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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밤(Night)을 먹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그리고...> (프롤로그)

ARAGORN2004.08.15 16:15조회 수 1217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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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밤(Night)을 먹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그리고...> (프롤로그)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의 마지막 주...

10년만의 무더위와 오존량의 증가로 인해 서울의 여름은 살인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와 함께 갑자기 서울보다 시원한 곳을 찾아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대충 여행계획과 준비물을 갖춘 뒤 목포행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원래는 충동적인 여행을 안하는데 이번에는 뭔가가 씌였나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는 그 시간...

열차내의 한 구석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목포에 도착하면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해서 궁리를 했습니다.

남해안을 여행경로로 삼으려니 장거리에다 한낮의 불볕더위가 부담이 되어 그래도 좀 만만하다 싶은 제주도로 결정하고

선잠을 자다 보니 어느새 목포역에 도착했습니다.



야간 열차를 이용하느라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들도 못보고 지루한 시간 끝에 도착한 목포는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제주행 오전 배에 탑승할 때 까지 역과 항구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서 피곤한 상태였지만 앞으로 펼쳐질 즐거운 여행을 상상하며 마냥 신나게 목포의 아침을 만끽했습니다.

머지않아 이것이 곧 괴로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고자 했었는데 피곤함 때문에 고속페리 3등석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몽롱한 상태에서 제주에 첫발을 내딛는데...커헉! 서울보다 더 찌는구나 큰일났구만...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바닷바람의 영향도 있고 하니 서울보다는 나으리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제주의 여름에 대한 무지가 앞으로의 고달픈 여행을 예고했습니다.

역시 충동적인 여행보다는 계획적인 여행을...



이왕 이렇게 된 거 돌아갈 수는 없고 한번 해보자고 마음 먹고 작열하는 태양의 환영을 받으며 제주시내 관광에 나서는데 분수광장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물줄기들 사이로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시원하게 보였습니다.

아이들처럼 뛰어들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그저 구경만 했습니다.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서 좋더군요.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제주도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정도니까 하루 안에 제주도를 일주하기엔 무리가 있겠다고 판단하여

도착한 당일은 제주시만 관광할 목적으로 저녁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부지런히 본전 뽑으러 다녔습니다.

부둣가,용두암,그리고 제주시 외곽지역등...

그러다 갑자기 '내일 낮에도 오늘처럼 더우면 일주하기에 곤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야간에 라이딩을 하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지열과 내리쬐는 한낮의 땡볕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좀 위험하지만 야간일주를 감행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결코 만만한 일주가 아닌데...



이제 본격적인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만 그전에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평소 훈련부족 이거나 심신이 허약한 분들은 절대로 따라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휴식도 없이 무리해서 하는 라이딩은 자칫 생명에 위험을 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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