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차 타기 좋은 날은 자꾸 지나가고 일은 도대체 언제쯤 끝날지 알수도 없고
베란다에 있는 잔차는 주인을 원망하며 흘리는 눈물을 체인의 녹으로 승화 시키는 구나
오호 통재라! 이 무슨 잔차인의 망동이란 말인가..
결국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기치를 내 걸고 '범 잔차 방치협회' 골수 맴버들 중
내 잔차보다 무거운 잔차의 소유주들을 포섭한 결과 2인(홀+온)의 폐인들이 걸려들고 말았던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겨울을 재촉하는 11월의 차가운 비가 막 지나간 4일..
평소 아침 일찍 일어나는것을 밥 굶는것보다 더 싫어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 날짱은
활기찬 휴대폰의 알람소리와 함께 6시 정각에 벌떡 일어나 부산을 떨며 출정 준비를 한다.
마악 배낭을 정리하던 찰라 등줄기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돌아보니 울 마눌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평소에 좀 일찍 일어나봐라"
오....... 이말 뒤엔 분명 이러한 한마디가 붙어 있을진데 목숨을 건 라이딩을 떠나는 남편 면전에
차마 잇지 못한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화상아"
서늘한 11월의 찬 공기를 함껏 들이키고 엑셀을 밟는다. 8년된 나의 애마 '어반 타' 도 내 마음을 아는지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혹 약속시간을 잘못 알고 있을수도 있어 7시 정각에 홀모씨에게 전화를 건다..
띠리리....
'여보세요'
'아 저 날짱입니다. 8시 문막 맞죠?'
'예'
'어디세요?'
'저 문막에서 자고 있는데요..'
ㅡㅡ;
아..... 진정 폐인의 귀감이 아닐수 없다.
8시 정각에 문막에서 뭉친 3인...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온바님이 묻는다. '이게 얼마만에 같이 타는거죠?'
나 말한다. '처음인데요...'
ㅡㅡ;
그렇다..
마치 수백번은 같이 잔차를 탄것처럼 느껴지는 이 친근함은
알코올을 매개로 한 오랫동안의 잔차 이야기를 통한 이미지 트레이닝의 결과였으리라...
결국 우리들은 술을 마시면서도 끊임없이 잔차를 타고 있었다는 말이며, 모든 잔차인은
이러한 사실을 본받아 '취중 잔차 트레이닝' 법을 통한 간 크기 배양에 동참할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잠시의 드라이빙을 마치고 드디어 태기산 아래 신대리에 도착한 3인..
잔머리를 굴린 결과 차 2대를 여기에 주차하고 팀차를 이용, 양두구미재 정상에 세우고 오직 내리막질만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운다.
이에 '어찌 이리타나 DH' 에 3대의 잔차를 싣고 정상으로 향한다.
군부대에서 친절하게 만들어 둔 '병력하차지점'에 차를 세운 우리 3인의 코만도s 는
잠깐의 임도 딴힐을 잔차를 타고 행하였으며,
잠깐의 임도 업힐은 모든 잔차인의 궁극의 라이딩 기술인 '끌기'로 마무리 하였다.
드디어 싱글 초입에 도착한 3인.. 잠시의 환상적인 융단길 딴힐을 마치고 옛 영화를 짐작 할 수 없을정도로 방치된
태기분교터에 도착한다. 잠시동안 이 일대에 살았을 화전민들의 그 투박한 삶에 대해 상상을 하고 있는데
온바님 한마디 말씀을 날리신다..
'저기 앞에 둔덕이 보이십니까?'
'예'
눈 앞에 표고차 약 1.5m 정도 되는 둔덕이 보인다.
'저게 처음이자 마지막 업힐입니다'
ㅡㅡ;
이쯤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제위께서는 본 라이딩의 성격을 파악하셨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말은 곳 구라임이 밝혀졌으니 바로 표고차 2m의 둔덕을 본인이 발견한 바
온바님은 둔덕의 높이를 50cm 오차정도로 파악하는 '둔덕 높이 파악치'로 명명하는 바이다.
이후부터의 라이딩은 그야말로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양탄자길이었으니 이는 라이딩 후 '한번 더'를 외치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됨과 동시에 사진이 한장도 없는 이유가 되는것이다. 왜? 사진찍을 겨를이 없어서...
아무튼 1시간여의 비단길 싱글(아니 약초+휘튼치드 싱글이라 부르는것이 더 어울릴것 같다.
라이딩 중 느껴지는 휘튼치드 냄새와 이름모를 약초 냄새들... 아래쪽엔 장뇌삼과 산삼 광고판이 많은것으로 보아
운 좋으면 산삼도 캘 수 있을듯 하다.)을 즐기고 나니 12시경... '다시 한번 더'를 외치고 말았으니
이 후 벌어지는 일은 눈치 빠르신분들은 짐작 하실 수 있는 바 '온모'씨가 있는 번개가 항상 그렇듯
고행길에 접어들게 되었음이다.
다시 한번 특유의 잔머리를 가동하여 이번엔 온모씨의 '수퍼 엣센스 FR'에 3대의 잔차를 싣고
'병력 하차지점'에 도착한다.
처음 싱글 진입로에서 약 500여미터 전진한 우리는 두번째 하산 루트를 발견 내려가기 시작한다.
처음 싱글길보단 길의 윤곽이 더 뚜렷했으나 오랜 세월 인간의 때를 타지 않은 자연은 산죽으로 하여금
상처를 치유하게 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다리나 엉덩이보다 손등이 더 아프게 하는
가공할 초식을 발휘하여 우리 3인의 특공널럴 라이더의 앞길을 막는다.
그러나 투철한 널럴 라이딩 의식을 가지고 있는 본 3인은 장애물도 개의치 않고 꾸준히 시속 3키로의 속도로
딴힐을 진행한다.
그러나!!!!
곧 길이 없어지며 로프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계곡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것이다.
이에 머쓱해진 온모씨.. '내가 가는 길이 이렇지 뭐' 하는 푸념을 늘어 놓는다.
사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것을 강력히 고려하던 홀모씨와 나.
이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에게 더 이상의 책임을 묻는다는것은 한 인간을 파멸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기특한 생각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약 1시간여의 '잔차 들고 바위 넘어가기' 초식을 사용 한 결과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예의 1번 싱글길과 유사한, 아니 더 화려한 싱글길이 드러났으니 아아..
하늘의 도움이며, 온모씨 앞으로의 개척질에 그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보다 더 빛나는 서광이
비추이는 징조인 것이다.
아무튼 해 떨어지기 직전에 마지막 차량인 본인의 '어반 타'에 도착한 3인.
인심좋아 보이는 현지주인아저씨께 닭 한마리 삶아 주십사 부탁하고 정상에 세워둔 차를 회수하려 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자 그 아저씨... 바로 집게를 들더니....
본 3인의 간 큰 코만도s를 겁먹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시니.... 그 이름하여 손님 앞에서 닭잡기....
이에 본 3인.. 주문해 놓고 토꼈다간 뼈가 아니라 체인 한토막도 추스리지 못할 것임을 직감하며
두대의 DH, FR 머쉰을 회수하는 작전에 돌입한다.
회수작전에 돌입한 3인, 가는도중 향기롭다 못해 그냥 그자리에 퍼질러 앉아 영원히 묻혀 있고 싶은
냄새를 맡으니 바로 '하향주' 냄새 되겠다...
이에 나의 '어반 타'가 자기 멋대로 '하향주' 공장으로 들어서니 아아... 그 향기는 이미 본인의 폐용량을 넓힘과 동시에
간으로 하여금 그 벅찬 감동을 느끼도록 워밍업을 시키니 인력으로는 막을 수 없었음이다.
아무튼 정신 차리고 보니 각자 술병들을 가슴에 품고들 있는 상황이 벌어지니 이제 두대의 머쉰들을 회수할 급한 마음에
양두구미재 언덕을 스키딩 마크를 그려가며 단숨에 올라간 것이다.
이미 어두워진 임도에서 쓸쓸히 서 있는 두대의 머쉰들을 본 우리. 칼을 갈며 기다리고 계실 닭백숙 주인 아저씨를
상상하며 배기계통의 문제 발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닭백숙이 기다리고 있는 그 집으로 돌아간다.
아아... 꿈이런가...
비단길과 맑은공기, 그리고 이름모를 약초들. 그리고 다람쥐를 협박하여 뺏은 잣과 산머루 열매들을 전리품으로 안고
쫄깃하다 못해 진정 닭인지 천상의 음식인지 구분이 안가는 백숙과 함께 하향주의 향기...
이 모든것이 완벽히 조화를 이룬, 가히 몸과 눈과 혀와 폐와 간이 모두 즐거운 훌륭한 라이딩이었던것이다.
이 모든것을 같이 즐기시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한번 떠나보는것이 어떠한지??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