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많이 해야 해”
“ 고기 3인분에, 반주에 거기다 밥을!”
한공기의 밥을 토종 된장찌개에 먹는다.
새벽에 먹을 빵과 우유를 공수하러 강릉 터미널을 돌아다닌다.
편의점도 마다하고 식당 주인에게 물어 제과점을 찾았다.
9시경에 강릉 도착 전화가 온다.
숙소에 들어서서 락헤드님 새벽에 출발하는 탓에 준비 할 것을 당부하신다.
2시50분
일어나 빵 먹으라고 깨우신다.
‘조금만 더 자면...’
눈을 뜨는 둥 마는 둥에 빵은 입으로 들어가고 곁들여 우유를 벌컥 마신다.
고양이 세수만하고 숙소 앞으로 내려가 기다린다.
평소에 약속이라면
유별나게 정확한 분이시라 함께 한 사람들이 걱정이 된다.
‘ 아침부터 한 마디 듣겠구먼 ’
“ 편의점이 어디있지요?”
‘에~~~~구’
“ 방에서 준비하라 했는데 안 받았어요?”
“ 마이클님이 찝찝하다 해서...”
그 뒤로 물을 비롯해서 마이클님의 왕자병은 더욱 심했다.
“ 여기가 대관령대회 출발선입니다 ”
모두의 머릿속에 담아 뒀으리라 짐작한다.
호기심없이 담담하게 마음이 다부져진다.
어제까지 무릎에 통증이 있었는데, 걱정이 되지만 조심해서 움직인다.
이른 시간이라 간간이 지나가는 차들의 속력이 무지막지하다.
락헤드님과 가는 경우와 달리 팀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마음이 무겁다.
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상의가 흠뻑 젖어 반팔을 벗었다.
새벽인데도 강릉의 바람은 훈훈하다.
“ 여기서부터 천천히 올라갑니다 ”
차가 드물게 다녀서 일렬로 가는 중에, 마이클이 중앙선 쪽으로 가길 몇 번이다.
“ 마이클님 뒤에 차 와요”라고 땀뻘뻘님 외치기를 수없이 했다.
“ 앞에 가는 사람은 ”
“ 작업~~·맨 ”
선창하자 아빠곰님의 답변이다.
“ 마이클 엉덩이는 얼얼~~~해, 얼얼하면 작업 못해, 작업 못하면 끝이야... ”
덕분에 깔깔거리며 대관령을 올라간다.
중턱쯤 오르니 계곡물 소리가 명쾌하게 난다.
모두들 빵을 꺼내 마치 걸식들인 사람들처럼 우적거리며 먹는다.
대관령 약수와 어우러진 빵맛은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말을 하지 말랐던가!
그것이 아니라 ‘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았는가 ’ 였던가...
대강의 요기를 하는 중 여명이 구름사이로 뚫고 나온다.
포즈랄 것도 없이 땀뻘뻘님 앉아서 찍고, 옆으로 쓰러져 찍고...
그래서 나온 사진 중 근사한 것을 건졌다. (단 한번의 컷)
대관령 정상!
문 닫은 휴게소의 주차장이 휴가 차량과 텐트로 즐비하다.
흔들릴 줄 알았던 바람도 맛보지 못하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가슴을 핸들에 대고, 엉덩이는 하늘로 솟고 마음껏 내리쏜다.
sos 사건이 터졌다.
“락헤드님 잠시 화장실을 가야겠는 걸요‘
“이번 말고 다음 주유소에 가면 깨끗하니 조금만 참아”
“아~~ㄴ 돼 는데요”
“빨리 와~”
삐질 삐질 이마에 씩은땀이 흐른다.
‘에이, 모르겠다’
자전거를 도로에 팽게치고 산으로 뛰어오른다.
언덕에도 다 오르지 못하고, 고사리밭을 발로 이리저리 뉘여놓고
볼일을 본다.
자전거를 타면서 낮이 두꺼워졌다면 아마도 생리현상을 처리하는데서 벌어지는 일일것이다.
찝찝하게 해결을 하고 다음 주유소로 달려간다.
“저기 보이는 저 아궁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침을 먹었었어요”
일행에게 작년의 상황을 얘기한다.
아마도 상상만 할뿐이지 이해는 안가는 일일 것이다.
“아~휴 아가씨가 왠 고생이래~, 강릉에서 서울이 어디라고 ”
“ 아줌마였네!”
식당 안까지 쫒아 들어온 주인장이 헬멧과 고글을 벗은 날보고 놀라며 하신 말이다.
‘ 잉! 이럴 줄 알았다면 계속 쓴 채로 밥을 먹을 걸’
‘ 허기야, 그런 말은 장거리 땐 꼭 듣는 말이라...’
한상 널부러지게 차려진 음식을 바닥이 보이게 모두 쓸어넣었다.
숭늉 한사발로 마무리하고 다시 출발한다.
“ 밥도 먹고 했으니, 몸 풀면서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그 말의 의미는 곧바로 몸으로 왔다.
속사리제를 시작하는 곳이 었느니...
페달 하나하나 또박또박 밟으며, 경사는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 긴 언덕을 넘었다.
오른 만큼의 내리막.
자전거의 보상이 있는 내리막.
1시간 정도를 갔을까, 버스 정류장에 들어 새벽에 먹다 남은 빵을 꺼내서 먹었다.
“ 아니 지금 아침 먹은 지 얼마 안됐는데, 배가 고파요?”
모두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속으론 거지가 들었나’ 했을걸...
‘ 자기들도 배고파 봐 ’
그곳은 작년에 누워 자던(노숙) 길이었다.
봉평을 지나 휘닉스 파크가 보일쯤에 도로 옆에
덩그러니 서있는 자전거가 있었다.
‘ 뭔 일이 있는 것일까 ’
‘있을 것이면 3대가 있어야 하는데 왜, 1대 일까!’
‘ 사고가 있는 것일까 ’
만감이 교차함과 동시에 락헤드님과 주변을 둘러보며
일행을 찾았다.
언덕 아래서 아빠곰님 시원한 물 한통을 목이며, 이마며 얼굴에 비비면서
얼굴을 상기한 채 올라온다.
“어떻게 된 일이어요”
“ 너무 덥고, 그냥 지나치실까봐 자전거 세워놓고 가게에 다녀왔어요”
“ 우린 걱정했잖아요, 뭔 일인가해서 ”
놀란 가슴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태기산을 향해서 오른다.
도로 공사로 중장비와 비포장과 꺽어진 고개 길이었는데,
경사진 산등성이에 잔디심는 공사만 빼고, 깔끔하게 공사가 마무리 되어 있다.
아빠곰님 페달이 급하게 돌아간다.
‘ 저렇게 가다간 지칠텐데 ’
아니나 다를까,
파이팅하고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빠곰님이 걸어온다는 말을 듣는다.
내 라도 기다려 줘야 한다는 사명 (?) 이 생긴다.
덕분에 숨도 돌리고.
락헤드님은 아빠곰님 3km 비법(?)으로 천천히 올라오시고,
혼자 뚜벅거리며 오른다.
중도에 기다리고 있던 땀뻘뻘님에게 아빠곰님의 사정을 얘기하니
기꺼이 선두 서는 것을 포기하고 써포트하며 올라간다.
굽이굽이 지나 양구 두미재 정상에 도달하자마자 약수터로 달려갔다.
락헤드님 급히 물통에 찬물을 채우고는
“ 아빠곰님 물 공수하고 올께”
하시며 다시 내려가신다.
‘ 과연 ...’
잠시 아빠곰이 도착한다.
서로 도와주며 마음 쓰는 끈끈한 정이 가슴에 닿는다.
더우면서도 먹는 따끈한 옥수수의 맛은 정말 꿀맛이다.
“ 내리막 코너가 심하니까 조심해서 내려 갑시다 ”
언제나 들어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말이다.
둔내 두부집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찬물에 밥을 말아, 묶은 김장 무우를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처음 찬그릇엔 손가락 크기의 무우가 대 여섯 조각 나왔다.
“ 땀! 두 개만 먹어 ”
“ 왜요 모자라요? 더 드릴까요?”
고기도 아니고 고작, 무우 땜에 땀과 티격 거리는 모습을 보시곤 쥔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 옙 ”
‘적은 것에 목숨을 걸다니...’
땀이 “큭큭”대며 웃는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에 나온 무우중에 가장 큰 것을 젓가락으로 찍어다 내 앞에 놓고는 우적거리며 먹는다.
라이딩을 하면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는 햇볕의 강렬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다.
봉평의 지루함도 비교되지도 않을 지루한 길로 들어섰다.
경기도란 푯말이 나올때까지
쭉~~~~~~~~~
돌려도 돌려도 강원도는 걸쳐있고,
돌려도 돌려도 거기가 거기 같고,
돌려도 돌려도 휴게소는 보이지 않고,
돌려도 돌려도 구멍가게도 보이지 않고...
돌려도 돌려도 목구멍까지 ~팔 ~ 팔 열기가 올라오고...
돌려도 돌려도 땀은 더 흐르고,
돌려도 돌려도 폐달에 가속이 붙질 않는다.
“ 터널 지나서 잠시 쉬다 가자”
‘ ^.^!! ’
잠시 후 횡성 터널이 보였다.
지나자 마자 쉬자는 말에 가게가 있거니 생각했는데 오산이다.
머리위로 지나가는 도로로 생긴 그늘을 말했던 것이다.
쭈삣한 머리에 그냥 지나칠까하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는
되돌아와 퍼져버린다.
울음이 목젖까지 나왔는데 울 수도 없다.
물 한 모금 마시면서,
“ 맥주 하나 사주면 안돼요? ”
“ 사 줄께 사 준다 사줘, 지금부터 나오는 첫 번째 가게에서 사 줄테니
마음 풀고 가자 ! “
대꾸없이 자전거에 올라 무작정 첫 번째 가게를 향해 달린다.
뒤에서 락헤드님 말씀이 아련히 들려오는 소리.
“ 앞으로 20km 정도 가면 휴게소가 나올거야 ”
순간 작년에도 속고 속아 울었는데, 또 다시 배신감으로 치밀어 오른다.
페달의 속도가 슬로 비디오로 돌아가고, 엉덩이가 안장에서 삐쭉거린다.
‘ 평소 15km 정도만 가면 휴식을 한 번씩 취해줘야 라이딩에 무리가 없는데,
앞으로 20km를 가야 한다면... ‘
이때가 되면
‘ 막 가자는 것이지요! ’
‘ xxx, yyy, zzz...'
...
“고만가~~~”
“ 마이클~~~~고만가~~~”
락헤드님 찾으라는 휴게소가 아득하니 먼 것을 대비하여,
응급조치로 계곡입구를 지나치는 마이클을 향해 부르짖는 소리다.
그때도 고만가씨 때문에 난 울고 웃고를 반복했다.
계곡에 땀뻘뻘님 머리를 꿩처럼 박고는 시원해 한다.
아빠곰님 웃통 벗은 채로 행복한 비명이 나오고, 나 또한 더 이상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락헤드님 그늘에 앉아서는 돌맹이 던져 약 올리신다.
여전한 마이클 물속에 병이라도 있을까 두려워 들어오지도 못한다.
잠시 보낸 휴식은 나머지 km의 라이딩을 허락했다.
태양의 열기로 바닥이 따끈한 것도 아량 곳 하지않고 아빠곰님 음료수와 물을 마신다.
땀님과 난 맥주를 마신다.
한 모금을 마신 것 같은데 없어진 아쉬움이 생기지만, 남은 긴 여정으로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먹고는 달랜다.
엄지 발톱을 샌들 신는다고 기른 것이 큰 압박으로 와서 멍이 들었다.
고개하나 넘으면 이젠 강원도를 떠난다.
경기도를 들어서자 젖 먹은 힘이 솟는다.
대명휴게소!
마이클님 잠시 엇갈린 라이딩으로 씩씩거린다.
이곳에서도 맥주는 속을 달래준다.
얼음물을 사서 머리, 겨드랑이, 목, 팔, 다리...
온몸의 열기를 녹일 량으로 비벼댔다.
도로가 여행객들의 차량으로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백운봉 휴게소 쯤에서는 더욱 심하게 변칙 운전으로 라이딩하는데에 테클이 왔다.
조심스레 갓길과 도로를 오가며 양수대교를 지난다.
봉안터널을 시작하여 모두 통과하고, 팔당대교를 넘는다.
다리가 이미 내 몸에서 벗어난 남이 되어있다.
저절로 자전거와 내가 한 몸이 되어 굴러가고 있다.
원하는 시속 만큼 절로 돌아간다.
“ 아~~ 배 고파서 못 가겠어요 ”
땀뻘뻘님 하남에 들어서자 배고픔에 자전거를 세운다.
마이클님 엉덩이의 통증으로 반나의 요상한 포즈를 취하며 엉덩이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 건너편에 사람들 봐요 ”
“ 괜찮아요, 아파 죽겠어요 ”
“ 아빠곰님은 괜찮아요?”
“ 난 감각이 없어서 괜찮아요 ”
“ 땀님은요?”
“ 몰라요 ”
“ 락헤드님은요 ?”
“ ... ”
여기서 락헤드님은 라이신이셨다.
마음에 안드는 감북동 언덕을 그냥 저냥 넘어버리고 잠실로 들어선다.
‘ 흠~~~’
심호흡에 감격한다.
집 떠나 사서한 고생 길이지만
마음 쁘듯한 감격에 벅차오른다.
선착장의 파라솔 의자에 벌거벗은 나의 모습이 쳐져서
맥주를 마신다.
같이 라이딩한 동지들의 지친 가운데의 행복한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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