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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드 몽블랑(TMB : Tour de Mont Blanc) 허걱랠리 완승기 5부

wjcho08252005.07.29 05:45조회 수 1976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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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진   : 사쎄(Saxe)능선에서 그랑조라스를 뒤로하고, 연못이 있더라구요
아래사진: 사핀(Sapin) 언덕을 내려와 행동식으로 주린배를 채우며

잔차를 어깨에 매고,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Courmayeur – Bertone : 주행거리 ?, 주행시간 ?)   
2005년 7월 18일   

이태리의 설악동이라는 해발 1,226미터 꾸르마이어(Courmayeur)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블랑산(Mont Blanc)을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11.6키로를 관통하는 터널의 이태리 국경 북서쪽의 작은 마을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3,466미터에 위치하고 있다는 몽블랑을 관통하는 케이블카도 바로 그 터널 위를 지나고 있다.  

샤모니가 동서로 뻗은 완만한 계곡에 위치한 마을이라면 꾸르마이어는 남북으로 이어진 깊은 계곡에 위치하였다.  널찍한 판암들로 지붕을 이은 건축물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계곡이 깊어서인지 도시의 모양은 샤모니보다 나은 듯 싶다.  일요일 이어서였는지 전날 오후 마을 인근 계곡에서는 피크닉 온 사람들의 고기굽는 냄새가 향기로웠던 기억이 있다.

6시30분 기상, 고비사장 내외와 작별인사를 하고 8시 30분 다음 목적지인 해발 1,970미터의 베르똥(Bertone)산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베르똥산장을 지나 2,436미터 샤삥(Sapin)고개를 넘어  몽블랑 동벽 및 4,200고지 그랑죠라스(Grands Jorasses)봉 남쪽을 보며 보나티(Bonatti)산장을 지나 엘레나(Elena)산장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자동차가 지나는 도로인데 무슨 경사가 이렇게 심한지 모르겠다. 아스팔트를 지나 흙길 도로를 오르는데 1단기어로 낑낑매며 페달질을 한다.  내가 처질 때마다(항상 쳐졌지만) 늘 뒤를 받쳐주는 멋쟁이 임선생이 다시 따라붙는다.  

임덕용씨는 이태리 볼자노에 거주하며 개인 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한다.  산악전문용품이나 의류들을 디자인하고 여러 회사에 컨설팅을 하고 있단다.  Snake란 산악전문 의류브랜드는 직접 디자인과 마케팅을 하고 있고, 최영규군과는 코오롱스포츠에 같이 근무했었던 동갑내기라 한다.  날렵한 몸매에 강인한 체력, 그리고 남다른 패션감각이 매력적인 사나이다.

내 페이스를 지키기 위해 임선생을 먼저 보내고 한참을 오르다 보니 반가운 TMB(Tour de Mont Blanc)표시가 나타난다.  노란 마름모에 검은색 TMB 글씨가 새겨져 있다.  또 다른 TMB 표식은 붉은색과 흰색의 이중 선이다.  프랑스국기에도, 이태리국기에도 또 스위스국기에도 붉은색과 흰색이 함께하고 있으니 세나라 국경을 넘나드는 TMB의 표식으로는 그만인 듯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붉은색과 흰색의 이 표식을 코스의 후반부인 스위스 쪽에서는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갈림길이지만 표식이 나타났으므로 일행들이 그 숲 속으로 들어갔으리라 생각하였다. 샤피우(Chapieux)에서 표식을 보지 못해 일행을 잊었던 생각이 났으므로 더욱 그랬다.  한참을 어두운 숲길을 혼자서 달렸다.  대략 남한산성의 싱글트랙 정도의 경사와 느낌이었으므로 별다른 무리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급경사지에 있어야 할 타이어마크가 보이질 않는다. 잘못 들어왔음을 직감하고 부리나케 온길을 다시 더듬는다.  

아니 이 사람들이 갈림길에서는 표시를 해 놓던가 맨 뒷사람을 기다려야 하는데 임선생과 허프로는 함께하는 자전거투어에 익숙치 않다 하더라도 최영규선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투덜 투덜대며 도로를 한참 오른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을 만났다.  통박으로 길을 판단해야지 하며 영규가 핀잔을 준다.  허긴 숲에서 나와보니 갈라진 길 모두에 TMB표시가 있더라니…

지도상 수평거리는 4키로 남짓인데 고도는 1,226미터에서 1,970미터로 수직(?)상승이니 그동안 등장하였던 오르막 중 가장 높은 경사이다. 오르막이 겨우 450여 미터인데 4키로 대비한 경사도가 별 것 있겠냐고.  그럼 그대가 한번 해 보십시오!  당연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없었고 잔차를 어깨에 매고 가야 했다.

잔차를 오른편 어깨에 매니 어깨쭉지가 떨어질 듯 아프다.  헬맷을 이용해 머리에 걸어 이고 가봤다. 나중에 내 노란 헬맷, 그거 20만원도 더 주고 산 건데, 껍데기가 여기저기 다 부숴져 있더라.  누가 뭐라 해도 급경사를 오를 땐 잔차를 등에 지는 것이 나는 가장 편했다.  배낭 위쪽으로 프레임을 얹고 크랭크 반대편 페달이 배낭 뒷편으로 가도록 한 후 왼손으론 안장꼭지를 오른손으로 왼쪽 핸들을 잡는 것이 가장 편한 자세이다. 덕분에 새로 산 30리터짜리 내 몽벨(Mont Bell)배낭이 너덜너덜 해 졌지만…

잔차를 끌고 좁은 급경사를 계속 오르게 되면 오른쪽 페달의 날카로운 부분이 왼쪽다리의 촛대뼈나 장딴지를 계속해서 긁게 된다.  더운 날씨라 짧은 팬츠를 입고 있으면 더 그렇다. 더구나 나는 급경사에서 잔차를 한참 끌고 오르면 숨이 차고 심박수가 빨라져서 더 심하게 지친다.  아마 평소에 남들보다 많은 몸무게를 지탱하다 보니 내 다리는 11키로 쯤 더 나가는 무게에 그나마 덜 부담을 느끼는 듯 하다.  노란색 Klein 내 자전거는 11키로의 날렵한 하드테일이다.

그렇지만 온몸이 피곤에 지쳐 다 퍼져있는데 또 다시 급경사 산길을 2시간 내리 잔차를 지고 올라 간다고 생각해 보라.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시지프스가 돌을 밀고 산에 올라가선 굴러 내려온 그 돌을 밀고 다시 올라가는 것과 다름이 뭐가 있는가.  잔차를 끌고 끝도 없이 언덕을 올라가는 놈들은 참으로 이상한 종족임이 틀림없다.  뭘 보겠다고, 뭘 먹겠다고 그 짓을 하고 있는지 다시는 해외 원정따위는 오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다.

절벽 위에 서있는 베르똥(Bertone)산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15분, 우선 핫초코렛에 설탕을 듬뿍 넣어 한잔 시켜 마시고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산장에 남아있던 스프에 빵을 말아 먹었다. 식사는 12시부터.

잠시 눅눅한 반지하 침상에 누워 눈을 붙였다.  추울까 가지고 간 온갖 옷가지(얇은 내복, 두꺼운 내복, 겨울 잔차용 윈드브레이커, 레인댄서 비옷 겸 윈드브레이커: 참고로 전부 몽벨브랜드임)를 다 끼어 입고 잠이 들었는데도 몸에 소름이 돋는다.  컨디션에 이상이 생기나보다 걱정이 된다.  

날씨가 흐렸었는데 점심을 먹는 중 드디어 후두둑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제법 쏟아지는 비였는데 다시 날씨가 개었다.  기분도 그런데 오늘은 여기서 퍼지자고 한다.  어, 영규 네가 왠일이냐.  빗속을 뛰어 올라가자고 해도 안 놀랐을 텐데 날씨가 잠시 흐렸다고 퍼지자니…

오늘은 꽤 갈 길이 멀다.  몇 시간 오르막을 더 올라가고 적어도 보나티(Bonatti)나  엘레나(Elena) 산장까지 가야 하는데…  우리를 리드하는 허긍열프로는 어제 저녁식사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지만 영구가 저렇게 퍼지자고 제안을 하니 안달이 나는 듯 혼자서 윗쪽 언덕을  등반하고 내려왔다.  어느 덧 날씨는 개어 다음 길을 재촉할 수 있게 된 듯하다. 구름의 흐름이 하 수상하니 5분만 기다려 보자고 임덕용씨가 제안을 한다.  

잠시 후 구름이 몰려오고 본격적인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후 2시.  영규의 통박과 예감에 감탄하는 척 하였다.  지하숙소는 눅눅한데다 으시시까지 하니 지상숙소에 빈 자리가 있는지 알아 보았다. 마침 이층 침상에 네 자리가 비어있어 누워 잠을 청했다.  아니랄까 영규는 눕자마자 드르렁 코를 곤다. 저녁을 먹고 또 자고 그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잤다.

물론 우리의 영규는 그 다음날 새벽 일찍 잠이 깨어 해드랜턴으로 책을 보다 주위사람들에게 경고를 받았고, 또 전날 찍은 사진을 본다고 카메라를 칙칙돌리다 경고를 받고는 결국 밖으로 나가 새벽하늘과 벗을 하고 있더라.

6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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