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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박 14일의 반쪽 전국일주... 1부 (반도편)

teojin2005.08.04 10:20조회 수 5604추천 수 1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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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출발전부터 순조롭지 못한 조짐이 보여 어렵사리 출발한 전국일주... 출발 4시간 전인 새벽이 다되서야

구한텐트..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일행들.. 왠지모르게 자꾸 신경이쓰이는 무릎... 여러가지 불안한요소

를 안고도 어렵사리 출발한 전국여행은 첫날부터 순조롭지못했습니다.. 같이가기로한사람이 1시간정

도 지각을하고... 또 다른곳에서 만나기로했던사람은 전화통화도 되지않고.... 어째어째 출발하고나니 숨

도쉴수없을정도의 폭염이 우리 일행을 덮쳤답니다. 북한강변의 풀숲에 파뭍힌 자전거도로를 지날때 부

터는 숨통이 트이기시작했지만.. 홍천강 주변의 꾀 큼직한 고바위의 등장으로 온몸에 힘이 쭉 빠지더

라구요.. 가만이 앉아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더위... 그리하여 첫날의 성적은62km... 서로 처음만난

일행이다보니.. 서로 속도맞춰가기도 너무 힘들었고.. 늦게오시는분을 기다리느라 앞에가는사람도 배로

힘이들고.. 교문4거리에서 출발 홍천강 부근 계곡에서 첫날밤을 맞이하였답니다. 홍천강주변서 야영을

하고 간단히 삼겹살과 소주 몇잔을 걸치고있을때 옆텐트의 청년들이 술을 사들고 와서는 이것저것 물어

보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어느덧 시간이 1시가 다되어가고.. ..



교문사거리->홍천강  (62km)



2일....



다음날 일어나보니 벌써 해가뜨거운 9시... 텐트를 걷고 어제 먹다남은 밥과 라면으로 대충 주린배를 채

운후 부랴부랴 나서보지만 11시가 다되어서야 출발할듯 했으나... 갑자기 함께여행하는분의 펑크로 다

시 30여분간을 지체하였으니.. 오늘도 얼마 못갈듯 했답니다.. 오늘은 적어도 홍천을 넘어 미시령 밑부

분까지는 가야 일정에 맞게 갈듯했는대... 오늘도 얼마 가지못하고 어제의 숙취에 무거운 페달링을 했

었습니다.. 잠시 쉬고 앉아있을때 강원도에밖에없다는 '고야'라는  조그만 과일을 먹었는대요.. 아주 맛

있었답니다. 자두맛이 났지만 과즙이 좀더 많고 당도가 더 높은듯 하였지요. 백양치고개를 넘어 남면으

로 들어설때 벌써 시간이 3시가 넘어가고.. 아직 달려야할거리는 많이남았는대.. 앞서달리며 페달링을

제촉하지만 한번 뒤로쳐지신일행은 따라오지를 못하고.. 결국엔 2틀째에도  72km밖에 달리지못하고

저녁이 되었답니다. 야영할장소를 찾지도 못한상태에서 해가 저물어버려 오늘은 학교에서 묵기로하였

는데요.. 마침 지나가다보니 문닫은 폐교가있더라구요... 그래서 그곳에서 하루밤을 지내기로하고.. 다

시 간단히 맥주한잔... 소주 몇잔... (사실저는 여행중에는 특별한날 아니면 술을 안했으면 좋았을것을..

일행분이 술을 워낙좋아하셔서... 일정에 자꾸 차질만생기고... 스트레스쌓이고...)



홍천강->어론리  (72km)



3일....



오늘은 반드시 태백산맥을 넘겠노라 다짐하고 아침일찍부터 서둘렀답니다.. 알람소리가 들리자마자 부

랴부랴 서둘러 빵과 우유로 아침을 대신하고 길을 나섰지요.. 그런데 이게 왠일;; 갑자기 일행분준 한분

이 기어변속할때 패달을 너무 세게 밟으셔서 체인이 끊어지고 만것입니다;;... 그래서 끊어진 체인을 다

시연결하는데 30분정도 허비... 아침 식사가 부실해서그런지 금방 다시 배가고파지더라구요.. 그래서 구

룡령을앞에두고 또 강원도에밖에없다는 콧등치기 국수를 먹게되었는대요... 그맛은;; 정말... 맛이 없었

답니다. 맛이 없다는것이 맛이 나쁘다는것이아니라.. 정말로 맛이 없었다는... 아무맛도 없었지요... 씹는

맛도없었고... ...   그러던 차에 칡소폭포를 만났답니다. 이번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곳이

어디냐 물으신다면 당연 칡소폭포를 꼽을 정도로 정말 좋은곳이었는대요... 물이 어찌나깨끗한지 그냥

물을 떠마셔도 물에서 단맛이 베어나고 물장구치고 그냥 말려도 비린내나 찝찝한기분이 들지않는 곳이

었답니다. 특히나 폭포 근처에 돌에서 계곡으로 짬뿌를 할수도있었는대요.. 그높이가 대략 7m는 되어

짬뿌를 뛰었을때의 기분이 마치 하늘을 나는듯하였지요... 언젠가 꼭 다시한번 가보고싶은 그런곳이었

습니다. 오늘 태백산맥을 넘지않고 이곳에서 1박을 하고싶었지만... 이렇게 뒤쳐지면 전국일주는 커녕

부산도 가지못할것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페달질을 하였지요..구룡령을 넘을 적에는 오히려 힘이 덜들

더라구요.. 경사가 완만해서그런지 설래설래 올라가다보니 어느덧 정상.. 영서지방은 폭염으로 숨쉬기

힘들었지만... 영동은 비가 내리더라구요.. 구룡령정상부터 비를 맞으며 다운힐을 하였는대요.. 갑자기

브레이크 소음이 심상치않아 내려서 살펴보니 뒷브레이크 패드 한쪽이 없어졌더라구요... 다시 찾으러

올라가자니 비도오고 비구름이 산을 감싸고있어 한치앞도 보이지않아 찾는것은 포기.. 앞브레이크에만

의존하여 구룡령을 내려왔답니다.. 힘들게 양양에 도착해서는 함께 다니던 분의 동생분이 양양에 계시

어 그분댁에서 묵기로 하였답니다. 그러나 또 술... 그다음날도 일찍출발하긴 글렀다는...



어론리->양양  (98km)



4일째.....



큰일입니다.. 3박 4일동안 겨우 양양박에 오지못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여 가보고싶었던 속초도.. 통일

전망대도 가지못했습니다. 더군다나 매일밤 술을드시는턱에 하루에 100km 이상은 달려보지도못했습니

다. 오늘도 12시가 다되서야 출발입니다. 이래선 안될것같습니다. 전국여행하는내내 스트레스만 쌓여갑

니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혼자가기로... 혼자 나서봅니다. 여럿이 함께할때는 그래도 덜 심심했는대..

지금은 혼자라 그런지 조금은 심심하긴합니다.. 조금 달려봅니다. 바람이 제 곁에있습니다. 바다가 보이

며 답답했던 마음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혼자 달려도 왠지 혼자인것같지않습니다. 하조대에 올라 바다

바라봅니다. 바다는 넓기만합니다. 끝을 찾아볼래도 끝이 보이지않습니다. 주문진항에 들어가 팔팔한

생선도 구경합니다. 내가 가고싶은곳이 바로 길이 됩니다. 혼자하는 여행은 자유롭기만합니다. 남들과

맞춰가는것도 여행의 일부일지도모르지만... 힘들게 나선 여행길인데.. 왠지 자유롭게 혼자다니는것이

더 좋은것만같습니다. 경포대에들러 사진몇장찍은후 최영장군묘에 들어가봅니다. 별것 없습니다. 사는

것이 그런가봅니다. 정동진에 도착하였습니다. 혼자달려도 아침 출발이 늦어서인지 얼마 가지못했습

니다. 정동진에 와서 첫날은 민박을잡았습니다. 25000원짜리 방을 15000에 깍아잡았습니다. 오랜만에

TV도 보고 샤워도하고.. 왠지 혼자라는 생각에 조금은 외로워집니다. 집이 그리워지나봅니다. 겨우 4일째인대.. 아직 갈길은

많이남았는대.. 혼자 바닷가에 나가봅니다. 바닷바람이 시원합니다. 짜장면 한그릇과 공기밥으로 배를

체웁니다.



양양-> 정동진  (74KM)



5일째



오늘은 일찍 나섭니다. 혼자이기때문에 지체할것이없습니다. 오늘은 맘먹고 달리려합니다. 아침 5시에

민박집을나서 달립니다. 바다가 옆이라그런지 아침이 조금은 춥습니다. 한적한 해안도로를 달리며 콧

노래를 흥얼거려봅니다. 노래를 좋아는 하지만 그리 잘부르진 못합니다. 제노래에 제가웃겨 괜히 웃음

이 나온답니다. 미쳤나봅니다; 명사십리 망상해수욕장을 지날무렵 해가 뜨려합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사진기를 준비하지만 구름이 많아 일출사진은 찍지못하였습니다. 아침대신 연양갱한개를 먹고는 다시

출발을 합니다. 어느덧 동해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제 아침을 해결해야합니다. 식당에 들어가 큰소리

로 인사를하고는  "자전거로 무전여행하는학생입니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만, 배가고파 그런데 어제

팔다 남으신 공기밥 한덩이좀 주시면 안될까요;;?" 했더니.. 안된다고 하십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

다" 인사를 하곤 옆집에 들어가 "(생략).... 밥좀주세요..." 했더니 밥을 주십니다. 공기밥 2개입니다. 그런

데 반찬은 안주십니다.. 그래서 " 저 죄송한대요.. 김치도 조금 주시면안될까요?" 했더니 김치도 주십니

다. 김치통 위에있던 오징어포와 콩장은 하나도 안주십니다. 제가 분명히 봤습니다. 콩자반은 간장에 알

맞게 절여있어 반짝반짝 윤이나고 오징어포는 어제 막 하셨는지 촉촉하고 쫄깃쫄깃해보입니다. 제가 먹

고싶다고 막 텔레파시를 보내보지만 아주머니께서는 김치만 주십니다. 그리하여 그날 아침은 그냥 밥에

그냥 김치입니다. 이것도 감사해야지 하지만 속으론 콩자반과 오징어포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질않습니

다. 집에가면 배터지게 먹겠습니다. 콩자반이건 오징어포건 뭐든지 배터지게 먹어주겠습니다. 처음으로

얻어먹은 밥에 흥분해서 장갑을 잃어버렸습니다. 밥통을 설겆이하고 난후부터 장갑이 보이질않습니다.

다시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4만원짜리 아침을 먹은꼴입니다. 자꾸맘에 담아두면 안될것같아 그냥 잊어

버리기로하곤 다시 페달링을 제촉합니다. 동해시안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내에 위치한 동굴인 천곡동

굴에 가보기로합니다. 입장료가 2천원이나됩니다. 2천원을 쓸순없습니다. 정중하게 부탁 해봅니다. " 무

전여행하는 학생입니다. 제가 돈이부족해서그런데 무료입장이나 할인같은거 해주시면안될까요?" 했더

니, 어차피 아직은 정식 관람시간이아니니 얼릉 들어갔다 나오랍니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고마우신 아

저씨 사진한방 찍어드리고 동굴을 들어가보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옵니다. 동굴안은 딴세상입니다.

추워질만해서 동굴을 빠져나와 꽁짜로 입장시켜주신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말씀을 드리고 다시 출발합니

다. 삼척을지나 황영조 선수의 모교를 들러봅니다. 황영조선수가 달렸던 초등학교는 정말 작았습니다.

그러나 황영조선수는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내었지요. 황영조선수는 달리며 무슨생각을 할까

생각해보지만 도무지 알길이 없습니다. 그럼 저는 달리며 무슨생각을할까요;; 지금와서 생각해보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질않습니다. 그냥 달리기만한것 같습니다. .. ...  시원한 나무그늘아래 잠시 휴식을 취

하곤  황영조기념공원에 가봅니다. 한 가족이 혼자 자전거타고여행하는 제게 관심을 가졌는지 살짝

다가오셔선 이것저것 물어보며 사진을 찍자고 하십니다. 그래서 같이 사진을찍고는 잠깐 대화를 나누곤

그분들은 가셨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것은 참 좋은일입니다. 잠깐의 만남에도 환히 웃음지을수있는..

공원을 빠져나와 7번 구도로로 달려봅니다. 차가 한대도없었습니다. 전부 신도로로 갔는지 앞에도 뒤에

도 저밖에없습니다. 달리며 생각해봅니다. 달리며 무슨생각을 해야 좋을지 ....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머

리 아프게 이것저것 생각할필요가없을것같습니다. 지금 달리고있는대 무슨 생각이 필요할까요?; 그냥

가면 되는대.. 즐거워야지 생각하며 다시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입니다. 밥을먹어야하

는대.. 도무지 마을이 나타나질않습니다. 3시가 다되어서야 도착한 마을에서 밥을 구해보지만 쉽게 얻을

수없습니다. 그러다가 천일식당이라는곳에서 밥두공기와 된장국 김치 멸치볶음을 얻습니다. 제 밥그릇

이 하나뿐인지라 그릇에 한대 몰아놓고 숫가락으로 휘휘 저어 먹습니다. 가만보니 멍멍이밥같습니다.

그래도 너무맛있습니다. 집에서 가끔 하던 반찬투정은 배부를때나 하는소리였습니다. 밖에나와 고생하

니 맛없는거 하나 없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약간의 낮잠을 잔후다시 출발합니다. 울진 원자력발전소

공원을 한바퀴 둘러본후 공원에서 일하시던 아저씨분들과 잠시 앉아 대화를나눕니다. 아저씨 아들은 이

제 고 3 이라고 하십니다. 자식공부는 서울에서 시켜야하는대.. 이런시골에서 아무리 공부시켜도 서울애

들을 못따라가니 자식한태 미안할뿐이라고 하십니다. 뭐라 드릴말씀도 없고 그냥 고개를 끄떡이다 시원

한 아이스크림 두개 사서 그 아저씨와 같이먹고는 다시 달립니다. 부모님의 마음이 다 그런가봅니다. 자

신은 이 더운날씨에 공원 떙볕에서 풀을메며 살을태우고 땀흘리지만 맘속으론 자식걱정에 한숨쉬는..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싶어졌습니다. 집에 가면 효도해야지..... 생각합니다.  좀더 달리다보니 울진에서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리고있었습니다. 한번 들러볼까 하고 정문에 가니 입장료가 자그마치 12000

원이나 됩니다. 도무지 들어갈 엄두가 나질않습니다. 다시 무료입장을 시도해봅니다. " 무전여행하는학

생(생략)...." 안된답니다... 자신이 담당자가아니니 담당자분을 만나보라고합니다. 후문에 가서 담당자

분을 찾아 사정을 말씀드려보지만 안된다고하십니다. 대신 단체할인 적용시켜서 8천원에 입장시켜주신

다고 하시지만 그것도 제게는 너무 큰부담입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입구에서만 사진몇장찍은후 잠자

리를 알아보러 다닙니다. 교회에 들어가서 여쭤봅니다." 무전여행하는학생인데요.... 잠자리좀..(생략)..

.." 안된다고 하십니다. 교회에 자리가 없다고하시더라구요.. 자리는 딱봐도 많았는대.. 안된다고 막 떠밀

어버리십니다. 그래도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섭니다. 좀더 가다보니 마을회관이 보입니다. 마을회관에서

도 잘수있다고 하는것을 들은터라 우선 이장님댁을 찾아가봅니다. 이장님께서 한방에 OK 하십니다. 저

녁을 먹었냐 물으시길래 아직 안먹었다고 하니 방금잡은 물고기라며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곤 매운탕까지

끓여주십니다. 잡곡밥입니다. 몇일만에먹는 딱딱한 잡곡밥이 왜그리 달게느껴지는지모르겠습니다. 샤

워도 하고 화장실도 맘대로쓸수있게 문까지 열어두시고 빨래는 세탁기로 돌려주십니다. 너무 감사해서

어쩔쭐 몰랐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말씀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망양해수욕장 산포3리 마을회관

에서의 저녁이 저물어갑니다..



정동진->망양 (127km)




6일...



6일째아침입니다. 어제밤부터 찌뿌등했던 날씨가 걱정스러웠는데 결국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

니다. 언제그칠지 모르는 비를 기다리고있을순없습니다. 짐받이 짐을 김장비닐로 감싸고 고무줄로 묶은

후 비오는 새벽길을 달려갑니다. 체온이 떨어지는지 점점 추워집니다. '우비라도 챙길껄..' 생각하며 비

가 빨리 그치기만을 바래봅니다. 비가 와서그런지 내리막에서 앞브레이크만으로 내려가는것이 조금은

무섭습니다.( 1부에 보시면 뒷브레이크 패드가 날아가버려서 뒷브레이크는 더이상 쓸수없는상태랍니

다.) 평해를 지날쯔음 배가고파옵니다. 근처 식당을 찾아가 비맞은 생쥐꼴로 "(생략) .... 밥좀주세요;;"

했더니, 어서와서 앉으라고 하십니다. 무엇을 먹을것인가 물어보시길래 제가 공짜로달라고한걸 잘못알

아 들으신것같아서 " 저 돈이 하나도없어서 무전여행하는데요 그냥 밥에 김치만 주세요 " 했더니 " 아까

말했잖아, 그러니까 뭐 먹을꺼냐고" 하십니다;; 저는 "그냥 어제 팔다남으신 밥에 김치만 주시면 되요"

합니다. 아주머니께서 간단히 대답해주시곤 주방에 들어가셔서 한참을 달그락 거리십니다. 추어탕을

주십니다. 공기밥도 2개나주시고  몇일만에 처음보는 온갖 밑반찬을 제앞에 놓아주십니다. 너무 감사

한마음에 몇번이고 인사를드린후 밥을 먹기시작했습니다. 밥을 한참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시원한

냉커피 한통, 얾음물 한통, 커다란 맘모스빵(겉은 곰보빵같고 안에는 쨈과 포도시럽이 적절히 섞인..)

빵을 챙겨주십니다. 그러시더니 자신의 자식이야길 하십니다. 지금은 군대가있는 아들인데 자신의 아

들도 군대가기전에 자전거 무전여행을 했다고 하시더랍니다. 자식생각이나서 저같은 여행객이 오면 그

냥 보낸적이 단한번도 없다고 하십니다. "이런여행은 지금나이에 해야지, 나같이 나이먹으면 하고싶어

도 힘이없어서 하지도 못해" 하시며 주방에서 사장님이 나오십니다. 세사람이 한테이블에앉아 여러 이

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뭔가 좋은 말씀을 많이해주시고 정말 잘해주신것같은데 밥먹는데 정신이 팔려

많이 기억하질 못한것같습니다. 아주머니 사진을 한장 찍어드리곤 다시 길을 달려봅니다. 이른 아침

부슬부슬 내리던비는 제가 밥먹는사이 뚝~ 그쳐버렸습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서그런지 다리가 전보

다 훨씬 가볍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보니 어느덧 포항입니다. 포항 도착전 10km정도 부터 갑자기

덤프트럭과 트레일러가 엄청 많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포항을 지나서부터는 아예 10대중 8대는 트럭입

니다. 연신 내뿜어대는 매연에 숨쉬기가 힘들어집니다. 얼굴을 찌푸리며호흡을 참고 있는힘껏 달려보지

만 덤프트럭의 행렬은 그칠줄 모릅니다. 팔에는 온통 시꺼먼 매연찌꺼기가 붙어 있고, 숨은 턱까지 차오

르고 머리속엔 이 길이 얼릉 끝나버렸으면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던 도중 길가옆에 손짜장면 집이 보

입니다. 점심때는 아직 많이남아있지만 자동차 매연을 피해 잠시 쉬어가기위해 식당에 들어갑니다. 바

퀴가 제 키보다 큰 덤프트럭에 치이며 달리다보니 밥을 공짜로 얻거나 할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저 퍼지고앉아 "짜장면 하나랑 공기밥 하나 주세요" 하곤 편한방을찾아 누워있었습니다. 잠시 눈을감

고 누워있었는대 깜빡 잠이들었나봅니다. 시간은 어느덧 한시간이 흘러있었고 제가 시킨 음식은 아직

보이질않았습니다. 아주머니께 "저.. 짜장면하고 공기밥은;;" 여쭤보니 "학생이 너무 편히 자고있어서 음

식은 일어나면 주려고.." 하십니다. 그러시더니 짜장면과 공기밥을 금방 다시 해주십니다. 그러시곤 이

것 저것 물어보시고 시원한 얼음물과 수박 몇쪽을 가져다주십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번이나 하고는

음식값을 계산하곤 다시 길을 나섭니다. 충분히 쉬고 맛있는것도 많이먹어서 힘이 팔팔해야하는대 다리

는 무겁기만합니다. 뭔가 이상해서 앞바퀴 뒷바퀴를 살펴보니 뒷바퀴에 펑크가 나있었습니다. 덤프트럭

이 휭휭 다니는 국도변에 앉아 펑크를 때우기위해 타이어를 빼고 펑크난곳을 찾으며 생각해보니.. 펌프

를 챙긴 기억이 나질않습니다. ( 여행 4일째 되던날 일행들과 헤어지며 짐을 분리하면서 펌프를 챙기지

않았나봅니다. ) 아뿔싸...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것만같습니다. 오늘 잘하면 부산까지 갈수있을것만

같은데 갑자기 몸속 깊숙이 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왠지 햇볕이 더 뜨겁게만 느껴집니다. 앞

으로 경주까지는 18km.... 평속 3km로 끌고가면 6시간이면 갈것같지만 트럭 매연과 나무그늘 하나없는

6차선 국도를 6시간동안 끌고갈생각을하니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이래선 안될것같습니다. 이날까지는

여행하며 잔차외의 다른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달려왔지만... 오늘은 도저히 안될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길옆에 세워두고는 어디서 본데로 엄지손까락을 번쩍들고는 "경주요! 경주" 외쳐봅

니다. 차들은 쉽게 서주질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쁜 여자도아니고 잘생긴 남자도아닌, 얼굴은 시꺼

멓게 그을리고 온몸은 땀에쩔은 쫄바지입은 학생을 쉽게 태워줄만한 차는 없었나봅니다. 1시간을 노력

한끝에야 1톤트럭 한대가 비상등을 키며 제앞에 섭니다. "어디까지가는거냐?" 아저씨께서 물어보십

니다. "경주요! 아니 어디라도 좋으니 도시로 태워다주세요!" 하니 경주로 가자고 하십니다. 정말 그랬습

니다. 네발잔차님께서 속초 강릉라이딩 후기에 쓰신것처럼... 잔차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달려간 그 길

을 자동차는 너무쉽게 달려갑니다. 가는동안 차창밖으로 짐을 잔뜩싣고 잔차로 여행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온힘을다해 달려가지만 자동차는 그들을 신경도 안쓰는듯 맹렬한스피드로 그들을 앞

질러갑니다. 아저씨께서 다른분들과 마찬가지로 이것저것 물어오십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이야기

를 나눈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어느덧 경주시내입니다. 아저씨께서 절 내려주시며 명함을 건내주십니

다. 정도(正道)기업 대표 xxx...  '권리보다 의무를 소중하게'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아저씨께서

"자네는 훗날 우리나라 정치를 할지도 모르니 이말을 꼭 잊지 말았으면 하내. 사람들은 힘을가지면 그 힘

을 쓰는데만 정신이팔려 그힘의 댓가를 치를생각은 금방 까먹게 마련이지. 자네같은 정신이 건강한 젊

은이들이 권리보다 의무를 소중히 여길줄알고 나라를 바로세우기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는 좀더 건

강해 지지 않을까 싶내" 라며 제 어께를 가벼이 두드리시곤 금방 가십니다. 정말 멋진 아저씨같습니다.

권리보다 의무를 소중하게... 가슴속에 깊이 세겨두며 자전거포를 찾으러 이곳저곳 다녀봅니다. 보문관

광단지에 가면 자전거포가 많다는 마을주민분들의 말씀을듣고 한시간정도 잔차를 끌고서야 잔차펑크

를 때울수있었습니다. 출발전 포항~부산 구간은 길이 나쁘고 트럭이 많아서 펑크가 자주날꺼라는 잔차

수리점 아저씨의 말씀을 들어보니 펌프를 하나 새로 구입해야할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휴대용

펌프를 판매하지 않는다고하십니다. 보문관광단지 주변의 잔차점들은 잔차 대여점이지 판매점이 아니

기때문에 휴대용펌프같은 물건을 놓아두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그러더니 시내로 들어가서 알아보라고

하시곤 시원한 냉커피 한잔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하곤 다시 경주시내로 향합니다. 물어물어

잔차수리점을 찾아가 휴대용펌프를 구입하니 어느덧 시간이 4시가 다되어갑니다. 오늘 펑크만 나지않

았으면 부산까지 갈수있었을것만같은데 오늘은 경주에서 쉬어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잠잘곳을 찾

기위해 경주시내의 경주동천교회에 들어갔습니다. " 자전거로 무전여행중인 학생...(생략)... 잠좀제워주

세요..;" 하니 너무쉽게 허락해주십니다. 짐을풀고 교회마당에서 대충 몸을 씻은후 이른 저녁 6시쯔음 해

서 자리에 누웠습니다. 저녁을 먹거나 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그냥 피곤함에 지쳐 잠들어 버렸습니

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눈깜빡할사이에 4시간정도가 지나간 후였습니다. 배가고파옵니다. 지금시간에

어디가서 밥을 해결하기가 쉽지않을것같습니다. 오늘 아침 평해읍에서 얻어온 맘모스빵으로 대충 허기

를 체우고 다시 깊은잠에 빠져듭니다.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7일...



아침에 눈을떠보니 수요세벽예배를 준비하시는 목사님께서 분주히 움직이십니다. 이대로 있다간 저도

예배에 참석해야할것만 같아 빨리 준비하고는 길을 나섭니다. 아직은 이른새벽이라 그런지 덤프트럭이

얼마 안보입니다. 이때 많이 가는것이 좋을거같아 조금 속도를 내봅니다. 한 5km 정도 지났을무렵 타이

어에서 다시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뒷바퀴에 이번엔 유리가 박혔습니다. 어제 산 펌프와 패치

로 펑크를때우지만 구멍이 커서그런지 팬텀님이 추천해주신 스티커식  패치로는 잘 붙지않는것같습니

다. 다시 튜브를 빼고 본드를 착착 발라 펑크를 때운후 다시 길을나섭니다.  불국사를 지나가고 울산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을 먹어야하는데 8군데정도를 돌아다녔지만 도무지 밥을 얻을수가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어디선가 빵냄새가 솔솔 풍겨오는것이 빵이 먹고싶어졌답니다. 빵집에들어가서 "(생략) ..빵좀..주

세요;;" 하니 샌드위치 2개와 우유 1천ml 짜리를 주시며 앉아서 먹고가라고하십니다. 빵을 만들다 마시

고 제 옆에 앉으시더니 이것저것 물어보시고는 부산까지 가는길을 가르켜주십니다.울산에서 진하해수

욕장쪽으로 가면 트럭도얼마없고 편하다고 하시길래 감사합니다, 인사를하며 그곳으로 가기로하고 울

산 시내를 빠져나갔습니다. 공업탑 공원을지나 14번국도옆을 지나다가 경찰한분이 서계시길래 부산으

로 빠르고 쉽게 갈수있는길을 여쭤보니 14번 국도를 타라고 하십니다. 지도를 보니 진하해수욕장쪽으로

돌아가는길은 조금멀어보이기도 하고 해서 14번국도로 올랐습니다. 오전 11시가 되어서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덤프트럭들이 이제는 끝없이 제옆을 지나갑니다. 시끄러운 소음과 연신 뿜어대는 매연에 짜증이

나려합니다. 집에돌아가고싶어집니다. 이런길을 앞으로 더 달릴수도있다고 생각하니 딱 부산까지만 가

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집니다. 부산까지 앞으로 48km정도 더 가야한다는 이정표를 보니 숨이 더 막히

는것같습니다. 중간에 쉬고싶지도않습니다. 아무리더워도, 아무리 숨이막혀도 이런곳에서 앉아 쉬고싶

진 않습니다. 어제오늘 몇시간동안 평생동안살아오며 마신 매연의 몇배는 마신것같습니다. 팔에는 매연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니 손에 시꺼먼 땀이 묻어납니다. 부산에 도

착했습니다. 할머니 집을 찾아가야하는데 부산도 서울만큼이나 넓습니다. 부산시내에서 2시간정도 헤맨

끝에 할머니집에 도착하니 할머니께서 더위먹고 넘어가려고 작정했냐, 하시며 제 등짝을 한대 후드려

치십니다. 큰어머니께서 불고기에 조기 추어탕 김치 밥 등 ...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상 차려주십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먹은후 배를 두드리며 잠깐 잠이듭니다. 몇시간 곤히 잔후 할머니댁 근처의 pc방

에 들어갑니다. 오랜만에 전자파를 맞아보니 기분이 이상야릇해집니다. 아자에들어와 중간보고를 마친

후 제주도행 배를 알아보고 오랜만에 게임한판 해봅니다. 몇일 안했다고 손이 감을 잃었는지 총알이 빗

나갑니다. 그렇게 한시간을 보낸후 아이스크림 한개를 사물고는 다시 할머니댁에들어갑니다. 큰아버지

가 퇴근하시고 오시며 치킨에 맥주를 사오셨습니다. 정말 먹고싶었던 시원한 맥주였습니다. 큰아버지께

서 조카들중에 명절이 아닌때에 이렇게 혼자 큰집에 놀러온조카는 제가 처음이라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그러시곤 큰아버지와 단둘이 치킨에 맥주 5병을 마시곤 다시 잠에듭니다.



경주 -> 부산 (12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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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teojin글쓴이
    2005.8.4 10:24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래 던칸님과 같이 다녔지만 느끼는 감정은 개개인이 다를수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투어 후기인만큼 가능하면 제 감정에 충실하게 쓰고싶었습니다.
  • teojin글쓴이
    2005.8.4 10:24 댓글추천 0비추천 0
    전국일주 자세한사진은 싸이월드/teojin 에서!!!
  • 일주 중의 뼈저린 고독과 고통을 함께 맛봅니다. 틀림없이 값진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 글이 맛갈스럽네요....2부 기대합니다^^
  • 인수형님 또 다녀 오셨군요!!!!! 이번에는 동참하신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사업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7월 15일에 샵을 오픈하고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
    오픈 준비중입니다. 보시게 되면 연락부탁드립니다.
  • teojin글쓴이
    2005.8.5 00:40 댓글추천 0비추천 0
    http://cyworld.nate.com/teojin < - 신속한 후기와 자세한 투어사진등을 감상하실수있습니다@_@ㅋ 일촌신청도 조금 해주시구요;; 투어에관해서 부족하지만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자세히 답변해드리도록하겠습니다@_@ㅋ
  •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셨군요. 후기 잘 읽고 갑니다.
  • 잊지못할 좋은 글 입니다.
    부럽고,감동도 주시고 ,아직은 우리사는 세상이 살만한가?
    라고 반문하게 하네요.^^
    고맙습니다.대리만족... .^^
  • 저두 이번주에 출발할껀데..많은 도움이 되네요..글구 젊음이 부럽네요..식사및 잠자리해결부분에 대한 넉살과 배짱..화이팅! 2부 기대합니다..^^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treky
2016.05.08 조회 676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5
hkg8548
2011.08.04 조회 7165
M=F/A
2011.06.13 조회 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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