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주로 한강라이딩만을 하던 집사람을 데리고 양수리 라이딩을 떠난다.
상일동 집을 출발, 미사리 조경경기장 앞을 통과해서, 강과 목책이 그림처럼 어울리는
뚝방길을 달린다. 아는 분은 다 아는 라이브 카페와 연인들로 유명한 바로 그 미사리
이다. 적어도 서울과 그 근교의 연인들이라면 한 번 쯤은 걸어보았을 것이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오르는 강변을 라이딩하는 그 운치도 참 좋은 곳이
미사리다.
오늘 따라 우연히 만난 그룹라이더들과 진한 인사를 나누고,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 구도로를 달린다. 그런데 집사람이 팔당댐삼거리을 지나면서 처음 나타난
언덕을 헐떡이며 오르더니, 그만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간 관광 스타일
로만 달리던 한강라이딩을 생각한 모양이다. 하긴 지난 밤의 과도한 한강라이딩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의외다. 그렇지 않아도 겨우 평속 20킬로미터 내외로 달리고
있는데 벌써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오니 좀 그렇다.
어차피 산악자전거에 입문했으면 최소한 이 정도는 거쳐야 실력이 향상된다,
여기에서 돌아가면 실력이 절대 늘지 않는 것은 물론 포기에 따른, 스스로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등의 반협박조로 구슬러서 다시 출발한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답게 또 다시 나타난 언덕을 올라가는데, 반대편에서 젊은 라이더가
내려오면서 소리를 친다.
"아줌마,파이팅!"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눈도 좋다. 짧은 머리에 헬맷과 스포츠글라스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한 눈에 아줌마임을 알아보고 보고 아줌마 파이팅, 한 것이다.
나는 앞서가고 있지만 뒤를 따르고 있는 집사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늘 아가씨 행세를 하고 싶어 하는 집사람, 아니 여자 입장에서는
"아줌마!" 가 자신을 부른 게 아니기를 바라면서 대꾸를 않거나 다른 사람을
부른 것으로 여길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 남자들이 이해를 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여자들을 호칭할
때는 주로 업그레이드 호칭을 사용한다. 할머니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아가씨로
말이다. 돈드는 것 아니기에 선심을 쓴다. 젊음이란 좋은 것이고 우리는 그 젊음
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들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닌가?
"아줌마 파이팅!"
다시 들려오는 젊은 라이더의 음성을 뒤로 하고, 우리는 전진, 사실 집사람은 차량들을
조심하며 언덕을 오르느라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집사람에게는 진작에 대형
차량들이 접근할 때 등의 도로주행에 따른 기본을 알려주기는 했으나, 그것을 몸으로
익히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쨌든 집사람에게 힘을 북돋아준 젊은 라이더께
감사를 드린다.
트랙 자전거에 트랙 USPS긴팔저지, 긴쫄바지가 우리들이다.
어쨌거나 겨우 언덕을 오르고, 다시 내리막, 오늘따라 차량들도 많은 것 같다.
차량들에게 몇 번의 수신호를 한다. 이 길이야 내가 자주 다니는 곳이기는 하지만
서툰 집사람을 데리고 가자니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집사람의 앞 뒤로
이동하며, 마치 컨보이를 하듯이 달린다. 여차 하면, 에어혼을 눌러서 차량들에게
경고를 할 태세를 취함은 물론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다산삼거리를 지나 신양수대교로 접근해서 달린다. 지루할
정도로 죽 뻗은 다리, 사실 난 근사한 풍광을 끼고 달릴 수 있는 이 다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 바람에 속도를 좀 냈더니 집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우측으로 빠지면서 좀 기다리자, 그제서야 나타난다. 그래도
그 모습은 농담조로 내가 자주 호칭하듯이 '정프로' 같은 모습이다. 이름난 MTB
선수들 중, 유난히도 정씨가 많지 않던가?
양수리로 빠져서 잠시 근사한 경관을 구경한다.이곳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이
합쳐지는 관계로 두물머리라고도 불리우는 곳이다. 강이라기보다는 호반의 정취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가끔 들르는 양수역 앞의 한식집에서 맛있는 청국장으로
식사를 할까 했으나 집사람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대로 다시 출발한다.
자전거로 달려와서 이런 풍광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집사람은 조금 고무된 표정이다.
하긴 그간의 한강자전거도로 라이딩과는 여러모로 차원이 다르다.
조안면 쪽으로 접어드는 삼거리에 다다르자 전에 없이 차량들이 혼잡하게 엉켜있다.
차량들 때문에 갓길도 전혀 틈이 없을 정도이다. 혼자 같으면야 어찌 어찌 배짱 좋게
자전거로 밀고 들어가겠지만 집사람도 있고 해서 할 수 없이 내려서 끌고 간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발, 이 부분부터는 주로 언덕이 많기에 나는 속도를 늦추어
준다. 집사람에게는 속도가 늦어도 좋으니 어쨌든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기를 권한다.
한 번 내려서면 두 번, 세 번 내려서게 됨을 이야기 한다. 처음의 엄살과는 달리
곧잘 올라간다. 그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대견하다.
언덕과 내리막 몇 개를 지나고 마지막으로 팔당댐 앞의 언덕을 통과하면, 그 다음
부터는 평지라고 집사람에게 알려주면서 기운을 북돋아준다. 이윽고, 마지막 언덕을
통과해서 평탄한 도로를 달린다. 초가을의 강변 풍경이며 여운이 그만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은 맑고, 가을이 그대로 묻어 있는 바람은 가슴 속이
시원하도록 스쳐간다. 서울 쪽의 한강과는 또 다른 정취가 느껴진다.
아직도 도로라이딩의 강도와 긴장도 때문에 정신이 없는 듯한 집사람도
표정이 밝기만 하다. 요즘 화두처럼 떠올라 사람들을 수선스럽게 하는 웰빙이
다른 게 아니다. 바로 이런 게 웰빙인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복받은 것이다.
팔당대교를 통과하자면 나타나는 진입로 또한 경사도는 낮지만 긴 언덕이나 다름이
없다. 속도를 늦추어서 집사람이 잘 따라오도록 유도를 한다. 이윽고, 팔당대교로 올라
서서 가쁜 호흡을 하는 집사람과 잠시 쉰다.
다시 출발, 미사리 뚝방길로 향한다.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갓길에서 눈을 불어주고
있는 두 라이더를 지나친다. 뚝방길로 접어들어서 여유 있는 라이딩을 한다.
"뭔가를 이룬 것 같다."고 집사람이 뿌듯해 하며 말한다.
당연하다. 도로라이딩의 진수를 맛본 셈이니 집사람은 어쨌든 한 등급 올라선 셈이다.
"양평 코스는 어떄...?" 하고 집사람이 묻는다.
허......!
내친 김인 모양이다. 이제 팔당댐, 퇴촌, 양평, 양수리를 도는 약 90킬로미터의
양평일주코스를 넘보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양평 일주코스를 거치면 강촌과 춘천을
그리고 몇 개의 산과 속초를 언급할 것같다.
어쨌든 부부가 한 마음이 되어 건강을 챙기는 것이니 좋은 일이다. 내가 귀찮아 지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는 항상 봉사할 자세가 되어 있다. 다만 집사람하고 라이딩을 하면
나는 늘 육십퍼센트 정도의 운동 효과만이 나타나서 아쉽다. 하지만 어쩌랴. 부부는
먼 길을 함께 가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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