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말바와 함께한 허접 페토야의 3차 속초 투어기

페토야2005.06.01 15:21조회 수 1277추천 수 1댓글 9

    • 글자 크기


속초는 인간과 잔차가 조화되어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 임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속초 투어를 계획하고 또 마음이 설랜다. 이번에 가면 3번째다.

지금까지 45년 동안의 인생을 보면 너무 평범하게 살아왔다. 잔차에 몸을 실고 속초로 가다 보면 길 자체가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적당한 업힐과 평평하게 쭉 뻗은 도로, 힘들고 지칠 때 넘어가는 미시령, 그리고 달콤한 휴식과 환희.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보면 약간의 오르막과 평탄함만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리 속초 투어에 집착할까? 속초로 가면서 내 인생을 반성하고 싶다. 그리고 40대 중년으로써 아내와 자식에게 나의 건강을 보여 주고 싶다. 술과 일에 쪄들어 살지만은 난 이렇게 건강하다라고. 물질적으로 많이 못해주지만 정신적으로나마 안심시켜 주기 위해, 또 이완되고 태만해 지는 나의 나태한 생활을 다시 한번 조여주기 위해. 나만의 핑개 일까?
뭔가를 극복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성취감과 환희를 가져다 주고 새로운 마음 자세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하여간 말바 주체로 작년에 속초 투어를 갔다가 오면서 마음 속으로 일년에 2번정도는 속초를 갔다와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번까지는 성공이다. 작년 봄엔 말바와 가을에는 지금 소속되어 있는 끌바와 이번에 다시 말바 팀과 완주했다.



잠실 선착장에서 출발(am 4:40)

동반자.

출발은 다른 팀과 다를 바 없이 새벽 잠실 선착장에서부터 시작한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전사들이 도착한다. 그리고 서울남자님의 친구 분이신 김영종님은 양평으로 나가는 팔당 터널을 지나 합류하기로 했다.
“Go 속초로”
번장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EF님과 일 때문에 팔당 터널까지만 배웅하신 퀵 실버님(저녁 때 속초에서 합류하기로 함)의 차량 지원으로…
항상 그렇듯이 하남을 지나 팔당 터널 입구까지의 코스는 왠지모르게 약간 지겹다. 무척이나 많이 다녀본 길이지만 왜 그럴까. 나만 그럴까?
팔당 터널을 지나면서 예기치 않았던 동반자가 팀에 동승한다. 김영종님이야 예고된 일이지만 새로운 전사 토이님이 합류한다. 혼자 속초를 간다고 한다. 그 먼 길의 고단 함을 홀로 이기려고. 투어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경이롭다. 물론 어떻하든 목적지까지야 가겠지만 그 외로움을 어떻게 이길꼬. 속초는 자신과 싸움이기도 하지만 외로움과 싸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통 팀을 짜서 투어를 계획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생에는 항상 새로운 동반자가 있기 마련이다. 합류!!!

가리산은 다음 기회로…

속초 투어가 계획되어 있어 소속된 동우회 끌바에 요즘 참석 못했지만 속초 투어를 한다고 하니 격려들을 많이 해 주셨다. 끌바도 그 날 가리산 투어가 있는 날이다. 혹시 라이딩 중 양평을 지나 홍천쪽으로 가는 도로 중간 쯤에서 만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예정된 시간 보다 늦게 출발해서 만나는 시점을 놓쳤다. 아침 식사(양평 장터국밥)를 하고 담배하나 물고 있을 때 끌바 회원들을 실은 차가 지나 가는게 보인다. 조금만 일찍 밥을 먹고 나왔으면 만날 수 있었는데. 끌바 팀의 가리산 라이딩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해 본다.
전화로 대신 아쉬움을 달래고 또 출발.

갈등과 조심



중단 없는 전진

보통 속초 투어 중에 홍천까지는 설레임으로 가는 것 같다. 내 경우 그 설레임은 화로구이 집을 지나 삼거리에서 신 도로로 쪽으로 빠져 나가면서 갈등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목적지의 반 정도를 왔다는 성취감(속초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함)과 반을 언제 가야하나 하는 절망감이 교차한다. 백두산 휴게소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페달질을 계속한다.
상념에 빠진다. 내가 속초를 또 왜 갈까? 집에서 가장으로서의 점수는 몇점일까?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했으면? 사업 방향을 이렇게 끌고 갈까? 이렇게 자신만의 물음과 답변을 하다보니 백두산 휴게소 푯말이 보이 길 시작한다.
신남과 인제까지는 조심의 연속이다. 2차선 도로에다 도로 공사까지. 조금만 다른 곳에 눈을 팔면…자동차 매연을 맡으면서 아슬아슬하게 페달링을 한다. 도로가 완공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구간은 속초 라이딩시 첫번째 만나는 장애물인 것 같다. 좁은 길과 자동차, 적당한 언덕(진닛 고개라 하나…)등 아슬아슬 함을 맛 볼 수 있는 구간이면서 고통과 힘듬이 조금씩 밀려오는 구간이라 생각한다. 고개 언덕 위에 남근목들이 있는 휴게소에서 숨만 돌리고 인제대교까지 나와의 싸움을 계속한다.

똥꼬의 아픔

인제대교 초입에 있는 휴게소에서 휴식을 하면서 거의 다왔다는 안도감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숨을 돌린다. 인제대교를 지나면서 슬슬 똥꼬가 아프길 시작한다. 라이딩 후 들은 애기지만 대부분의 전사들이 이 지점부터 아팠다고 한다. 작년 가을 투어 때는 괜찮았는데.
이 구간부터는 강한 맞 바람, 지루함, 미시령이란 커다란 장애물을 앞둔 시점이기에 힘의 소모를 막고 아픈 똥꼬를 위해 “3번 페달링에 엉덩이 한번 들기”를 한다. 20Km/h 정도의 평속으로 가면서 엉덩이를 한번씩 들어 주니 진한 똥꼬의 아품이 덜해 진다. 엉덩이를 수백번도 더든 것 같다. 뒤에서 보면 얼마나 웃겼을까. 왜 조물주께서는 남자의 전립선을 옆구리에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ㅋㅋㅋ
얼마나 바람이 부는지 인공 폭포 물 줄기가 미시령 입구 삼거리에 있는 다리까지 샤워기처럼 물을 쏟고 있다. 완주한 마라토너들을 위한 휘니쉬 라인의 샤워부스 처럼. 춥다.

진한 아쉬움과 환희


미시령 업힐

미시령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하고 드디어 업힐(7Km)을 시작한다. 터널 공사하는 구간까지 4Km는 무리없이 잘 올랐다. 정상까지 3Km라는 푯말부터는 경사가 심해지기에 변속을 하기 시작한다. 2/5으로 올라오다가 1/6으로 낮춘다. 출발부터 드레일러에 문제가 있어 예상은 했지만 그 아쉬움이 어마어마하게 나에게 다가 올 줄 몰랐다. 소프라켓과 체인을 바꾼지가 얼마 안돼 정비를 안했던 것이다. 1/6으로 변속하니 “드르럭 드르럭” 소리를 내면서 체인이 5에서 6으로 왔다갔다 한다. 그래도 안정된 변속 구간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수십 미터를 올라간다. 다리의 뻐근함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 1/3까지 내렸다. 안정적이다. 가끔 4로 튀기도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다. 좀 더 편안하게 올라가고자 1/1과 1/2로 변속을 시도하지만 드레일러에서 소리만 더 요란할 뿐 잔차가 쓰러질 것 같다. 다시 1/3으로 재변속. 조금씩 잔차가 움직인다. 물론 고수들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른지만 낮은 변속을 포기하고 1/3으로 계속 올라오다 보니 1/1과 1/2가 얼마나 그리운지. 내가 살아온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절박한 아쉬움들이…
발을 땅에 내리면 반칙이라는 생각 때문에 계속 드르럭 거리는 변속기로 페달링을 한다. 물론 1/1이나 1/2로 업힐을 해도 힘들겠지만 있으면서도 못하는 그 아쉬움과 절박함은…(나중에 #에 가서 알았지만 변속기 케이블 장력 조절해 주는 나사를 앞으로 반바퀴 돌려 주니까 해결되어 무척이나 허탈했슴)

드디어 미시령을 알리는 LG주유소 간판이 보인다. 이 지점부터는 다왔다는 승리감에 도치되어 페달질에 힘이 실린다. 고통과 환희가 바뀌는 순간이다.

나를 포함한 선두로 미시령을 정복한 몇몇 라이더들과 함께 힘들었던 과정들을 애기하면서 각종 세레모니를 한다.

전사 12명 모두가 미시령을 정복한 후 달콤한 휴식이 있는 콘도를 향해 가벼운 마음으로 긴 다운힐을 시작한다.

휘리릭~

속초 투어후기를 미려한 단어없이 내 느낌만 간단하게 적어본다.

미시령에서 누구나 다하는 세레모니(배꼽이 압권이네!)

선두 조만의 세레모니

12명이 전사들

12명의 전사(존칭 생략) : 락헤드, 서울남자, 김영종, 이슬, 페토야(본인), 땀뻘뻘, 마이클, tera, pluszone, 파전, 사계절, 야마돌
동반자                 : 토이

계획된 투어는 아니었지만 저희와 같이 동반자로서 속초 투어를 완성시킨 토이님과 허접한 글을 읽어주신 잔차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투어를 계획하고 물심양면 도와주신 말바짱이신 퀵실버님, 무릎이 성치않은데도 차량 지원조를 하신 EF님, 12인의 전사를 위해 왈바 팀차를 지원해 주신 Bikeholic님, 아낌없이 허접 페토야를 성원해 주신 끌바 회원님들 그리고 속초 입문 동기인 hansap님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9
  • 잘 읽었습니다.
    마일드바이크를 잊어버리지 않고 애정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밝은 페토야님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자주 뵐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뒷풀이때 또 뵙겠습니다.
  • 잼있게 읽었습니다
    아직도 아프신가요^^
    넘 잼있게 타시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담에 한번 더가죠^^
    이번 토요일 저는 또 속초갑니다~~~~~~~~~~
  • HTML 사용에 오류가 있었더군요. 제가 임의대로 수정하여 사진이 보이도록 수정하였습니다.
  • 후기 잘 읽었습니다...^^
    좋으신 분들과 함께해서 더욱더 뜻 깊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아~~~ 또가고 싶어서 ...저도 또 갑니다....ㅎㅎㅎ
  • 후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난 이렇게 건강하다라는 정신적인 안심을 드린다는 대목에 많은 동감을 하였습니다.
    저도 내 심장은..내 다리는 튼튼하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이번 여름에 다시 한번 오를 예정입니다. ^^
    항상 건강하세요..

  • 페토야글쓴이
    2005.6.2 10:00 댓글추천 0비추천 0
    Bikeholic님! 사진 올려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팀차도 지원에 주시고 이런 것까지 신경써 주시니... ^^************
    잔차 타시는 분들 좋은 사람들만 있나봐요.
  • 잘 보고 갑니다...
    한참 큰 형님(? ^^)들이신데 열심히 타시는 거 보면서
    많이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거....!! 그거 하나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
  • 페토야님도 이거이... 숙제였나요? ㅋㅋㅋ
    잘 읽고 갑니다. 뒷풀이때 뵙겠습니다~
  • 장하다 친구~~~ 훌륭하다 친구~~~ 내년에 다시 감새 *^^*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1
treky
2016.05.08 조회 681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8
hkg8548
2011.08.04 조회 7170
M=F/A
2011.06.13 조회 672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85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