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전 대관령번개가 떳다.
대관령...
나만의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대관령하면 목초지에 젖소들이 풀뜯는
약간은 이국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야 대관령... 나도 대관령 구경이나 가볼까?'
라는 약간의 들뜬 기분으로 참가신청을 했다.
일주일이 흐르고 내일이 드디어 대관령으로 떠나는 소풍날이다.
경치가 얼마나 좋을까? 기대하면서 12시를 약간 넘겨 잠이들었다.
"띠리리~~"
4: 30분에 맞춰둔 자명종소리에 잠을깼다.
머리만 대충 감고 바로 출발이다.
겨울용 져지하나에 얇은 옷하나 입고 나가서 그런지 밖에 날씨는 생각보다 너무 찼다.
뭐 움직이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출발.
점심도 못먹는다는데 김밥이나 한줄 사갈까?
가는길에 편이점이 보이길래 김밥두줄을 사서 하나는 가방속에
하나는 배속에 넣어둔다.
가는도중 프롤로님을 만나 같이가니 한결 편하다.
잠실 선착장에 도착하고 이미 여러라이더 분들께서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잔차를 차에 넣었다.
넣는시간이 왜이리 오래걸리는지 그 추운날씨에 얼어죽는지 알았다.
사실 다시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었다.
요근래 아침일찍 나와본적이 없어서인지 이렇게 추운지 몰랐다.
다른분들은 아직 견딜만하신지 도대체 차에 오를생각을 안하신다.
나의 바램을 읽으셨는지 아니면 갈시간이 다 되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어째든 차에올랐다.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어느새 민둥산 같은곳을 가르키시며 저게 대관령이라고 하신다.
오~ 오르면 경치 좋겠는데? 머 높아보이지도 않네?
교외로 나오니 기분이 좋다. 산옆이라 공기까지 좋으니 얼른 출발한다.
'사람이 많으니 기분좋은데?'
하며 붙어서 열심히 페달질을 한다.
'이야 진짜 관광라이딩인가보다. 천천히 가니 좋은데?'
벌써부터 정상은 언제나오나 생각한다.
갈림길이나오고 잠시 쉰다.
"이제 철책선까지 외길이니 쭉 가시면 됩니다"
모두들 출발한다.
'어 경사가 심한데? 천천히들 가시겠지?'
라이딩 성격을 잘못알았나보다. 다들 엄청난속도로 달리신다.
다 달리는데 어떻게? 나도 달려야지!
그냥 무작정 따라갔다.
오늘이 추워서인지, 아픈뒤의 라이딩이어서 그런지 다리가 무겁다.
몇백미터 왔나? 더이상 따라가기는 무리란 생각에
'저렇게 빨리가시는데 금방 지치시겠지? 천천히가서 따라잡아야지!!' 라며 속도를 늦출 핑계를 하나 찾아냈다.
하지만 내 시야에 아직 한분이 계셨다. '이분만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가자'
이제부터 꽁무니만 졸졸졸 따라갔다.
이번 소풍에서 이미 관광이라는 목적은 헥헥거리는 숨소리에 묻혀버린듯하다.
이제 또 몇백미터나 왔을까?
앞에분이 내심 지치길 기대했지만 따라가기도 힘들정도로 내가 지쳐버렸다.
이내 나는 말을 걸어본다.
나 - "여기 몇번 와보셨어요?"
아마 RP님이었던 것같다 - "아니요"
나 - "여기 끝이 있긴 한거에요?"
대화는 여기서 끝나버렸다.
지기는 싫고...
속도가 너무빨라 속도줄이고 같이 가자는 의도로 말을 걸어봤지만 나의 얕은 꾀에 넘어오시지 않으셨다 ^^;
어느순간 갑자기 속도를 내신다
따라잡고 싶었지만 거리는 내바램과는 달리 점점 멀어진다. 10m 20m... 언덕을 하나 넘을대마다
그 거리는 따라잡을 수 없는 절망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혼자 달린다. 오히려 조급함은 사라지고, 더욱 편안해진다.
그러자 이제껏 보지못했던 풍경이 들어온다.
오른쪽에 보이는 목초지언덕은 xp초기 바탕화면을 연상케한다.
산속에서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뒤쳐질까 마시지 못했던 물도 한모금 먹고...
'야! 얼마나 남았냐?"
'몰라 와봤어야지...'
'왜이리 힘드냐 아이씨~'
'가나다라마바사...'
그새 외로워졌는지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언덕을 오른다.
얼마나 왔을까... 계속되는 언덕 또 언덕을 넘는다.
언덕을 돌아나오자 50m정도 앞의 언덕위에서 선두분들이 기다리고계신다.
아 끝났구나... 드디어 다 올라온것이다.
남아있는 힘을 모아 있는 힘껏 언덕을 오른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쉰다. 몰랐는데 풀샥타고오신 긴머리의 염색하신분이 쉬고계신다. 부끄부끄 해진다.
산삼먹고오셨으리라... 그렇게 또 내자신을 위로한다.
눈발이 날린다는 그 대관령의 하늘에서는 나를 반기듯 따뜻한 햇살만이 내리쬔다.
이제 드디어 내리막인가? 긴 오르막을 올라온 뒤라 내리막에대한 기대가 헐떡이는 심장을 보챈다.
바위도 없고, 나무도 없고, 잔디같은 풀들로 뒤덮힌 언덕에서의 다운힐은 브레이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점점 빼게 만들었다.
속도는 점점 붙고 눈물이 삐져나오고, 두려움도 삐져나왔지만 그 두려움이 주는 재미는
약하게나 쥐고있던 손에 힘을 다 빼버렸다.
잊고있던 겁많았던 중3때 친구손 꼭 잡고 탄 스카이-X(서울랜드)에서의 스릴을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스릴의 대가였을까?
앞에서 3~4분이 뭉쳐계신다.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속도를 줄이기엔 이미 늦었다. 추돌을 피하기위해 옆으로 틀었지만
어느분과 스치고 나는 자전거와함께 붕 ~~~ 떠서 날아버렸다.
이런속도에서 넘어지다니...
아~! 오른쪽 발목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내 일어나긴했지만 정말 무서운 순간이었다. 이것도 하나의 스릴인가?
자전거도 문제 없었고, 그리 심한 통증도 아니었기에 라이딩에 방해가 된 내가 더 죄송했다.
일어나서 보니 넓~~~은 길에서 갑자기 차한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로 좁아지는 구간이었고
경사또한 급해지는 구간이어서 속도를 줄여야하는 구간이었다
그런데 뒤에 가고 있던,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내려가고 있던 나에겐 또, 초보에겐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째뜬 사고의 아픔을 뒤로한채 라이딩은 계속됐다.
풍차같이 생긴 엄청나게 큰 풍력 발전기, 목초지위의 녹슨 농기계는 마치 풍경사진에서본 그런 풍경이었다.
이런 멋진 풍경과의 라이딩은 마지막 싱글길이 끝나면서 아쉽게도 끝이나버렸다.
21명의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초지 위를 달리는 풍경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번장님과 이하 이끌어 주신분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
라이딩이 끝나고...
라이딩 끝나고 밥먹으러 어느 횟집에 들렀다.
하지만 라이딩할때 몰랐던 통증을 느꼈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있는데
강릉 MTB소속의 곤잘레스님과 두분(죄송합니다. 정말 기억하려고 했었는데) 그리고 부회장(묻지마 마운틴)님의 부축을 받고,
파스도 뿌려주시고, 붕대도 감아주시고 정말 너무 고마운 분들이었다.
마지막에 헤어질때 파스값이나마 드리려고 했지만 받지 않으셨다. 오천원꺼내서 그런가? ^^;;;
인심이라고 하신다.
정말 좋으신 분들같다. 감사했구요.
다음에 꼭 보답할게요!
p.s 사진은 자료실에 아스트로님과 트레키님의 자료입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