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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자전거 여행

lake72005.09.21 19:35조회 수 1763추천 수 1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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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삼일이나 몰려 있어서 남편과 티끄락 내그락 줄다리기 끝에
전라도 하동의 쌍계사로 결말을 보았다.
별로 내키지 않던 여행이다
전날, 전국투어 후 처음 나선 라이딩에 심한 자전차 추돌로 도로에 자빠링 하는
바람에 허벅지에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고 온 몸이 욱신살 거렸다
꼬몰 꼬몰 시불락거리다가 12시가 넘어 자전거를 싣고서 고속도로를 탔다
남편은 젊어서는 같이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행이라는 말은 비싼 단어고 같이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랑 동료랑 어울리기 바쁘고 살기 바빠서 여행이란 자체가
희망사항 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슬 슬 사십줄에 놓이고 부터  그는 나와 같이 가기를 희망하고 보챈다
머~ 다 늙은 마누라가 이쁘서 그러겟나,꼬부랑 할배 되기전에 젊어 못 해 놓은
점수를 만회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돈 안들고 편한 여자는 마누라 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달었는지 모르지만 여자인 나는 남편보다 친구들이 더 재밌는데,,,

아뭏든 차가 밀려 햇살이 뉘엿 해서야 하동에 도착했다
내가 경주 근처로 가자는 남편의 말을 따르지 않고 이곳을 강력하게 내세운데 에는
한달전 여행때 본 이곳의 경치가 눈에 아삼삼 밞혀서 였다
섬진강은 흰 모래사장 가운데 잔잔이 흐르고 있고 논에는 자운영이
붉게 붉게 피어 있었다
도로가에는 푸른터널을 만들고 있는 꽃잎 떨군 벚나무 아래로 달리는 기분은
다른 어느 도시에서 쉬 찾을 수 없었던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자전거로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을 올랐다
최참판댁 대문에서 내려다 보는 섬진강은 넒은 들판을 가로 지르며
하동의 젖줄로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평사리 사방팔방이 최참판댁 소유라고 했던가. 근처에 사는 늙으수래한 촌부는
피도 눈물도 없이 재산을 모았다고
윗대에 전해오던 이야기를 나그네에게 말해준다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섬진강이 주던 젖을 먹으며 한과 시름을 강물로 흘려 보내며 살아왔던 것일까?
흐르는 강물,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흐르는 섬진강은 잔물결하나 없이 그져 흐르고 있었다.

최참판댁을 돌아보고 나오다가 광양에 사는 친구 동생이 생각 난 남편은
고향까마귀가 그리웠던지 술이 고팟는지 그에게 전화를 했다
이 까마귀도 고향소식에 그리웠던지 술이 땡겻던지 광양으로 펴뜩 오랜다
그곳에서 우리는 생전 처음으로 재첩회를 맛 보았다
아주 자잘한 재첩으로 애호박을 살짝 데쳐넣고 무쳤는데
다른 푸성귀는 보이지 않고 재첩만 올올이 하다
몽캉하고 달콤하면서 담백하며 깔끔한 맛이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양푼이에 재첩회무침을 넣고 쓱쓱 비벼 재첩국물을 후루룩 후루룩 마시며
걸신 들린 듯  먹었다
두 까마귀는 고향 이야기 타향에서 고생햇던 이바구를 안주 삼자
술은 수우술 하며 껄뜩 껄뜩 넘어간다

한잔 얼커니 되어서 늦게 숙소에 들어
분위기 잡는 순간에, 누가 문을 두드린다
◎◎ 오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찾아 온다 말이냐 더구나 이 낮선 고장에서?
순간적으로 머리속에는 피터지는 장면이 연상되고,, 문밖의 남자들은 물러가지 않고 문을 두드린다
(으메~ 나으 미모를 알아보고?? !!)
기껏 잡아 놓은 분위기는 다아 달아나고
마치 나쁜 짖 하다 들킨 청소년 같은 기분이다 - -
남편은 허겁지겁 일어나 문도 열지 않고 '누구세요?'
'여기 **씨 안 계십니까?'
이런 빌어묵을!! 아니 밤늦게 여관 문을 두드릴 것이면 호수를 단단이 알고 와야지.
삼대 구년만의 뜨거운 밤에 찬 물을 끼엊다니,,,시부랄 내부랄 씨불거렸지만
한번 끄진 불은 돌아 올 줄 모른다


다음날은 귀동냥으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백운사 옥려사지를 찾아나셨다
동백나무가 우겨진 가파른 중턱에 패달질 해 땀을 뻘뻘 흘리고 갔더니
한창 발굴중이었다
하릴없이 떨어진 도자기 조각들만 어루 만지다 나왔다
차도 없고 사방이 산으로 병풍처럼 둘리쌓인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달리니
촌부두집이 보인다.
밥은 없고 두부에 김치 부침개만 판다
아침도 먹지 않은 빈 속이지만 안주 좋은데 술이 없을손가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물 마시듯 막걸리를 벌컥 벌컥 마셧더니
금새 취기가 돌아  발에 힘이 쭉 빠져 자전거는 커녕 걷기도 힘든다
마침  비석 새워진 그늘진 대리석이 보여  잠깐 쉬었다
남편은 가족 납골당 위에서 드러누워 있는 나를 놀렸지만
삼천리 방방곡곡 사람 사는 곳에 유골없는 곳이 있을손가
시원하니 좋키만 하다
나는 드러누워 쉬고 새겨진 비문을 한문에 유식한 남편이 잘난체 읽고 해석해 준다
산천명당에 흩어진 조상들을 가족납골당에 모시니 청결이 관리하고 정성껏 모셔라는 말이다라고 ,,
죽은 영혼이 무엇을 알겟냐마는 관리의 명분으로 바쁜 자손들이 서로의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라는 깊으신 배려이겟지

  바람곁에  달큰한 향기 풍겨 돌아보니 까맣게 잘 익은 오진 오디나무 한 그루 서 있다
그래,살아있는 자손들 잘 먹으라고 땅의 양분이 된 조상들의 은덕으로
달콤한 열매를 자랑하는 오디를 양껏 따 먹고
배부른 에비에미는 그제서야 새끼들이 생각나서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오디를 봉다리에 따 넣었다
집에와서 풀어보니 검은 덩어리가 되어 있다
지엠피 삼만시대의 배부른 새끼들이 그것을 거들떠나 보겠는가?
나는 빈 꿀병에 오디를 넣고 냉장고에 굴려다니는 소주를 붓고 해서 오디술을 담았다
언제 오디술이 잘 우려나며 새끼들이 좋아하는 튀김닭을 시키고
투명한 글라스에 까만 오디술 달콤한 술을 새끼들과  마셔야지.
작은 것 하나라도 주고 싶은 에미 에비의 맘도 나누어 진다며  
더 아니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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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아주 재있게 잘 읽었습니다..^^ 오디는 소주를 붓기보다 오디 그자체로 병에 담아 우려내면
    50년 묵은 프랑스산와인 저리가라 합니다..ㅎㅎ 어릴 적 저의 고향이 양잠마을(당시 새마을운동으로..)이라 천지가 뽕밭이었는데 입술이 퍼래지도록 따먹고 알미늄 도시락에 꽉채워 먹던 때가 잠시 그리워지네요..^^
  •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표현이 솔직해서 참좋네요...
  • 한편의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 글을 아주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 캬하~멋지십니다^^종종 글올려 주세요~
  •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데 정말 맛있는 수필집 같아 가슴에 와 닿습니다. 즐거우셨다니 종종 낭군님과 같이하세요.
  • 글을 참 맛있게 쓰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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