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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라이딩 후기 (다음 카페 '즐거운 자전거 하이킹')

강쇠2005.04.20 21:57조회 수 3676추천 수 6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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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마른 체형이었지만 금연 이후로 갑자기 불어나는 체중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만 2년… 자전거를 타고 속초를 간다는 얘기를 처음에 들었을 때 약간의 허풍이 섞인 무용담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많은 도전 사례와 후기를 보고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이구나 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요원한 일로 여겼다.

야간비행님과 잠실에서 죽전 찍고 오기를 자주하던 작년 여름부터 속초에 대한 유혹이 시작되었고, 나는 야간비행님께 속초라이딩을 제안하게된다.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속초는 언젠가는 꼭 다녀와야할 곳으로 언제인가 부터 여겨지게되고 설사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에 대한 한계와 의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집에서 죽전까지의 왕복 거리 70키로의 세 배, 집에서 치악산 까지의 140키로에 더하기 60키로.. 나는 늘 중장거리 라이딩을 하면서 속초까지의 거리 200키로가 어느정도 인가를 나름대로 가늠하면서 도전에 대한 준비를 한다.
드디어 날짜가 우발(?)적으로 정해지고,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속초 라이딩을 위한 어떤 훈련을 하긴엔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에 그냥 컨디션이나 잘 조절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총 7명이 도전을 한다. 내가 제일 늙었다. 다행이다. 혹시 내가 실패하더라도 나에겐 핑계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7명의 구성을 보면 2명은 완주에 큰 무리가 없는 인물들이고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좀 고개를 갸웃거려야 하는 상태. 그 중, 환골탈태한 야매님은 싸이클로 간다고 했으니 역시 무리없이 완주할 인물로 분류가 되었다. 이제 네 명정도가 위험 범주안에 들었다. 더구나 나와 송삼님은 풀샥을 타고 가야하는 상황이라 더욱 맘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출발 일주일 전, 잔차를 좀 타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해외 거래 선 방문에, 또 황사에 일주일 내내 자전거는 손도 못 대어본다. 좀 걱정이 된다. 아무리 나에겐 '늙음' 이라는 비장의 핑계거리가 있지만 정말 나만 중도 포기하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라이딩 시작 시간을 밤 9시로 정하고, 우리는 송파삼천리에서 만나기로 한다. 6시를 넘기자 속속 일행들이 도착한다. 도착한 일행들은 서로의 용기를
븍돋우려 했는지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친다. 그들인들 왜 나처럼 걱정이 되지 않았으랴?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뿌듯했다.
드디어 9시 정각,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는 출발한다. 내 귀에는 이어폰이 끼워져
있다. 남들은 이게 mp3정도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휴대폰을 통해 라디오로 야구중계를 듣고 있는 중이다. 밥보다 더 좋아하는 야구 – 잔차 와 비교해서 어느게 더 좋냐고 묻는 다면 한참을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 중계를 듣고 달린다. 다행히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긴다. 이 때문에 패달링이 가볍고 힘이 덜 드는 느낌이다. 10시가 조금 못 되어 중계는 끝나고 이제부턴 라이딩에 매달릴 시점. 미사리 카페촌을 거쳐 양평을 행한다. 주말 밤이라 적지 않은 차량행렬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적었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오른쪽으로 검은 한강이 조용히 흐른다. 잘 보이진 않지만 저 잔잔한 강물도 서서히 흘러 언젠가는 바다에 이르겠지. 나 또한 포기만 없다면 반드시 속초에 다다르리라….
이렇게 출발은 순조로웠다. 몇 개의 터널이 연이어 나타난다. 작년 치악산 투어 때, 이 터널을 지날 때 끼리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호루라기를 불었던 끼리님이 생각이 났다. 그때 그 끼리님이 오늘은 우리를 서포트한다고 또 봉고차를 몰고 있다. 고맙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왜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았으랴? 그 유혹 다 뿌리치고 차를 몰고 따라나선 끼리님이 너무도 고마웠다. 아마도 양평 초입쯤으로 기억되는 곳에서 라이딩 내내 나를 괴롭힌 복병을 만난다. 첫번째 휴식 후, 출발하자 마자 차량을 먼저 앞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전방주시를 게을리 했던 관계로 주황색 도로 분리 표시봉(?)에 추돌과 동시에 왼쪽으로 그냥 자빠진다. 클릿의 유격 때문에 텐션을 강하게 조여 놓은게 화근이었다. 충돌이 있었다 하더라고 발을 빼었으면 넘어지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을…. 넘어지고도 클릿을 빠지질 않는다. 뒤따르던 화이트님이 놀라서 달려와 클릿에서 발을 빼준다. 바엔드는 저 만치 튕겨나가 뒹군다. 가끔 클릿 사용 후기를 읽으면 넘어져서도 발이 빠지지 않았다는 글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이해 된다. 넘어진 상태로는 잘 빠지지 않는 게 클릿인가 보다. 얼마전에 큰맘 먹고 교체한 카본 핸들바도 깨졌다. 무릎과 엉덩이 깨진 것보다 핸들바 깨진 게 더 가슴 아팠다. 넘어지면서 왼 무릎을 다소 심하게 바닥에 쪘다. 일어서니 엉덩이도 따가운 것이 아마도 까진 모양이다. 엉덩이야 그렇다치고 무릎이 걱정이다. 동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다친 곳 없다고 말하고 출발했지만 패달링 할때마다 시큰거린다. 정말 큰일 났다 싶었다. 만일 이 뜻하지 않은 사고 때문에 속초라이딩을 접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한다. 조금씩 달리면서 무릎 상태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아서 서서히 후미로 빠진다. 자꾸 패달링을 하니 조금 괜찮아졌다. 하지만 힘을 주면 어김없이 시큰거리는 통증이 뒤따랐다. 이제 앞서가는 동료들의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길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제 사방은 검고 고요했다. 세상에 나 혼자 남은 느낌이었다. 아주 간간히 무섭게 질주하는 차량의 굉음때문에 약간의 공포심도 느꼈다. 후미등이 켜져 있는지 자꾸 확인한다. 나의 뒤를 받지나 않을까 해서...
도대체 내가 왜 이 길 위에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 때문에 이 길을 나섰을까. 만일 내가 내일 아침 속초에 다다랐는데도 혹시 어떤 보람 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아니 내가 정말 미시령 정상에 설 수 있을까?....

다시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맞는다. 서포터의 차량 안에서 김밥과 만두와 음료들을 섭취한다. 서포터 차량이 없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새삼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무릎 상태는 자꾸 움직이면 조금 나아지고 잠시라도 쉬었다가 다시 움직이려면 아프기를 반복한다.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고 음식을 취하니 차 밖으로 나가기가 더욱 싫었다. 새벽 1시를 넘기자 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쿨맥스 반팔티에 춘추 긴팔 져지에 겨울용 방한 자켓에 방풍자켓을 껴 입어도 바람을 빈틈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특히나 하의는 나일론 같은 재질의 얇은 한겹 바지라서 입으나 안 입으나 마찬가지 같다. 이것도 다 경험이지 싶었다. 날씨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 죄값을 톡톡히 치르게 생겼다. 이러다가 얼어 죽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땀을 내기 위해서 페이스를 오버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저 참아 내는 일 외엔 달리 방도가 없었다. 달려야 하는 고통보다 추위를 참아내기가 훨씬 더 힘들었다.
한 100키로 정도를 왔다고 생각했지만, 속초가 113키 로 남았다는 이정표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아직 반도 못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홍천 정도를 오니까 가끔씩 속초, 양양을 가리키는 푯말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목적지가 점점 가시권 안에 들어오
는 것 같아 힘을 얻는다.

이제 배터리도 다 닳아 간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2인 1조의 형태로 송삼님의 라이트에 의지해 달린다. 송삼님의 배터리가 아웃이 되면 내가 또 그의 길을 비출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배터리의 버닝타임을 예상하기가 어려워 최대한 아낄 수 밖에 없었다. 만일 배터리 마저 아웃되면 날이 밝을 때까지 꼼짝할 수 없을 테니…
홍천을 지나 인제를 조금 앞에 둔 지점에서 이제 서서히 동이 터오는 것을 느낀다.
‘날이 샜구나’… 밤을 새고 달려온 것 조차 잠시 잊었나 보다.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날이 밝아 오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인제에 다다르니 날은 완전히 밝았고 동료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모두에게 있는 듯하다. 나 또한 어느 정도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다. 점점 휴식시간이 길어진다. 몸도 많이 지쳤겠지만 아침 나절에 인제을 왔으니 어떻게든 미시령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다시 스스로 를 추스리고 미시령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라이딩을 시작한지 12시간이 경과한 오전 9시 우리는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리는 갈림길에서 마지막 휴식을 한다. 아침이라도 하기엔 조금 그런 양갱이 초코바 그리고 초코파이로 주려있는 배를 어느 정도 채운다. 이것이 나를 미시령으로 이끄는 연료가 되리라. 부디 완전연소를 해서 나를 좀 팍팍 밀어 빨리 미시령 꼭대기에 데려다오.

미시령 업힐이 시작된다. 이미 속초를 다녀온 야간비행님은 별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킨다. 하지만 야간비행님에게 한 두번 속은게 아니다. 부산까지 무박 완주를 한 사람이 별거 아니란 말을 내가 어찌 믿겠는가? 차를 타고는 몇번 넘은 기억이 나지만 그때는 경사도라든가 길이를 눈여겨 보지 않았으니 당췌 감이 오니 않았다. 그때는 자전거를 타고 미시령을 넘는 팔자가 내게 있는지 몰랐으니 당연하다. 후기에 미시령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몇 번 쉬었다는 얘기가 자주 나와서 할 수 있다면 한 번에 넘고 싶었다. 출발했다. 무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를 업힐의 철칙으로 삼고 있는 나는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오른다. 올라갈수록 심해지는 경사에 싸이클을 탄 야매님은 해머링 으로 치고 나간다. 싸이클은 그게 더 편하다고 한다. 야간비행님, 야매님, 산만님이 가 앞서간다. 앞을 보기 싫었다. 까마득한 길은 나의 의지를 꺽기에 충분했다. 높은 곳에 올라서는 아래를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일게다. 잠시후, 싸이클을 탄 야매님이 중간에 쉬고 있는게 보였다. 그만큼 경사가 심해져 있다는 얘기다. 속도계를 보니 6키로 나온다. 이미 체력은 바닥을 쳤고, 살상가상으로 두 다리의 종아리에 쥐가 오르는 증상까지 나타나려 한다. 왜 하필 이때에..
아~~ 정말 내리고 싶다. 한 번 쉬었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잠시 내릴까
하는 유혹은 정말 뿌리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크랭크를 정말 한 바퀴도 돌릴 수 없을 때 내리는 것이 이 도전을 더욱 가치있게 많들 것 같아 꾹 참았다. 조금씩 오르면서 자전거에서 내리지만 않는다면 가장 먼저 정상을 밟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정상을 가늠할 수 있는 정도의 높이에 올랐다. 두 번의 큰 커브를 돌아 올라가면 된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거리인데 왜 그리도 길고 멀어 보이는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해냈다. 너무 기뻐서 목이 메었다. 이제 까지 살면서 기쁨의 눈물을 경험하기는 처음이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대견스레 여겨졌다. 속속 일행이 정상을 밟는다. 한 명의 낙오도 없이 모두 올랐다. 그들이 고마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축하해 주고 격려했다. ‘미시령정상’ 이라는 푯말에서 기념촬영 하는 것으로 우리의 공식 라이딩은 마감 되었다. 함께 달려 준 화이트님, 송삼님, 야매님, 야간비행님, 산만님, 네발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시종 우리의 손발이 되어서 서포트 해 주신 끼리님, 주간비행님, 야매님 제수씨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즐거운 자전거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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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대단하시네요^^굿!!!
  • 대단하십니다.
  • 형? 글까지 잘 쓰시면 도대체 형은 안돼는게 뭐세요? ^^ 부럼만땅...
  •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 쪽지로 좀 주세요 ㅎㅎ
  • 제가 그래서 가급적 카본을 싫어합니다..
    뭐 잔차에 충격 안주고 잘타면 상관없지만..
    일단 카본결과 수직방향으로 충격이 오면 크랙이 나기 쉽거든요...
    돌 모서리에 찍히면 프렘에 크랙~~ 핸들바는 부딫히면 크랙...
    카본도 충분히 보강한것은 무게에 대한 메리트가 없습니다... 일반 알미늄합금이나 차이가 없죠..
    가격대비 성능은 역시 아모에바 핸들바죠.. 뽀대가 안나서 그렇지~~
  • 속초도전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속초는 당일 왕복 거리가 돼버렷네요..400키로..
    여자분들도 미시령 당일 왕복을 했으니.. 대단한 분들 많아요..

    이제는 땅끝마을 [해남] 450키로 당일에 도전 한번 해보시지요..
    엠티비 매니아에서는 속초왕복과 해남 당일 도착을 연례행사로 하고 있는데요..
    저도 60세때 엠티비로 목포[ 400키로] 20시간내에 완주했습니다..
  • 서울 부산 단번에 가는 사람들 보면 저거야말루 철인이요 -0-;;;
  • 정말 멋지시네요. 도전욕구가 생기네요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4
treky
2016.05.08 조회 673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1
hkg8548
2011.08.04 조회 7161
M=F/A
2011.06.13 조회 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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