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연수를 핑계삼아 초보 시작 한지 2개월에 유사 MTB를 케리어에 싣고 금요일 오전 서울을 출발하여 무주 리조트 티롤 호텔 http://www.mujuresort.com/default.asp 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듯 오후 1시였다.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동안 구입 전 수입품과 국산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외제는 애프터 서비스가 좋지 않고 국산은 이에 반해 부속등의 손상시 구입이 쉽고 애프터 서비스도 좋다는 평가와 실제 사용시 국산도 문제가 없다는 왈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구입 결정한 국산 케리어는 잔차를 잘 받쳐 주었다. 시속 120Km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매우 만족하였다.
그 동안 왈바 QA에 무주 코스에 대한 문의도 하였으나 아직 잔차를 탈 코스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면서 보니 우리나라 산천이 모두 MTB 타기에 적합한 지형이라고 생각되어 코스에 대한 걱정 없이 주위의 만만해 보이는 아무 야산이나 올라가면 그 곳이 초보자에게는 적합하리라 생각되었다.
4시 반이 되어야 직장에서 떠난 단체버스가 도착하니 약 3시간 반의 여유가 있어서 주위를 일단 둘러 보기로 하였다.
호텔의 안내 브로셔를 보니 이 곳이 그 유명한 무주MTB대회가 열린 곳이고 호텔 자체에 MTB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번 연수에 잔차를 가지고 온 것이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회심의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일단 잔차 복장을 갖추고 차에서 잔차를 내렸다.
그리고 호텔을 체크인 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 주위를 둘러보다가 (전에 한 번 왔던 곳이라서 대강은 알지만) 드디어 MTB 코스의 시작이라는 푯말을 발견하고 드디어 시작이구나 하면서 진입하였다.
그런데 바로 길이 두 갈래 오르막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나는 스키장으로 난 오르막 길이고 하나는 스키장 옆으로 난 오솔길이었다.
스키장으로 난 길은 아마도 스키장을 점검하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오솔길로 진입하였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전진하다 드디어 힘이 부쳐서 끌바를 하면서 올라가니 호텔 위의 콘도로 길이 나 있었다.
"이 것은 아닌데?" 하면서 다시 내려와서 일단 호텔에 문의하여 자세한 정보를 알고 내일 다시 트라이 하기로 하고 전에 한번 방문한 경치가 좋은 호수 카페로 진입하였다.
호수 카페는 손님이 없어서인지 영업을 하지 않아 썰렁하였다. 호수 주위에 난 산책로를 따라가다가 드디어 야산으로 난 작은 산길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길을 싱글 트렉이라고 하는구나 하면서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진입, 그러나 초입에서는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아서 자신감 획득.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타나면서 내리막길 끝은 물 마른 개천이었다. 그 곳에는 커다란 짱돌로 된 길이 나타나고 바로 가파른 업힐이었다. 그 곳에서 결국 자전거를 내리고 고심하다가 결국 끌바로 개천을 건너니 다시 가파른 업힐.
아무리 노력하여도 경사진 업힐에서 바로 스타트가 되지 않아서 잔차와 씨름하면서 바둥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잔차를 끌고 올라갔다.
초보의 기술 부족과 체력의 열악함을 느끼면서....
이런 저런 노력 끝에 드디어 야산의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은 험한 계곡이라 다시 올라온 길로 되돌려 타고 내려왔다.
늦 가을 나뭇잎이 가들히 덮힌 오솔길을 내려오는 맛은 처음 산을 타는 초보로 처음 느끼는 상쾌함이었다!
그러나 상쾌함도 한 순간...
갑자기 앞바퀴에서 "와샤샤샤샤...."하는 큰 소리가 나는 것이다. " 읍!, 무언가 메카닉에 문제가 생겼네.. 산 속에서 이제 어떻게 하지" 하면서 내려가는데 잔차는 이상하게 부서지지 않고 아무 문제 없이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 이상한 소리만 아무도 없는 산속을 울린다.
잔차에 내려서 확인하여 보니 잔차 프레임에 늦가을의 마른 낙엽 한놈이 끼어 있었다. 이 놈이 달리는 바퀴에 제 몸을 부비면서 질러대는 비명이었다. 그 후로는 같은 소리가 나도 또 한 놈의 낙엽이 자신을 불태우고 있구나 하면서 무시하면서 라이딩을 하였다. 이 역시 온로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산속 라이딩의 교향곡이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이미 와 있는 다른 교수들과 인사하고 체크인하고 연수 시작…
MTB를 타고 출퇴근하시는 백 효채교수님이 내 잔차 복장을 보고 부러워 하는 느낌을 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내일 예정된 골프와는 다른 재미가 있지, 그러니 골프 취소하고 같이 자전거 싣고 오자고 하였을 때 동의하시지" 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회심의 미소…
연수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술을 한 뒤 슬그머니 일행을 빠져나왔다. 방으로 돌어와서 샤워 후 2차로 술 먹으러 내려 오라는 동료들의 전화 성화를 무시하고 내일을 위하여 일찍 잠이 들었다.
아침에 모닝콜로 일어났다. 다시 잔차 복장으로 식당에 내려가서 해장국으로 식사 후 골프 치는 그룹과 곤도라 타고 등산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지는 공식 일정을 뒤로 하고 호텔 로비에 맡긴 잔차를 찾았다.
바로 주차된 차로 가서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였다. 물통도 준비하고...
그리고 어제 룸에서 찾은 호텔의 안내지도에 나온 MTB코스 지도를 보면서 이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아무리 지도와 실제 지형과 주위 시설물을 대조하여 보아도 결국은 스키장의 스러프에 마련한 코스가 아닌가!!!!
그럼 어제 갈림길에서 스키장의 보수용 길이라고 판단한 길이 이 호텔의 공식 MTB코스이고 이 곳에서 무주MTB 대회가 열린 것이 분명하였다. 한 마디로 매우 실망이었다. "스키장의 보수용 길을 조금 개조하여 MTB코스라고 하다니. 주위에 이렇게 좋은 산이 많은데..... 이 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투자하면 주위 야산에 좋은 코스를 만들 수 있는데 겨우 스키장을 이용한 코스는 자연과의 어우러짐이 없는 삭막한 도시적인 코스로 매력이 없었다.
그러나 다시 어제 방문한 MTB 출발점이라고 표시된 푯말에 도착하여 지도의 길을 타고 진입하였다. 가파른 업힐이 시작되고 주위의 경관은 호텔 및 콘도의 건물이 밑에 보이고 슬러프의 전광판과 여기 저기 널려져 있는 리프드 시설물의 잔애들… 정말 아니었다. 계절이 초겨울이라서 그런지 나 혼자만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12월 부터 시작되는 스키 시즌을 대비하여 시설물 보수를 위한 짚차만이 간간이 올라온다.
이런 환경을 MTB 코스로 하여 만들어 놓은 호텔의 처사도 너무하고, 이런 환경에서 대회를 치뤄야 하는 우리나라 MTB 현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어제 올라간 호수 주위의 야산의 오솔길이 이 보다는 낳다고 생각되었다. 그래도 한번 전국적인 대회가 치뤄진 코스이니 이를 한번 올라가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타다, 끌다, 쉬다가 하면서 드디어 정상에 도착…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내리막길인데 브레이크를 꽉 잡고 내려오면서 처음으로 다운힐의 공포와 스릴을 느끼다.
다시 어제 올라간 호수 주위의 야산 오솔길에 진입하여 조금 올라가다 보니 기어 조종에 문제가 있는지 체인이 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체인이 두 번이나 빠지는 것이 아닌가…
잔차에 문제가 생기면 더 이상의 진입 시 돌아 오는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포기하고 길을 돌려서 내려 오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오솔길이 끝나고 포장도로와 만나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그런데 오솔길 끝에 나무로 된 표지판이 오솔길을 삐집고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대로 진입하다가는 표지판에 찔리게 생겼다. 그러나 길은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오고 ..... 무언가 하여야 하는 상황.....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았나 보다!
갑자기 땅에 찰싹 달라 붙어 있는 앞바퀴가 내 눈앞에 확대되어 보였다.
이윽고 하체 위로 하늘과 나무 줄기가 펼쳐지는 것이 보이고......그리고 팽팽 돌아가는 뒷바퀴가 내 다리 뒤로 보였다.
내 생애 처음 산속에서 혼자하는 앞으로 하는 자빠링이었다.…
땅에 떨어지면서 우측 팔로 땅을 짚으면서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갔다
.
“이것이 말로만 들었던 자빠링이구나… "
"내가 앞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잡았구나…. "
"손목이 부러질 지도 모르겠다...."
" 이래서 핼멧을 써야 한다고 했구나...."
" 다행히 헬멧은 썼으니 뇌손상으로 인하여 죽거나 불구가 되지는 않겠구나…"
" 손목이 부러지면 다음 주 부터는 수개월간 수술도 못하는 데 예정된 환자는 어떻게 하지?????????””
"교수 수양회 와서 다쳐 가지고 가면 병원장이 참 좋아하겠구나"
" 설마 죽기야 하겠냐? 그래도 다행이다. 아까 낭떠러지 오솔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였으면 정말 큰 낭패인데..."
등등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순간이 일순간에 끝나고 정신을 차려서 팔다리를 움직여 보니 이상이 없고 정강이가 무엇에 부딪혔는지 좀 아프기만 하였다.
주위를 둘러 보니 아무도 없었다. 속으로 창피하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하는 안도의 한숨....
일어나서 잔차를 살펴 보니 큰 이상이 없어 보이고 약간의 흠이 생겨 있었다. 그러나 타 보니 역시 체인과 기어 변속에 계속 문제가 있었다. 이를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초보로서는 더 이상의 잔차 타기를 포기하고 상경하기로 하였다.
예정보다 일찍 올라오면서 산을 타는 기술은 도로를 타는 기술과는 매우 다르고 이를 배워야 하겠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리고 간단한 정비의 필요성도 느꼈다.
또한 혼자서 산을 타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따라서 같이 산을 탈 동료와 선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다른 배운 점은 우리나라는 곳곳이 산이라서 어디든지 올라가면 그 곳이 바로 좋은 코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40대 중반의 체력의 부족함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이래서야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는 큰 놈과 약속한 2년내에 잔차로 백두산을 정복하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귀경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무용담을 이야기 하니 집사람은 많이 걱정하는 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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