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2 (금) 맑음
연말과 연초를 맞아 밖은 시끌벅적 요란하지만 가족과 함께 평시와 다름없이
조용히 맞이했습니다. 잔차타기에 날씨도 춥고. 해서 잔차로 접었던 수영을 며
칠전 다시 접수했습니다. 지난 화요일 수영갔다 배영 래슨 받으며 엄청 코로
물이 들어가 그만 코감가. 이후 휴지를 왼손에 들고 모든 생활을 해야했고 심
지어 한쪽 코 구멍을 틀어 막기까지. 그래도 GPS(Margellan spotrack)를 이
혼돈속에 구입해 매뉴얼 보며 딸 아이 잔차타고 집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닙
니다. 운동장 한 구석 좌표 지정하여 목적지로 설정하고 멀리 갔다 이 곳으로
돌아오기도하고 오차는 얼마나 되는지 인공위성은 잘 접속이되는지 루트를 만
들어 베이스활동처럼 차례로 목적지 돌고, 트렉기능을 이용해 내가 지나온 길
들을 저장하여 되돌아 오기도하며 몸은 아파도 요 신통방통한 요물을 가지고
온 동네 쏘다니며 아침부터 헤매며 정신없습니다. 좀 멀리 가면 이것으로 더
재미 있으련만 두통이 앞을 막습니다. 어제 저녁 문득 투어번개에 <우면산>
을 발견합니다. 초대도 많이 받았고 나 또한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주저없
이 리플 클릭. 다음날 아침 새벽 운동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침 먹고나니 오전
9시 30분. 부랴부랴 준비하고 상계역으로 나가 잔차를 역사 안으로 들이민다.
역무원 몰래. 양재역 도착해 나올땐 당당하게 역무원 보란 듯이 잔차들고 나옵
니다. 처음으로 전철을 이용 잔차와 함게 탔습니다. 음~ 나도 이젠 당당한 잔
차 메니아로 자리매김하는 위치. 도착시간 11시 약속시간에 정확히.
super_sonic님이 오늘의 번장님. 처음 보는 순간 다운힐 헬맷이 나의 기를 죽
인다. 분명 난 순탄 임도만 강조했건만 시작부터 내 몸을 사려야겠다는 고독
한 다짐을 해봅니다. 함께 인사하고 오늘의 목적지 우면산으로 가기전 GPS트
렉기능 가동시켜놓고 함께 출발. 용정주유소를 거쳐 꽃판매장을 지나 어느새
임도로. 오른쪽은 포장길 업힐 왼쪽은 왈바에서 보았던 점프대. 잠시 왼쪽 살
펴보고 오른족 업힐을 택해 업힐. 초입 번장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며 올라오
다 길도 좋고 산세도 좋아 몸이 날아갈듯. 애라 어떻게 되겠지 마구 페달질하
며 올라갑니다. 기분 좋습니다. 몇날 며칠을 동네 몇 바퀴 돌다 이렇게 상계동
에서 양재역까지 멀리 나오니 마치 초등학생 소풍나온 기분입니다. 아~~~~
좋---다. 아무리 페달질해도 지침도 없고 마구 힘이 솟아납니다. 그래도 초행
길이라 제법 길게 느껴졌지만 경사는 심하지 않고 약 1km 기분좋게 올라왔
다. 오랜만에 맛보는 심장 벌렁벌렁. 바로 잔차의 맛. 삼거리. 오른쪽 송전탑
왼쪽 임도 업힐. 잠시 휴식. 이어 번장님 땀 뻘뻘 흘리시며 올라옵니다. 저 헬
맷 쓰고 이 긴 업힐이 가능한지 전 의구심이. 아마 목-힘과 끈기 체력 삼박자
가 맞아야 올라올텐데. 왼쪽 짧은 업힐하니 작은 헬기장. 잠시 또 쉽니다. 근
데 왜 또 쉬지.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곧 출발. 근데 바로 다운힐 코스로 이어
집니다. 아~ 쉰 이윤 숨을 고르고 이 코스를 탈 생각이셨습니다. 번장님 멋있
게 내려가고 난 끌고 내려가고. 운명이 초입 업힐과 다르게 여기서 갈라섭니
다. 계속 예쁜 코스로 돌아다니다 약수터에 도착. 목 축이고 물도 채우고 다시
업힐. 사실 요즘 업힐이 좋습니다. 날씨가 겨울이라 땀도 많이 줄어들고 몸에
열도 적으니 힘을 페달에 퍼 붇는 느낌마저 듭니다. 다시 아까 내려왔던 다운
힐코스 이젠 끌고 오릅니다. 끌다보니 땀이 나더군요. 타는 것 보다 끄는 것이
힘이 더 든다는 고수님의 말씀이 이젠 피부에 와 닿습니다. 다시 헬기장. 잠시
쉬고 반대편 쪽으로 내려갑니다. 바로 점프대 있는 쪽이랍니다. 가려는 순간
뉘어진 나무들이 우리의 길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주
민과 라이더들간 문제인 듯 생각됩니다. 바로 왈바 사이트에서 자주 논란이 일
던 발상지 였던 게죠.) 평소 임도 갈 때 바리케이트로 막혀진 길로만 다니다 보
니 이런 것 무감각합니다. 아니 길도 좋은데 왜 막아놓았지. 드디어 가장 심한
다운힐 코스가 보입니다. 아니 이런 길을 어떻게... 그러나 번장님 쾌재가 메아
리를 울리며 내 귓가에 맴도는데 난 출발점에서 주섬주섬 조심 끌고 내려갑니
다. 제가 봐도 다운힐코스로 딱 좋은 곳이라 여겨집니다. 뭐 그리 위험해 보이
진 않습니다(다운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끌며 내려갑니다. 드디어 처음 초
입지점 점프대. 앞선 번장님 앞에서 하늘을 납니다. 와 정말 멋있습니다. 뒤에
서 보니 마치 터미네이터원에서 오토바이타고 주인공이 점프하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번장님이 나도 해 보라고 하지만 감히 도전을 못합니다. 그져 점프
거리 체크만합니다. 직장에서도 운동할 때 보조 및 주전자 맨이더니 예서도 실
력 없이 보조 합니다. 번장님 신이나서 하고 또 합니다. 난 계속 점프 거리 측
정하며... 근데 잔차가 지면에서 분리 되며 허공을 향해 점프해 있을 때 잔차
바퀴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완전 음향(허브소리?) 극치와 안정감 있는 뒷 바퀴
착지 정말 예술입니다. 카메라가 없어 아쉬움이 큽니다. 로우엥글로 하늘에
떠 있는 번장님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검게 떨어뜨린다면 정말 작품 됩니다. 아
마 열 번을 했나 봅니다. 계속 묘기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 전 즐겁습니다. 쉬면
서 보니 가슴보호대까지 하셨더군요. 그렇다면 이 갑옷입고 잔차탔다는 것인
데... 어쩐지 업힐에서 유난히 땀이 많다 싶었는데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거
리계산하니 약 15km라이딩했습니다. GPS트렉기능 마감하고 또한 가보고 싶
던 양재천을 지나 잠실대교에서 서로 헤어지고 한강공원을 거쳐 중랑천으로
오는 길은 맞바람 거세고 추웠습니다. 중간에 남은 빵과 초코렛먹다 사발면 하
나 사먹고 집에 돌아오니 해가 졌더군요. 역시 소풍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지
루하고 힘든가 봅니다. 번장님 오늘 수고 감사드립니다. 담에 또 번개 올려주
세요. 우면산도 좋고 주변에 <청-계-산>도 있던데 한번 소개해 주심 더욱 좋
구요. 되도록 시간 조절하겠습니다.
* 참고로 GPS에 기록된 우리가 지나온 트렉을 컴퓨터상에서 지도 위로 불러들여 oziexplorer가 작성한 길입니다. 상단 사진을 차츰 구간 확대한 것이 중간, 하단 사진입니다. 실재크기로 사진보세요. 정말 gps 좌표가 정확하죠?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