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기록이 나왔는데,
엄청 겁먹고 완주를 목표로 나간 첫 성적치고는 꽤나 잘 나왔습니다.
74 488 521 오준환 수원 효원 MTB 2:45'14"58 초/시니어2
밑에 전문적으로 타시는 분의 수기와는,
마음가짐을 다르게 먹고
다치지 않고 완주를 목표로 참가한 사람은 이렇게 뛰었구나 라고 편하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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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식으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대회 전날,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6시까지 샵에 가려면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새벽 1시까지 버그적대다가,
결국 수면 유도제(멜라토닌)을 먹고 잠이 들었다.
아침.
컨디션은 좋았고,
와이프가 밥을 해줘서 맛있게 먹고 집을 나섰다.
날씨가 가을이 다가온 듯 꽤나 쌀쌀했다.
와이프는 부디 나의 승부욕때문에 다치지 말고 오기를 당부했고, 사실은 그때 평소에 깨지 않던 그릇을 설겆이를 하다가 깼다고 시합 후 고백했다.
낮시간 내내 얼마나 불안했을까?
관광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춘천으로 가는데,
예전 군대생활을 하면서 다시는 오줌발의 방향조차 향하지 않겠다던 강원도로 내 자신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정도로 긴장을 하고 있었나 보다.
남양주를 지나 거의 도착할 시점,
1톤 트럭에 가득 실은 자전거,
캐리어에 실은 자전거등등.....MTB와 같이 온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강촌에 도착하자,
거의 자전거 축제 분위기.
2차선 도로가 전부 자전거 천지 였다.
아....이런 애로사항이,
X이 마려웠다.
급한대로 아무 화장실이나 가서 앉을려고 하는데,
휴지가 없다.
불길하다.
다시 차로 가서 휴지를 가지고 왔는데,
이런,
그 옆사로에는 휴지가 가득하다.
시원히 X을 때리고,
대회장인 창촌 중학교로 갔는데,
분위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나 같은 하수들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기에,
어슬렁 어슬렁 바나나나 먹고,
담배나 피우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고수들은,
로라에 앉아 "윙~윙~윙~."하면서 페달을 밟아 몸을 Warming Up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나두 괜시리 자전거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몸을 뎁히려고 했는데,
오히려 힘만 빠졌다.
번호표를 받아서 등과 자전거에 달고,
드디어 출발 대기......
고수들부터 출발해서
10분간격으로 한조 한조씩 출발한다.
마치 운동회 달리기 분위기가 딱 맞다.
"땅~!!"
딱총 소리에,
앗......자전거가 날라간다.
정말 빠르다.
순식간에 선두 그룹이 운동장을 반바퀴 돌고 도로로 나가버리고,
다음조 대기.
나랑 같이 선 우승 후보 상진이가 조언을 해준다.
"초반에 선두그룹만 지키면 돼요."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귀가 솔깃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
5분전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심장이 콩닥 콩닥.
온몸의 신경이 발딱 발딱 서서 주변의 소리가 Dolby On을 해 놓은 Mode로 변해 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배가 나온 사람이 나 밖에 없다.
앗....그렇다.
얼떨결에 선두 그룹에 서 버린 것이다.
전부 예술적 근육 다리만 가지고 있고, 선탠을 한 듯이 시커멓다.
x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뎌 1분전,
10초전,
5초전,
"땅!."
미쳤다. 난.
선두그룹과 같이 출발을 해서,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마치 TV에서 보는 사이클이나 인라인 시합에서,
전문 선수들이 초반에 앞으로 치고 나가듯이......
하지만
실상은 얼떨결에 밀려 나가고 있는거다.
경찰들이 호위를 하고,
사람들이 환호를 지른다.
마치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다.
기분째진다.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앞에서,
우르르르르....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
도로라서,
넘어지면 끝이다.
브레이크를 잡고 바로 섰는데,
내 앞에 3명이 넘어져서 사경을 헤멘다.
옆으로는 씽씽 사람들이 치고 나가고,
그리로 끼면 또 사고가 날 것 같다.
미안하다 전우야.....
난 너를 넘어야만 한다.
혼절한 선수위로 자전거를 들고 넘어버렸다.
슬펐지만,
난 완주해야 한다.
제기랄.........
시야 밖으로 선두 그룹이 너무 치고 나가버렸다.
짐승 같은 넘들......
허벅지가 저린다.
젖산이 근육에서 마구마구 방출되는게 느껴지고 숨이 가빠온다.
앗....
속도계가 널을 뛴다.
고장났다.
고칠수도 없다.
계속 춤을 춘다.
15km 26km 8km
내 페이스를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
그래서,
비교 측정을 하려고,
옆의 아저씨한테,
지금 시속 몇이에요? 라고 물으니,
퉁명스럽게 25km란다.
대따시 치사하다.
뭐 준것도 아니고,
속도 Check하는건 포기하기로 했다.
드디어 산이 보인다.
경찰이 길을 막고 좌측으로 돌란다.
시야 끝으로 형형색색의 유니폼들이 산을 올라가는게 보인다.
드디어 업힐......
초반을 해볼 만 하다.
계속 타고 올라갔다.
젠장할......
자전거를 타면서 제일 기분 나쁜 소리.
"샤샤샤샤샤샤샥."
뒤에서 바퀴가 헛도는 소리가 들리면서 나를 언덕에서 추월하려고 사람들이 온다.
나도 오버페이스의 강물에 발을 담구어 버렸다.
나중에 퍼지더라도,
강한 정신력의 나를 믿으련다.
계속 올라간다.
끝이 안 보인다.
벌써부터, 내려서 끌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죄송합니다..."
비켜 달라고 숨이 가뿐데도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타고 오른다.
종아리가 땡긴다.
이대로 가다가 삐끗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쥐가 날 태세다.
아닌게 다를까,
벌써 쥐가 나서 넘어져 있는 사람과,
자전거에 문제가 생겨서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거꾸로 포기해서 내려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계속 오른다.
그런데....
아.....도저히.....도저히, 이 경사에서는.....
드디어 내렸는데,
정말 행복하다.
나....라는 넘은,
절라 간사하다.
끌고 올라갔다.
1시간이 지났는데,
쉬고 싶지만 쉬지를 못하겠다.
옆으로 사람들이 씽씽 추월하는데,
내 성격이 워낙 XX같아서,
내 옆으로 누가 추월하는건,
자동차나 자전거나 죽어도 못 본다.
난 오늘 이 산에서 죽어버릴꺼라 마음을 먹었다.
죽자.....아니, 나를 죽이자.
사람들이 욕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구... 어디가 끝이야....정말 기네...."
나두 욕을 하고 싶었지만,
이상하다,
전에는 왜 이런 비싼 돈을 들여 자전거를 사서 이 고생을 하는지 하고 불만이 나올때인데,
사람들 젖히는 재미가 붙어서인지,
마구 페달링을 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숨이 막히는 가운데 내 뇌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 덕에 마약을 한듯 기분이 좋아진다.
드디어 이빨 빠진 산 모양을 한 정상이 보인다.
길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보인다.
마음이 약해지지만,
다시 고쳐먹고 페달질을 해 본다.
정상에 올라서,
다운힐을 쏘기 시작했다.
1넘,두시기,석삼,너구리.....
계속 젖히기 시작했다.
나가는 체중과,
스노우 보드를 타는 덕에 다운힐은 내 주특기.
Out-In-Out과 시선처리를 하며,
마구마구 쏘는데......
끼끼끽끼끼끽.........
뒷 브레이크가 저절로 물린다.
브레이크를 평소에 잡지 않으면 바깥쪽으로 빠지게 해주는 Tensioner가 빠져버렸다.
이래서 XTR급으로 부품을 꾸미나 보다.
내 자전거에 몇개 없는,
남아있는 XT급 부품들이 문제다.
사람들이 옆으로 씽씽 달린다.
더 조급해서 손이 허우적댄다.
드뎌 고쳤다.
다시 쏜다.
씨이이이잉~
마치 용평 골드 직벽에서 보드를 타는 기분이다.
커브를 돌다가,
속도를 너무 줄인데다가 장애물에 걸려, 그만 훌러덩 넘어졌다.
다행히 피가 조금만 난다.
정말 다행이다.
자갈이 많고 경사가 심해서,
손이 정말 아프다.
마치 매를 맞듯이.....
어? 다시 업힐이다.
여기서 실수를 한게,
벌써 중간에 도착한 줄로 착각해버린거였다.
오버 페이스.....
낑낑낑.....
죽겠다.
삭신이 다 쑤시고,
특히 허리가 더 아프다.
게다가,
물도 다 떨어졌다.
뒷 주머니의 양갱을 꺼내서 조금씩 씹어 삼켰다.
꽤나 도움이 되었다.
죽겠다.
경사가 심해져서 다들 내려서 끌고 가는데,
끝까지 낑낑 대며 타고 오는 넘들이 존경스럽다.
앞에서,
물을 준다.
생수병을 2개 받아서,
하나는 내 자전거 물통에 담고
하나는 마시다가 등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다운힐......
겁나 쏘았다.
웬걸,
나뭇가지에 자전거가 걸려서 또 내려서 빼고 쐈다.
30km표지판.
중간이다.
마을이 보이고,
이제 업힐 하나면 끝이다.
냇가 물이 고여서,
자전거를 들고 뛰었다.
발이 끈쩍끈쩍 거린다. 그런데 또 냇가가 나타나서,
또 들고 뛰었다.
신발안에서 양말이 철푸덕 거린다.
그래도 시원해서 좋다.
아.........
산이 또 길 앞에 보인다.
마지막 업힐.
다행히,
처음처럼 업힐이 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진행요원들이 나타나며,
"자 이제 다운힐 5km남았습니다."라며 번호 Check와 더불어 안내를 한다.
이 소리가,
로렐라이의 노래로 들렸다.
쐈다.
손바닥이 부서지듯 아파도,
내리 쏘았다.
힘이 안 들었다.
내내 페달질을 해서,
사람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자칫 절벽으로 구를뻔도 했는데,
그땐,
소름이 주르륵 등으로 올라가고,
와이프의 얼굴이 생각났지만,
무시했다.
앞에 가던 한 사람이,
커브길에 속도를 못 이기고, 그대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다행히 피는 안 보여서,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며
비겁하게 그냥 쏘았다.
이게 제일 가슴에 남았다.
미안하다. 하지만, 이게 승부의 세계라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아스팔트가 보인다.
끝이다.
여자들과 진행요원들이
혼자 타난 나에게 환호성과 박수를 친다.
분명 나 혼자기에,
나에게 보내는 격려가 분명하리라 믿으며 힘을 얻는다.
아니면,
곰돌이가 자전거를 타는게 신기해 보이나 보다.
앞에 점 모양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보인다.
"아아아아아악!!!"
기합을 질렀고,
마구 쏘았다.
아악....
왼쪽 어깻죽지밑이,
마치 숨이 막힐때처럼 정말 정말 정말 아프다.
그래도 밟아서 그 사람을 젖히고,
앞에 한명과 나란히 달렸다.
도저히,
페달질이 안된다.
우습게도,
콧물이 옆으로 주우욱 날린다.
쪽팔린데,
지기는 싫다.
일회용 렌즈가 눈물에 빠져 왼쪽 눈이 흐릿하다.
침조차 콧물 반대쪽으로해서 뒤로 날린다.
잘하면,
온몸의 구멍에서 물이 나올 태세다.
드디어 운동장에 들어왔다.
둘이 엄청 빠른 속도로 내리 쏘고,
관중들은
맨발의 아베베가 운동장을 들어올때와 같이,
환호성과 박수로 격려를 한다.
온몸에 찌릿 전기가 흐른다.
감동이다.
결국,
나란히지만,
바퀴 하나 차이로 졌다.
(경기 결과는 1초)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멈춰선 다음 그대로 주져 앉아버렸다.
운영요원이 길 옆으로 나를 옮겨줬고,
물을 다리에 뿌려줬다.
아직도 왜 머리가 아닌 다리에 뿌려줬는지 이해가 안된다.
기백이 형님이,
시원한 이온 음료를 주셨는데,
받지 못했다.
손이 벌벌벌 떨린다.
창피는 한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오른쪽 눈의 렌즈를 마저 뽑아버리고,
헬멧을 벗고,
고개 숙이고 앉아 있었다.
드뎌 완주를 한 것이다.
그것도 다치지도 않고,
성적은 모르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내몸의 모든 Power를 다 빼서 고갈 시켜 버렸기에
기분이 좋았는데,
삭신이 쑤시고,
특히,
자전거 탈 동안은 괜찮았던 똥꼬가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늘에서 쉬는데,
몰골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 내 자전거는,
어디서 주워온 것 같다.
"짜식 수고했다."라고 칭찬을 하고,
나중에 맛있는 오일을 사서 듬뿍 발라줄거라 약속을 해줬다.
씨익 웃는다.
그만 그 모습에 정이 들어버렸다.
시상식을 마치고,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시체 놀이를 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다음에는 좀더 연습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지.......하고,
다짐을 했다.
-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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