다섯 개가 들어있는 봉지가 있길래 몰래 내 배낭에 넣고 파워에이드 병 세 개에 물을 채워넣고 출발을 하려는데 다들 저인간이 다 늙어서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드디어 출발. 오백미터쯤 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천원주고 통과. 이 때가 7:02. 완만한 업힐을 오분쯤 하다가 속도계 영점조준을 해야 함을 깨닫고 잠시 정차(앞으로의 글에 모든 시간 및 거리에는 이 초반 오분이 빠져 있음). 3km 쯤 가다보니 오른쪽으로 길이 하나 나있다. 과거 투어후기를 읽어보면 무조건 우회전하라는데 이 건 좀 이상해서 휴양림관리소에 전화를 하려 했으나 전화불통지역인지라 감으로 그냥 직진을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경사가 점점 급해진다. 이번 라이딩에서 초보는 초보답게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속도는 느리더라도 중요 지점들까지는 절대로 내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초저속으로 올라간다. 아마 느리게 올라가는 대회였다면 내가 일등이 아닐까 싶다. 속도계를 보니 4.2 ~ 4.6km에서 왔다갔다 한다. 남들이 보았다면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을 것이다.
계속 오르니 계곡 끝에서 삼거리가 나오길래 우회전하고 계속 직진한다. 계속 슬로우비디오로 한 번 페달링 할 때마다 내릴까 말까를 고민하였으나 내리지 않기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그냥 간다. 송전탑 밑을 지나 계속 가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 벽파령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신이시여, 과연 내가 한 번도 안쉬고 여기를 올랐단 말입니까? 물론 한시간 5분(+초반 5분)에 약 8km를 초저속모드로 올라왔음을 감안하면 다른 라이더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겠으나 나에게는 가문의 영광으로 느껴진다. 배가 고파서 빵 두개 먹고(다 먹고 싶었으나 나중을 생각해서) 물 마시고 담배피고 하다보니 시간이 8:45쯤.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자마자 다운힐이 보이길래 나홀로 라이딩이라서 안전제일이 필수적이므로 다시 서서 보호대 착용. 여기서부터 마항치까지는 가끔 다운힐이 나타나나 전반적으로 업힐이다. 그러나 벽파령에 오를 때보다는 경사가 양반이다. 어쨋던 힘드니까 굼벵이 모드로 내릴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오르다보니, 어라? 벌써 마항치라네? 벽파령부터 8km를 40분 정도에 온 것 같다.
여기는 사거리인데 등산도를 보니 직진하여 가리왕산을 돌면 다시 오른쪽의 길로 돌아오는 길이며 중간에 산을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몇 개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시까지 돌아갈 수 있는지 전혀 감은 안잡혔지만 직진하여 순환도를 타다가 광산골 삼거리에서 내려가기로 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탄다.
약 1km 정도 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경사도 없어 보이고 페달링을 하지도 않는데 자전거의 속도가 빨라진다. 착시현상인 것 같지만 그저 고맙죠. 이후 시속 30km 정도로 신나게 한 5km 정도 공짜로 갈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약한 업힐과 약한 다운힐이 계속 이어지는데 경사가 1도만 되어도 속도가 시속 5km 정도로 떨어진다. 힘들고 배고프다. 안되겠어서 빵 두개를 더 먹었다. 혹시 몰라서 마지막 빵 한개는 고이 간직.
무슨 관리원숙소인가를 지나자 마자 언덕이 벌떡 일어서 있다. 이 때 왈바에서도 듣도 보도 못했을 대기록을 세운다.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천천히, 그것도 대단히 천천히 오르면서 속도계를 보니........ 허걱, 0.0km. 속도계가 고장났나? 혹시나 해서 페달링을 좀 빨리 해보니 4.2km, 4.0km 고장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속도계는 다시 0.0을 나타낸다. 결론은, 내 속도계는 시속 3.6km 미만은 0.0으로 표시되는 것이었다. 즉, 업힐 속도 3.6km 이하라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그 언덕을 올라간 것이다. 어쨋던, 자전거에서 안내리고 올랐으니 기쁘기는 했으나 남들이 보았다면 스탠딩하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 언덕을 오르니 또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길래 가보았더니 막다른 길. 이 길로 잘못빠졌어도 지체된 시간은 별로 없다. 또 가다보니 배고파서 안되겠다. 배수진을 친다는 생각하에 나머지 빵 한 개를 먹어버리고 나니 좀 겁난다. 이제 배고파서 어떻게 할까? 아무 생각없이 약한 업다운의 경사를 가진 임도를 계속 가다보니 무슨 표지판이 있길래 보니 여기가 광산골삼거리란다. 임도순환할 시간도 없고 배고파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로 내려선다.
관광농원 입구까지 2km라고는 하는데 느낌으로는 10km 쯤 되는 것 같다. 여기는 다 돌길인데 돌들의 크기가 크고 경사도 급해서 손으로 오는 진동이 너무 심하다. 너무나 진동이 심해서 손이 아파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을 정도다. 길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길래 머리도 감을 겸해서 잠시 쉰다. 그런데 더 이상 빵이 없다. 뭔가를 먹으려면 이 뭣같은 길을 다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다운힐 즐기는 분들은 재미있겠죠?)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돌길이다.
다행히도 자빠링 없이 다 타고 내려오니 슈퍼가 보이길래 비비빅 하나 사먹으면서 핸드폰을 켜보니 집사람의 메시지가 와 있다. 내가 못내려올 것 같아서 오전 래프팅하러 갔다고. . . . 시계를 보니 정확히 12시이다. 총 5시간 걸렸고 라이딩시간은 세시간 35분이던가? 총 거리는 약 45km, 평속은 12km(이 부분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라이딩을 마치고 생초보가 느끼는 감정은 참 복잡하다. 일단,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남들과 같이 갈 기회가 있었더라도 민폐걱정에 못 갔을텐데,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가다보니 이런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도 같고. 또 하나는, 결국 래프팅을 못하러 가게 되고 보니 순환임도를 다 타고 마항치까지 간 다음 벽파령으로 해서 내려왔더라면 괴롭게 올랐던 길을 즐겁게 타고 내려왔을 것이라는 후회가 자갈길로 하산한 악몽과 겹쳐서 지금도 후회된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먹을 것을 확실히 챙길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실제로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오후 두시까지 계속 비가 오니까 유비무환 정신으로 두가족의 집요한 반대를 무릅쓰고 산에 올라갔다 온 것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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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 갔다오고 왜 이렇게 감격해 하냐구요? 2주전 혼자 아침가리골에 갔다가 방동쪽에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조경동에 있는 폐교 지나서 계곡 서너번 건넌 다음에 체인이 끊어져서 끌고 돌아온 적이 있었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귀경했는데, 그 때의 일이 너무나 가슴 아팠더랬습니다. 그리고 그 때 초반 언덕길에서 너무 더운 나머지 몇 번을 쉬었었는데 다음엔 느리더라도 절대로 내리지 안겠다는 결심을 했었지요. 그래서 이번엔 체인커터기도 사가지고 가서 느렸지만 올랐고 무사히 내려왔기에 더욱더 기분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번 라이딩 중에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핸드폰도 안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혼자 가신다면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상을 뒤져보니 정선장터에 있는 한 유명한 식당에서 파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올챙이묵과 콧등치기국수가 유명하다는 글을 읽고 기어이 찾아가 먹었다. 찾아가보니 식탁 2개만 있는 초미니 식당이었는데 주인아줌마의 친절과 신기한 음식이 어우러져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민박집에 도착해보니 이 집은 전문적인 민박집이 아니라 정선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내외분이 방 한 칸을 쓰라고 내어주는 아마추어 민박집이었다. 뜰에는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야생화를 옮겨 놓아 기르고 계셨는데(백수십종을 기르고 있다고 함) 아이들 자연공부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같이 간 부부의 여자분이 몇 년전부터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와서 상당한 고수라고 생각해왔는데 민박집 사모님과의 대화를 들어보니 그 사모님은 야생화에 대해서는 초절정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첫날은 이렇게 완벽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 . .
다음날 아침 래프팅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잽싸게 돌려보니 아침에 래프팅을 하게되면 오후에 라이딩을 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고 월요일 아침에 비가 오게 되면 자전거를 못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오후에 래프팅을 하자고 했으나 다른 가족이 오후에 귀경해야 하므로 안된다고 같이 오전에 타자고 한다. 우리 딸은 가족이 좋으냐 자전거가 좋으냐 선택하라고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질문 아닌가? 연애시절, 여자들이 담배가 좋으냐 내가 좋으냐라고 묻던 거 말이다. 결국 그 가족은 오전에 래프팅 하고 오후에 귀경하기로 하고, 가리왕산 한바퀴 도는데 몇시간이 걸리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속으로 나같이 허접한 초보의 실력으로는 오후 래프팅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우리 가족은 내가 오전에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 한시에 래프팅을 하러 가기로 약속하였다. 과연 한시까지 올 수 있을까?
다음날 여섯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뭣 좀 먹을 거 없나 찾아보니. . . 없다.
전날 먹다 남은 밥 조금에 물을 붓고 전날 먹다 남은 스팸 두조각과 김치로 아침같지도 않은 아침을 먹고 출발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아침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짐을 뒤져보니 아이들 주려고 사 온 미니 녹두단팥빵(일반 빵의 반 크기도 안됨) 다섯 개가 들어있는 봉지가 있길래 몰래 내 배낭에 넣고 파워에이드 병 세 개에 물을 채워넣고 출발을 하려는데 다들 저인간이 다 늙어서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드디어 출발. 오백미터쯤 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천원주고 통과. 이 때가 7:02. 완만한 업힐을 오분쯤 하다가 속도계 영점조준을 해야 함을 깨닫고 잠시 정차(앞으로의 글에 모든 시간 및 거리에는 이 초반 오분이 빠져 있음). 3km 쯤 가다보니 오른쪽으로 길이 하나 나있다. 과거 투어후기를 읽어보면 무조건 우회전하라는데 이 건 좀 이상해서 휴양림관리소에 전화를 하려 했으나 전화불통지역인지라 감으로 그냥 직진을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경사가 점점 급해진다. 이번 라이딩에서 초보는 초보답게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속도는 느리더라도 중요 지점들까지는 절대로 내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초저속으로 올라간다. 아마 느리게 올라가는 대회였다면 내가 일등이 아닐까 싶다. 속도계를 보니 4.2 ~ 4.6km에서 왔다갔다 한다. 남들이 보았다면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을 것이다.
계속 오르니 계곡 끝에서 삼거리가 나오길래 우회전하고 계속 직진한다. 계속 슬로우비디오로 한 번 페달링 할 때마다 내릴까 말까를 고민하였으나 내리지 않기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그냥 간다. 송전탑 밑을 지나 계속 가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 벽파령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신이시여, 과연 내가 한 번도 안쉬고 여기를 올랐단 말입니까? 물론 한시간 5분(+초반 5분)에 약 8km를 초저속모드로 올라왔음을 감안하면 다른 라이더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겠으나 나에게는 가문의 영광으로 느껴진다. 배가 고파서 빵 두개 먹고(다 먹고 싶었으나 나중을 생각해서) 물 마시고 담배피고 하다보니 시간이 8:45쯤.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자마자 다운힐이 보이길래 나홀로 라이딩이라서 안전제일이 필수적이므로 다시 서서 보호대 착용. 여기서부터 마항치까지는 가끔 다운힐이 나타나나 전반적으로 업힐이다. 그러나 벽파령에 오를 때보다는 경사가 양반이다. 어쨋던 힘드니까 굼벵이 모드로 내릴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오르다보니, 어라? 벌써 마항치라네? 벽파령부터 8km를 40분 정도에 온 것 같다.
여기는 사거리인데 등산도를 보니 직진하여 가리왕산을 돌면 다시 오른쪽의 길로 돌아오는 길이며 중간에 산을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몇 개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시까지 돌아갈 수 있는지 전혀 감은 안잡혔지만 직진하여 순환도를 타다가 광산골 삼거리에서 내려가기로 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탄다.
약 1km 정도 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경사도 없어 보이고 페달링을 하지도 않는데 자전거의 속도가 빨라진다. 착시현상인 것 같지만 그저 고맙죠. 이후 시속 30km 정도로 신나게 한 5km 정도 공짜로 갈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약한 업힐과 약한 다운힐이 계속 이어지는데 경사가 1도만 되어도 속도가 시속 5km 정도로 떨어진다. 힘들고 배고프다. 안되겠어서 빵 두개를 더 먹었다. 혹시 몰라서 마지막 빵 한개는 고이 간직.
무슨 관리원숙소인가를 지나자 마자 언덕이 벌떡 일어서 있다. 이 때 왈바에서도 듣도 보도 못했을 대기록을 세운다.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천천히, 그것도 대단히 천천히 오르면서 속도계를 보니........ 허걱, 0.0km. 속도계가 고장났나? 혹시나 해서 페달링을 좀 빨리 해보니 4.2km, 4.0km 고장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속도계는 다시 0.0을 나타낸다. 결론은, 내 속도계는 시속 3.6km 미만은 0.0으로 표시되는 것이었다. 즉, 업힐 속도 3.6km 이하라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그 언덕을 올라간 것이다. 어쨋던, 자전거에서 안내리고 올랐으니 기쁘기는 했으나 남들이 보았다면 스탠딩하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 언덕을 오르니 또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길래 가보았더니 막다른 길. 이 길로 잘못빠졌어도 지체된 시간은 별로 없다. 또 가다보니 배고파서 안되겠다. 배수진을 친다는 생각하에 나머지 빵 한 개를 먹어버리고 나니 좀 겁난다. 이제 배고파서 어떻게 할까? 아무 생각없이 약한 업다운의 경사를 가진 임도를 계속 가다보니 무슨 표지판이 있길래 보니 여기가 광산골삼거리란다. 임도순환할 시간도 없고 배고파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로 내려선다.
관광농원 입구까지 2km라고는 하는데 느낌으로는 10km 쯤 되는 것 같다. 여기는 다 돌길인데 돌들의 크기가 크고 경사도 급해서 손으로 오는 진동이 너무 심하다. 너무나 진동이 심해서 손이 아파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을 정도다. 길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길래 머리도 감을 겸해서 잠시 쉰다. 그런데 더 이상 빵이 없다. 뭔가를 먹으려면 이 뭣같은 길을 다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다운힐 즐기는 분들은 재미있겠죠?)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돌길이다.
다행히도 자빠링 없이 다 타고 내려오니 슈퍼가 보이길래 비비빅 하나 사먹으면서 핸드폰을 켜보니 집사람의 메시지가 와 있다. 내가 못내려올 것 같아서 오전 래프팅하러 갔다고. . . . 시계를 보니 정확히 12시이다. 총 5시간 걸렸고 라이딩시간은 세시간 35분이던가? 총 거리는 약 45km, 평속은 12km(이 부분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라이딩을 마치고 생초보가 느끼는 감정은 참 복잡하다. 일단,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남들과 같이 갈 기회가 있었더라도 민폐걱정에 못 갔을텐데,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가다보니 이런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도 같고. 또 하나는, 결국 래프팅을 못하러 가게 되고 보니 순환임도를 다 타고 마항치까지 간 다음 벽파령으로 해서 내려왔더라면 괴롭게 올랐던 길을 즐겁게 타고 내려왔을 것이라는 후회가 자갈길로 하산한 악몽과 겹쳐서 지금도 후회된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먹을 것을 확실히 챙길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실제로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오후 두시까지 계속 비가 오니까 유비무환 정신으로 두가족의 집요한 반대를 무릅쓰고 산에 올라갔다 온 것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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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 갔다오고 왜 이렇게 감격해 하냐구요? 2주전 혼자 아침가리골에 갔다가 방동쪽에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조경동에 있는 폐교 지나서 계곡 서너번 건넌 다음에 체인이 끊어져서 끌고 돌아온 적이 있었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귀경했는데, 그 때의 일이 너무나 가슴 아팠더랬습니다. 그리고 그 때 초반 언덕길에서 너무 더운 나머지 몇 번을 쉬었었는데 다음엔 느리더라도 절대로 내리지 안겠다는 결심을 했었지요. 그래서 이번엔 체인커터기도 사가지고 가서 느렸지만 올랐고 무사히 내려왔기에 더욱더 기분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번 라이딩 중에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핸드폰도 안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혼자 가신다면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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