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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드 몽블랑(TMB : Tour de Mont Blanc) 허걱랠리 완승기 3부

wjcho08252005.07.28 04:51조회 수 3387추천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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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5일부터 1주일간 프랑스 샤모니에서  출발, 이태리 꾸르마이어와 스위스 뚜르 지역을 경유하는 몽블랑산 일주 트랙킹을 다녀왔습니다.  뚜르 드 몽블랑(Tour de Mont Blanc)이라는 코스로 무지 힘들고 나름대로 의미있었던 투어였습니다.

친구들이 보는 싸이트에 올리는 글이라 실명이 등장함을 양해주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 설명 : 프랑스 몽블랑 본옴므산장을 지나면서 기념촬영

뚜루 드 몽블랑 기행 3부                             2005년 7월 16일              조 원 장

영규야, 아직 새벽이야.  2시간 밖에 못잤잖아!
(Chamonix – Houches –Contamines – Balme ; 주행시간 5시간, 주행거리 31키로)      

새벽 5시 34분!

지난 밤 10시 30분에 이태리 볼자노(Volzano)에 거주하는 임덕영선생이 쮜리히(Zurich)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하였다.  샤모니는 제네바(Geneva)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인데 쮜리히에서 제네바까지가 350km 이다.  평균 시속 120km로 3시간.

새벽 1시30분에 제네바시내를 통과, 레만(Leman)호수를 지나고 에비앙(Ebian)으로 가는 싸인보드를 따라 결국 4시간을 드라이브 한 끝에 우리는 샤모니에 도착하였다.  새벽 2시30분의 몽블랑은 천둥과 번개로 우리를 환영하였다.  

한국인 조문행씨가 경영한다는 샤모니 한쪽 켠의 알펜로제(Alpenrose)호텔을 찾아 헤매기를 30여분, 결국 짐을 내 던지고 잠이 든 시간은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였다.  

누군가 부스럭 거리며 불을 켠다.  예의 그 중얼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용감하게 영규가 라이트를 켠다.  새벽 5시 34분, 겨우 2시간 남짓 눈을 붙였을 뿐인데 우리의 영규는 잠을 다 잔 것이다.  영규야 아직 꼭두새벽이야.  좀 더 자야 한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건 왜 일까.  잠도 못 자고 고생할 걸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그랬나?

문제는 밤새 벼락이 치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분의 브레이크패드를 안 가져왔는데 이 빗속을 주행하려면 어떻게 하나.  내 자전거 신발은 고어텍스도 아닌데 어떻게 한담.  근처 자전거포에서 평패달로 바꾸고 고어텍스 등산화를 새로 사야 하나.  그리고 디스크브레이크가 달린 잔차를 빌려서 가야 하나 생각이 복잡해 지기 시작한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영규는 그대로 산행을 진행할 것이다.  옆에 누워있던 볼자노의 임덕용선생 왈 ‘산쟁이들은 무식하고 단순해서 날씨가 나빠도 그냥 가요’ 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빗속을 뚫고 산행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에 한심해 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출발하기 직전 구름이 걷히고 비가 그쳤다. 우리의 숙소에서도 빙하에 뒤덮힌 몽블랑의 정상이 구름을 뚫고 보이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렇게 바로 코앞에 빙하의 정상이 서있을 수 있을까?  안나푸르나 산행의 시작점 네팔의 포카라 한 호텔에서 저 멀리 아련히 아침햇살을 타고 금빛으로 물들어 보이던 금단의 영산 마차푸차레(Machhapuchhre)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5일간 자전거로 여행할 길은 몽블랑(Mont Blanc)을 가운데 두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근 180여 키로를 산 능선으로 달리는 것이다. 능선을 탄다고 하지만 실은 온갖 봉우리와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어느 안내책에 보니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고도차만 10여 키로에 달한다고 설명되어 있고 2,000-2,600미터에 달하는 봉우리 혹은 고개를 아홉개를 넘어야 한다.  참고로 투어의 시작점 샤모니 인근 오쉐(Houches)의 고도는 해발 1,007미터 이다.

Tour de Mont Blanc(TMB)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산길이며 유럽대륙에서는 가장 긴 트래킹(tracking) 코스로 이미 240년 전인 1767년에 첫번째 시도가 있었단다. 몽블랑은 400여개의 봉우리와 40여개의 빙하골짜기가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국경지대를 따라 이어져 있는 지역을 일컬으며 그랑죠라스(Grands Jorasses), 아귀리디미디(Aiguille du Midi) 등의 봉우리들이 산악인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듯 하다.

오전 10시 이번 산행에 우리를 인도해 줄 허긍열프로와 함께 숙소를 출발, 1시간 후 케이블카 출발지인 오쉐(Houches)에 도착하였다.  흐흐 일단 케이블카로 고도를 높힌 후 시작하는 거지!  덕분에 첫번째 고지 1,653미터 보자(Col de Voza)고개를 공짜로 넘다 시피하고  꼰따민(Contamines)이란 산골마을에서 치즈와 토마토가 들어간 바게트샌드위치에 생맥주 오백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좀 힘이 들긴 하지만 아, 이 정도면 이번 투어는 거의 환상에 가까울거야.  오후 2시.

티벳에서 처럼 꼬리 꼬리하게 냄새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고, 지저분한 야크똥 밭을 지나지 않아도 되고, 더구나 산소베게를 껴안고 고산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환상인가.  더구나 쭉쭉빵빵 남프랑스 미인들이 여기저기서 봉쥬르를 해 주고 윙크를 날리고…  서울 돌아가서는 티벳에서 같이 고생한 형석과 병화에게 좀 보태서 자랑하자며 영규와 기분좋은 미소를 날렸다.  

아이고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제대로 된 경사에 접어들자 심장의 박동이 솟고 다리 힘이 쭉 빠지는 겁니다.  맥주 때문에 몸도 풀리고 간밤엔 잠도 제대로 못잤고, 2시간 내리 오르막 페달질을 하려니 실은 간단한 일이 아니지요.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이 발 아래로 펼쳐있는 발므(Balme)산장에 겨우 겨우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30분.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젊고 예쁜 프랑스 아가씨가 어디서 왔느냐, 밥은 먹었냐 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낸다.  나중에 보니 그 아가씨는 그 산장의 조바(?)인 듯. 예약을 안 한 당신들은 저기 어두컴컴한 침상에서 자고 샤워는 이곳에서 하며 저녁식사는 7시부터 라고 알려준다.

깨끗이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맥주를 시원하게 또 한잔 들이켰다.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들과 잠깐 어울려 초코릿을 얻어 먹기도 하고 또 우리의 단백질 안주를 여기 저기 테이블에 나누어 주기도 한다.

호박스프에 옥수수죽 맛이 기막혔다.  소고기 동그랑땡이 메인이었고 치즈와 사과가 디저트로 나왔다.  와인과 함께 훌륭한 저녁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모두 침상으로 기어들어가 골아 떨어졌다.  저녁 8시.  

새벽에 3번쯤 잠을 깼다.  우리의 영규는 일찍 머리와 눈이 떠졌을텐데 어떻게 했을래나? 걱정이 된다.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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