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일 일요일 강촌라이딩 후기
어찌 이리도 일이 안 풀릴까!
돌풍을 동반한 비 소식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건만, 친구들과의 회식자리가 1차를
끝내고 헤어지자던 약속과는 달리 2차로 이어지며 장장 8시간을 치닫고 있었다.
술기운이 올라 기분 좋은 상태로 노래방에서 나오는데 새벽3시, 하늘에선 빗님이 보시실
내리고 있었다. 번장이란 막중한 책임에,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을 때가 3시30분!
알람소리에 눈을 떠서 비몽사몽간에 씻고 옷 입고 짐 챙기고 베란다에 나가 유리창 살짝 열고
손을 내어보니, 차갑고 방울진 게 바로 비로다. 와이리 좋노!!!
전화해서 ‘비 오니까 폭파’라고 확 선포하고 아직 체온의 흔적이 남아있는 침대 속으로
다시 쏙 들어갈까, 잔머리가 파박 돌아가는데, ‘혹시라도 통화가 안된 상태로 약속장소에
미리 나가있는 분이 있으면 어쩌지’라는 우려에, 일단 차로 성북역까지 가기로 한다.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바닥에 닿는 빗님의 시원한 냉기를 느끼며 장하게 내리시라고
염불을 외어본다. 오리발님에게 전화를 때리니 지금 일어나신다. 일단 만나서 판단하자고
얘기하고, 왕이야님과 한삽님에게도 같은 말을 전한다. 성북역에 도착하니 6시30분!
10분쯤 후에 왕이야님이 도착하신다. ‘비가 와서 라이딩 하기 힘들지 않냐?’고 의중을
물으니 ‘어디서 술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는다. 밉다! 오리발님이 옷이 다 젖은 채로
역으로 들어선다. ‘오늘 못가겠는데! 겉옷이 방수가 안 된다’며 강촌라이딩 보이코트를
선언하신다. 역시 고마우신 우리 오리발님! 이쁘다! 왕이야님이 어제 밤부터 온 비라
좀 지나면 그친단다. 강촌가면 날씨가 딱 좋을 거라고 기상학자 쯤 되는 소리를 한다.
또 밉다. 왕십리역인데 기차가 안온다고 늦을 거라고 한삽님의 전화가 온다. 오리발님이
김밥을 사오시고, 난 약국에서 술깨는 약을 사먹고 럭셔리 모닝 박카스를 하나씩 돌린다.
한삽님이 도착하고 지킬 건 지키자며 바퀴를 빼서 노끈으로 묶는다. 노끈에 묶인 잔거를
찍자고 나보고 카메라를 꺼내란다. 깜박 잊고 안가지고 왔다니까 모두가 죽일 태세다.
하자 번장이란다, 나보고…….
기차 좌석번호는 1,2,3,4, 객차의 마지막 좌석이다. 왜? 좌석 뒤에 여유 공간이 있다.
근데 공간이 작아서 2대밖에 못 싣는다. 2대는 화장실 앞에다 끈으로 묶어놓고 자리로
돌아와 김밥과 달걀을 꺼내니 기차는 미동을 시작한다. 오리발님이 이런 럭셔리한 장면을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며 다시 날 째린다. 일행들이 모두 하자 번장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손가락을 피해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잠자는 척을 한다. 그러다 잠든다. 깨어나니 강촌이란다.
번장의 피곤한 의무를 다 하기위해서 맞바람을 맞으며 앞장서서 도로를 질주한다. 초반에
너무 힘을 뽑으면 안 될 것 같아 평속 25를 왔다 갔다 한다. 근데 왼쪽 바로 뒤에서
신경 쓰이게 앞장서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이가 있으니 왕이야님 이시다. 또, 또 밉다.
뒤따르며 바람을 피해볼 양 앞장서라고 한다. 왕이야님이 앞장서고 바로 뒤를 따르는데,
이제 알았다! 아까부터 왜 왕이야님이 왼쪽 뒤에서 알짱거렸는지! 노면이 비에 젖어서
뒷바퀴에서 튀는 물 때문에 줄지어 라이딩 할 수가 없었던 거다. 얼굴에 몸에 물이 튄다.
어쩔 수 없이 맞바람을 맞으며 각개로 흩어져서 뽀다구 안나게 비포장도로 앞까지 전진한다.
30km의 산악 코스는 단순하게 편을 갈랐다, 잘 타는 분과 못 타는 놈으로!
앞 조에는 왕이야님과 오리발님이, 한삽님과 나는 뒤에 남아, 앞조가 혹시 흘리고 가는
물건이 있나 땅만 열심히 쳐다보며 라이딩을 했다. 욕 나왔다.
흘리고 가는 물건이 없어서였다. 으앙. 죽고 싶었다!!!
한치령 정상에서 전략적으로 갈라졌던 두조가 하나가 되었다. 왕이야님이 쌩뚱 맞은 소리를
한다. 너무 많이 기다렸단다. 이것도 번장의 하자란다. 또, 또, 또 밉다. 다른 일행들도
덩달아 카메라며 술먹은거며 느린거며 하자번장이라고 야유와 질타를 가했다. 으앙. 죽고 싶었다.
한치령에서 내려가는 가파른 돌길! 여러 차례 이곳을 와서인가, 코스를 더듬으며 내려가니
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잠깐의 라이딩 후 앞조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기뻤다!
왕이야님이 조심하란다. 오리발님이 대형 참사가 날 뻔했단다. 돌무더기가 험한 곳을
처음인데도 너무 지르다가 자빠링을 했는데 불행(?)이도 돌 없는 곳으로 떨어져 많이 다치지는
않았단다. 어읔! 다행 중 불행이였다. 부상자가 생겼으면 다 같이 걸어갔을 텐데…….
왕이야님이 ‘오리발님 넘어진 것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다’며 아쉬워하자 또 일행 전부가
하자번장이라고 욕을 해댔다. 또, 또, 또, 또 밉다. 손가락질, 야유, 질타, 욕들이
갈 길을 막고 서서 한치령을 빠르게 내려올 수 없었다.
덕택에 느린 번장이라고 또 한번의 구박을 받았다.
산 넘고 물 건너! 근데 물 건널 곳에 다리가 놓여있어서 재미가 없었다.
출발 후 30km! 마지막 고개다. 항상 올 때면 느끼지만 끝이 없는 듯 보이는 고개를 남겨놓고
우리 2조는 허기와 갈증과 체력의 한계와 한판 승부를 하고 있었다. 오르다가 한삽님에게
물었다. 먹을 것 있냐고, 카라멜 2개가 있단다. 딱 2개! 우리는 사이좋게 카라멜 1개씩을
입에 넣고 아주 천천히 녹여서, 침으로 열라 묽혀 양을 엄청 늘려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었다.
아침에 내린 비님은 떠난 지 오래고 봄기운 가득 담은 햇살은 등짝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봄 햇살에 떠밀려 있는 힘 없는 힘 다 동원하여 마지막 돌무더기 업힐 구간에
도착했는데, 쪽팔리게도 10m정도를 못 올라서 내려서 끌었다. 초보 때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며, 다시는 강촌에 가고 싶지 않은 슬픈 추억으로 남을 일이였다.
한삽님은 내가 내리는 것을 보고 얼시구나 하고 선배의 자존심을 핑계 삼아 편안한 도주를
감행했다. 같이 끌었다. 딱 10m를……. 하자 번장의 실패한 라이딩!
최악의 크라이막스였다. 으앙. 죽고 싶었다.
고개를 넘어 편안한 내리막을 몸 생각해서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와 역에 도착했다.
런닝타임 2시간 50분! 아마도 왕이야님과 오리발님은 2시간 30분 안쪽 이였을 것 같다.
2조를 10분 이상씩 2번 기다리신걸 보면…….
비 내린 후의 상쾌한 바람과 밝은 시야가 우리일행을 휘감고 있을 때,
야외의 닭갈비집에서 고급스런 동동주와 푸짐한 닭갈비를 조지며, 딱 달라붙어 몸매가
들어나는 오토바이복장을 한 날씬한 여자가 헬멧을 벗기만을 기다렸다. 이쁘면 달려가서
뽀뽀라도 할 기세였으나 우리는 다시 먹는 데만 열심하기로 무언으로 약속했다.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위해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략과 작전으로 무사히 기차에 올라
입석인 관계로 졸라 피곤하게 서울로 향했다. 입석기차표를 보고 하자라고 핀잔을 주는
일행의 고함소리를 뒤로한 체, 차창으로 보이는 대도시 근교의 조용한 풍경을,
하염없이 눈사진만 찍고 있었다.
손가락질, 야유, 질타, 욕, 구박 그리고 핀잔!
하자번장의 실패한 라이딩을 빛내는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홍보의 글>
<지방간님이 교주로 계시는 www.flymtb.com에는 재미있는 라이딩 후기가 많습니다.!>
어찌 이리도 일이 안 풀릴까!
돌풍을 동반한 비 소식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건만, 친구들과의 회식자리가 1차를
끝내고 헤어지자던 약속과는 달리 2차로 이어지며 장장 8시간을 치닫고 있었다.
술기운이 올라 기분 좋은 상태로 노래방에서 나오는데 새벽3시, 하늘에선 빗님이 보시실
내리고 있었다. 번장이란 막중한 책임에,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을 때가 3시30분!
알람소리에 눈을 떠서 비몽사몽간에 씻고 옷 입고 짐 챙기고 베란다에 나가 유리창 살짝 열고
손을 내어보니, 차갑고 방울진 게 바로 비로다. 와이리 좋노!!!
전화해서 ‘비 오니까 폭파’라고 확 선포하고 아직 체온의 흔적이 남아있는 침대 속으로
다시 쏙 들어갈까, 잔머리가 파박 돌아가는데, ‘혹시라도 통화가 안된 상태로 약속장소에
미리 나가있는 분이 있으면 어쩌지’라는 우려에, 일단 차로 성북역까지 가기로 한다.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바닥에 닿는 빗님의 시원한 냉기를 느끼며 장하게 내리시라고
염불을 외어본다. 오리발님에게 전화를 때리니 지금 일어나신다. 일단 만나서 판단하자고
얘기하고, 왕이야님과 한삽님에게도 같은 말을 전한다. 성북역에 도착하니 6시30분!
10분쯤 후에 왕이야님이 도착하신다. ‘비가 와서 라이딩 하기 힘들지 않냐?’고 의중을
물으니 ‘어디서 술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는다. 밉다! 오리발님이 옷이 다 젖은 채로
역으로 들어선다. ‘오늘 못가겠는데! 겉옷이 방수가 안 된다’며 강촌라이딩 보이코트를
선언하신다. 역시 고마우신 우리 오리발님! 이쁘다! 왕이야님이 어제 밤부터 온 비라
좀 지나면 그친단다. 강촌가면 날씨가 딱 좋을 거라고 기상학자 쯤 되는 소리를 한다.
또 밉다. 왕십리역인데 기차가 안온다고 늦을 거라고 한삽님의 전화가 온다. 오리발님이
김밥을 사오시고, 난 약국에서 술깨는 약을 사먹고 럭셔리 모닝 박카스를 하나씩 돌린다.
한삽님이 도착하고 지킬 건 지키자며 바퀴를 빼서 노끈으로 묶는다. 노끈에 묶인 잔거를
찍자고 나보고 카메라를 꺼내란다. 깜박 잊고 안가지고 왔다니까 모두가 죽일 태세다.
하자 번장이란다, 나보고…….
기차 좌석번호는 1,2,3,4, 객차의 마지막 좌석이다. 왜? 좌석 뒤에 여유 공간이 있다.
근데 공간이 작아서 2대밖에 못 싣는다. 2대는 화장실 앞에다 끈으로 묶어놓고 자리로
돌아와 김밥과 달걀을 꺼내니 기차는 미동을 시작한다. 오리발님이 이런 럭셔리한 장면을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며 다시 날 째린다. 일행들이 모두 하자 번장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손가락을 피해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잠자는 척을 한다. 그러다 잠든다. 깨어나니 강촌이란다.
번장의 피곤한 의무를 다 하기위해서 맞바람을 맞으며 앞장서서 도로를 질주한다. 초반에
너무 힘을 뽑으면 안 될 것 같아 평속 25를 왔다 갔다 한다. 근데 왼쪽 바로 뒤에서
신경 쓰이게 앞장서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이가 있으니 왕이야님 이시다. 또, 또 밉다.
뒤따르며 바람을 피해볼 양 앞장서라고 한다. 왕이야님이 앞장서고 바로 뒤를 따르는데,
이제 알았다! 아까부터 왜 왕이야님이 왼쪽 뒤에서 알짱거렸는지! 노면이 비에 젖어서
뒷바퀴에서 튀는 물 때문에 줄지어 라이딩 할 수가 없었던 거다. 얼굴에 몸에 물이 튄다.
어쩔 수 없이 맞바람을 맞으며 각개로 흩어져서 뽀다구 안나게 비포장도로 앞까지 전진한다.
30km의 산악 코스는 단순하게 편을 갈랐다, 잘 타는 분과 못 타는 놈으로!
앞 조에는 왕이야님과 오리발님이, 한삽님과 나는 뒤에 남아, 앞조가 혹시 흘리고 가는
물건이 있나 땅만 열심히 쳐다보며 라이딩을 했다. 욕 나왔다.
흘리고 가는 물건이 없어서였다. 으앙. 죽고 싶었다!!!
한치령 정상에서 전략적으로 갈라졌던 두조가 하나가 되었다. 왕이야님이 쌩뚱 맞은 소리를
한다. 너무 많이 기다렸단다. 이것도 번장의 하자란다. 또, 또, 또 밉다. 다른 일행들도
덩달아 카메라며 술먹은거며 느린거며 하자번장이라고 야유와 질타를 가했다. 으앙. 죽고 싶었다.
한치령에서 내려가는 가파른 돌길! 여러 차례 이곳을 와서인가, 코스를 더듬으며 내려가니
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잠깐의 라이딩 후 앞조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기뻤다!
왕이야님이 조심하란다. 오리발님이 대형 참사가 날 뻔했단다. 돌무더기가 험한 곳을
처음인데도 너무 지르다가 자빠링을 했는데 불행(?)이도 돌 없는 곳으로 떨어져 많이 다치지는
않았단다. 어읔! 다행 중 불행이였다. 부상자가 생겼으면 다 같이 걸어갔을 텐데…….
왕이야님이 ‘오리발님 넘어진 것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다’며 아쉬워하자 또 일행 전부가
하자번장이라고 욕을 해댔다. 또, 또, 또, 또 밉다. 손가락질, 야유, 질타, 욕들이
갈 길을 막고 서서 한치령을 빠르게 내려올 수 없었다.
덕택에 느린 번장이라고 또 한번의 구박을 받았다.
산 넘고 물 건너! 근데 물 건널 곳에 다리가 놓여있어서 재미가 없었다.
출발 후 30km! 마지막 고개다. 항상 올 때면 느끼지만 끝이 없는 듯 보이는 고개를 남겨놓고
우리 2조는 허기와 갈증과 체력의 한계와 한판 승부를 하고 있었다. 오르다가 한삽님에게
물었다. 먹을 것 있냐고, 카라멜 2개가 있단다. 딱 2개! 우리는 사이좋게 카라멜 1개씩을
입에 넣고 아주 천천히 녹여서, 침으로 열라 묽혀 양을 엄청 늘려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었다.
아침에 내린 비님은 떠난 지 오래고 봄기운 가득 담은 햇살은 등짝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봄 햇살에 떠밀려 있는 힘 없는 힘 다 동원하여 마지막 돌무더기 업힐 구간에
도착했는데, 쪽팔리게도 10m정도를 못 올라서 내려서 끌었다. 초보 때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며, 다시는 강촌에 가고 싶지 않은 슬픈 추억으로 남을 일이였다.
한삽님은 내가 내리는 것을 보고 얼시구나 하고 선배의 자존심을 핑계 삼아 편안한 도주를
감행했다. 같이 끌었다. 딱 10m를……. 하자 번장의 실패한 라이딩!
최악의 크라이막스였다. 으앙. 죽고 싶었다.
고개를 넘어 편안한 내리막을 몸 생각해서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와 역에 도착했다.
런닝타임 2시간 50분! 아마도 왕이야님과 오리발님은 2시간 30분 안쪽 이였을 것 같다.
2조를 10분 이상씩 2번 기다리신걸 보면…….
비 내린 후의 상쾌한 바람과 밝은 시야가 우리일행을 휘감고 있을 때,
야외의 닭갈비집에서 고급스런 동동주와 푸짐한 닭갈비를 조지며, 딱 달라붙어 몸매가
들어나는 오토바이복장을 한 날씬한 여자가 헬멧을 벗기만을 기다렸다. 이쁘면 달려가서
뽀뽀라도 할 기세였으나 우리는 다시 먹는 데만 열심하기로 무언으로 약속했다.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위해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략과 작전으로 무사히 기차에 올라
입석인 관계로 졸라 피곤하게 서울로 향했다. 입석기차표를 보고 하자라고 핀잔을 주는
일행의 고함소리를 뒤로한 체, 차창으로 보이는 대도시 근교의 조용한 풍경을,
하염없이 눈사진만 찍고 있었다.
손가락질, 야유, 질타, 욕, 구박 그리고 핀잔!
하자번장의 실패한 라이딩을 빛내는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홍보의 글>
<지방간님이 교주로 계시는 www.flymtb.com에는 재미있는 라이딩 후기가 많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