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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내륙 투어 04

mulbul2003.08.16 12:02조회 수 73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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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고치령 정상입니다. 막판에 끌고 올란 간 것이 영 아쉽네요.

넷째날(8월5일)
원래 계획은 도산서원, 청량산을 구경한 후 소백산 고치령 정상에서 야영한다는 계획이었다.
고치령 정상 부근에 약수 나온다는 것도 이미 알아 둔 터다.
하지만, 왠지 자신이 없다.
평속 20~22킬로 정도로 하루에 140킬로 정도 투어 한 경험도 있고해서...
하루에 120킬로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걸로 생각해서 잡은 계획인데...
무거운 짐과 한 낮의 땡볕이 발목을 잡는 데다... 길도 예상보다는 오르막이 많았고...
게다가 바지의 패드 닿는 부분이 쓸려서 고통스럽기도 하고...
해서 마음을 바꿔 바로 영주쪽으로 길을 잡았다.
아침이라 아직은 뜨겁지도 않고, 영주가는 5번 국도 길은 달리기에 참 좋았다.
무엇보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훨 길다. 이번 투어에서 첨으로 속도감을 즐기며
신나게 달렸다. 어느새 영주시가 보인다. 봉화가는 36번 국도를 타다 부석사 가는 지방도로 빠졌다.
어제 봉정사 가던 길과 비슷한 느낌의 아늑한 시골길이 계속 이어진다.
부석면에서 단산면쪽으로 가야 하는 데... 또 길을 잘못 들어 소천리라는 곳에 들어 갔다.
그냥 시골이고, 사과 과수원 많고, 원래의 우리말 지명이 "사그랭이" 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는 것 정도가 기억난다. 순수 우리말 지명은 마치 외국어처럼 느껴진다.
원체 한자를 많이 써온 탓에 본래의 우리말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듯 하다.
나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해보니 사기그릇 굽던 옹기굴이 있어 생긴 지명이란다.
또다시 길을 잘 못 들었던 데에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정몽헌회장 자살 사건에 신경쓴 탓도 있었다.
잔차 핸들바에 라디오 장착하고 다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혼자 가는 장거리 투어에는 참 유용한 면도 있다. 음악소리에 흥얼 거리다 보면
지루한 것도 잊을 수 있고... 뉴스도 들을 수 있으니까.
소천리 길은 막힌 길이었다. 다시 되돌아 나와 단산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단산면의 한 중국집에서 볶음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이번 투어 내내 점심만 제대로 사먹고 있다.
아침, 저녁은 미숫가루로.... 틈틈이 양갱과 쵸코바로 행동식을 삼았다.
부실한 듯도 하지만, 배고파서 고생한 적은 없다.
그런데... 휴대폰 밧데리가 다 나갔다. 물론 충전할 곳도 없다. 앞으로도 없다.
소백산으로 들어갈 거니까... 시골 오지 투어를 계획한다면,
휴대폰 추가 배터리를 미리 챙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리 알아둔대로, 단산면에서 좌석리로 들어 갔다. 긴 내리막이 이어져서, 좀 불안해졌다.
소백산으로 가는 데 내리막이라니...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고.... 괜한 걱정이었다.
좌석리 조금 못 미쳐서 소백산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다.
고치령 가는 길은 비포장 임도로 생각하면 적당하다. 계곡을 끼고 난 길이라 피서객들이 꽤 있다.
나도 중간에 계곡에서 좀 놀았는 데... 여름 피서지로 괜찮은 곳이다.
맑고 차가운 계곡물에 수량도 풍부한 편이다.
정말 자전거로 이 고개를 넘나요? 이런 감탄 섞인 얘기에 마냥 우쭐해져서 계속 업힐을 한다.
하지만... 갈수록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끊임없이 계속 이어진다. 결국 내려서 끌고 간다.
얼마 안가서 고치령 정상이 나타났다.
우씨, 짐만 없었으면 타고 넘을 수 있었는 데 하는 생각에... 아쉬웠다.
고치령 정상은 시시하다. 별로 볼 것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부터의 다운힐은 정말 죽인다.
가파르지만, 길 폭이 넓은 임도라 나 같은 초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엄청난 속도감에다가 몸 깊숙히 퍼져 나가는 길의 진동... 바로 이거야
난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초보에게 주어진 이 즐거움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짐받이의 짐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튼튼하게 묶지 못한 탓이다. 돈만 된다면 전용 페니어를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튼튼하고 탄력성있는 고무밧줄을 충분히 준비하던가 했어야 했다.
중간에 서서 다시 묶고, 천천히 내려왔다.
고개 넘어 처음 나타나는 마을이 마락리다.
백두대간을 넘었는 데도 여전히 이곳은 경북 영주시 마락리다.
마락리를 지나니 이번에 충북 단양시 의풍리다.
이 곳은 정감록의 10승지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손 꼽히는 오지라고 들었는 데...
뜻밖에도 마을 바로 밑의 계곡까지 관광객들이 와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 더 이상의 오지는 없을 듯...
의풍리를 지나니 많이 봤던 경치다. 깜짝 놀랬다.
강원도 영월의 김삿갓 계곡이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논 적이 있었는 데...
그 당시 비포장길이라 차 상한다고 마누라가 투덜거렸었는 데...
여기가 소백산 북쪽 자락인 줄은 그 땐 몰랐었다.
그 때와는 차이가 많다. 우선 길의 포장 상태가 넘 좋고...
김삿갓의 시비가 많이 세워져 있고... 완전히 인기 관광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좀 놀다가 영월쪽으로 길을 재촉했다. 가다보니 여섯시가 다 되었다.
길옆에 오토캠핑장이 보인다. 그런데, 요금이 넘 비싸다. 만오천원을 요구한다.
작은 텐트하나 치는 데... 그냥 돌아 나오려는 데...
그 곳의 젊은 직원이 나를 붙잡는다. 혼자고 작은 텐트니 돈 안 받겠단다.
그러면서 자기도 예전에 자전거로 일주일정도 여행한 적이 있어, 얼마난 힘든 여행인지
잘 안다는 말도 덧붙인다.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면서 텐트를 쳤다.
강변의 모래밭으로 텐트치기에는 아주 좋다. 경치도 괜찮고...
좀 있으니 이 친절한 친구가 다시 와서는 자기 직원들 저녁 먹는 데 같이 와서 먹으란다.
행동식으로 충분히 저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계속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밥까지 공짜로 얻어먹게 되었다.
난 원체 동안이라, 내 나이를 얘기하면 모두가 다 놀랜다.
밥을 먹으면서 얘기하다 보니 또 그 상황이다.
말하자면, 젊은 친구가 돈없이 텐트들고 다니는 무전여행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더욱 선심을 베풀게 된 것이고... 난 차마 내 나이를 얘기하지 못했다.
그러면, 이 맘씨 좋은 사람들이 내게 말을 놓은 것에 대해 미안해할 테니까...
그냥 서른을 조금 넘긴 나이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나이보다 어려 보인단다.
내 진짜 나이가 마흔 이란 걸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배부리게 저녁을 먹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기분좋은 포만감을 오래만에 느꼈다.
이동거리: 9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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