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함은 잠깐! 곧 앞에 트럭이 눈에 들어온다. 기사아저씨와 디지알님은 보이고 그리고
나머지 식구들은 없다. 의리 없는 것들 먼저 가다니! 기사 아저씨는 페인트박님 조카들을
태우고 내려가라고 했다. 나와 한삽 그리고 디지알님도 내려가기로 한다. 디지알님이
먼저 내려가신다. 그런데 입구에서 약간 주춤거리신다.
가까이 가 본다.
그리고 일행이 사라진 길을 쳐다본다. 가파르다. 디지알님이 끌고 내려가신다.
항상 시작은 자신감이 충만하다. 또 호기있게 한삽에게 “먼저간다. 넌 끌고와!”라고
얘기하고 디지알님의 뒤를 따른다. 그런데 첫 내리막 바로 전에 약간의 골이 있다.
거기에 커다란(?) 돌이 있었는데 거기에 앞바퀴가 걸려 하마터면 첫 내리막부터
해병대 제트 코스에서 일어났던 짓을 재현 할 뻔했다. 조심해야 겠다. 갑자기 자신감을 잃고
끌기 시작했다. 영웅 한삽이 보는 앞에서 이게 뭔 짓인가! 쪽 팔렸다. 같이 끌었다.
전부 다 끈건 아니다. 중간에 조금 아주 조금 타보고 끌었다. 이유는 이렇다. 일단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무주 싱글코스 같다. 흙도 같은 거다. 거기에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핸들바가 간신히 통과하는 곳이 대부분이거나 심지어 통과가 불가한 곳도 여럿 있다.
아마도 붉은색 페인트를 나무에 칠해서 길 안내만 해놨지 라이딩이 가능하도록 작업하진
않은 모양이다. 하긴 노바님과 몇몇 지인들이 주말에 나와서 하시는 일인데 이정도면
황송 아닌가! 또 바닥에 나뭇잎과 죽은 나무들이 산재해서 바퀴의 구름을 막았다.
어쩔 수 없이 끌면서 내려갔다.
근데 의아했다. 나머지 일행들은 정말 이런 길을 모두 타고 간 것인가? 어떻게?
교주님이 섬기는 그분도 아마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데!
한삽도 궁금한지 ‘다 타고 갔을까요?’ 라고 묻는다. 아무렴 일단 노령이신 디지알님은
끌었을 것이고, 그리고 XC인 마왕님도 끌었을 것이고, 또 당연히 환스도 끌었을 것이다.
끈 사람 알아 맞추기 게임을 즐기면서 고도를 조금씩 낮추어 가고 있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한 20분 정도 끌면서 내려가니 어마어마한 경사의 길(?), 아니 그냥 경사의 잡목 숲이
나타났다. 그나마 길 같지 않은 틈(?)마저도 끊긴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일행이 지나간 자국이 오른쪽으로 나있었다. 그런데 오른쪽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바로
그 어마어마한 경사의 잡목 숲, 아니 절벽이었다. 이리 갔을까? 진정? 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 나무에 붉은색 페인트가 보였다. 휴! 그래 저리가자. 근데 커다란
썩은 나무 두 그루가 쓰러져 있어 길을 막는다. 넘자! 먼저 자전거를 쓰러진 나무위에
올리고 발을 들어 나무를 밟는데 슬립! 발이 미끄러졌고 순간 손으로 옆에 있는 나무를
붙잡았는데 아뿔싸 이것도 썩은 나무였다. 왼손엔 부러져 나간 나무를 움켜잡고
오른손엔 애마 제미니를 붙잡고 조용히 쓰러졌다. 뒤에서 한삽의 웃음소리가 숲을 진동한다.
다시 일어나 간신히 넘어 앞으로 몇 미터 쯤 전진했는데 잡목들이 너무 촘촘해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후퇴했다.흑흑! 뒤로 돌아 그 썩은 나무를 넘어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절벽 쪽으로 갔다. 그리고 소리를 쳤다. “사람살려! 사람살려!” 절박한 마음으로 허공에
SOS를 외쳤다. 답은 의외로 빨리 왔다. 바로 아래 계곡에서 승범의 대답이 들려왔다.
“아범님 계곡쪽으로 내려오세요.”, “내려가는 길이 없어. 절벽야!”,“그냥 내려오세요!”
미쳤군! 아! 이런 하자스런!
고3 학력고사가 끝난 겨울에 친구와 함께 백운대에 올랐다. 얼음과 눈 때문에 긴장의
연속 이였지만 그 스릴감을 못 잊어 산사람이 되기로 했다. 30살이 넘어서는 암벽도
해보리라 마음먹고 한때 비너와 자일에 애정을 쏟을 때도 있었다. 그 산이 좋아 오프로드에
드디어 산악 자전거의 길까지 왔다. 거의 20년을 산과 함께 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지도도 나침반도 비상식량도 안전장비도 하나 없이, 거기에 필요없이 20Kg짜리
자전거는 왜 가지고……. 그리고 가장 어렵다는 개척등반을 지금 하고 있다.
그래 가자! 오늘 죽자! 오른쪽 절벽으로! 으악! 쫀것보단 쉽게 절벽을 내려가니 계곡이
나타났고 마왕님이 마중나와 있었다. 휴! 살았다. 안도의 한숨은 이제 그만!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보니 길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붉은 페인트도 끊긴지 오래다.
고립! 길을 잃은 것이다. 후배결혼식장은 이제 다 갔다. 마눌에게 오늘 죽었다. 집에서 쫓겨나면
날댕식구 집을 전전긍긍하며 남은 인생을 살리라! 생각만 해도 슬펐다. 날댕식구들 몰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보이기 싫어 먼저 앞섰다. 제트님과 로켓님이 뒤를 따랐다.
틈(?)이 약간 넓은 잡목을 제치면서 약간씩 전진하고 있었다. 중간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계곡을 두 번 더 건넜고 그때마다 싸일로는 계곡 따라 그냥 내려가자고 고함을 쳤다.
이 시점에서 노바님의 끌던지 타던지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더 따져 물어서 올라오지
말았어야 했다. 또 왜 교주님은 빼고 신도들만 올려 보냈는지도 알것 같았다.
교주님 성품상 하자 코스로 정해버리시면 이후론 이 코스엔 안오실거고 그럼 당연히
신도들도 안올 것을 미리 예상해서 였던거다. 신도들이 교주님을 대신해서 희생양이 된것이다.
노바님의 얼굴과 음성이 귓전을 휘돌면서 정신을 빼 놓았다. 빠진 정신을 가지고
한동안 더 내려 갔다. 그런데 일행의 대열이 너무 늘어진다! 뒤에 오는 사람들은
그나마 앞사람마저 놓칠 수도 있다. 소리를 쳤다. “맨 뒤가 누구야?” 소리는 다음
사람의 귀를 거쳐 입으로 다시나와 그 다음사람 귀로 들어가길 여러 차례. “한삽이여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내 귀를 때렸다. 늘어지지 말라고 당부하고 앞으로 나선 제트님에게도
너무 빨리 전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계곡에 도착했다. 일단 쉬기로 했다.
제트님에게는 일단 잔거없이 왼쪽으로 가보라고 했다. 싸일로와 환스에겐 앞에 보이는
오른쪽 계곡과 이어지는 길로 갔다 오라고 했다. 정찰대를 파견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좀 쉬었다. 이 얘기 저 얘기가 오고가는데 절망적인 자세로 세수를 하던 로켓보이님이
누가 여기를 내려가라고 했냐고 묻는다.
지체없이 노바님이라고 일렀다. 이르고 나니 속이 좀 시원해 졌다. 잠시 후 제트님이
기쁜 소식을 한 아름 안고 왔다.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환호하며 제트님이 찾은
그 길로 올랐다. 가파른 숲 사이를 뚫고 20여 미터를 오르니 길이 나왔다. 길 안내를
위해서 제논 테이프도 쳐져 있었다. 이제 제논 물건만 사리라. 안장 위에 앉아 본다.
얼마만인가! 끌바와 들바의 시간 만큼이나 라이딩의 기쁨은 극을 달했다.
길은 모글과 점프대 비슷한게 있고 좌로 우로 급하게 굽어지는 것이 재밌다.
사람의 손길을 탄 길에서 자전거를 타야 편하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길을 따라 내려오니 우리 일행 말고도 인간이 있었다. 노바님과 같이 온 군복차림의 그 분!
이름은 모르지만 너무 반가웠다. 근데 길옆의 나무에서 뭔가를 따먹고 있었다.
순간 싸일로스럽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늦잠의 달콤함을 깨고 전화벨이 울린다. 누구지? 노바님 이시다.
노바 : 여보세요
아범 : 예 이전무님
노바 : 한울아범님 여쭤볼게 있어서요
아범 : 예 말씀하세요
노바 : 후기의 사진을 보니 좀 이상한게 있어서...
노바님의 말씀은 이어졌다.
노바 : 첫 출발 지점이 평지가 아닌가요?
아범 : 아니던데요.
노바 : 출발 지점에 유도라인이 없던가요?
아범 : 없던데요.
노바 : 아 그럼 거기가 아니네요.
아범 : 아! 예! 옛?
노바 : 그 곳은 처음 코스를 만들어볼려고 들어갔다가 저도 조난을 당할번한 길인데.
아범 : 뭐라고요?
노바 : 그 길은 코스 개발이 불가능하여 포기한 길입니다. 기사 아저씨가 착각하고 잘못 내려 드린듯 하네요. 프리라이딩 코스는 길이 거의 다 만들어져서 마지막에 제논 유도라인이 있던 길 처럼 모든 코스가 라이딩이 가능합니다. 아...직접 안내해 드렸어야 했는데...
P.S. 1. 어쨌든 노바 이전무님에게 이런 좋은 추억 거리를 만들어 주심을 감사해야 한다.
날댕의 이름으로 큰절 드리고 도와 드려야 한다.
2. 뭉치자! 날댕의 이름으로! 우리의 코스를 개척하자!
그분을 섬기시는 교주 지방간님께 영광 있으라!
P.S. http://www.flymtb.com 에 가시면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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