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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2005년 280랠리

가문비나무2005.07.01 13:52조회 수 2196추천 수 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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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말해 놓은걸 실천하지 않으면 두고 두고 찜찜하다.
작년부터 3종 경기에 도전해봅네 어쩌네 하고 떠벌리고 다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비만 후유증으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05년 을 맞았다.
연초부터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고, 연일되는 음주 가무로 인해 몸과 마음은 썩을대로 썩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다시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그게 이미 5월 들어서였다.
다시 운동으로 수양을 쌓아가고 있을 때, 남부 랠리에 참가할 수 있었고, 그 날의 완주 성과와 남부군 제위 및 십자수님, 박공익님, 그건그래님의 뽐뿌질로 280 바람이 솔솔 들기 시작한다.
“에라 이번 기회 아니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데 함 해보자” 6월 7일 바로 왈바 게시판에 참가를 공표해 버렸다. 되돌이 킬 수 없게.
280킬로미터라….남부군 랠리가 60킬로미터 였으니 대충 그 5배 길이다.
문제는 지구력이다.
이제 남은 시간이 20일 정도 되는데 단시간에 효과적인 훈련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일단 자전거는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 타고 달리기와 수영으로 지구력 배양을 하기로 작정하고 훈련계획을 짜보았다.
금주, 금연은 기본, 격일로 16km 달리기, 수영 2km, 자전거로는 로드 100km 2회, 산악 40km 1회.
결국 수영은 여건상 실천하지 못했고, 달리기는 예상보다 3일치를 더 많이 했다.
금주, 금연도 백퍼센트 실천은 못했지만 80퍼센트 정도 실천한 것 같다.
랠리 참가 공지 후 십자수님이 자신의 애마를 빌려주시겠다고 제안하셨다.
280 경험을 듣기 위해 연락 드렸다가 의외의 제안을 받고 고심했다.
십자수님의 자전거가 워낙에 물건이다 보니 선뜻 그 고마운 뜻을 받아들이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예상되는 랠리의 여러 여건상 내 하드텔로는 참가하기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십자수님께 신세를 지기로 결심, 롤라 까지도 빌려오는 뻔뻔함을 보였다.
결국 이 선택은 완주를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완벽한 풀샥에 정비까지도 훌륭하게 되어있는 이 truth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중도 포기의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다.
훈련 계획을 잡고 나니 어느 팀으로 속해서 출전할 것인지가 고민으로 남는다.
왈바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대회요강에는 팀 구성을 전제로 해서 참가하라고 하니 처음 참가하는 나로서는 여간 고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왈바 활동도 그다지 활발한 바가 아니었으니 왈바 팀이 갖추어진다고 해도 어느 분이 나와 비슷한 체력과 실력을 갖추셨는지 알 길이 없는 상황이라, 염치불구하고 남부군에 빌붙기로 하고 슬쩍 남부군 게시판에 운을 띄워본다.
오! 대환영이시란다. 해결 ^^.
muj님을 대장으로, gsstyle님, 용용아빠님, 남부철인 손석문님, 땡수님, biking님 그리고 내가 남부군 팀이 되었다.
남부랠리를 통해 어느 정도의 실력들이신지 가늠할 수 있었기에 훈련량 계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짜튼동 시간이 흘러 예비 모임도 한 번 갖고, 랠리 전날 나박님이 분당에서 픽업, 집합장소로 이동하였다.
평정을 찾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동중인 차량에서 잠을 청했지만 선잠만 잠깐들다 숙암리에 도착했다.
그다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미명에 우리 팀도 숙암분교의 스타트 라인을 넘었다.
마항치 까지는 계속되는 업힐이라는데 약 8km 정도 된단다.
머리속에는 많은 분이 게시판에 올린 주의사항 중 절대 자기 페이스를 잃지 말라는 경고가 계속 깜빡거린다.
"페이스 조절. 이거 잃으면 끝이다" 라는 생각에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남부군 제위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계속 땅만 보고 페달링이다.
지형 확인을 위해 가끔 고개를 드는 것 외엔… 그러다 보니 마항치다.
예상했던 시간 보다 약 20분 가량 앞서 도착했다.
이제 좀 긴장감이 풀리는 것 같다.
잠시 쉬다 벽파령도 넘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1구간 종점 조동리에 도착이다.
팀의 중간 쯤에서 라이딩 하는 것 같다.
1구간 까지는 개별 라이딩을 하기로 했으니까.
요령껏 체력을 아낀다.
biking님과 gsstyle님은 산딸기도 따먹고 계곡물에 멱도 감는다.
그러고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다.
부러운 실력이다.
muj님은 대장답게 후미에서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모로 애쓰고 계신다.
조동리 1차 지원 포인트에서 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로드로 평창을 거쳐 2구간 임도로 이동한다.
평창 시내를 통과하는 코스는 도상으로 충분히 인지할 수 없을 정도여서 물어 물어 간다.
이번 랠리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지도 문제인데, 1/5,000 지도를 사용해서 축소 복사했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코스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보현정사를 지나 문재로 향하는 길은 지루하고 힘들다.
더구나 허리통증을 잊을 만하니 안장과 맞닿은 엉덩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280 연습하면서 엉덩이 피부가 약간 헐었었는데,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 정도 트러블은 다 가지고 있는데.
참고 가야지.
업힐, 평지, 다시 업힐, 슬슬 지쳐가기 시작하고, 팀원들이 먼저 치고 나갈 때 뒤쳐지기 시작한다.
조금 무리해서 달려볼까 하다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임을 상기하며, “페이스, 페이스”를 되뇌인다.
“힘들면 천천히, 업힐의 차이는 길어야 10분이다. 10분은 다운으로 커버한다” 약간 요령이 생긴 것도 같고, 되도 않는 핑계인 것도 같지만, 조금 덜 쉬더라도 천천히 계속 가는 것이 유리하리라고 생각한다.
굽이를 몇 개나 돌았는데도 도대체 이 놈의 문재는 나타날 생각을 않는다.
예상했던 도착시간인 17시는 벌써 한 참 지났건만… 지도를 꺼내 들고 살펴보니 얼추 저 앞 세 구비만 돌면 될 것 같다.
도상으로는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 실제 라이딩 하면 예측을 벗어난다.
랠리 내내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됐다.
원인은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내가 현재 위치를 잘못 파악하는 경우, 또 하나는 임도의 표식 또는 랠리코스 표시가 잘못된 지도의 문제다.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되겠지….
18시를 전후하여 문재에 도착했다.
반가운 얼굴들이 거기 있다. 십자수님, 바이크홀릭님.
팀의 전열을 재정비하기로 한다.
나야 애초부터 완주를 목표로 했으니 확실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계속 도전이다. 그냥 손들고 “저는 계속 갑니다”, 다른 마음 먹을 여유도 없게 질러버렸다.
용용 아빠님과 땡수님은 여기까지, 나머지 분들은 계속.
이왕 마음 먹은 것,  해 떨어지기 전에 소새목까지 도달해야 하니 노닥거릴 여유가 없다. 바로 출발이다.
문재까지의 라이딩이 워낙 힘들다 보니 소쇄목까지는 그리 힘든 줄 모르고 도달했다.
물론 선두와는 많이 차이가 났고 muj님과 후미에서 설렁설렁 라이딩이다.
muj님이 중간 포기하실 것 같은데 주변의 권유를 끝내 뿌리치지 못하시고 완주키로 결심한다.
라이딩 초반에 땡수님을 이끌어 주느라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가볍게 오셨을 것이다.
손석문님이야 철인이니까 당근 생생하시고, gsgtyle님은 젊은 피라, biking님이야 말할 것도 없다.
김치 수제비인지,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메인 음식과 과일로 요기를 하고 십자수님께 라이트를 빌리러 먼저 임도 입구로 출발했다.
왈바 지원팀 십자수님, bycaad 님, 박공익님, 한별님, 또 한 분(은 아이디를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십자수님과 박공익님 대단히 반겨주신다. 이 분들 뵈니 괜스레 웃음이 난다.
자전거 트러블 없냐고 십자수님 챙겨주시고, 박공익님 먹을 것 이것 저것 챙겨 주는데, 방금 전 식사를 끝낸지라 더 들어갈 자리가 없다.
bycaad님 사진 찍어주시는데 카메라가 꽤 좋다.
근데 모델이 꽝이어서리 사진이 잘 나올까나?
애초에 빌려주시기로 한 나이트 라이더는 갑자기 말썽을 일으켜 장착하지 못하고, 박공익님의 LED 램프와 헬맷 부착용 라이트를 지원 받아 유포교까지 야간 라이딩을 간다. 이 구간 은 일단 야간에 움직여야 하고, 샛길도 많아 자칫 길을 잃을 염려가 많은 곳이라 철저하게 팀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걱정이다.
속도가 내가 제일 쳐지는데 어떻게 쫓아가나, 그렇다고 내 속도에 좀 맞춰달라고 얘기하기도 뻘쭘하고, “에라 모르겠다. 업힐 얼마나 된다고, 다운이 많다니까 이빨 꽉 깨물고 가보자.” 역시 장난 아니다.
5명 팀원이 샤샤샤샥, 먼저 임도에 들어섰던 팀들을 모두 제치고 달려간다.
시속 12,3km 정도의 속도로 10km를 갔다.
힘들다.
힘들어서 죽어버리고 싶다.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
먼저 가시라고 말하려는데 muj님이 먼저 힘들다고 천천히 가자고 하신다.
오! 다행스러워라.
그래서 muj님이 선두를 서기로 했다.
Muj 님도 장난 아니다.
힘들다더니…..선두자리는 뭔가 있는 게 틀림없다.
공기가 틀린가? 시속9~10km 정도다.
이래저래 다운을 거쳐 유포교 직전 대화까지 왔다.
이미 23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다.
거의 20시간 가까이 자전거를 탔고, 밤이 깊어지니 진행 의지가 약해진다.
더구나 미리 도착해서 비박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도 여기서 쉬고 가고 싶다는 유혹이 강렬하다.
던지골로 이 시간에 넘어가느냐, 여기서 비박하고 내일 새벽에 가느냐.
나는 비박에 찬성했지만, 대장은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졌고 덜컥 컨디션 난조에 빠지는 것 아닌가 겁이 났다.
페달링을 빠르게 하여 체온을 높였다.
외솔배기 마을로 들어서면 던지골은 곧 도착하리라 생각했는데 완전 착각이다.
자정을 넘긴 시각에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급경사 돌길을 30분 가량 넘어가자니, 아 욕만 나온다.
산 하나를 넘고 나서야 힘든 여정에 대한 불평보다 muj 대장의 판단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개를 새벽에 넘고 100km 가까운 3구간을 라이딩 한다면 컷오프에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고, 그러면 분명히 무리한 라이딩을 하다 몸에 이상이 생겨 완주를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으리라.
역시 대장은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새벽 1시 30분경 지원조가 있는 던지골에 도착했다.
그대로 뻗어버린다.
세시간 정도 잤나?
부스스 일어나 아침 먹고, 커피 한잔에 담배 한 가치를 피워 물었다.
허리가 너무 아파 담배로 고통을 잊고 싶었다(그렇다고 술을 마실 순 없잖아).
엉덩이가 많이 짓물렀다.
손을 넣어 만져보니 피부가 벗겨진다.
지금 약 발라도 소용 없겠고, 땀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고자 베이비 파우더만 퍽퍽 뿌려댄다.
어찌나 뿌렸는지 바지를 잡았다 놓으니 흰 연기가 피식하고 나타났다 사라진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그나마 조금 낫다.
마지막 구간을 향하여 출발.
수면을 취했더니 원기가 생겼다.
무릎과 허벅지 쪽에서는 아직 이상징후가 없다.
근육통이라도 생겨 오늘 라이딩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그것도 없다.
온 신경이 엉덩이와 허리쪽으로 몰려서 그랬나?
모릿재 까지 그다지 어려움 없이 이동했다.
모릿재 컷 오프 시간이 12시라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약간 이해가 안 된다.
운영본부에서 최소한 그 시간까지는 여길 통과해야 최종 컷오프 시간 내로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건 뛰어난 체력과 실력의 소유자를 기준으로 잡은 고급사양이다.
나도 그런 생각으로 “마항치 까지 그까이꺼..”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우리가 모릿재를 통과한 시간은 7시경을 전후한 것 같은데 마항치에 도달한 게 14시경이다.
그러니 다음에 도전하실 분들은 이 점을 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모릿재 12시에 통과하면 제 시간 내 완주 못한다.
3구간은 힘든 업힐은 아니지만 경사가 있는 듯 없는듯한, 오르막이 지긋지긋한 구간이다.
게다가 음수를 보충할 만한 계곡은 도상으로 보면 임도 아래쪽에 대부분 위치하기 때문에 음료수 확보가 제일 중요한 코스다.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바위틈이라도 발견하면 주저 없이 가서 물통을 들이 미는 게 상수다.
물만 확보되면 그다지 힘든 건 아니다.
어제까지 땅만 보고 페달링 하던 자세에서 이제 제법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도 부린다. 왜냐, 마항치 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거든.....
gsstyle님과 손석문님은 선두로 사라지고, 나와 muj대장은 뒤에서 힘들면 걷고, 좀 나아지면 타고하면서 페이스대로 간다.
비슷한 라이딩 스타일이지 않을까?
그렇게 지리 지리한 코스를 거쳐 마항치에 도착했고, 이제부터는 다운힐만 있다니 완주의 목표는 거의 달성된 것으로 느껴졌다.
사고 나지 않게 조심해서 가도록 하고 출발.
여기서 십자수님 자전거의 뛰어남이 더 돋보였다.
뛰어난 충격 흡수력은 돌길, 패인 길, 코너링 등에서 유감없이 발휘됐고, hope 브레이킹 시스템은 손목에 아무런 부담없이 부드럽고 정확한 제동능력을 발휘했다.
다만 삐~익 거리는 소음이 주변분들께 죄송스럽긴 했지만서두….
정신 없이 달려서 내려왔다.
국도로 내려서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자니 정말 랠리를 완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팀원들과 피니시 라인에 들어섰을 때는 오히려 웃음만 나오고 얼떨떨했다. 뭐 감정이 복받치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무덤덤하게 “끝났다, 올 해 제일 큰 행사 하나 치뤘다” , 뭐 그런 류의 생각만 들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라는 생각 보다 나도 산악 자전거 탄다고 어디 가서 얘기해도 부끄럽지 않겠구나 하는 점이 머릿속에 그려지더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내년 280랠리에 참가 하실 분들에게 완주 꼭 하시라는 기원을 미리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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