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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아! 천왕봉 ........... 2/2부

타산지석2004.10.25 14:37조회 수 2721추천 수 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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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를 구합니다!<<<

본 후기에 표현된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마찰 등 일부 내용이 완벽히 정립이 되지 않은 국립공원 자전거 금지 조항을 위배하고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호기(?)로 도전한 어줍잖은 객기의 자랑이나 무용담처럼 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러한 부분이 많은 분들께 오해 또는 이견의 소지가 있을 수 있도록 표기 되었다면 사과를 드림과 동시에 깊은 양해를 구합니다.





2004년 8월 20일 am 10:00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하다’

드디어 우리나라 남쪽 땅(육지)에서 제일 높아 하늘을 떠받치는 천주라고도 하는 천왕봉의 정상에 올라섰다.

마지막 걸음에서는 당당하리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터질 듯, 끊길 듯한 숨은 저의 의지와는 달리 죽음을 앞둔 사람의 그것과 같다.

허리를 펴는 것조차 대견하여 양손으로 무릎을 집고 허리를 꺽고 고개를 숙이고 있자니 대자연의 위대함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천왕봉에 올라선 등산객들이 모두 귀신 보듯이 하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 저의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과 걱정의 눈으로 바라본다.

드디어 숨을 고르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형준님이 건네주는 물을 덜덜거리는 손을 겨우 움직여 한모금의 물로 입을 적신다.

비로소 등산객들의 안도의 환호성과 감탄의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는 분들도 계신다.

몸을 추스르니 병률님이 은근히 걱정된다.

‘몸 상태도 그리 좋질 않던데, 끝까지 같이 올라올 걸...‘이라는 후회가 앞선다.

형준님과 저, 가슴 졸이며 최대한 볼 수 있는 밑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는데 일련의 등산객을 뒤로하고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다리의 경련으로 인한 통증이 오른 발을 약간 절게 하는 듯 하여 가슴이 미어진다.

마침내 삼인이 목청껏 내지르는 사자후가 지리산 자락 자락으로 퍼져간다.

천왕봉까지를 4시간에 주파한다는 목표보다 40분을 앞당겼다.

해발 1915m에서의 기온은 빗방울과 바람, 구름과 더해져 겨울을 방불케 하여 쟈켓을 걸쳐도 추위에 손이 곱아져 온다.

필요한 촬영만을 하고 추위를 피해 천왕봉 바로 밑에 있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듯한 헬기장으로 내려와 몸을 녹이고 휴식을 취한다.

급격한 내리막과 비로 젖은 암벽의 미끄러움으로 인한 발가락의 앞부분 쏠림을 막기 위해 오를 때와는 반대로 신발 끈을 바짝 동여맨다.

사과와 영양갱 등으로 간단히 요기하고는 칠선계곡으로 빠지는 등산로를 우측으로 하고 거대한 암벽의 오른 편 비탈길에 설치된 쇠막대기와 쇠줄을 잡고 500m 정도를 내려서니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이 진로의 방향과는 역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철사다리를 통해 통천문을 내려서니 숲 사이로 편한(?) 길이 잠시 나오는 듯 하더니 금방  암벽의 비탈길로 변한다.

이곳이 일명 톱날능선으로 불리는 곳으로 그리 길이가 길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제석봉으로 이르는 깨어진 바위와 돌들 사이로 비록 길이는 30여 미터로 짧지만 몸도 근질근질하고 갤러리들의 환호도 있고 해서 시범(?)삼아 자전거에 올라 mtb의 진수(?  ^^*)를 맛만 뵈어준다. ㅋㅋ

정비해둔 샥의 움직임이 부드러운 것이 이렇게 자전거에 올라서 끝까지 갔으면 하는 바람이 하늘을 찌른다.  -,-;;;

잠시 후 또 다시 암벽을 넘어 쇠사다리를 잡고 오르기 위해 자전거를 어깨에 매고 바위에 오른발을 딛다 미끄러져 자전거를 잡은 두 손을 풀 틈도 없이 자전거의 무게와 저의 무게가 더해져 아무런 저항 없이 무릎을 꿇듯 두 정강이가 동시에 바위에 부딪치며 퍽! 하며 둔탁한 소리를 뱉어낸다.

순간 우리가 오르는 걸 비켜서 지켜보던 등산객들의 입에서 ‘악!’하는 비명소리가 울린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그대로 무릎을 펴 일어서서 다시 오르니 등산객들의 입에서 탄성의 외마디가 쏟아진다.

ㅋㅋ  보호대의 위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

제석봉에 올라서니 잘 닦아(?) 놓은 돌길이 고사목 지대의 사이로 푸른 초원의 오솔길 마냥 펼쳐진다.

이곳의 고사목 지대는 광복 후 장관의 사촌인가 뭔가가 목재 채취를 위해 이 곳에 벌목시설을 갖춰 불법벌목을 자행하다 문제가 되자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을 놓은 산림훼손의 후유증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생생히 남아 마음이 무겁다.

오랜만에 제법 긴 거리의(이젠 거리의 감각이 도보 기준으로 바뀌고 있음...   -,-;) 고사목 지대를 좌우배경삼아 바람처럼 내달린다.

고사목지대가 끝나고 경사가 급한 돌길을 내려서다 병률님이 처진 듯 해서 병률님을 기다리는 데 웬일로 병률님이 풀샥의 위용을 활용하지 못하고 스템을 잡고 걸어서 내려온 듯 한참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저는 것이 통증이 있는 듯 하다.

바로 밑이 장터목산장이니 가서 응급처치와 간단한 휴식을 취하자 하고는 다시 내려선다.

짧은 내리막을 내려서니 돌이 아닌 흙길이 우릴 반기며, 자전거에 올라 산장 앞에 설치해둔 넓은 의자들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가는데 수십 명의 학생들과 등산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가장 힘들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죽음의 구간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니 몸의 피로가 가시는 듯 가뿐하다.

이제부터는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지리산의 주능선을 세석산장을 지난 영신봉 일대의 돌투성이 암봉 몇 개와 화개재에서 삼도봉에 오르는 551계단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구간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종주의 성공을 확실히 예감된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방심으로 우린 이번 종주에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

많은 등산객들의 시선에 쌓여 병률님의 다리를 살펴보니 오른쪽 무릎의 인대 부분이 약간 부은 듯 하다.

스포츠 젤로 맛사지 하듯 바르는데 뒤에서 “이게 뭐하시는 겁니까?”라는 약간은 노기 띈 목소리가 들린다.

가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란 글을 새긴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이 등산객들을 밀쳐내고 우리쪽으로 다가선다.

> 우리    : (기분 나쁜 듯이) 보면 모르냐? 부상에 대비한 치료를 하는 걸..
> 공단측 : 여긴 국립공원으로서 자전거의 출입이 금지된 걸 모릅니까?
> 우리    : 왜 자전거가 출입금집니까?
> 공단측 : 법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 우리    : 법이 아니라 공단에서 규정한 조례겠죠. 아무튼 어떠한 규정인지 한번 봅시다.
> 공단측 : (머뭇거리며 옆 직원을 보고) 빨리 공문과 규정집을 가지고 오세요.
> 공단측 : (위압적인 태도로) 아무튼 불법이니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니 사무실로 갑시다.
> 우리    : 확인된 후에 갑시다.

서로간의 팽팽한 침묵이 잠시 흐르고 마음의 진정을 위한 시간이 흐른다.

> 공단측 : (다른 트집을 잡으려는 듯) 국립공원이 자전거 출입금지인 것을 몰랐습니까?
> 우리    : 우리도 레저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 우리    : 여기 오기 전에 지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 자전거에 관한 문의도 했습니다.
> 공단측 : 누구한테요?
> 우리    : 누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그 질의에 자전거에 대한 금지 이야기는 없었다는 겁니다.

이 때부터 공단직원의 약간의 억지와 아집이 엿보인다.

> 공단측 : 어디로 올라왔습니까?
> 공단측 : 몇 년 전 내가 벽소령에서 있을 때 불법으로 군사도로를 이용해서 10명 정도가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던 걸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 우리    : 과태료가 얼맙니까?
> 공단측 : (정확히 말을 못하고) ......
> 우리    : 우린 일인당 1,600원을 주고 정상적으로 중산리 매표소에서 출발했습니다.
> 우리    : 못 간다면 애초에 매표소에서 제재를 했었어야죠?
> 공단측 : (놀란 기색으로) 예? 중산리에서 왔다구요?
> 공단측 :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럼 지금 천왕봉에서 내려왔다는 겁니까?
> 우리    : 예!
> 공단측 : (황당하다는 듯) 상상도 안 됩니다. 못 믿겠습니다.

이 곳의 직원이 인근 공단 직원들 중에서는 직위가 높은 듯 중산리 매표소로 전화를 하여 호통을 치듯 새벽 근무자를 빨리 찾아 자기에게 연락을 하라고 지시하고는 그 사이 지리산국립공원내의 매표소에 일일이 전화를 하여 확인하다가 1972년 부산로터리클럽에서 지은 로터리산장의 관리인에게 연락을 취하니 그곳에서 오늘 아침 일찍 자전거를 가지고 세 사람이 올라간 것을 확인한다.

또한 조금 뒤 중산리매표소에서 연락이 와서 입장료와 주차비까지 지불하고 정상적(?)으로 산에 오른 걸 확인한다.

공단직원이 매표소 측에 “애초에 자전거를 들여보내지 말아야지! 지리산이 어디 동네 뒷동산이야!” 하는 호통을 치고 몇 마디를 나누고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 공단측 : 순두류까지 타고 간다고 하셨다면서요?
> 우리    : 예!
> 공단측 : 그리고 법계사를 구경하고 온다고 하셨다는데요?
> 우리    : 예! 하지만 ‘천왕봉은 오르지 마십시요.’라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요?
> 우리    : 또한 목적지는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공단측 : ......
> 공단측 : ......
> 공단측 : 어디로 가실 겁니까?
> 우리    : 노고단으로 해서 성삼재로 갈 것이며, 가족들도 그곳에서 기다립니다.
> 공단측 : 제가 있는 한 그렇게는 못 합니다.
> 공단측 : 여기서 중산리로 내려가시죠? 대신 과태료 등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 우리    : ......

공단직원의 한 풀 꺾인 목소리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이해해달라는 어투로 말한다.

> 공단측 : 엊그제 중산리 방향에서 학생 한 명이 숨지는 사고로 다 들 긴장하고 있습니다.
> 공단측 : 또한 이 일이 커지면 중산리의 저희 직원들이 징계를 당합니다.
> 공단측 : 여러분들은 위험하지 않다고 하겠지만 이 곳의 안전을 책임지는 저로서는 도저히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다.

상대방이 이렇게 나오는데 우리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도 참 ......  

형준님과 병률님을 바라보니 모두 다 비슷한 심정인 듯 바짝 타올랐던 전투 욕이 사라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본연의 눈빛으로 돌아와 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우리의 주장도, 공단의 일방적인 주장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감지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mtb인으로서의 편협하지 않은 모습을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더 이상 일을 크게 확산시켜봐야 다음에 지리산을 찾는 분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한발 물러서서 정중하게 얘기한다.

> 우리    :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럼 벽소령까지 가서 작전도로를 통해 의신 또는 마천으로 내려가겠습니다.

> 공단측 : 지리산을 잘 아시네요?
> 공단측 : 하지만 그렇게 해드릴 수 없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요.
> 공단측 : 저희들은 현재의 등산객이 등산로를 훼손하는 것도 불안하여 휴식년제를 도입하여 국립공원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공단측 : (어투가 많이 바뀌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기서 중산리로 하산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데 사무실로 갔던 직원이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규정집을 들고 와서는 당당히 얘기한다.

> 공단측 : 보이소 여기 ‘등산객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물건은 소지 못한다.’라고 적힙다입니까?
> 우리    : 거기에 자전거라고 명시되어 있습니까?
> 공단측 : ...
> 공단측 : 자전거는 등산객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 우리    : 그럼 자전거가 피해를 주는지를 여기 등산객들에게 물어볼까요?
> 공단측 : 우리 공문의 금지목록에는 자전거가 있습니다.
> 우리    : 공단의 규정보다는 법이 상위입니다. 분명 이것은 공단 측의 확대해석입니다.

마지막까지 엠티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는 우리가 양보하고 중산리로 하산키로 결정한다.

5시간여의 사투 끝에 이제 능선을 타면서 널렁하게(?  ^^&)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니 갑자기 피로가 확 밀려온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무사히 천왕봉을 거쳐 장터목까지 왔고, 여기서 중산리로 하산을 할 테니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연락하고는 하산 길로 접어든다.

옆길로 빠질 것을 우려하여 공단직원이 배웅을 하듯이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다 “미안합니다. 조심해서 다치지 않도록 내려 가십시요.”라고 한다.

목적지를 졸지에 잃어버린 우리는 허탈한 마음에 발길도 무겁다.

그런데 이 비탈길의 경사가 엄청나다.

천왕봉을 오를 때처럼 암벽으로 구성되진 않았지만 바위로 형성된 자연적인 계단으로 체감 경사가 더 심한 것이 무릎이나 발목에 충격이 심할 듯하다.

장터목에서 잠시 그쳤던 비가 또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긴장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것임에 분명하다고 판단되어 잠시 휴식을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10분 정도 내려가다 적당히 옆으로 빠지는 곳에서 햄과 기타 간식으로 배도 채우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 형준 : 그래도 천왕봉은 구경했으니 다행이네....
> 병률 : ㅎㅎ 내 생애에서 아마 가장 자랑스러운 일 일겁니다.
> 저    :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길도 장난이 아닌데......
> 형준 : 그러게요 비에 젖은 것이 엄청 미끄러우니 신경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
> 우리 : 이번 투어는 천왕봉 등정으로 만족하고 종주라는 더 큰 목표는 다음을 위해 남겨둡시다.

천왕봉 등정으로 이번 투어의 의미를 확정하고 중산리까지 지금처럼 부상 없이 안전하게 내려가자고 다짐한다.



2004년 8월 20일 12:00



그 시각! 중산리는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난다.

매표소 일대 상가와 공단직원들은 입장은 다르지만 세 사람이 자전거를 메고 천왕봉을 올라 장터목을 거쳐 다시 중산리로 내려온다는 사실에 가벼운 흥분을 느낀 듯 하다.

저희 삼인이 내려갈 때 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30분 전 전화를 받은 집사람은 공단 측의 분위기는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얘들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차로 순두류 등을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직원 포섭작전을 펼친다.

과일도 주고하며 제법 친분을 쌓아 주차비며 입장료 없이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는 비즈니스 실력을 발휘한다.

그러던 중 공단직원들이 나누는 우리 삼인의 얘기를 듣고 동행임을 밝히자, 직원들 모두가 저희들이 총각이 아니고 어엿한 아저씨(?  ^^*)들임에 놀람을 표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질책 받았음은 뒤로 하고 무사히 저희들이 하산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참으로 친절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바탕 소란을 모른 체 좌우로 펼쳐진 아찔한 계곡의 웅장함을 감상하며 마치 날다람쥐의 행진인양 경쾌하게 내려온다.

가끔씩 마주치는 등산객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내려가는데 뒤를 받치던 병률님의 기척이 없어 멈추어 서서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 보이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산에서는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각종 괴성을(?) 지르므로 사고가 났다는 표시는 미리 정하여 두는 것이 좋다.

저희들만의 사고가 났을 때의 표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고는 아닌데.......

좀 더 기다리다 안 내려 오면 올라가기로 하는데 잠시 후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룩이며 힘겹게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 우리 : 괜찮습니까?
> 병률 : 연습부족의 대가를 치르는 것 같습니다.  ㅎㅎ
> 병률 : 오른쪽 무릎 근육에 손상이 온 것 같습니다.
> 병률 : 아직은 참을 만 하니 천천히 내려가면 다시 회복이 되겠죠.......  -,-;;

이거 큰일이다.

이제 겨우 내리막의 시작인데......

배낭도 자전거도 들어줄 수 없다보니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병률님 그 와중에도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자기가 무슨 산사나이인양 “나를 버리더라도 꼭 이 투어를 성공시켜 주십시요.“라고 허접(?  ^^*)을 떤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소!  우린 죽어도 같이 갑니다.”라는 같은 허접(?  ^^*)으로 대응하고는 조심스럽게 다시 출발을 하는데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약간의 평지만 나와도 쉬면서 병률님의 상태를 점검 하고픈데 계속된 급경사가 점점 깊어져 그만큼 우려도 깊어진다.

피해와 걱정을 주지 않으려는 이를 악문 병률님의 상태가 점점 심해지는 듯 거의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한다.

더 이상은 무리다 싶어 멈추려 하는데 폭포와 함께 계곡의 옆 자락에 평평한 곳이 보인다.

형준님 얼른 병률님을 평탄한 바위로 앉힌다.

보호대를 벗겨내고 보니 예상외로 상태가 심각한 것이 잔뜩 부어있다.

이 다리로 어떻게 내려왔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래도 허! 허! 거리는 걸 보니 살만한가 보다.

압박붕대의 사용은 상처부위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스포츠 젤을 두껍게 발라 맛자지를 해서 놀란 근육을 풀어준다.

> 저    : 장터목에서 내려오길 잘했네. 가다가 중도에 이랬으면...... ㅋㅋㅋ
> 형준 : (놀리듯) 그러게 말입니다.  병률님 공단측에 고맙다고 해야 겠는걸 .... ㅋㅋ
> 병률 : 자전거를 타면서 갔으면 풀렸을 걸... ㅎㅎ

주변 경관도 좋고 해서 사진도 찍고 요기도 하며, 해서는 안 될 담배까지 기념으로 피면서 제법 많은 시간을 오랜만에 한가롭게 보낸다.

집사람으로부터 얘들과 함께 산으로 마중 갈 테니 언제쯤 도착하는지 전화가 와서 병률님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앞으로 두 세 시간은 걸릴 것 같다고 말한다.

너무 쉬어도 좋지 않아 다시 조심을 강조하고 출발한다.

병률님의 자전거나 배낭을 들어 주고 싶으나 병률님도 원하지 않고 어느 하나 들어줄 수도 없다.

어떻게 하든지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장터목을 출발한지 두 시간이 지나 도착한 곳의 이정표를 보니 위로 장터목까지 2.7km, 아래 중산리까지 2.5km를 가리킨다.

병률님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이제 반 왔다고 생각이 드니 마음이 착잡하다.

이때부터 실로 병률님의 초인적인 의지가 발휘된다.

이젠 발을 접어 내려놓기도 힘든 듯 뻣뻣한 상태로 오른발을 살짝 딛고는 얼른 왼발로 껑충 뛰듯 하며 내리막길을 내려온다.

그래도 힘든 기색 안내고 입으로만 에이! 에이! 한다.

앞에서 길을 인도하며 잘 내려가던 형준님이 갑자기 뒤로 빠진다.

고개를 갸웃하며 저가 앞서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이상하다.

이거 또 ......... ?

돌아다보니 형준님 메고바이크에 대비한 비장의 무기의 효능이 다 된 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다시 등으로 10m 간격으로 자세를 계속 바꾼다.

평소에도 가끔씩 메고바이크를 즐기는(?) 터라 어깨에 굳은살이 박혀 있을 정도인데 오늘 주로 사용했던 오른쪽 어깨가 많이 까진 모양이다.

왼쪽 어깨는 부어서 만지면 아파서 손을 못 댈 정도다.

그래도 웃으면서 “수환님 무기(?)는 퍼펙트 하네요?”하며 너스레를 떤다.

내리막에서는 앞바퀴를 앞으로 하여 체인을 바깥쪽으로 하고 안장을 오른쪽 어깨에 거는 것이 좋으며, 오르막에서는 반대로 뒷바퀴를 앞으로 해서 자전거의 방향을 바꿔 왼쪽 어깨에 메어야 한다.

그래야 진행방향에 있는 장애물을 쉽게 넘을 수 있다.

그리고 어깨에 메는 시간을 가장 길게 하는 등 수시로 자세를 바꿔 장기전에 대비하여야 한다.

잠시 쉴까라고 하자 늦었으니 그냥 가자고 한다.

장터목에서의 마찰로 12시에 출발하여 반 조금 넘어섰는데 3시를 가리킨다.

평소라면 30분이 걸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최소 2시간 이상 가야 한다.

악몽 같은 시간을 바위 밭, 돌계단, 철사다리, 쇠줄, 쇠막대기 등과 함께 하다보니 요상하게 생긴 바위가 떡하니 서있는데 이가 칼바위다.

칼바위를 보니 이제 거의 다왔다는 안도의 숨을 속으로 내쉰다.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의 경사와는 달리 부드럽게 내려갈 수 있다.

마지막 힘을 내자고 하면서 조금 뒤 시원한 캔맥주를 생각하라고 고함치며 재촉을 한다.

이제 물도 떨어졌다.

저도 발바닥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으며, 발가락이 물집이 잡힌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그나마 이전의 경사보다는 눈에 띄게 완만해져 다행이다.

지루한 경사를 내려오는데 병률님의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자기 최면과도 같은 수다를 떨지도 않고 죽음의 침묵으로 일관한 체 오른쪽 다리는 전혀 사용치 못하고 왼발로만 내려온다.

저러한 투혼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누군가가 돈을 줄 테니 하라고 한들 할까?

이를 악다물고 숙인 고개사이로 비치는 부릅뜬 눈과 거의 질질 끌다시피 하는 다리를 힘겹게 옮기는 모습을 보자하니 동료지만 숙연해진다.

거의 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갑자기 앞에서 병률님의 아들이 저 밑에서 숲길을 뛰어 오는 모습이 보인다.

드디어 내려왔다.

병률님은 이 때 아들의 모습을 보고는 꿈인지 생시인지를 구분 못할 정도로 지쳐있었다.

중산리 매표소 앞을 오를 때의 모습처럼 당당하게 통과하는데 새벽의 근무자가 뛰쳐나와 “이제 내려오십니까? 안전하게 내려오셔서 다행입니다.”라는 말만 하고는 가볍게 목례를 한다.

우리도 그와 눈을 마주치며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화답을 하고는 매표소를 통과하여 나오니 기다리던 가족들과 주변 상가의 주민들이 환호성으로 맞이한다.

상가 앞의 긴 나무의자에 앉아 시원한 캔맥주로 가벼운 자축을 하는데 새벽에 봤던 슈퍼의 아저씨가 “난 당신들이 천왕봉까지 갈 줄 알았지!”한다.

> 우리 : 어떻게 알았습니까?
> 슈퍼 : 여기서 내가 장사만 30년 일세. 느낌으로 알지!
> 슈퍼 : 새벽에 당신들을 볼 때 오늘 한바탕 난리가 날 줄 알았지!

담배와 캔맥주, 따뜻한 커피로 몸을 추스르고 떠날 준비를 위해 자전거를 분해 차에 실고 하는데 매표소의 또 다른 직원이 다가와서는 “선생님들이 중산리를 통해 최초로 천왕봉을 올라가신 분들이며 동시에 마지막이 될 겁니다. 저희들을 고생시키셨지만 선생님들과 손을 잡고 싶습니다.”하며 손을 내민다.

“이번이 마지막은 절대 아닐 겁니다.”하며 웃음으로 화답하며 그의 손을 굳게 잡아준다.

약 2개월에 걸친 천왕봉이 주는 압박감을 비로소 떨쳐내고 또 다른 도전과 희망을 쏟아지는 비와 함께 지리산에 남겨놓고 그렇게 우리는 왔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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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타산지석글쓴이
    2004.10.25 14:40 댓글추천 0비추천 0
    1부 작성 후 너무나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장대회에서의 사고로 이제야 몸을 겨우 추스렸습니다.
    내용이 너무 허접하고 긴 공백으로 인해 현장감이 많이 사라졌지만 일부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을 지도 몰라 이제야 올립니다.
  • 와... 대단하십니다. !! 천왕봉을 두발로 올라간 적은 있지만... 천왕봉까지 잔차를 짊어지고 가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 아..타산지석님이.. PDS에 "딸을 통한 대리만족" 글을 남기신 분이시군요..^^;
  • 사실 감조차 잡히지 않아 뭐라 드릴 처지가 아니군요. 말로만... 그리고 사진으로만 보왔는데... 악천우에 고생이 너무 심하셨군요. 장말 대단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존경스럽다~~~!이말밖에는 저도 산을 타지만...지리산은 꿈만 꾸고 있는데...
    저도 얼마전 라이딩중 부상을 당해 깁스하고 있지만...이번주에 풀어요~~ㅎㅎ
    대단하심니다...저두 언능 엔진 업그레이드 해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 2004.10.26 00:34 댓글추천 0비추천 0
    대단한 분들입니다. 지리산 천왕봉을 자전거로 오르신 분들이 맨 처음 기록으로 남는 순간이네요.^^ 추카드립니다.~~
  • 2부가 올라 오길 은근히 기다렸는데 이제야 올라왔네요,,,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
    무었보다 제가 놀란건 님들께서 자전거를 가지고 등산으로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게 3시간 20분만에 천왕봉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정말 놀랍군요,,,
    저는,,,작년 2003년 여름에,,, 대원사 ->치빝목산장->중봉->천왕봉 ->장터목산장->중산리를
    혼자서 자전거를 가지고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그때 저는 천왕봉을 올라 갔다가 내려 오는데 이틀이나 걸렸었지요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치밭목산장에서 하룻밤을 자고 천왕봉을 올라 갔었거든요,
    치밭목산장 아저씨가 말씀 하시는데 제가 오기 이전에도 다른 사람들이 여러번 천왕봉을 자전거를 가지고 올랐던 적이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강릉에 살고 있는데,,,혹시라도 님들께서 강릉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강릉의 좋은 라이딩코스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실력이 미천하여 얼마전 라이딩 도중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습니다,,,다치고 보니
    않다치고 타는 것이 가장 훌륭한 기술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
  • 대단하십니다. 저도 미시령은 올라가봤는데 거기는 어느정도 인가요?? 궁금하기도 하고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기내요...^^ 멋집니다. 대한건아....^^
  • 지난 주에 종주하고 왔는데요..잔차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언젠가 공문한번 날리고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들을 하신 님들꼐 드릴건 박수뿐입니다...^^
  • 타산지석글쓴이
    2004.10.27 03:12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저 산이 좋아 자전거를 시작했고, 그 후로 자전거가 좋아 산도 올라갔을 뿐 입니다.
    또한 천왕봉은 항상 그 자리에서 억겁의 세월 동안 그 드넓은 가슴을 펼치고 있었고, 저흰 그 가슴의 한 자락을 스친 극히 일부분일 뿐 입니다.
    님들의 과분한 관심과 격려를 항상 소중히 가슴에 간직하고 떳떳한 산악자전거인으로서의 면모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언젠가 있을 님들과의 아름다운 라이딩을 꿈꾸며 오늘도 페달에 발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 드뎌 기다리던 2부가 올라왔구요.
    흐.........! 사진을 보니 이거 완전히 히말라야 등반 수준이녜요? ^^;
    저도 님들의 연배가 되었을 때 님들과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까요?
    대회 때의 부상으로 깁스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모쪼록 빠른 쾌차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
  • 너무도 오래 기다렸습니다. 부상이 빨리 완쾌되어 새로운 도전(?)하시길...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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