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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밤(Night)을 먹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그리고...> (3)

ARAGORN2004.08.15 16:17조회 수 1155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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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밤(Night)을 먹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그리고...> (3)



오후 3시...

피곤해서 많이 잔것 같았는데 6시간도 못자고 잠에서 깼다.

그래도 조금 잔 효과가 있었는지 한바탕 일을 치러 쌓였던 피로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느낌이었다.

에어컨을 틀고 잤는데도 방안이 그렇게 시원하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하루의 반이 지났다.

'이렇게 마냥 시간을 낭비해선 안되지?'

마침 배도 고프고 제주의 마지막 날을 즐길겸 숙소를 나섰다.



'뭘 먹을까'하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늘 먹던 음식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제주를 방문할때 마다 꼭 챙겨 먹는 제주 흑돼지를 먹었다.역시 맛이 좋았다.

그 고장 음식은 본토에서 먹어야 더 맛이 있는것 같다.

배도 부르고 해서 살살 나들이를 나서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온다.

'이거 참...' 어쩔수 없었다.^^;



볼일(?)을 보려고 잠시 숙소에 들렀다.

숙소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우~헉! 엄청나게 후끈한 열기가 전신을 감싸며 나를 압박해 온다.

일단 에어컨을 켜고 급한 불을 끄러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볼일을 마칠때 까지 엄청난 땀을 쏟아냈는데 힘 한번 줄때마다 흐르는 등줄기의 땀을 주체할 수 없었다.-.-;;;

덤으로 사우나까지 같이 하다니... 쪄서 죽는 줄 알았다.



샤워를 마치고 '무엇을 할까'하고 곰곰이 생각하다 시간은 늦었지만 해수욕을 해보고 싶었다.

매년 제주도를 방문하고 있지만 해수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내년으로 미뤄야 하기에 서둘러 이호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

이호해수욕장 까지의 거리는 약 10킬로...

밟으면 금방이었지만 땡볕아래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밤새 무리한 것도 있고 해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말 그대로 나들이 하듯이 어슬렁 거리며 라이딩을 했다.



오후 5시...

어슬렁 거리며 가다 보니 어느덧 이호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입구에 좌우로 도열해 있는 야자수들의 모습은 여기가 제주도라는걸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잔거를 안내소 옆에 묶어 두고 탈의실 요금을 지불했다.탈의실 요금 800원...

해수욕 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도 안남았다.

'서두르자!'



이호해수욕장의 모래는 참 특이했다.일반 모래와 시커먼 모래가 섞여있는...

일반 모래 이외엔 본적이 없는 나는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맨발로 가면서 모래를 툭툭 건드려도 보고 모래속으로 발을 집어넣어 하늘을 향해 뿌리기도 했다.

'아~ 실로 몇년만에 하는 해수욕이냐...'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해서 오랫동안 바다를 멀리했던 나에게 이번의 해수욕은 정말 감회를 새롭게 했다.



바다에 들어가기전 나는 워밍업을 한다고 나이도 체면도 다 잊은 채 아이들마냥 신나게 바닷가를 뛰어 다녔다.

뛰어 다니는데 밀물때마다 발에 와 닿는 바닷물의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여기 저기 파라솔을 펼치고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는 사이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며 물놀이에 열중이었다.

저멀리 물속에서 어떤 연인은 사람들의 이목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시간동안 입을 맞대고 쪽쪽거리고 있었다.

옆에 애들이 많았는데 애들 교육상 별로... (개인적으론 보기 좋았다. ^,.^;;;)



어느 정도 워밍업을 끝낸후 나는 물속으로 첨벙하고 뛰어 들었다.

'아~ 짜릿하다~~' 실례(?)를 해서 짜릿한게 아니고 바닷물과의 접촉이 상당히 짜릿했다.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이었지만 땅에 발을 짚고 팔딱팔딱 뛰면서 수영하는 흉내도 내보고

유일하게 할줄 아는 개구리헤엄도 쳤다.2미터마다 쉬었지만...ㅎㅎㅎ  



물 속에 있다보니 시간 가는줄을 몰랐다.정말 물속에만 계속 있고 싶었다.

물은 맑지 않았지만 바다위로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들이 조화를 이룬 이국적인 광경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였다.

여기에다 가끔씩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들의 모습까지 한데 어울리면 마치 영화에서나 봄직한 멋진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재밌게 놀다보니 어느덧 7시가 가까워졌다.

가야할 시간이었다.

300원으로 비누를 사고 샤워를 마친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호해수욕장을 떠났다.

저녁놀의 배웅을 받으며...



모처럼 즐겁게 해수욕을 했더니 식욕이 당기기 시작했다.

서울 같았으면 아무거나 먹었을텐데 제주까지 와서 내가 자주 먹는 돌솥밥,제육덮밥,뼈해장국,돈까스등 이런 것들은 먹기 싫었다.

배고파서 먹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흔히 먹을 수 있는것 보다는 제주 본토의 음식을 먹고 싶었다.

점심으론 흑돼지를 먹었기에 저녁은 자리물회를 먹으려고 횟집에 들어갔다.



자리물회... 가격은 7천원...

다른 곳에서 5천원에 먹은 기억에 약간 비싼듯 했지만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개의치 않았다.

약간 오래 기다렸더니 드디어 자리물회가 식탁에 놓여졌다.

'오호라!' 다른 자리물회랑 비교해서 심상치 않았다.

국물을 한숫갈 입에 떠 넣었더니 '캬~~~'

시원하고 매운것이 예전에 먹었던 그 자리물회랑은 차원이 달랐다.

'오 이런것도 있었다니'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마신후

횟집 관계자와 몇마디를 주고 받았다.


*나 : 자리물회가 상당히 맵군요.그래도 맛은 좋네요.
     다른 곳에서 먹었던건 맛이 좀 심심하던데 매운거 싫어하는 사람은 먹기가 조금 힘들겠습니다.

*횟집 관계자 : 15년 전통의 맛입니다. 매운거 안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갑자기 전통을 깬다는건 힘들지요.
               앞으로도 이대로 계속 할것입니다.

*나 : 예 그렇군요.어쨌든 맛있게 잘먹었습니다.수고하세요.

*횟집 관계자 : 예 안녕히 가십시오.



저녁 9시...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앞서 얘기했던 분수광장에서 이번에는 조명까지 합세한 가운데 시원한 분수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잠시 머물러 시원한 장면을 감상한뒤 아이들의 즐거운 탄성과 흘러나오는 혜은이씨의 감수광이란 노래를 뒤로하고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숙소로 들어갔다.

"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감수광~~~ 감수광~~~ "

제주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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