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동행했던 과장님이 쓰시면 훨씬 더 리얼한 얘기가 되겠지만, 도저히 시간이 없으셔서 걍 제가 저의 시각으로 여행후기 올립니다.
-. 출발일시 : 2004.7.31.(토). PM 1:10
-. 출발장소 : 서울 면목동
-. 도착장소 : 양평(초입)
-. 여행인원 : 2명
-. 잔차 : 레스포 시그마, 스마트 철폴딩
-. 총주행거리 : 120Km(속도계가 없어 확실친 않음)
오전근무를 마치고 점심으로 짜장곱배기 후딱 해치우고 오늘 여행의 동반자인 울회사 총무팀 과장님과 면목동 집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40분.
얼마전 나홀로 춘천여행때 땡볕에 썬크림도 안바르고 장시간 여행했더니 팔이랑 다리랑 홀라당 다 탔더군요. 그래서 얼굴에 썬크림 바르고 다리 노출부분에도 발라주고... 잔차전용옷이 없는 관계로 상·하 축구유니폼 입고, 고글쓰고, 헬멧 착용하고 출발준비 끝...
동행 과장님은 못가실 뻔 하다가 가까스로 여행동참 결정으로 잔차도 준비안된 상황... 할 수 없이 제가 3년간 그럭저럭 잘 끌고다녔던 철폴딩에 대충 반바지 입고 출발 준비...
근데 이분은 장거리 여행은 처음인데다... 가볍고 성능좋은 잔차가 아니라 무거운 철티비를 끌고 무작정 떠나는 것인데... 참... 잘 타시더군요.
어쨌든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속에서 잔차여행 시작...
[면목동 → 망우리고개 → 구리 → 남양주 → 춘천/양평 갈림길]
대문을 나서 용마산역 쪽으로 잔차를 끌고 올라가는데 벌써부터 숨이 탁 막혀옵니다. 으... 작열하는 태양...
용마산길 내리막을 시원스레 내려옵니다. 근데... 과장님 철폴딩이 내리막길에선 우째 더 빠르더군요. 참...
그대로 망우리고개를 땀이 범벅이 되어 힘들게 오르고, 신나는 내리막길을 달려 구리시내로 들어 왔슴다.
근데 구리시내를 빠져 나오면서 사고 발생... 과장님 잔차를 어떤 나쁜 RV가 옆에서 치고 그대로 내빼버렸슴다.
제가 앞서 가느라 사고를 안 것은 조금 후 쉬면서 하드를 먹을 때 였슴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았는데 왼쪽무릎이 까지셨더군요. 정말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한 나쁜사람 같으니라고...
어쨌든 이제 시작인데 벌써 포기할 순 없는 법... 우린 걍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한숨 돌리고 나서 출발. 여기까진 얼마전 춘천여행 때와 똑같은 길입니다.
[춘천/양평갈림길 → 덕소 → 팔당구길 → 팔당댐]
정말 숨막히는 더위임다. 그래도 길은 좋더군요. 춘천가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이 많았는데, 이쪽은 거의 평지에 넓은 도로가 쭉 이어져 있슴다. 대신 차들이 경춘가도 못지않게 쌩쌩 달립니다. 절대 안전운전은 필수...
그럭저럭 속력을 내서 달리는데... 과장님 철티비로 잘도 따라 오십니다.
저보다 6살이나 많으시고... 그리고 첫 장거리여행인데... 화이팅!!!
헉헉 거리며 이정표를 보니 팔당대교라 써 있슴다. 걍 지나쳐서 계속 가니 팔당구길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참고로 덕소에서 팔당구길까지는 도로분위기가 꼭 서울 외곽순환도로 같더군요. 그만틈 잘 포장되어 있고 차들도 쌩쌩 잘 달리고...
이윽고 팔당구도로를 달려 팔당댐에 도착했슴다. 과장님 힘들다고, 죽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참 잘 달리십니다.
댐입구 옆에 보니 관리사무소가 있어 말씀드리고, 수돗가에서 머리감고 세수하고 잠시 휴식... 살 것 같슴다. 자 좀 쉬었으니 또 출발...
[팔당댐 → 6번국도 → 양수대교 → 양평]
필사적으로 잔차를 타고 팔당구도로를 빠져나와 다시 넓은 6번국도를 타고 쭉 가니 양수대교가 나옵니다. 옆으로는 북한강이 길게 뻗어 있는 멋진 길을 시원하게 내달립니다. 경치는 당연히 Good!!!
다리 정말 길더군요. 大자가 붙을만 합니다.
양수대교를 지나 계속 가다보니 도로변에 과일파는 가게가 보입니다.
과장님이 "시원한 수박 좀 먹고 가지..." "예" 해서 잠시 쉬기로...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가게에 들어서자 마자 쥔 아저씨 반가운 체...
더운데 대단하다고 수선스레... "더운데 시원한 물부터 좀 드세요"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를 주십니다. "예, 감사합니다." 과장님이 "혹시 깨진 수박 같은 건 없나요? 둘이서 먹을 꺼니까 한통은 넘 많거든요." 쥔 아저씨 "깨진 건 없고, 다른 손님이 먹다 남기고 간 수박 반통 있슴다."
과장님 가격도 안물어 보고 "주세요." 넘 목마르고 허기져서 허겁지겁 먹었슴다. 좀 쉬면서 사진도 한컷 찍고... 그러고 있는데 쥔 아저씨 친한 척 합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양평이요." 뭐라고 주저리 주저리... "그럼 갈 때 저녁은 어떻게 하세요?" 과장님 "덕소에 아는 분이 계셔서 거기서 먹을 것 같슴다. 있다 오다 다시 들러 옥수수라도 먹고 갈께요..." 쥔장 "꼭~~~ 들르세요."
쉬었으니 이제 다시 출발 준비. 과장님이 "얼마예요?" 쥔장 "예, 만원입니다..."
허억... 남이 먹다 남긴 수박 반통이 7천원이고, 달라고 하지도 않은 물(500ml)... 써비스인줄 알고 먹었더니 2통에 3천원...
좀 심하게 바가지를 씌우더군요. 과장님 군소리 없이 돈을 내시며 "잘 먹었슴다. 수고하세요." 그리고 출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더군요... 담에 이곳을 지나 여행하실 분들은 바가지 조심하세요...
그리고 계속 달려 양평초입에 도착한 시간이 PM 4시 40분. 지금까지 주행시간이 3시간 30분. 좀 늦게 도착했슴다. 기념사진 한컷씩 찍고 이제 다시 서울로...
[양평 → 일진아스콘(어디쯤인지?) → 양수대교 → 팔당터널]
온 길을 거꾸로 열심히 달리고 달립니다. 과장님은 힘들다고,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시면서도 고개길 빼곤 잘 달리심다. 그 무거운 철티비 끌고...
한참을 달려서 오니 길 건너편으로 아까 바가지 썼던 가게가 보입니다.
쥔 아저씨 우리 지나가기만 기다렸는지 건너편에서 "어이~~~ 어여 와~~~" 뭐라뭐라 소리치며 손짓합니다.
앞서가던 저 걍 생까고 내지릅니다. 참... 이번엔 옥수수 2개 주고 한 5천원 받을려고 저러나... 양심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잠시 후 고갯길에서 갑자기 과장님 잔차 체인이 빠져버립니다.
주위에 보니 '일진아스콘'이라는 회사가 있더군요. 그리고 수도가 있고.
힘으로 억지로 빠진 체인을 다시 끼우고 손을 씻고 얼굴과 머리를 감고 좀 쉬었슴다.
근데 한 아저씨가 차가 퍼졌는지 쉬시면서 계셨슴다. 과장님 다친 무릎이 이제 좀 쓰라린다고 하십니다. 그때 고마운 아저씨 차에서 과산화수소를 가져다가 무릎에 부어주십니다. 과장님 고통으로 "으으윽..." 몸을 비트십니다. "넘, 아파요..." 아저씨 정성스레 소독해 주시고 휴지로 조심스레 닦아 주시고...
사람 다치게 하고 걍 내빼는 나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첨 보는 사람인데도 정성스레 치료해 주시는 분도 있더군요.
과장님 "오늘, 정말 좋은 분 만났슴다. 감사합니다." 인사드리고, 다시 출발...
양수대교를 건너 좀 가니... 아니... 올 때 보지 못했던 터널이 보입니다.(팔당구길로 운행했기 때문)
으... 터널은 싫은데...
근데, 이 터널 장난이 아니더군요. 조심스레 터널에 진입해 갓길도 없는 위험한 도로를 걍 달리고 있는데, 차들 속도 장난아님다. 빵빵 대는 차들도 있고... 그리고 뭔 터널이 이렇게 긴지... 좀 들어가니 아예 어둡슴다.(라이트가 없어 한치앞도 잘 안보임) 갑자기 잘 못 들어왔단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 지더군요. 그래도 한참을 달리니 빛이 보이더군요. 입구다...
아니... 근데 나오자 마자 바로 또 터널... 황당... 무려 6개가 이어져 있더군요.
무서워서 혼납슴다.
[팔당터널 → 덕소 → 강변도로 → 워커힐고개 → 면목동]
터널을 빠져나오자 바로 휴게실이 하나 있어서 음료수로 갈증 해소...
덕소에 회사 재경팀과장님이 사셔서 전화드립니다.
재경팀과장님 "어여 와요." "예"
또 출발... 열심히 잔차질 하여 덕소에 도착하니 7시쯤 되었더군요.
길을 몰라 전화드리고 물어물어 사시는 곳 도착.
시간을 보니 도저히 오래 머물 수 없어 과장님이 간단히 저녁만 얻어 먹고 얼른 나오자고 하십니다. 저도 그러기로 하고 재경팀과장님댁 도착.
재경팀과장님 "강가에 가서 삼겹살이랑 구워서 밥먹고 가요." 강권하시는 재경팀과장님... 동행한 과장님과 차마 거절을 못하고 따라 나섭니다.
근데 분위기를 보니 재경팀 과장님이 얘기도 하면서 삼겹살에 술한잔 하시고 싶어서 더욱 강권하시는 것 같더군요...
과장님 이쁜딸아이(초등2년) 데리고 같이 강가에서 삼겹살 구우면서 소주한잔...
캬... 걍 좋더군요. 몸은 피곤한데, 기분은...
소주 3병이 있었는데 제가 반병정도 마신 것 같고 나머진 재경팀과장님이 다 마셨슴다. 동행한 과장님은 고기랑 밥만 드시고...
자리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아니 10시가 다 되어 갑니다.
에라 모르겠다. 걍 어떻게든 되겠지...
댁에 들러 짐을 챙기고 물병에 물을 채우고 떠날 채비.
"잘 먹었슴다. 감사함다." 인사드리고 다시 출발.
재경팀과장님이 "왔던 구리로 가지말고, 워커힐길로 강변도로로 가요. 거기가 빨라요." "예"
취하진 않았지만 술냄새가 좀 나더군요.(음주라이딩은 절대 안되지만... 어쨌든 집엔 가야겠기에...) 과장님이 선두에 서시고 전 뒤따라 갑니다. 강변도로를 타고 가다가 삼거리가 나와 광장동 이정표를 보고 계속 달리니 워커힐고개가 나오고 광장동사거리가 나옵니다. 약 1시간정도 달린 것 같습니다.
광장동사거리에서 아차산역 쪽으로 와서 군자역까지 옵니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었습니다. 전 집이 근처니 괜찮지만 과장님은 또 상계동까지 가셔야 합니다. 넘 늦어 우리집까지 못 오시고 군자역에 잔차 묶어놓고 지하철 타러 가십니다. 몸이 말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참...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무거운 철티비를 이끌고 씩씩하게 양평까지 왕복을... "수고하셨슴다. 안녕히가세요." 인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합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하루도 만만치 않은 하루였슴다. 개인적으론 춘천 때 보단 덜 힘들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을 듯...
중독인가? 걍 잔차타는게 점점 좋아지는군요.
(참... 월요일 출근해서 과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집에 도착했더니 새벽 1시가 넘었더라구요. 근데... 열쇠가 없었다고... 헉... 우리집에 가방을 놔두시고 잔차를 빌려 군자역에서 걍 서둘러 가느라고 미처 생각을 못했다고...
그시간에 스티커에 붙어있는 열쇠집에 연락을 했더니... 미친 사람 취급하더라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람을 수배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 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과장님... 재밌었죠? 9월에 또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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