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첫 나홀로 서울 ~ 춘천 편도여행기

soulgunner2004.08.16 02:13조회 수 1691추천 수 1댓글 8

    • 글자 크기


사고로 철티비를 부셔먹고 자전거를 탈 수 없었던 대학생과 백수의 생활을 3년여 거치며

회사원의 대열에 겨우 합류하여 자금의 여유 덕분에(그래봤자 5개월 카드 할부)

자전거를 새로이 마련하고 한강과 남산을 중심으로 자전거를 탄지 3개월여...

어느날 우연한 계기로 자전거로 양평을 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간 분은 자전거 투어가 처음 이었기에 그분 페이스 덕분에 널널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도 모르고 그날 이후 왠지 장거리에 자신감(?)이 붙더군요.

그래서 춘천을 한번 가보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주위에 같이 갈 사람들이 없었기에 혼자 떠나는 것으로 하고요.


그렇게 결심을 하고 14일 토요일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떠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투어를 떠나기 전날 밤 여러가지 약속 덕분으로 술을 푸게 되었고

다음날 4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4시에 기상을 하여 전날 준비한 간식과 장비들을 점검하여

5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준비라고 해봤자 장거리를 대비한 펌프와 패치,

물, 비상식량 정도로 가벼운 수준 이었습니다.


집이 한남동이기에 가볍게 한남대교를 건너 토끼굴을 통해 강남 자전거도로로 진입해

광진교를 향해 자전거를 몰아 나갔습니다.

그러나...자전거 도로를 중간 쯤 가다가 뭘 하나 빼먹었다는것이 생각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전날 프린트한 춘천가는 여러가지 정보가 적힌 종이 였습니다.

되돌아 갈 순 없고 어쩌나 하다가 양평을 갔을때 도로의 표지만 만으로도

손쉽게 갈 수 있었던 경험으로 보아 별 문제가 없을것으로 판단하여 다시 속행,

광진교에 다다라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광진교를 건넜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프린트에 적혀있었던 광장사거리, 워커힐 앞 오르막 등등의 내용을

쥐어짜내어 워커힐 앞 언덕을 오르는데 뭔가 워커힐 호텔을 지나서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워커힐 호텔 앞으로 올라가서 물어보니 내려가서 도로를 타고 그냥 쭉 가라고 하더군요.

'음...삽질을 했군' 하는 생각과 함께 호텔 프런트 아저씨의 "오늘중으로 춘천

갈 수 있겠어요?" -_-;; 라는 말을 뒤로하고 다시 호텔에서 내려와 도로를 탔습니다.

표지판을 보면서 가다보니 구리이고 또 가다보니 남양주고, 또 가다보니 춘천가는

46번 도로를 만나는 것이 길찾기는 다행히도 너무 쉬웠습니다.


그렇게 46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정말 생각보다 춘천이 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리인가 남양주에서 최초로 본 '춘천 76km' 표지판은 공포스럽기 까지...

도로를 달리는 차들또한 위험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속도계의 거리표시가 50km를 넘으며 정말 체력에 한계가 오는것을 느낄 수 있더군요.

20km씩 가다가 쉬자 라고 결심을 하고 매번 쉴때마다 정말 퍼지다시피 앉아서

내가 왜 이고생을 하고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다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했던

언덕길이 3번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마다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질 않아서

거의 관광모드로 겨우 패달질만 하며 언덕길을 올랐고 중간에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옷도 홀랑 젖어버리는 등, 하루에 속초를 왕복하신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길이 비포장도 아니고 험난한 것도 아닌만큼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춘천의 초입에 와있는 제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시간 10시 45분...좋은 기록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도착했다는 생각에

정말 기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7년만에 다시찾는 춘천 이라

더욱 감회가 깊기도 했구요.


그렇게 도착하여 떠날 때 계획했었던 대로 '닭갈비집을 찾아가 막국수를 먹자'

라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막국수 골목을 찾았는데 어찌된게 죄다 의자가 없는

평상에서 먹는 가게들인지...그런데 앉으면 뻗어버릴 것 같은데 몇군데를 돌아봐도 다들

그렇더군요. 그래서 의자있는 가게를 찾아가는것은 포기하고 아무집에나 찾아들어가

막국수를 시키고는 정말 뻗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팔다리는 썬크림을 바른 위에다 비를 맞고 매연과 먼지를 뒤집어 써서 시커멓고

다리는 후들거리며 제대로 말을 안듣는 것이 오기는 어떻게 왔지만 다시 자전거를 타고

되돌아 가는것은 정말 어렵겠더군요. 또한 서울에서 3시에 약속이 있었기에

자전거를 타고 되돌아 갈 수도 없었지만요.


그렇게 뻗어있다가 차려진 막국수를 후루루룩 먹고 다시 몸을 추스려

시외버스 터미날로 갔습니다. 12시 동서울행 표를 끊고 자전거는 분해하여 버스 밑에

넣은다음 버스에 몸을싣고 서울로 출발~! 강변 테크노마트에 도착하니 시간은

1시 30분. 서둘러 택시를 잡고 자전거와 함께 집에 도착하여 씻고 준비를 하여

3시 약속을 지킬수가 있었습니다.


왔다갔다한 일정을 보아도 그렇고 자전거를 타며 경치구경은 생각도 못하고 무조건

내달리기만 한 것이 도대체 춘천을 왜 갔었는지 모를 첫 장거리라 하겠지만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자신감을 주는 그런 투어가 아니었나 합니다.

앞으로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춘천을 유람하며 제대한 군부대를 찾아가는등

여유를 부리며 왕복해 본다던가 다른 장거리 코스를 뛰어보던가 한다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합니다. 다음에 장거리를 뛸때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과 함께였으면

하는 희망도 있고요.


허접한 첫 장거리 투어기 였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투어 정리>

코스 : 한남동 - 광진교 - 구리 - 남양주 .... -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자전거 : 03`인텐스 마운틴 라이온 (평패달, 브레이크 레버만 Avid sd7로 교체)

주행거리 : 98.43Km

속도계 주행시간 : 4시간 33분

실제 주행시간 : 5시간 45분

평균속도 : 21.5Km/h

최고속도 : 65Km/h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8
  • 춘천시민으로 보답차원에서 서울 투어를 가고싶은데 자신이없네여....
    고생하셨습니다.
  • 꼭 제가 쓴 글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같은 경험을 하셨네요. 작년 이맘때 홀로 춘천갔다왔구요. 같은 길(저도 그 전 장거리경험은 양평), 같은 생각, 그리고 저두 춘천서 군생활했구요. 제대한지도 약 7년. 담에 기회되면 주말에 같이 춘천 함 갔으면 좋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 soulgunner글쓴이
    2004.8.17 00:22 댓글추천 0비추천 0
    yunseo66님/ 언제든지 방문 계획을 세우신다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리 마중을 나가서 차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네요 ^^ 019-693-2928
    irule님/ 정말 비슷한 것 같습니다. 놀라울 정도로...^^;;정말 날짜를 잡고 한번 장거리를 같이 뛰게 되는날을 고대하겠습니다. 먼저 연락을 드리던가 연락을 받길 고대하겠습니다 ^^
  • 전 어제 아침 님의 글을 읽고 무작정나가서 똑같이 춘천을 갔다왔습니다..님과 아주 똑같은 방법으로...
  • soulgunner글쓴이
    2004.8.17 22:39 댓글추천 0비추천 0
    irenic님/ 수고하셨습니다. 언제한번 같이 춘천 왕복 투어라도...^^
  • soulgunner 님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 어제 남산서 만났던 사람입니다. 조만간에 한번 더 가시죠?
  • soulgunner글쓴이
    2004.9.17 18:44 댓글추천 0비추천 0
    donghee77님/ 흐흐 10월이 가기전에 한번 나서야죠 ^^ 계획을 한번 잡아보겠습니다.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treky
2016.05.08 조회 676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5
hkg8548
2011.08.04 조회 7165
M=F/A
2011.06.13 조회 671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85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