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5일의 휴가가 생겼다.
황금의 연휴를 자전거와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던 끝에 강릉행을 약속한다.
지난주에 속초를 무사히 완주한 자신감이 있다고나 할까.
금요일 심야버스를 타고 강릉에 도착한다.
해돋이를 대관령 정상에서 볼 계획으로, 편의점에 들러 시간을 때운다.
종업원의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시간차로 커피,컵라면,아이스크림...
대관령 입구까지의 길은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이었다.
미시령보다 1배반이나 길다는 말에 맘을 다부지게 먹는다.
(옛날이야기에 호랑이가 나타나서
'할멈 할멈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했던 고개란다)
가방에 떡이 넉넉하니 호랑이에게 물려갈 일은 없고,
그러나 너무 적막하다.
서울에선 볼수없는 별이 총총이 밝게 비취고,
지나갈때 마다 새소리가 숨을 죽인다.
락헤드님, 라이트 키지 않고 가자하지만,(후에 안 사실- 어두운 곳에선 지루함
과 경사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서 더 쉽다한다)
그래도 우겨서 라이트를 켠다.
미시령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또박또박 오르긴 쉬었다.
정상에 도착무릅,
강릉 시가지와 그편 너머 여명이 올라온다.
잠시 내려 새벽의 기운을 온몸으로 빨아들인다.
일전에 부산 오륙도에서 본 일출과는 전혀 다른 해돋이 였다.
만약 서울까지 쉽게 완주한다면, 그 공은 모두 해의 기운일것이가 생각들 정도였다.
해돋이는 잠시동안이다.
문제는 대관령을 넘어가려는 순간부터 였다.
대관령의 풍량초속이, 풍차나라 덴마크보다 세다는 말만 들었는데, 그 말이
현실로 닿았다.
내리막의 시속이 브레이크를 만지지도 않고 10km , 자전거와 몸이 하나되어
바람부는 방향대로 끌려간다.
어깨, 손, 발, 무릎... 한마디로 몸이 냉동이 되었다.
쉴 생각조차 엄두가 나질않았다.
앞으로 아침을 먹으려면 2시간 정도는 지나야 하는데..
대관령휴게소는 내리막을 다 와서야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문믈 두드리지만. 페쇠된지 오래인것 같다.(우편물이 쌓여있음)
작은 언덕을 넘으면 내리막이고 그넘어 아침을 먹고, 콜택시를 부르자한다.
기운을 내서 자전거에 올라 앉았지만, 몸이 떠는 여운에 자전거가 흔들렸다.
싸리재를 넘어 진부에 도착해 드디어 아침을 먹는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는 길에 들러 아침을 먹어 익히 알고있던 집이다.
방바닥에 슬며시 손을 대니 냉골이다.
두리번 거리다 부억으로 눈길이 갔다.
가마솥 밑 아궁이에 장작이 벌것게 타고 있었다.
그옆에 쭈구리고 앉아 넉두리를 한다.
주모가 이것저것 말을 묻는다.
이 새벽에 왠 자전거냐고.
입도 얼어 말도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숭즁 한사발을 호호 불어가며 먹고나선,
서울 가는 길이라 대답한다.
쳐다보는 눈길이 애처로운가보다.
아침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이맛도 저맛도 아니다.
아침을 먹은 기운으로 속사리재를 넘는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인가!
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졸고 있었다.
옆으론 차가 쌩쌩 달리건만, 음주차량만 있는것이 아니라, 졸음운행도 있었다.
예전에 퀵실버님 언덕을 졸면서 올랐던 말이 생각났다.
순간!
자전거 핸들이 논두렁을 향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팽개치고 버스 정거장 움막 옆 바닥에 누웠다.
딱! 5분만이 25분이나 지났다한다.
장갑은 엉덩이에 대고 가방을 베개삼아, 꿀맛같은 단잠이었다.
등이 선뜻해 올 즈음에, 락헤드님이 깨운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태기산으로 향한다.
곳곳에 도로 공사중이라, 조심 또 조심한다.
속도계가 고장이 난것처럼 속도를 일정하게하고 오른다.
남자들은 좋겠다.
아무곳에서나 생리현상을 해결하니...
화장실이 없는 정상이라 숲을 헤치고 들어간다.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가 보인다.
개구리들이 어마하게 많다.
어릴적엔 개구리 뒷다리가 무척 맛있었는데...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태기산 약수가 좋다는 말에 생수통에 물을 버리고 약수
로 채운다.
커피 좋아하시는 락헤드님 커피마실동안 자전거옆에 눕는다.
나물 캐온 아낙네들 삼삼오오 짝지어 나물과 막걸리를 바꾸어 먹는다.
락헤드님 갈길이 멀어서인지 재촉한다.
일기예보에 소나기가 온다했는데,
황재에 오를즈음 하늘에 먹구름이 깔려 있었다.
아마도 어느 곳에 한바탕 진을 치고, 서서히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낙비가 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우리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온다.
락헤드님 가방에 방수카바 하시곤 우린 시원하게 맞자 하신다.
그말에 소나기 놀랐는지 우리보다 먼저가서 바닥만 적셔놓는다.
...
둔내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을때 까진 대관령의 추운것 빼놓고 문제는 없었다.
몸이 뒤틀리고, 마음에 전쟁이 일어나고,
문제는 양평 용두리가 눈앞에 나오기 전까지 게속되었다.
오르막이 방금 지났는데 또, 오르막 ...
그렇게 하길 수 없었던 같다.
눈물이 밖으로 흐르질 않아서이지 속으론 울었다.
파출소가 눈앞에 보인다.
난 화장실을 가고자 내렸는데, 락헤드님 트럭이라도 빌리려고 들어가셨다.
...
생각에...
자전거는
누구와의 경쟁도 아니고,
나와의 싸움인것 같다.
자전거를 처음 시작할땐 아무 생각없이 탔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전거는 나의 벗이 되는 것을 느낄수 있다.
심각하게는
순간순간 힘들게 탈 때는,
삶도 이런 것이려니 하는 작은 위안이 될때도 있다.
...
징그러운(?) 언덕 몇개를 넘고나니 양평용두리에 들어선다.
낯선 동네에 있다가, 마치 우리동네에 들어온 모양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는 도중 새끼 노루 한마리 중앙분리대에 걸려 넘어가지 못하고,
바둥되었는데 지금쯤 둥지찾아 잘 지내겠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게선으로 동물의 생활반경이 좁아진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백운봉휴게소!
속초행때 저녁을 해결한 곳이다.
우린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찻길에서 겉옷만 걸치고 가기 시작한다.
대략 55km이면 2시간 반정도면 잠실에 도착할것 같은 시간이다.
속초갈때도 그랬지만, 지금부턴 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나를 업고 달리는 것이었다.
봉안터널에 들어서는 벨을 게속 치며간다.
터널을 통과 할때마다 가슴이 콩광거려, 클릭 한쪽은 빼놓고, 언제든지 넘어
지면 안전하게 쓰러질 자세로 달린다.
늘 하남으로 가서 잠실로 갔지만, 이번은 미사리로 천호동으로 빠졌다.
길동쯤에 들어서 겨우 저녁을 먹는다.
대관령 추위에 떨었던 것을 반찬삼아 냉면을 먹는다.
지금은
또 한번 강릉을 가자하면 노우하겠지만,
산고의 고통도 잊고 산다는, 망각의 동물이니
그 기억이 잊을즈음에
대관령의 여명을 찿을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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