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야, 간다니깐 그러네, 참..."
"말도 안돼! 자전거타고 어떻게 속초까지...괜한 소리 하지 마시고
동네나 한바퀴 돌다 오세여"
"정말 간다고! 나도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왜 이래.."
"나, 참... 차로도 가기가 쉽지 않은데, 속초가 옆동네 마실 가는건 줄 아나보네... 휴가때 골병들지 마시고, 푹 쉬다가 오세요"
소문은 발도 없으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가나 봅니다.
어느새 내가 자전거로 속초간다는 소문이 전 부서에 퍼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입니다.
허~ 이것, 참...
나는 이제 40대에 접어든 중년의 샐러리맨입니다.
프로젝트성 업무를 하기 때문에 항상 과중한 업무와 시간에 쫒겨
허덕거리면서 살다가 가끔씩 나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긴 사는 것 같은데, 점점 의욕이 떨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뭔가 전환점을 찾을 계기를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0여년을 젊은 패기와 자신감으로 살아왔지만,
몇년전 소화기관의 대수술을 한 이후로, 체력도 그전보다 훨씬 못한 것 같고,
그러다보니 의욕과 자신감이 점점 저하되어 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매사가 타성에 젖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에 대한 애정 결핍증에 걸려있는 듯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수술이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90Kg에 육박하던 제 몸무게가 수술이후 66Kg까지 떨어졌고,
체력은 10살짜리 소년만도 못한 상태에서 퇴원을 했었지요.
의사의 권유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체력이 점점 증가됨에 따라 자전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하루종일 50여키로를 다니기도 하고,
가까운 야트막한 산에도 낑낑거리며 오르내리기도 하다보니,
MTB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당신, 미쳤어?"
아내는 밥 잘먹고 왠 헛소리냐는 듯이 도끼눈을 뜨고 봅니다.
"아빠, 나랑 씽씽이나 타고 놀자..잉? 자전거타고 설악산 가면
난 심심해...아빠" (씽씽이는 킥보드를 뜻하는 우리애만 쓰는 용어임)
"그기가 도대체 얼마나 먼덴데, 그리고 차들이 막 달리는 국도로 간다고?
가다 사고나면 처자식은 어쩔라고, 당신 제정신이야? 갈려면 이혼하고 가!"
도대체 자전거로 속초간다는데 왜들 이리 다들 반대인지 모르곘습니다.
암튼 동네방네 소문다 났는데, 안 갈 수도 없고, 참...고민이었습니다.
뒤늦은 휴가 사흘을 받아 두었는데,
사실 첫날 새벽이 가려고 했었습니다만, 하다만 풀샥 잔차 조립을
마저하느라고 새벽 3시경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8시가 넘었더군요...
마음 한구석에 가지말자는 게으름이 핑계거리를 만들어냈나 봅니다.
"그럼, 그렇지... 당신이 설마 그러겠어? 오늘부터 휴가이니, 집에서
애나 잘 보고 있어. 나갔다 올테니"
졸지에 애보는 처량맞은 중년남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완성되어가는 풀샥만 하루종일 보며, 흐뭇해 하면서 하루를 보내버렸네요.
하지만 다시금 속초라는 단어가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낍니다.
그다음날 반드시 가리라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찮게 보였습니다... 비라도 내릴듯이..
그리고 중요한 부품을 판매한다는 분이 그다음날밖에는 시간이 안된다고
하며, 할 수 없이 또 하루를 미루어버렸습니다.
저녁에 아내가 돌아와서는 날리를 칩니다.
"미쳤어, 미쳤어... 이 양반이 집에서 애 보라고 했더니, 애를 잡을려고
작정을 했네..."
애가 감기가 걸려서 약을 시간에 맞춰 먹이라고 했는데,
미리 타논 약을 먹인 것이 아니라, 사흘치 약이 든 약병의 약이 일회분인줄
알고, 먹여버리는 짓을 한 것입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네..."
"당장 저넘의 자전차 끌고 나가버려! 애보다 자전거에 더 정신 빠진 양반 같으니라고... 속초는 무슨 얼어죽을 속초! 당신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있어? 어휴~ 내가 못살아..."
남들도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아내는 다른 부인들보다 기가 좀 센편입니다.
암튼 우울한 이틀을 보내고 나니,
속초라는 곳이 더이상 가고 말고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하고
성취해야 할 어떤 목표처럼 다가 옵니다.
"속초예요?"
"아니. 서울인데?"
"것 봐라. 못가신다고 했죠!"
"이사람아, 그냥 사정이 있어서 연기한 것 뿐이야.
내일 간다니깐"
"ㅋㅋㅋㅋ..."
후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확인하려고..
다음날 아침 6시에 벌떡 일어나서 전날 챙겨둔 봇짐을 들고
가족들이 깰세라 살금살금 나갑니다.
아침은 훤하게 밝았고, 사실 생각보다 좀 늦었다고 생각되어
일단 잔차를 차에 싣고 미사리 조정경기장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곳 왈바에서 본 다른 고수들의 속초 라이딩기를 읽고 읽고 또 읽어서
가는 곳곳 지명이나, 오르막이 있는 곳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곳들이 나타나니 반갑더군요.
날씨는 라이딩하기 좋을 정도로 약간 싸늘한 바람이 불어옵디다.
하지만 맞바람이라 힘손실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팔당대교를 넘어서
항상 차로만 다니던 터널들을 지날때는
안전등을 켜기는 했지만,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터널속에서의 차량의 굉음소리는 마치 모든 차들이 내 뒤로 돌진해 올것만
같은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더군요.
죽어라고 패달질를 했습니다만, 차들이, 그것도 덤프트럭이나 버스들이
지나칠때면 아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봉안터널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니, 그야말로 지옥에서 탈출한 느낌이었습니다.
양수리의 그 한적하고 따사로운 강변도로길은 무척 즐거운 라이딩이었습니다.
혼자서 라이딩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도 여럿이 지나가면 차량들도 알아서 잘 비켜줄텐데,
혼자니 가끔씩 장난치는 차량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힘들어도 가다가 쉬어버립니다.
경쟁자가 있어야 그나마 경주라도 하는 재미가 있는데...
암튼 양수대교와 국수리를 지나서 고갯마루가 나오는데,
듣던 것보다는 덜 힘들게 올라갔습니다.
모든 길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항상 내리막이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힘든일이 있어도 끈질기게 버티면
그다음부터는 쉽게 풀려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최근에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겨서
포기할까, 쉬운 길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했던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언덕을 오를때는 항상 그 생각이 들더군요.
끈질기게 저기를 오르자.
심장은 펄떡펄떡 뛰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지만, 조금만 더 가자...조금만 더..
그러면서 언덕을 오르면, 그다음에는 긴 다운힐...
"어디서 오시는 길인가요?"
"서울에서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속초요"
"네? 속초를 자전거로 간다고요?"
"네!"
휴게소마다 사람들이 신기한 듯이 묻는 것을 이젠 은근히 즐깁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어내 보자는 생각이
나자신을 강하게 드라이브합니다.
'그래, 반드시 속초까지 가는거다!
그것도 오늘내로!'
급기야는 과대망상증까지 생겼나 봅니다.
양평까지는 충분한 체력으로 라이딩을 했었지만,
용문휴게소를 지날 무렵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낍니다.
우선 팔저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더군요.
손이 마비가 되어서 쉬프트레버를 조작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달리면서 가끔씩 손을 흔들어줍니다만, 그러면 손이 저려지곤 합니다.
그리고 양 무릅부터 허벅지와 사타구니 근육이
난리부르스를 춥니다.
그만 가라고...
'주인님, 더이상 못 가겠어요. 더 가면 쥐 한마리 내보낼 겁니다.'
특히 무릅근육은 쿠데타를 일으킬 기세입니다.
'조금만 더 참아! 다음 휴게소에서 푹 쉬게 해 줄테니...'
홍천 근처에 와서는 신당고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긴 업힐끝에 홍천 휴게소에서 잠시 푹 쉽니다.
점심도 먹고...
그때가 아마다 12시 30분쯤인가 되었을 겁니다.
1시간가량 쉬었다가 며느리고개를 향해서 올라갑니다.
쉬어서 그런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데,
슬슬 느리게 올라가는 것에 조금씩 짜증이 나더군요.
'남들은 업힐에서도 평속 15-20km/h는 나던데, 나는 고작 7-8km/h라니..
이게 머하는 짓인지, 원...'
홍천을 지나치면서부터는 휴게소에 잠시 쉬었다가 일어설려면
조히 5분은 걸립니다.
온 몸이 욱씬욱씬거립니다.
잔차가 자빠져도 내 몸이 아프니 주저앉아 일으켜세우기 싫더군요.
쓰러진 내 적토마(제 잔차는 온통 빨간색의 Trek입니다.)가
땡볕에 누워있으니, 제 자신이 한심스럽더군요.
홍천 지나서 너무 근육통이 심해서 가까운 휴게소에 들어갔는데,
이름이 '팜파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속초까지의 긴 여정중 가장 인상에 남는 휴게소입니다.
깔끔하고, 조경이나 건물등등 아주 좋습디다.
라이딩 하시는 분들 꼭 한번 들러보세요.
여기서도 한 30분 정도 푹 쉬었습니다.
가장 끔찍한 고갯마루로는 진니고개더군요.
길도 좁은데다가 왜이리 긴지...
가도가도 꼭대기가 안보이는 것 같은데, 중간에 2번이나 쉬었습니다.
하지만 넘어가지 삼남까지 긴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양강 옆길로 해서 인제들어가는데까지 무척 오래걸렸습니다.
인제 도착하니 오후 5시경이 되었습니다.
해는 이제 먼 산 꼭대기 위를 비추고 있는데,
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과연 미시령을 넘을 수 있을까?
라이트도 없고, 비상등하나로...?
앞도 보이지 않을텐데...자동차 불빛에 의지해서?
그냥 인제에서 하룻밤 숙박하고 내일 도전해 볼까?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지만 올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원통을 지나, 성기박물관으로 유명한 민속박물관에서 잠시 쉬었다가
미시령,한계령 갈림길에서 미시령방향으로 틀 무렵부터
땅거미가 짙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즈녁한 설악산 뒷길을 제 잔차의 체인 돌아가는
소리만 들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잔차질을 하니,
가슴속에 뭔가 애잔한 나그네병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길...
어딘가에 예약해둔 숙소도 없이...
언제 갑자기 고장날 지 모르는 잔차를 타고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내자신에 의문을 던지곤 합니다.
'왜? 왜 이래야만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
마음에 드는 흡족한 답변은 기실 저에게도 없었습니다.
다만 해야만 할 것 같아서요.
뭔가 내 인생에 이정표라는 푯말을 하나 박아두고 싶어서요.
지금 아니면 과연 언제 이런 짓을 또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
하지만 백담사를 지날 무렵에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오늘 잔차질은 여기서 stop!'
정말 더 갔다가는 온몸에 골병 들 것 같았습니다.
컴컴한 어둠속을 비상등하나에 의지해서 달리는 것도 너무 무모해보였고요.
왜 라이트를 깜박 잊어먹고 안 가져왔는지...
암튼 저 자신에 대한 좋은 핑계꺼리죠...^_^
그날밤은 백담사 입구근처의 모텔에서 하룻밤 잤습니다.
산속의 거친 저녁식사였지만, 꿀맛같았습니다.
바닥이 난 체력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잠재의식도 한몫하여
모든 반찬들을 싹싹 비워버렸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밤 9시경이었나 봅니다.
뜨거운 샤워를 하고 누우니, 온몸의 근육이 그나마 조금 잠잠해진 듯 했습니다.
제발 내일 골병들어서 침대에서 자빠져있게 되지않기를 기도하면서
달게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새벽 6시에 눈을 떴습니다.
미시령이 코앞에 있어서인지, 어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넘쳤나봅니다.
다행히 골병은 안들었지만, 약간의 근육통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기는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달리다보면 좀 풀리겠지... 하면서 내쳐 용대리까지 달려올라 ㄱ
갔습니다.
신새벽의 설악을 라이딩하는 것은 마치 영화속 장면들 같습니다.
높은 산에 걸려있는 나즈막한 흰구름...
시골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들...
이슬 머금은 싱싱한 풀과 꽃들...
그리고 낮은 경사의 오르막길...
차도 별로 없고 해서 도로 한가운데를 점거하여 마구 달렸습니다.
힘이 넘칩니다.
아까의 근육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하지만 진부령과 미시령 갈라지는 데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가랑비도 아니고, 소나기성이 주룩주룩 내립니다.
오르막은 장난이 아니더군요.
정말 길이 벌떡 일어서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미시령 7Km...
그나마 첫 3Km정도는 젖먹던 힘, 안간힘, 발악을 해가면서
올라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것도 중간에 수십번은 쉬면서...
비는 오지요... 끔찍한 급경사도로는 끝없이 펼쳐서 어질어질하지요...
잘못 굴러내리면 거의 사망내지는 재수좋으면 혼수상태가 되는 절벽...
마지막 3Km 남겨두고는 급기야 적토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흠뻑 맞아서 그런지, 체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브레이크도 삑삑거립니다. 쉬프트도 잘 듣지를 않는 듯 합니다.
급기야 내려서 끌고바이크를 합니다.
내자신이 한심스러운 것은 둘째치고, 도저히 심장이 터질것 같고,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쪽팔리지만 끌고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산에서 3Km면....헉 3,000미터네!
백두산도 3,000미터가 안될텐데...
저는 그 3,000미터가 무척 길 줄 알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경사가 조금 덜하면 또 타고 올라갔지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일찍 미시령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다 올라가니 약간의 다운힐이 있길래 의기양양하게
잔차를 타고 미시령으로 진입하였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타고 올라온 것 처럼...헐~
미시령에서는 관광온 아줌마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저 아저씨, 자전거로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대...'
'어머, 어머,, 자전차로 미시령을 어떻게 올라왔데?'
'선수인가 봐... 저 복장 좀 봐... 그냥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아닌데?'
'싸이클도 무척 비싸보이는데? 우리집 양반 타고 다니는 것은
허연 색인데, 저건 빨간색이 한눈에도 선수용이잖아...'
헐~
같잖지도 않은 소리를 수근대며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힐끔거립니다.
하지만 전 그런 것에 신경쓸 정도로 정신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타고 올라오지 못하고, 반은 끌고 올라온 것에 대한 심한 자괴감이었습니다.
체력보강, 체력보강....
다음부터는 가까운 남한산성 오르내리면서 연습, 연습!
미시령휴게소의 황태해장국은 그 어떤 해장국보다 맛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가면 반드시 또 한번 더 먹고 싶습니다.
비내리는 미시령은 또다른 운치가 있더군요.
미시령을 뒤로하고 속초까지 끔찍한(?) 다운힐~
비가 오니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 안생기더군요.
슬릭타이어라서 미끄러질까봐 맘대로 달려내려오질 못하겠더군요.
20-30Km/h정도 속도로 천천히 내려와서
속초 동명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시외버스를 예약해 놓고,
30분 남겨두고는 영랑호 구경을 갔습니다.
시간 넉넉한 줄 알고...
영랑호 주변의 자전거길 조성을 아주 잘 해 두었더군요.
서울보다 훨씬 더 나은듯...
토요일 오전이라 산책나온 사람도 적은데,
빨간색 자전거 전용도로를 한바퀴돌아서 터미널로 갈려고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아뿔사...
영랑호를 너무 과소평가 했나봅니다.
한바퀴도는데 시간이 무진장 걸렸습니다.
버스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도대체 들어왔던 입구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에구... 버스 놓치겠네...
어제 오늘 달린 것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헐레벌떡 달린 끝에 출발 2분전에 겨우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휴~
잔차를 짐칸에 싣고 좌석에 앉으니,
길고도 고독했던 Sole Riding의 여정이 끝난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올림픽대교를 건너서 한강고수부지 길을 통해서
끝까지 달려걌습니다.
그곳에서 조정경기장까지는 정말 우여곡절끝에 도착하였습니다.
88도로를 역주행하기도 하고, 싱글트랙을 한참 달린 다음에는
넓은 초원을 질주하기도 하고, 길이 아닌 듯한 곳도 달린다음,
하남시에서 조성한 잔차도로를 지겹도록 달린 끝에
조정경기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였습니다.
거의 2.5시간을 달려서 겨우 도착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자동차길로 해서 달려올 것을...
암튼 제 차에 잔차를 실으니, 비로소 제 1박2일의 잔차 여정이 끝난 듯
했습니다.
비록 제 보잘것 없는 체력에 실망도 많이하고, 도로변을 무방비상태에서
달리면서 겁도 많이 났으며, 미시령을 끝까지 라이딩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한가지 얻은 것은 제가 목표했던 것을 확실하게 달성했다는 성취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저같은 별볼일 없는 사람도 맘만 먹으면 속초에 갈 수 있으니,
여기 왈바에 계시는 많은 분들도 얼마든지 가실 수 있을 겁니다.
도전해 보세요.
저는 평속이 20.3Km로 나왔네요.
널널하게 갔다왔다고 생각됩니다.
다음에 갈때는 평속 25Km가 될 수 있도록 체력을 꾸준히 보강할 생각입니다.
즐라~
"말도 안돼! 자전거타고 어떻게 속초까지...괜한 소리 하지 마시고
동네나 한바퀴 돌다 오세여"
"정말 간다고! 나도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왜 이래.."
"나, 참... 차로도 가기가 쉽지 않은데, 속초가 옆동네 마실 가는건 줄 아나보네... 휴가때 골병들지 마시고, 푹 쉬다가 오세요"
소문은 발도 없으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가나 봅니다.
어느새 내가 자전거로 속초간다는 소문이 전 부서에 퍼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입니다.
허~ 이것, 참...
나는 이제 40대에 접어든 중년의 샐러리맨입니다.
프로젝트성 업무를 하기 때문에 항상 과중한 업무와 시간에 쫒겨
허덕거리면서 살다가 가끔씩 나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긴 사는 것 같은데, 점점 의욕이 떨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뭔가 전환점을 찾을 계기를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0여년을 젊은 패기와 자신감으로 살아왔지만,
몇년전 소화기관의 대수술을 한 이후로, 체력도 그전보다 훨씬 못한 것 같고,
그러다보니 의욕과 자신감이 점점 저하되어 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매사가 타성에 젖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에 대한 애정 결핍증에 걸려있는 듯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수술이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90Kg에 육박하던 제 몸무게가 수술이후 66Kg까지 떨어졌고,
체력은 10살짜리 소년만도 못한 상태에서 퇴원을 했었지요.
의사의 권유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체력이 점점 증가됨에 따라 자전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하루종일 50여키로를 다니기도 하고,
가까운 야트막한 산에도 낑낑거리며 오르내리기도 하다보니,
MTB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당신, 미쳤어?"
아내는 밥 잘먹고 왠 헛소리냐는 듯이 도끼눈을 뜨고 봅니다.
"아빠, 나랑 씽씽이나 타고 놀자..잉? 자전거타고 설악산 가면
난 심심해...아빠" (씽씽이는 킥보드를 뜻하는 우리애만 쓰는 용어임)
"그기가 도대체 얼마나 먼덴데, 그리고 차들이 막 달리는 국도로 간다고?
가다 사고나면 처자식은 어쩔라고, 당신 제정신이야? 갈려면 이혼하고 가!"
도대체 자전거로 속초간다는데 왜들 이리 다들 반대인지 모르곘습니다.
암튼 동네방네 소문다 났는데, 안 갈 수도 없고, 참...고민이었습니다.
뒤늦은 휴가 사흘을 받아 두었는데,
사실 첫날 새벽이 가려고 했었습니다만, 하다만 풀샥 잔차 조립을
마저하느라고 새벽 3시경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8시가 넘었더군요...
마음 한구석에 가지말자는 게으름이 핑계거리를 만들어냈나 봅니다.
"그럼, 그렇지... 당신이 설마 그러겠어? 오늘부터 휴가이니, 집에서
애나 잘 보고 있어. 나갔다 올테니"
졸지에 애보는 처량맞은 중년남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완성되어가는 풀샥만 하루종일 보며, 흐뭇해 하면서 하루를 보내버렸네요.
하지만 다시금 속초라는 단어가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낍니다.
그다음날 반드시 가리라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찮게 보였습니다... 비라도 내릴듯이..
그리고 중요한 부품을 판매한다는 분이 그다음날밖에는 시간이 안된다고
하며, 할 수 없이 또 하루를 미루어버렸습니다.
저녁에 아내가 돌아와서는 날리를 칩니다.
"미쳤어, 미쳤어... 이 양반이 집에서 애 보라고 했더니, 애를 잡을려고
작정을 했네..."
애가 감기가 걸려서 약을 시간에 맞춰 먹이라고 했는데,
미리 타논 약을 먹인 것이 아니라, 사흘치 약이 든 약병의 약이 일회분인줄
알고, 먹여버리는 짓을 한 것입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네..."
"당장 저넘의 자전차 끌고 나가버려! 애보다 자전거에 더 정신 빠진 양반 같으니라고... 속초는 무슨 얼어죽을 속초! 당신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있어? 어휴~ 내가 못살아..."
남들도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아내는 다른 부인들보다 기가 좀 센편입니다.
암튼 우울한 이틀을 보내고 나니,
속초라는 곳이 더이상 가고 말고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하고
성취해야 할 어떤 목표처럼 다가 옵니다.
"속초예요?"
"아니. 서울인데?"
"것 봐라. 못가신다고 했죠!"
"이사람아, 그냥 사정이 있어서 연기한 것 뿐이야.
내일 간다니깐"
"ㅋㅋㅋㅋ..."
후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확인하려고..
다음날 아침 6시에 벌떡 일어나서 전날 챙겨둔 봇짐을 들고
가족들이 깰세라 살금살금 나갑니다.
아침은 훤하게 밝았고, 사실 생각보다 좀 늦었다고 생각되어
일단 잔차를 차에 싣고 미사리 조정경기장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곳 왈바에서 본 다른 고수들의 속초 라이딩기를 읽고 읽고 또 읽어서
가는 곳곳 지명이나, 오르막이 있는 곳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곳들이 나타나니 반갑더군요.
날씨는 라이딩하기 좋을 정도로 약간 싸늘한 바람이 불어옵디다.
하지만 맞바람이라 힘손실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팔당대교를 넘어서
항상 차로만 다니던 터널들을 지날때는
안전등을 켜기는 했지만,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터널속에서의 차량의 굉음소리는 마치 모든 차들이 내 뒤로 돌진해 올것만
같은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더군요.
죽어라고 패달질를 했습니다만, 차들이, 그것도 덤프트럭이나 버스들이
지나칠때면 아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봉안터널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니, 그야말로 지옥에서 탈출한 느낌이었습니다.
양수리의 그 한적하고 따사로운 강변도로길은 무척 즐거운 라이딩이었습니다.
혼자서 라이딩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도 여럿이 지나가면 차량들도 알아서 잘 비켜줄텐데,
혼자니 가끔씩 장난치는 차량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힘들어도 가다가 쉬어버립니다.
경쟁자가 있어야 그나마 경주라도 하는 재미가 있는데...
암튼 양수대교와 국수리를 지나서 고갯마루가 나오는데,
듣던 것보다는 덜 힘들게 올라갔습니다.
모든 길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항상 내리막이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힘든일이 있어도 끈질기게 버티면
그다음부터는 쉽게 풀려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최근에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겨서
포기할까, 쉬운 길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했던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언덕을 오를때는 항상 그 생각이 들더군요.
끈질기게 저기를 오르자.
심장은 펄떡펄떡 뛰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지만, 조금만 더 가자...조금만 더..
그러면서 언덕을 오르면, 그다음에는 긴 다운힐...
"어디서 오시는 길인가요?"
"서울에서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속초요"
"네? 속초를 자전거로 간다고요?"
"네!"
휴게소마다 사람들이 신기한 듯이 묻는 것을 이젠 은근히 즐깁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어내 보자는 생각이
나자신을 강하게 드라이브합니다.
'그래, 반드시 속초까지 가는거다!
그것도 오늘내로!'
급기야는 과대망상증까지 생겼나 봅니다.
양평까지는 충분한 체력으로 라이딩을 했었지만,
용문휴게소를 지날 무렵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낍니다.
우선 팔저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더군요.
손이 마비가 되어서 쉬프트레버를 조작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달리면서 가끔씩 손을 흔들어줍니다만, 그러면 손이 저려지곤 합니다.
그리고 양 무릅부터 허벅지와 사타구니 근육이
난리부르스를 춥니다.
그만 가라고...
'주인님, 더이상 못 가겠어요. 더 가면 쥐 한마리 내보낼 겁니다.'
특히 무릅근육은 쿠데타를 일으킬 기세입니다.
'조금만 더 참아! 다음 휴게소에서 푹 쉬게 해 줄테니...'
홍천 근처에 와서는 신당고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긴 업힐끝에 홍천 휴게소에서 잠시 푹 쉽니다.
점심도 먹고...
그때가 아마다 12시 30분쯤인가 되었을 겁니다.
1시간가량 쉬었다가 며느리고개를 향해서 올라갑니다.
쉬어서 그런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데,
슬슬 느리게 올라가는 것에 조금씩 짜증이 나더군요.
'남들은 업힐에서도 평속 15-20km/h는 나던데, 나는 고작 7-8km/h라니..
이게 머하는 짓인지, 원...'
홍천을 지나치면서부터는 휴게소에 잠시 쉬었다가 일어설려면
조히 5분은 걸립니다.
온 몸이 욱씬욱씬거립니다.
잔차가 자빠져도 내 몸이 아프니 주저앉아 일으켜세우기 싫더군요.
쓰러진 내 적토마(제 잔차는 온통 빨간색의 Trek입니다.)가
땡볕에 누워있으니, 제 자신이 한심스럽더군요.
홍천 지나서 너무 근육통이 심해서 가까운 휴게소에 들어갔는데,
이름이 '팜파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속초까지의 긴 여정중 가장 인상에 남는 휴게소입니다.
깔끔하고, 조경이나 건물등등 아주 좋습디다.
라이딩 하시는 분들 꼭 한번 들러보세요.
여기서도 한 30분 정도 푹 쉬었습니다.
가장 끔찍한 고갯마루로는 진니고개더군요.
길도 좁은데다가 왜이리 긴지...
가도가도 꼭대기가 안보이는 것 같은데, 중간에 2번이나 쉬었습니다.
하지만 넘어가지 삼남까지 긴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양강 옆길로 해서 인제들어가는데까지 무척 오래걸렸습니다.
인제 도착하니 오후 5시경이 되었습니다.
해는 이제 먼 산 꼭대기 위를 비추고 있는데,
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과연 미시령을 넘을 수 있을까?
라이트도 없고, 비상등하나로...?
앞도 보이지 않을텐데...자동차 불빛에 의지해서?
그냥 인제에서 하룻밤 숙박하고 내일 도전해 볼까?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지만 올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원통을 지나, 성기박물관으로 유명한 민속박물관에서 잠시 쉬었다가
미시령,한계령 갈림길에서 미시령방향으로 틀 무렵부터
땅거미가 짙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즈녁한 설악산 뒷길을 제 잔차의 체인 돌아가는
소리만 들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잔차질을 하니,
가슴속에 뭔가 애잔한 나그네병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길...
어딘가에 예약해둔 숙소도 없이...
언제 갑자기 고장날 지 모르는 잔차를 타고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내자신에 의문을 던지곤 합니다.
'왜? 왜 이래야만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
마음에 드는 흡족한 답변은 기실 저에게도 없었습니다.
다만 해야만 할 것 같아서요.
뭔가 내 인생에 이정표라는 푯말을 하나 박아두고 싶어서요.
지금 아니면 과연 언제 이런 짓을 또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
하지만 백담사를 지날 무렵에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오늘 잔차질은 여기서 stop!'
정말 더 갔다가는 온몸에 골병 들 것 같았습니다.
컴컴한 어둠속을 비상등하나에 의지해서 달리는 것도 너무 무모해보였고요.
왜 라이트를 깜박 잊어먹고 안 가져왔는지...
암튼 저 자신에 대한 좋은 핑계꺼리죠...^_^
그날밤은 백담사 입구근처의 모텔에서 하룻밤 잤습니다.
산속의 거친 저녁식사였지만, 꿀맛같았습니다.
바닥이 난 체력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잠재의식도 한몫하여
모든 반찬들을 싹싹 비워버렸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밤 9시경이었나 봅니다.
뜨거운 샤워를 하고 누우니, 온몸의 근육이 그나마 조금 잠잠해진 듯 했습니다.
제발 내일 골병들어서 침대에서 자빠져있게 되지않기를 기도하면서
달게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새벽 6시에 눈을 떴습니다.
미시령이 코앞에 있어서인지, 어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넘쳤나봅니다.
다행히 골병은 안들었지만, 약간의 근육통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기는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달리다보면 좀 풀리겠지... 하면서 내쳐 용대리까지 달려올라 ㄱ
갔습니다.
신새벽의 설악을 라이딩하는 것은 마치 영화속 장면들 같습니다.
높은 산에 걸려있는 나즈막한 흰구름...
시골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들...
이슬 머금은 싱싱한 풀과 꽃들...
그리고 낮은 경사의 오르막길...
차도 별로 없고 해서 도로 한가운데를 점거하여 마구 달렸습니다.
힘이 넘칩니다.
아까의 근육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하지만 진부령과 미시령 갈라지는 데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가랑비도 아니고, 소나기성이 주룩주룩 내립니다.
오르막은 장난이 아니더군요.
정말 길이 벌떡 일어서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미시령 7Km...
그나마 첫 3Km정도는 젖먹던 힘, 안간힘, 발악을 해가면서
올라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것도 중간에 수십번은 쉬면서...
비는 오지요... 끔찍한 급경사도로는 끝없이 펼쳐서 어질어질하지요...
잘못 굴러내리면 거의 사망내지는 재수좋으면 혼수상태가 되는 절벽...
마지막 3Km 남겨두고는 급기야 적토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흠뻑 맞아서 그런지, 체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브레이크도 삑삑거립니다. 쉬프트도 잘 듣지를 않는 듯 합니다.
급기야 내려서 끌고바이크를 합니다.
내자신이 한심스러운 것은 둘째치고, 도저히 심장이 터질것 같고,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쪽팔리지만 끌고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산에서 3Km면....헉 3,000미터네!
백두산도 3,000미터가 안될텐데...
저는 그 3,000미터가 무척 길 줄 알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경사가 조금 덜하면 또 타고 올라갔지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일찍 미시령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다 올라가니 약간의 다운힐이 있길래 의기양양하게
잔차를 타고 미시령으로 진입하였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타고 올라온 것 처럼...헐~
미시령에서는 관광온 아줌마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저 아저씨, 자전거로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대...'
'어머, 어머,, 자전차로 미시령을 어떻게 올라왔데?'
'선수인가 봐... 저 복장 좀 봐... 그냥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아닌데?'
'싸이클도 무척 비싸보이는데? 우리집 양반 타고 다니는 것은
허연 색인데, 저건 빨간색이 한눈에도 선수용이잖아...'
헐~
같잖지도 않은 소리를 수근대며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힐끔거립니다.
하지만 전 그런 것에 신경쓸 정도로 정신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타고 올라오지 못하고, 반은 끌고 올라온 것에 대한 심한 자괴감이었습니다.
체력보강, 체력보강....
다음부터는 가까운 남한산성 오르내리면서 연습, 연습!
미시령휴게소의 황태해장국은 그 어떤 해장국보다 맛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가면 반드시 또 한번 더 먹고 싶습니다.
비내리는 미시령은 또다른 운치가 있더군요.
미시령을 뒤로하고 속초까지 끔찍한(?) 다운힐~
비가 오니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 안생기더군요.
슬릭타이어라서 미끄러질까봐 맘대로 달려내려오질 못하겠더군요.
20-30Km/h정도 속도로 천천히 내려와서
속초 동명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시외버스를 예약해 놓고,
30분 남겨두고는 영랑호 구경을 갔습니다.
시간 넉넉한 줄 알고...
영랑호 주변의 자전거길 조성을 아주 잘 해 두었더군요.
서울보다 훨씬 더 나은듯...
토요일 오전이라 산책나온 사람도 적은데,
빨간색 자전거 전용도로를 한바퀴돌아서 터미널로 갈려고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아뿔사...
영랑호를 너무 과소평가 했나봅니다.
한바퀴도는데 시간이 무진장 걸렸습니다.
버스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도대체 들어왔던 입구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에구... 버스 놓치겠네...
어제 오늘 달린 것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헐레벌떡 달린 끝에 출발 2분전에 겨우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휴~
잔차를 짐칸에 싣고 좌석에 앉으니,
길고도 고독했던 Sole Riding의 여정이 끝난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올림픽대교를 건너서 한강고수부지 길을 통해서
끝까지 달려걌습니다.
그곳에서 조정경기장까지는 정말 우여곡절끝에 도착하였습니다.
88도로를 역주행하기도 하고, 싱글트랙을 한참 달린 다음에는
넓은 초원을 질주하기도 하고, 길이 아닌 듯한 곳도 달린다음,
하남시에서 조성한 잔차도로를 지겹도록 달린 끝에
조정경기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였습니다.
거의 2.5시간을 달려서 겨우 도착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자동차길로 해서 달려올 것을...
암튼 제 차에 잔차를 실으니, 비로소 제 1박2일의 잔차 여정이 끝난 듯
했습니다.
비록 제 보잘것 없는 체력에 실망도 많이하고, 도로변을 무방비상태에서
달리면서 겁도 많이 났으며, 미시령을 끝까지 라이딩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한가지 얻은 것은 제가 목표했던 것을 확실하게 달성했다는 성취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저같은 별볼일 없는 사람도 맘만 먹으면 속초에 갈 수 있으니,
여기 왈바에 계시는 많은 분들도 얼마든지 가실 수 있을 겁니다.
도전해 보세요.
저는 평속이 20.3Km로 나왔네요.
널널하게 갔다왔다고 생각됩니다.
다음에 갈때는 평속 25Km가 될 수 있도록 체력을 꾸준히 보강할 생각입니다.
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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