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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거쳐 울산까지 흐느적 투어~~(1)

prollo2003.10.17 21:24조회 수 1538추천 수 1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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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간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올 때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꼭 하겠다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솔직히 좀 자신이 없었다...
대충 계산해 보니까.. 하루에 약 200km를 달려야 한다...
상당히 먼 거리이다.. 지도를 보고 또 봐도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누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틀에 갔다고 하는데...
그것은 여름의 이야기 이고 내가 가는 시기는 10월 중순이다..
우선 날씨의 제약으로 인해 가져가야 할 옷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차가운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보름전에 자전거 타다가 다친 옆구리의 통증도 만만치 않고..
갑자기 목이 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작정한 것을 어쩌랴~~
일주일 전부터 이것저것 사들이기 시작했다..
우선 휠셋.. 평소 타이어가 미쉐린 와일드그립퍼 2.1인치짜리 타이어를 타고 잇었다..
이 타이어의 장점.. 안정된 주행.. 편안한 승차감..
단점 속도가 죽어라 안난다.. 타이어 소리만 들으면 완전히 오토바이다.
그래서 아예 바꾸는 김에 데오레급에서 XT급으로 아예 업글해버렸다..
허브 XT, 림 마빅 618, 스포크는 일반걸로 하고.. panaracer 1.95 세미 슬릭 타이어로 바꿨다..
그리고 옷도.. 힐탑 바지, 타이즈, 등산바지등등 일단 다 샀다..
힐탑바지.. 역시 싸구려라 달릴때 무릅을 자꾸 잡아당긴다.. 장거리 타기에는 영~~
타이즈.. 좋긴한데... 뽀대가 안난다.. 신발이 등산환데.. 거의 코메디 수준이었다..
등산바지.. 그럭저럭 문안해서 입고가기로 결정.. 회음부는 패드팬티로 보호하기로 했다..
신발은 클리트를 장착하려 했으나.. 일주일동안 라이딩을 전혀 못해 익숙한 평페달로 결정했다..
그대로 쓰기로 한 거지..

2003년 10월 13일 월요일..
이제 출발이다...
출발 당일날 짐을 이리싸고 저리싸 봤는데 영 장난 아니다.. 어깨와 등에 들어가는 하중을 견디기 힘들다..
결국 캐멀 물백 빼 냈다.. 좀 낫군.. 그래서 라이딩중에는 수분의 손실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했다..
억! 근데 마스크 윗쪽으로 입김애 팍팍 나온다...
고글에 김이 서려.. 죽어라 달려야지 섰다하면 앞이 안 보인다..

타이어도 당일날 출발 직전 장착했다..
X139보다 x618이 더 좁다.. 부랴부랴 타이어 유격 조정.. 근데 좀 밀린다.. 원래 안전을 위해 그런건지.. 꽉 물려서 바퀴가
미끄러지는 느낌은 없는데.. 좀 밀린다... 걱정이 되지만 급브레이크 잡을 상황을 안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출발이다.. 오후 2시.. 좀 늦은 감이 없지만 첫 기착지인 천안까지 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겠지??
첨에 가진 생각은 곧 틀렸음이 드러났다.. 우씨 웬 신호등이 이리 많은지..
우리나라에 신호등이 이렇게 많은 줄은 첨 알았다.. 열라 달려도 한시간에 20km끊기 엄청 어렵네..

첨 출발할때는 오르막길도 그냥 씹고.. 내리막에서는 기어비를 3단에 놓고 열라 밟아서 40km이상 가속..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앞기어 조정하는 횟수가 줄어들어 급기야는 2단으로 고정되었다..
뒷 디레일러만 살살 조정해서 시속 20km이하로만 안떨어 뜨리려고 노력중..

수원쯤 지나는데 갑자기 무릎이 아파온다.. 오르막에서 너무 과욕을 부렸다는 생각이 든다..
첨에는 설설 밟으면서 버티려했으나... 이거 웬 오르막이 이리 많은지.. 한시도 무릎을 쉬게 하지 않는다..
한참 달리다 보니 수원과 오산사이에 넓다란 길이 나온다.. 갓길이 넓어 갓길로 가려다가 아예 쑥 빠져나와서 달렸다..
헉.. 갓길로도 차들이 무시무시하게 달린다... 그래도 나도 빨리 다리고 있다..
평지에 길좋고 페달링일정하니 무릎 통증이 가신다.. 역시 길이 좋아야 잔차도 탈 만하군... 엇 근데 넘 평지니까 재미없다 ..
생각이 들 때 또다시 꼬불탕 길에 업힐이 섞여 나온다... 오산 진입하는 내리막에서 짐받이에 실은 가방이 빠지려 한다..
얼른 내려서 고정.. 이놈 없어지면.. 삼일동안 팬티가 썩는다!! 얼른 맞추고 다시 딴힐.. 속도 장난 아님..

지도상에서 보던 이름들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온다.. 수원.. 오산.. 평택.. 안성.. 그리고..
엇.. 날이 어두워 진다.. 생각보다 빨리 어두워지고 있다.. 수원에서 누구 만날려고 시간을 넘 낭비했나?? 물먹는 횟수가 넘 많았나?? 신호등 놈들 탓이야!!
원인 분석중이지만 역시 앞으로 나가는데는 전혀 도움이 안됬다..
빠른 노래나 불러볼까?? 역시 도움이 안된다.. 노래가 안맞아 엔진이 털털거린다.. 오히려 호흡에 방해만 된다.. 노래 포기한다..

오산에 도착하니 하늘이 우중충하다.. 남부는 아직도 비온다는 뉴스가 있던데...
그래서 그런지 하늘이 훨씬 어둡고.. 햇빛도 비치지 않는다..
내일 대전갈때는 화창했으면 하고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잔차타면서 별 생각이 다든다.. 날씨 생각에다..
경치보면 좋다는 생각이 들고.. 지나가는 언니보면 이쁘다는 생각들고..
가게 보면 들어가고 싶고.. 밥보면 먹고싶고.. 미래 생각 가족생각..
여친 만들 생각.. 웬 생각이 이렇게 많은지 자꾸 갓길에서 이탈한다..
갓길생각만 하고 가야겠다..

평택에 도착한 시간이 여섯시쯤.. 달려온 거리를 보니 75km정도 된다.. 앞으로 천안까지는 20km정도..
신호등 걸리는 중에 전화온다.. 전의 회사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다...
"야!! 어디야!!"
"평택인데요??"
"너 대단하다..!!"
하지만 칭찬도 신호등 타이밍 앞에선 묻힌다..
"나중에 전화하죠.. 신호 바뀌었어요.. "
신호등 지겹게 걸린 결과.. 우정보다 신호가 우선이 됬다..

엇 갑자기 전의 소개팅 하자던 여자 생각이..
몸무게가 97kg였단 이야기를 하니 연락을 안하두만..
하지만 지금은 82kg 얼른 나 지나간다고 전화하고 싶다..
전화하고 싶다..전화하고 싶다..
평택 지나친다.. 전화하고 싶지 않다..

한 십여분 더 달린다.. 갑자기 웬 트럭이 후진하려한다.. 길가로 좀 나섰더니 버스가 빵빵인다..
쒜들 어쩌라구~~ 아까 안양에서 웬 아줌마 뒤도 안보고 진입했다.. 순간 S자로 가는 잔차..
째려보고.. 또 보고.. 신호등에서 한 번 더 째려봤다.. 아줌마는 결국 도망갔다.. 초고속으로..
아까의 느낌을 살려 버스 째려본다.. 날이 어두워서 안보이는지 무시하고 계속 빵빵댄다..
드러워서 피하냐?? 위험해서 피하지?? 얼른 피했다..

평택과 천안 사이의 도로에는 아슬아슬한 신호등이 많았다..
날이 어두워 속도계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속 시속 25km는 유지하는 것 같다..
몸도 오버페이스하고 있다는 신호가 계속 왔다.. 그러나 사람은 정신력의 동물.. 페달링은 강도높게 계속 된다..

엇.. 길이 안보인다.. 뒷차들 쌩쌍달리고.. 더이상 등 없이 달리긴 힘들지..
얼른 내려서 안전등 켰다.. 하지만 안전등이 짐가방에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궁여 지책으로 옆으로 돌렸다.. 이번엔 다리에 걸린다.. 안전을 위해 참고 갔다..
라이트를 켰는데.. 건전지가 약해서 켜나 마나이다.. 할 수 없이 깜빡이 모드로 해놓고 간다..
제팔라이트부터 캣아이로 바꿔야 겠다.. 건전지 너무 많이 먹는다...

한참 달리니 충청북도 경계가 보인다.. 천안 17km 그래 사십오분만 달리면 도착한다!!
한참 더 달리니 길 옆에 표지가 보인다.. 천안 13km 그래 삼십분만 가면 된다..
좀 더 가니 이정표가 보인다.. 천안 13km 욕이 나왔다. 게쉐들..
분기점 300m마다 이정표가 있다.. 300m쯤은 금방 휙휙~~
근데 이놈의 1km는 왜 이리 안주는지 죽을 지경이다..
마지막 17km은 정확시 40분 걸렸다..
하지만 나에게 그 사십분은 오늘 하루 달려온 시간보다 길었다.. 너무 어둡고 차가 너무 무서웠다.. 간간히 가로등이 보여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드디어 천안 자동차 검사소.. 천안 메가마켓.. 천안 시청.. 천안 역.. 천안 고속버스터미널..
천안도 넓긴 넓은지 온통 천안 밖에 없는 줄 알았다..

앞으로 앞 기어는 2단만있어도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평택부터 한번도 안바꾸고 뒤만 깔짝 거렸다..
새로 장착한 스프라켓이 마모가 많이 일어난 체인과 만나서 소리가 계속 때댁 거렸다..
첨에는 페달링 할 때도 느껴졌는데 내가 둔해졌는지 아니면 스프라켓이 헐거워 졌는지 더이상 튀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전의 타이어보다 잘나간다..
근데 파나레이서인지 뭔지 고무에 뭐가 걸려 튈때마다 통통 소리가 난다..
첨에는 거슬렸는데.. 이제는 일부러 돌위로 간다.. 딱똑 통통 콩콩 딱콩..

고속터미널 옆의 여관에 잔차들고 들어가 옷을 벗는데.. 묵은 땀냄새가 장난 아니다..
얼른 씼고.. 빨래하고.. 정리하고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한다..
여자들한테 해보려 하지만 그새 회사 나왔다고 딱히 전화할 사람도 없다..
집에 안부전화 먼저하고.. "여기 천안이에요.. 오늘 97km달려왔어요!!"
아까 신호등에 씹힌 회사사람한테 전화하고 "여기 천안이에요.. 오늘 97km달려왔어요!!"
글구 친한 회사 언니한테 전화하고 "여기 천안이에요.. 오늘 97km달려왔어요!!"
대단하다는 말 세번 들으니 기분이 업된다. 음하하!!
난 역시 칭찬을 먹고 살아야 한다..!!

운동을 부실하게 한 결과가 달려보니 나타나두만...
뒷다리 땡기고.. 쉬 지친다.. 이럴때는 밥이 보약이지..
짠 음식이 먹고 싶었다.. 메뉴는 갈비탕.. 설렁탕.. 해장국.. 순대국.. 각종찌개류..
걸리기만 해봐라.. 먹어주마!! 맘먹고 일부러 멀리 나왔다. 걸어서 다리라도 좀 풀어보려고..
그래서 결국 갈비탕을 메뉴로 결정했다.. 염분 보충을 위해 깍두기 김치까지 다 먹었다..

내일은 어찌하나.. 걱정이 앞선.. 밀양을 통해 김해로 내려가야 하는데..
삼일 맞춰서 창원에 가려면 최소한 구미까지는 가야한다...
가능하면 대구나 밀양까지 가고 싶다.. 근데 오늘 달려온 거리 97km 여기서 대전까지 근 80km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정말 몸은 김천쯤에 있으면 좋겠다... 실제 반이니까..

참고로 오늘 지나온 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울 봉천동 --> 안양 --> 수원 --> 오산 --> 평택 --> 천안
먹은 것.. 물 1통.. 환타 1병.. 핫브레이크 1개 어육소세지 2개..
참고로 어육소세지 강추.. 양갱보다 낫다.. 단백질과 염분 직공급원이다..
그리고 갈비탕..
아마도 차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을 것 같다.. 오래 살아보려고 별짓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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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오오~~너무너무 생생한 느낌의 후기네요^^
    내일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라이딩중에는 탄산음료는
    자제하시는게 좋습니다.힘들고 목이 탈때마다 이온음료를
    드시면 훨씬 좋을거에요^^
    화이팅~~!!
  • prollo글쓴이
    2003.10.18 00:49 댓글추천 0비추천 0
    하하.. 실은 환타만 하루에 두병씩 마셨습니다.. 물한병에 환타두병정도..
  • 크~ 봉천동.. 저도 봉천동 출신입니다.
    봉천동출신들이 자전거를 아주 잘타죠 카카카!
    달동네라서
  • 아.....벌써 다 다녀오셨군요^^;
    저는 지금 막 시작하신줄 알았습니다^_^v
  • 봉천동 몇명 보이더군요... 저도 봉천동 입니다.^^;
    8월경에 전국 일주 끝내고 후기고 뭐고 귀찮아서~
    올리지도 못했는데 여러모로 여행 생각이 나는군요.
    요즘들어선 다시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고는 합니다.
  • 허거덕 지금은 봉천동 아닙니다.-_-; 의왕으로 이사온지3년이 되네요. 봉천국교, 상도중교를 나왔습니다.
  • 굿~ㅋ
  • 흠..이후기를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위해 아껴뒀다가 지금 1편을 봅니다. 2편을 읽어야 되는데..앗.."여기천안이예요97km달려왔어요"라고 여러사람에게 전화걸고 칭찬받고 ^^;;; 맞습니다. 잔거탈때 가장 힘이되는말은 "오옷 너 대단하다!" 이겁니다 ^^;; 대단하십니다. 2편도 오래오래 30분정도에 걸쳐서 읽겟습니다 ^^
  • 2003.10.22 18:09 댓글추천 0비추천 0
    꼭 제가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듭니다 ^ ^
  • 2004.2.19 18:05 댓글추천 0비추천 0
    대단하십니다!! ^o^ 저도 2월 말에, 경기도 광주에서 대전으로 자전거 타고 내려갈 계획하고 있는데, 정말로 엄청나게 힘들것 같네요...!!! 초보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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