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고약한 숙소주인 할아범에게 걸리다.
2003년 11월19일. 델리 식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칼의 자전거 뒷바퀴 튜브가 나가 버렸다.
펑크 난 튜브를 때우고 새로운 튜브를 사느라 여기저기 헤맸기 때문에 오전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이걸 해결하면 저 문제가 생기고, 또 이 문제를 해결하면 또 저 문제가 생기고,,, ,,,
언제나 그렇듯, 첫날의 출발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오전 느지감치 출발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날 주행거리가 92km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데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오늘 엉덩이가 고생 꽤나 한 것 같다. 인도에서는 처음 장거리 주행인데 생각보다는 도로 상태도 좋고 공기도 그리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볼거리들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인도에 왜 그리도 똥이 많은지 이제는 알겠다.
저 기저 왼쪽에 한 젊은 여인이 엉덩이를 다 드러낸 채 똥을 누고 있다.
저기 저 앞에 점잖은 신사 하나가 엉덩이를 까고 길가에 똥을 누고 있다.
얼마가지 않아서 오른쪽을 보니 아이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 똥을 누고 있다.
이 짧은 시간에 내가 길에다 똥 누는걸 본 것만도 3건인데, 이 많은 인구의 인도사람들이 그렇게 평생을 길에다 똥 누며 지내왔을 것을. 개똥, 소똥, 말똥, 닭똥, 염소, 나귀, 양 등 온갖 동물들의 똥에다가 사람 똥까지. 똥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똥 밟고 화를 내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히히, 아직은 한번도 밟지 않았어’ 혼자 생각하며 실없이 웃어본다.
얼마를 달렸을까, 한 여인이 길 옆에다가 뭔가를 말리고 있다.
'흙을 뭉쳐서 도넛처럼 동그랗게 말리는데, 저게 뭘까. 용도가 뭐지?‘
‘흙벽돌을 만드는 나? 아님, 진흙을 말리고 있나?’
누구하나 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짐작해 볼 뿐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불소시게로 쓸 소똥을 말리는 것이란다. 이렇게 인도의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차례, 화려한 사리를 입은 여인들이 맨손으로 소똥을 펴서 말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칼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빼고 있기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사진 한번 찍으려고 멈춰 섰다간 칼과 영아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져 버린다.
얼마를 달렸을까! 칼이 새 타이어를 구한다고 자전거를 멈추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들 영아에게로만 몰려간다. 일단 거리에 멈추어 서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건 순식간이다. 아무래도 남자인 국이 보다는 사람 좋아 보이는 영아가 더 만만한 모양이다. 어떤 꼬마 녀석은 영아의 손을 잡아볼 요량으로 악수를 청하며 장난을 걸기도 한다.
“새 타이어인데, 구멍이 세 개나 있어!” 타이어를 사러갔다 돌아온 칼이 하는 말이다.
여행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오늘 처음으로 야간주행을 했다.
오후 5시30분이 넘어서며 어슴푸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6시가 넘어선 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괜찮은 숙소를 찾지 못해 자전거 앞뒤로 라이트를 켜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끝없이 달려야 했다. 게다가 마침 지나는 지역이 포장도로이긴 했지만, 군데군데 도로의 꽤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있어 덜컹거림의 극치를 이룬다. 심지어는 도로 중간 중간이 폭격을 맞은 것처럼 움푹 페어 있는 곳도 적지 않아, 사고가 날까 걱정이다. 오히려 비포장보다도 못한 포장도로이다.
‘생각보다 위험한 걸’ 급할수록 돌아간다고.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더 천천히 달렸다.
가끔 한번씩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을 때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먼지 구덩이 속을 달리고 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다. 시계는 겨우 오후 7시30 분을 말하고 있는데, 거리의 풍경은 아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자정이 넘은 시각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물어물어 도착한 곳은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강가 강 옆 나루터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였다.
“오늘 이곳에서 인도 와서는 처음으로 속았다” 너무 어두웠고, 또한 길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는 우리가 찾고 있는 호텔 근처까지 왔을 거라는 판단 하에 마침 어둠 속에서 나타난 남자에게 다람살라 호텔을 물었는데, 이 녀석이 우릴 골탕 먹인 것이다.
다람살라(사원)에 붙어 있는 호텔을 묻자,바로 50미터도 안되는 곳에 있다며 우릴 데리고 간 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아주 으슥한) 공사 중인 숙소였다. 워낙 마을이 작은 곳이라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따라 들어갔는데, “젠장!” 나도 모르게 새 나오는 신음 같은 국이의 첫마디 였다.
영아랑 단 둘 뿐이었다면 결코 이곳에서 자겠다고 마음을 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무도 우리가 이곳에 들어 온지도 모르는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방안에 가구라고는 하나도 없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 후레쉬 불빛만으로 살펴 본 방은 더 끔찍해 보였다. 건물 안은 지붕 없이 하늘을 향해 뻥 뚫려있어, 숙소 건물의 윗부분과 하늘의 별들이 그냥 다 보인다.
“뭐 일인당 100루피씩 내라구?”
창고 같은 텅 비어 있는 방 하나에 100루피씩 내란다.
자전거 세대를 방안에 들여놓고, 나무침대 두개를 방에 더 들여놓자 방안에는 더 이상의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방값이 100루피 인데, 담요를 쓰려면 200루피를 더 내란다. 게다가 이 매부리코의 영감쟁이, 우리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아는지 배짱을 튕기며 이제는 아예 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했다.
"싫으면 말고, 싫으면 나가라고."
‘저 영감이 미쳤나? 왜 소리를 지르지? 왜 저러는 거야!”
“담요 필요 없어, 침낭에서 자면 돼” 고약한 할아범 같으니
꼭 돈만 아는 스크루지 생각이 났다.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다. 칼의 서바이벌 힌디가 큰 도움이 되었다)
‘당장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분위기를 봐서는 당연히 영수증은 못 받을 것 같고, 내일 아침에 딴 소리를 하면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나타난 영어를 하는 덩치 큰 인도사람을 증인으로 세운 후, 그 자리에서 100루피를 지불했다.
‘어쩌겠어! 아쉬운 건 우린데. 아니면 들여놓은 침대 다시 밖으로 내 놓고 나가라고 하는데 어쩌겠어.‘ 어쨌든, 짐과 자전거를 방에다 넣어 놓은 후 우린 주린 배를 채우러 밖으로 나왔다.
“우와 우와, 우와 우와”
본격적으로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는데 이러한 광경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희미하고 은은한, 어슴푸레한 조명아래 그 모습을 드러낸 수백 년전에나 있었을 법한 마을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실크로드를 오가는 대상()들이 오고가는, 대상들이 쉬어갈 법한 그런 마을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움푹 팬 눈에 커다란 코, 길게 자란 턱수염. 그리고 대부분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큰 키의 사람들이 식당과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아무리 인도라 한들,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풍경이 아니었다.
조명이 부족하고 거리가 깜깜했기에, 길을 걷는 우리의 모습을 보지 못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웬걸 그게 아닌가 보다. 거리를 걷는 내내 우린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아마도 우리가 어디선가 비춰오는 조명을 정면으로 받으며 길을 걸었던 것 같다. 외국인 이라고는 절대로 오지 않을 만한 외진 시골의 시골 장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이방인들. 이곳에 모인 현지인들의 시선을 받기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 낯선 이방인들을 지분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호기심과 호감어린 눈빛으로 눈인사를 주고받을 따름이다. 도시의 사람들과는 다른, 수줍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얼마쯤 걸었을까?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소 한마리가 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누구도 소가 길을 비켜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 소를 피해 가고 어떤 사람은 소를 향해 경의를 표하며 지나간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호텔 같지 않은 호텔로 돌아오는 길. 우리가 찾던 진짜 다람살라를 발견했다. 칼이 슬쩍 들어가서 방값을 물어 보는데, 방 하나에 25루피란다.
‘할 수 없지 버스는 이미 떠났으니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전기도 없는 그 컴컴한 골방으로 들어가려니 괜히 이놈의 못된 영감이 더 미워 보인다.
이렇게 희미하게 이 밤을 밝히던 후레쉬 불빛은 서서히 꺼져간다.
각자가 뒤척일 때마다 내던, 침낭의 부스럭거림도 서서히 사라져 간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느라 땀에 찌든 찝찝한 몸의 불쾌함도 서서히 사라져 간다.
오른쪽이 못된 숙소 주인 할아버지.
다음날 아침, 햇빛조명 때문에 사진이 허옇게 나왔네요. ㅎㅎ
인도/네팔 자전거 여행 관련 질문이 있으신 분은, 질문 주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2003년 11월19일. 델리 식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칼의 자전거 뒷바퀴 튜브가 나가 버렸다.
펑크 난 튜브를 때우고 새로운 튜브를 사느라 여기저기 헤맸기 때문에 오전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이걸 해결하면 저 문제가 생기고, 또 이 문제를 해결하면 또 저 문제가 생기고,,, ,,,
언제나 그렇듯, 첫날의 출발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오전 느지감치 출발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날 주행거리가 92km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데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오늘 엉덩이가 고생 꽤나 한 것 같다. 인도에서는 처음 장거리 주행인데 생각보다는 도로 상태도 좋고 공기도 그리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볼거리들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인도에 왜 그리도 똥이 많은지 이제는 알겠다.
저 기저 왼쪽에 한 젊은 여인이 엉덩이를 다 드러낸 채 똥을 누고 있다.
저기 저 앞에 점잖은 신사 하나가 엉덩이를 까고 길가에 똥을 누고 있다.
얼마가지 않아서 오른쪽을 보니 아이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 똥을 누고 있다.
이 짧은 시간에 내가 길에다 똥 누는걸 본 것만도 3건인데, 이 많은 인구의 인도사람들이 그렇게 평생을 길에다 똥 누며 지내왔을 것을. 개똥, 소똥, 말똥, 닭똥, 염소, 나귀, 양 등 온갖 동물들의 똥에다가 사람 똥까지. 똥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똥 밟고 화를 내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히히, 아직은 한번도 밟지 않았어’ 혼자 생각하며 실없이 웃어본다.
얼마를 달렸을까, 한 여인이 길 옆에다가 뭔가를 말리고 있다.
'흙을 뭉쳐서 도넛처럼 동그랗게 말리는데, 저게 뭘까. 용도가 뭐지?‘
‘흙벽돌을 만드는 나? 아님, 진흙을 말리고 있나?’
누구하나 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짐작해 볼 뿐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불소시게로 쓸 소똥을 말리는 것이란다. 이렇게 인도의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차례, 화려한 사리를 입은 여인들이 맨손으로 소똥을 펴서 말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칼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빼고 있기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사진 한번 찍으려고 멈춰 섰다간 칼과 영아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져 버린다.
얼마를 달렸을까! 칼이 새 타이어를 구한다고 자전거를 멈추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들 영아에게로만 몰려간다. 일단 거리에 멈추어 서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건 순식간이다. 아무래도 남자인 국이 보다는 사람 좋아 보이는 영아가 더 만만한 모양이다. 어떤 꼬마 녀석은 영아의 손을 잡아볼 요량으로 악수를 청하며 장난을 걸기도 한다.
“새 타이어인데, 구멍이 세 개나 있어!” 타이어를 사러갔다 돌아온 칼이 하는 말이다.
여행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오늘 처음으로 야간주행을 했다.
오후 5시30분이 넘어서며 어슴푸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6시가 넘어선 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괜찮은 숙소를 찾지 못해 자전거 앞뒤로 라이트를 켜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끝없이 달려야 했다. 게다가 마침 지나는 지역이 포장도로이긴 했지만, 군데군데 도로의 꽤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있어 덜컹거림의 극치를 이룬다. 심지어는 도로 중간 중간이 폭격을 맞은 것처럼 움푹 페어 있는 곳도 적지 않아, 사고가 날까 걱정이다. 오히려 비포장보다도 못한 포장도로이다.
‘생각보다 위험한 걸’ 급할수록 돌아간다고.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더 천천히 달렸다.
가끔 한번씩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을 때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먼지 구덩이 속을 달리고 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다. 시계는 겨우 오후 7시30 분을 말하고 있는데, 거리의 풍경은 아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자정이 넘은 시각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물어물어 도착한 곳은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강가 강 옆 나루터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였다.
“오늘 이곳에서 인도 와서는 처음으로 속았다” 너무 어두웠고, 또한 길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는 우리가 찾고 있는 호텔 근처까지 왔을 거라는 판단 하에 마침 어둠 속에서 나타난 남자에게 다람살라 호텔을 물었는데, 이 녀석이 우릴 골탕 먹인 것이다.
다람살라(사원)에 붙어 있는 호텔을 묻자,바로 50미터도 안되는 곳에 있다며 우릴 데리고 간 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아주 으슥한) 공사 중인 숙소였다. 워낙 마을이 작은 곳이라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따라 들어갔는데, “젠장!” 나도 모르게 새 나오는 신음 같은 국이의 첫마디 였다.
영아랑 단 둘 뿐이었다면 결코 이곳에서 자겠다고 마음을 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무도 우리가 이곳에 들어 온지도 모르는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방안에 가구라고는 하나도 없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 후레쉬 불빛만으로 살펴 본 방은 더 끔찍해 보였다. 건물 안은 지붕 없이 하늘을 향해 뻥 뚫려있어, 숙소 건물의 윗부분과 하늘의 별들이 그냥 다 보인다.
“뭐 일인당 100루피씩 내라구?”
창고 같은 텅 비어 있는 방 하나에 100루피씩 내란다.
자전거 세대를 방안에 들여놓고, 나무침대 두개를 방에 더 들여놓자 방안에는 더 이상의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방값이 100루피 인데, 담요를 쓰려면 200루피를 더 내란다. 게다가 이 매부리코의 영감쟁이, 우리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아는지 배짱을 튕기며 이제는 아예 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했다.
"싫으면 말고, 싫으면 나가라고."
‘저 영감이 미쳤나? 왜 소리를 지르지? 왜 저러는 거야!”
“담요 필요 없어, 침낭에서 자면 돼” 고약한 할아범 같으니
꼭 돈만 아는 스크루지 생각이 났다.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다. 칼의 서바이벌 힌디가 큰 도움이 되었다)
‘당장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분위기를 봐서는 당연히 영수증은 못 받을 것 같고, 내일 아침에 딴 소리를 하면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나타난 영어를 하는 덩치 큰 인도사람을 증인으로 세운 후, 그 자리에서 100루피를 지불했다.
‘어쩌겠어! 아쉬운 건 우린데. 아니면 들여놓은 침대 다시 밖으로 내 놓고 나가라고 하는데 어쩌겠어.‘ 어쨌든, 짐과 자전거를 방에다 넣어 놓은 후 우린 주린 배를 채우러 밖으로 나왔다.
“우와 우와, 우와 우와”
본격적으로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는데 이러한 광경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희미하고 은은한, 어슴푸레한 조명아래 그 모습을 드러낸 수백 년전에나 있었을 법한 마을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실크로드를 오가는 대상()들이 오고가는, 대상들이 쉬어갈 법한 그런 마을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움푹 팬 눈에 커다란 코, 길게 자란 턱수염. 그리고 대부분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큰 키의 사람들이 식당과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아무리 인도라 한들,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풍경이 아니었다.
조명이 부족하고 거리가 깜깜했기에, 길을 걷는 우리의 모습을 보지 못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웬걸 그게 아닌가 보다. 거리를 걷는 내내 우린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아마도 우리가 어디선가 비춰오는 조명을 정면으로 받으며 길을 걸었던 것 같다. 외국인 이라고는 절대로 오지 않을 만한 외진 시골의 시골 장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이방인들. 이곳에 모인 현지인들의 시선을 받기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 낯선 이방인들을 지분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호기심과 호감어린 눈빛으로 눈인사를 주고받을 따름이다. 도시의 사람들과는 다른, 수줍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얼마쯤 걸었을까?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소 한마리가 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누구도 소가 길을 비켜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 소를 피해 가고 어떤 사람은 소를 향해 경의를 표하며 지나간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호텔 같지 않은 호텔로 돌아오는 길. 우리가 찾던 진짜 다람살라를 발견했다. 칼이 슬쩍 들어가서 방값을 물어 보는데, 방 하나에 25루피란다.
‘할 수 없지 버스는 이미 떠났으니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전기도 없는 그 컴컴한 골방으로 들어가려니 괜히 이놈의 못된 영감이 더 미워 보인다.
이렇게 희미하게 이 밤을 밝히던 후레쉬 불빛은 서서히 꺼져간다.
각자가 뒤척일 때마다 내던, 침낭의 부스럭거림도 서서히 사라져 간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느라 땀에 찌든 찝찝한 몸의 불쾌함도 서서히 사라져 간다.
오른쪽이 못된 숙소 주인 할아버지.
다음날 아침, 햇빛조명 때문에 사진이 허옇게 나왔네요. ㅎㅎ
인도/네팔 자전거 여행 관련 질문이 있으신 분은, 질문 주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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