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진 왼쪽부터. 곽성한.제갈호.강동관.방준호. 아래왼쪽 석우영.김민규)
속초에서 대구까지 만하루만에 내려와보자~ 라는 다소 엉뚱하고
무모한 상상력이 동원된 라이딩은 그렇게 얼떨결에 결정되어 졌습니다.
물론 평소 곽성한이 마음에 꿈꿔오던 라이딩이기도 했습니다만...
당초엔 김민규,곽성한 두사람만의 라이딩 도전이었습니다.
술자리에서 그얘기를 전해들은 석우영의 해보고싶다는 호기심어린 제안에
얼떨결에 저까지 합류돼서 네사람이 되고 그시간에 사무실에서 일하던
제갈호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당연 합류돼는걸로해서 다섯이 되었습니다.
어떤이는 가봤었던 그길을
어떤이는 갈 엄두도 내지못하는 그길을
또 어떤이는 갈 수 있지만 가지않는 그길을
그렇게 가자고 했습니다.
의미 따위는 우리에게 필요치않았죠.
그냥 가서 타고 내려오면 그것자체가 개개인에게 의미일뿐...
해내겠냐?! 란 의구심과 두려움, 기대감이 동시에 휘감겼습니다.
과연 난 낙오되지않고 해낼 수 있을까?
어디까지 내려올 수 있을까? 내 체력은 어디까지일까?
엉덩이는 짖무르거나 몸이 탈나지나 않을까?!
두려움이 잠까지 설치게 만듭니다.
이제겨우 일주일 남았는데...
11월 11일 오후부터 파라샵에 모여 부산하게 장비꾸리고
준비물 챙기고 바쁩니다.
출발점인 동대구 I.C 입구 파라회원 김태훈이 운영하는 "연평도해물탕"
으로 이동해서 해물탕에 쏘주한잔 곁들이며 출발의 불안감을
들뜬기분으로 해소해 봅니다.
그순간 출발예정에도 없던 강동관이 갑작스레 합류합니다.
어영부영 팀은 6명이 되었습니다.
여섯은 든든한 속을안고 동부정류장으로 설렁설렁 자전거이동 합니다.
밤12시에 속초행 우등버스가 동부정류장에서 매일 출발합니다.
편도 32,600원짜리 28인승 특급우등버스.
우리도 그 버스를 타고갑니다. 도착예정은 새벽6시 30분 (속초 물치).
7번국도를 달리는 버스는 곱게 가만히 가주질 않습니다.
급격한 회전에 머리가 흔들려대서 잠을 청할 수 없습니다.
춥다가 덥다가 히터조작도 맘처럼 되지않습니다.
"이런상태라면 컨디션조절이..."
올라가는 버스에서 느낀건 예상보다 길이 험하며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많다~란것. 결국 돌아올땐 오르막이 첩첩이란 얘기..
예정보다 늦은시간에야 물치에 도착합니다.
남들은 해돋이구경에 삼삼오오 몰려드는데, 우린 서둘러 연장챙겨 출발합니다.
새벽 7시 물치 출발!
생각했던것보다 추운날씨와 강한 바다 맞바람이 출발부터 괴롭힙니다.
예상보다 강릉,동해,삼척 구간의 언덕도 심합니다.
차로 다닐때완 사뭇 다른 표정들입니다. 평지로 느껴졌었는데...
큰일입니다.
그래도 비교적 좋은팀웍의 힘찬걸음으로 50km 지점까지 주저없이 이동합니다.
라이딩타임 1시간48분. 평속 27km 에 약간 못미치는 속도입니다.
전원이 로드타이어를 장비했음에도 맞바람과 추위는 속도를 떨굽니다.
식사후 다시 힘을내어 전진합니다.
100 km 지점에 닿을때즈음 석우영이 무릎통증을 호소합니다.
결국 삼척에서 버스편으로 영덕까지 먼저 이동하기로 합니다.
속으론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쩝...
삼척부터는 다섯명이 되었습니다. 전열을 가다듬습니다.
그런데 전혀 상상밖의 힘겨움이 우릴 막아섭니다.
삼척-울진 구간은 도무지 쉽게 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가도 가도 끊임없는 고갯길...쭉뻗은 직선업힐이라 곱절 힘듭니다.
과연 이정도로 힘든 코스였나? 싶습니다.
땅만 쳐다보고 지리하게 걸음질한 후에야 강원도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휴~~ 꽤나 지쳐갑니다.
울진 못미친 덕구온천 입구 '부구' 에서 중식.
여기가 184 km 지점입니다. 오후 네시쯤인가?! 몸도 마음도 가물가물 합니다.
순두부찌개에 배불러 식당바닥에 그대로 한숨 청합니다. 갈길바쁜데...
식당아주머니 우릴 배려해 줍니다.
30분정도의 짧지만 행복한 잠에 재충전 됩니다.
울진도 접어들기전에 해가 져뭅니다.
이제부턴 어둠까지 한몫 거들어 저항합니다.
배터리걱정에 선두로테이션만 라이트를 켭니다.
여러대가 모여가니 깜빡이는 제대로 구실합니다.
부구에서 급조한 회복제(?)덕분에 여럿이 설사를 만납니다.
피곤에 좋답시고 우유에 설탕을 타서 마셨더니 그게 화근입니다.
이런때엔 먹는것도 신경써야겠습니다.
저녁때를 놓쳐버려 모두들 허기진 상태입니다.
시장기가 돌기전 식사를 마쳐야 한다는 교훈을 사서 얻습니다.
이미 배고파지면 페달링은 고사하고 눈도 보이질않으니....
허기진다는건... 너무 심한 고통입니다.
한참동안 어둠속을 달렸을까?!
평해에 들어가기 직전서부터 난대없는 빗방울이 뿌려댑니다.
순간 비맞은 개미때처럼 모두들 당황합니다.
예보에도 없던 갑작스런 비때문에 모든 상황이 달라집니다.
비오는 상황은 전혀 염두에 두질못했는데...
대구에서 기다리던 팀원들이 전화옵니다. 어떡하겠냐고...
집에서들 전화오고 난리입니다.
강행이냐 중단이냐 결정해야합니다.
팀원중 형으로서 아쉬운 중단을 결정합니다.
곽성한이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자신도 물론 엄청나게 아쉽지만 비에 젖어가면서까지 강행할 의지는 없습니다.
이유도 없습니다. 곽성한을 제외한 우리넷은 중단하기로 합니다.
조금의 비에도 젖기 싫지만 일단 대구에서 클럽 회원들이 차끌고 오기로한
영덕까지는 어떻게든 이동하기로 합니다.
비 때문에 그 먼길을 새벽녁에 와준답니다.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마음이 굳어버려서인지 몸이 굳어서인지 한층 더 힘겹습니다.
타이어에서 물방울들이 튀겨 얼굴을 때립니다.
젖은 장갑,젖은슈즈속 손끝 발끝이 시려옵니다.
과연 이렇게 영덕까지도 가야하나?! 신경질까지 납니다.
뒤쳐진 팀원을 뒤로하고 혼자서 짜증스런 선두를 지킵니다.
아차` 하는순간 갓길을 걸어오시던 아주머니와 부디칩니다.
다행히 아주머니와 나 둘다 아스팔트가 아닌 풀밭더미로 떨어집니다.
아주머니는 괜찮다 라며 되려 걱정해주십니다.
넘어질때 충격으로 어깨가 쑤셔옵니다.
짜증이 폭발할 지경입니다.
모두들 젖은상태의 라이딩은 힘겨운듯 합니다.
상당히 스피드가 떨어져있는 상황이지만 의외로 팀원중 제갈호와 난
출발때의 스피드에 근접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우리 스스로 대견해 합니다. 서로 위안합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완주가 가능하지만 아쉬워도 여기서 접자"
"밤 9시 35분. 우리 라이딩은 260 km 로 마감하자"
"뒤쳐진 동생들이 걱정이다" 라면서...
동생들은 우리둘이 영덕도착후 15분여가 흐른뒤에 도착할 정도의
페이스저하를 보이기에 선택의 여지는 더이상 없습니다.
시계가 밤 9시 50분을 향하고 있습니다.
돼지국밥 한그릇으로 배를 채웁니다.
혼자서 마무리 하겠다는 곽성한은 먹는둥 마는둥 허겁지겁 뛰쳐나갑니다.
밤 10시 30분이 조금덜된 시각입니다.
혼자 간답니다.
내버려두자...막을 수도 없고 동행할 수도 없다.
순간 무모한강행을 원하는 곽성한이 밉기까지 합니다.
무슨이유로 끝까지 갈려는건지...
여러사람 생각지 못하는 이기적인 처사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인간은 그만두자는 내가 미울겁니다. 아주..
영덕까지 버스로 이동한 석우영은 혼자서 대구를 향해가다 지쳐있답니다.
고맙게도 대구에서 팀원들이 밤늦게 차를가지고 영덕까지 와 줍니다.
길에서 혼자 세시간을 보낸 석우영이 그차를타고 영덕으로 다시 올라옵니다.
곽성한을 혼자보낸뒤 국밥집에 지쳐 잠들었다 깨어나보니 피로와 한기가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격렬한 운동후 무작정 쓰려져있으면 나쁘다 라는게
이해갑니다.
추위에 덜덜 떨다보니 차안에서 바로지쳐 잠듭니다.
집에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조차 없을정도의 피곤함입니다.
방준호,제갈호,석우영,강동관,김민규의 260 km 라이딩 끝이 됩니다.
하지만 곽성한은 계속 달립니다. 그시간에 혼자서...
...................................................
그렇게 혼자 130 km 를 더 달려 새벽3시가 조금넘어 동대구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제갈호는 그 시간에 집에서 자다말고 다시 나가서 영천부터 에스코트 해줬다고
합니다. 암튼 제갈호도 체력 대단한넘 입니다.
혼자 추위와 맞바람과 빗방울과 부데끼며 전진해 갔을걸 생각하니 미움은 없어져버리고 걱정만 남습니다.
12일 07시 출발 - 13일 03시 20분 도착.
결국 20시간 20분 만에 속초-대구 구간 390 km 대장정을 혼자서
매듭지어 버렸습니다. 대단한 넘 입니다.
만 하루만에 속초에서 대구까지 와보자 라는말을 실행해 버렸습니다.
고집스럽고 말이 통하지않는 이상한 넘 입니다.
아주 이해할 수 없는 별난넘이죠.
완주를 축하해 주고싶지도 않습니다.
한명이라도 완주해 주었으니 고생했고 고맙다란 생각도 없습니다.
같이 죽자고 덤비는넘...밉기만 합니다.
"그래 뭔짓인지 모르지만 너혼자 수고했다" 라고...
우린 아쉽지도 모자르지도 허전하지도 않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더이상도 더이하도 원할것없는 라이딩을 했습니다.
그냥 스스로의 능력들을 발견하게 되었을뿐 그이상도 그아하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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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이렇게 Tour de 동해 의 후기를 쓰게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쓰지않으리라 했었지만 이렇게 뭐...써내려가게됩니다.
힘겨운 Tour de 동해 의 악몽(?) 다음날인 11월 14일 아침일찍
제 가족과함께 우리가 페달링해 내려온 그길을 다시 갈일이 우연히 생겨
고스란히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동대구 - 속초(물치) 까지는 Trip 390 km 가 찍히더군요.
자동차로 쉬지않고 달려가도 5시간이 넘어서는 놀라울 거리..
거슬러 되짚어 올라가며 곽성한이 혼자서 지나간 길을 봤습니다.
금호들판길
안강재
위덕대 지나는 언덕길
강구와 평해를 넘어서는 지리한 길들...
그길을 지혼자 불밝히며 갔었구나
젖은양말,젖은장갑,얼굴에 튀는 물방울들
인적없는 국도변 과속차량들 옆으로 그렇게 갔었겠구나
그 생각에 어찌나 눈물이 날려는지...
여럿이 같이가도 험한길을 혼자서 갔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갑자기 혼자보냈던게 후회되기도하고...
가지말라고 더 막아주지 못했던게 원망스럽기도하고...
이글을 적어내려가는 이순간에도 다시 마음이 찡해옵니다.
나중에 들은얘기지만 돈이 떨어져 배고파도 밥 사먹을 수 도
없었답니다.(물론 우리도 돈이 떨어진 상태였었죠)
양갱 다섯개와 사탕몇알, 동전몇개가 전부였다네요.
휴계소에서 동전으로 커피를 세잔뽑아 연거푸 들이마셨다는 얘기에
정말 엄청 울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배고픔이 포기를 불러올만도 했을텐데 끝까지 무식하게
달렸을 그넘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넘을 달리게 했을까요?!
같이 2/3 를 달리고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넘은 참 이상한넘 입니다.
결국 이 글을 그 이상한넘 때문에 쓰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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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이딩에서 느낀것 몇가지는 있습니다.
차타고 갈때 느껴지는 길과는 아주 아주 다르다! 라는것과
계절을 잘 선택해야 좀 더 원활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란것.
그리고, 배고프기 전에 미리 미리 충분한 식사를 할것.
비상식으로 양갱,초코바 등의 단것 보다는 빵,떡 등을 선택할것.
휴식주기는 가능한 짧게잡고 되도록 짧게쉴것.
상황에 맞출옷을 충분히 준비할것.
사전에 운동을 열씸히 해둘것.
그중에 가장 중요한것은..
섣불리 하루 400 km 타지는 말것!
7번국도 다시는 타지말것!
누가 간다면 가급적 말릴것!
(의외로 엉덩이는 말짱하네요?! ^^)
출발때부터 마음써준 연평도해물탕 김태훈님.
새벽녂 영덕까지 차몰고 와준 최상해님,이재성님,김형수님.
같이 죽을고생했던 제갈호님,강동관님.곽성한님,김민규님,석우영님.
격려해주신 대구 파라마운트 MTB팀 전체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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