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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MTB 라이딩 MTB바이애슬론 참가후기

sepira2005.10.26 18:30조회 수 1634추천 수 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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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MTB 바이애슬론 경기코스맵

여기를 클릭하면 고해상도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 진행거리별 고도추이


지나간 일요일 인제에서 mtb바이애슬론 1회대회가 있었다. 스키의 바이애슬론경기규칙을 mtb에 그대로 접목시킨 독특한 경기다. 저번 대관령목장라이딩시 잠시 맛배기로 경험한 바 있었다. 그때의 독특하고 색다른 기분을 그대로 이어 이번 경기에 참가한다.

경기 이틀전 금요일저녁 둔촌동에서 단월님과 이박사님을 픽업한다. 알샵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12시가 다되어 도착했다.

<사전답사, 2005.10.22, 토요일>

아침6시반에 기상한다. 밖에는 차유리에 서리가 낄 정도로 서늘하다. 아침의 냉기가 몸과 마음을 웅크리게 만든다. 그래도 서울에 비해 충만한 대지의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쾌청하다.


새벽길을 달려서 김택수님이 오신다. 몇번 진입로를 놓치고서야 겨우 알샵을 찾아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원래는 간밤에 같이 카풀하여 오려고 했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아침에 홀로 오셨다. 다행히 내일 부인과 함께 대명콘도를 예약해 놓으셨다고 한다. 경기후 대명콘도로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알샵사모님이 아침상을 봐 놓으셨다. 알샵 선수들을 전장에 보내는 맘이 편치 않으신지 따듯한 밥을 직접 차리셨다. 고맙게도 뜨듯한 국물과 밥으로 아침속을 달래본다. 택수님이 속이 영 편치 못한 기색이다. 어제도 병원에 다녀 오셨다. 식도염이라고 하는데 음식이 위로 통 넘어가지 않아 소화가 안된다고 한다. 잘 먹어야 경기도 잘 치를 텐데 걱정이다.

내 차에 실어 놓은 세대의 찬차를 얄샵 이스타나에 옮겨 싣는다. 무려 7대의 잔차를 가득 싣고도 여유공간이 있다. 이교장님을 포함한 5명의 알삽전사들이 인제로 출발한다.


가는 길은 수월치 않았다. 가을 단풍이 절정인 계절인지라 아침인데도 차들이 도로에 가득하다. 홍천을 지나 구성포쪽에 이르니 차선도 좁아지고 단풍놀이 차량도 넘쳐난다. 한참을 느릿하게 진행하다 2차선 도로에 접어들면서 다소 정체가 풀린다. 왼쪽에 소양호가 보이고 산야가 온통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있다. 강원도에서 볼 수 있는 단풍의 정점으로 우리는 간다.

인제로 접어들기 직전에 우측으로 MTB코스 이정표가 보인다. 지나쳤지만 이사장님이 한번 가보자 하여 그대로 다시 우측길로 접어든다. 경사가 가파른 로드를 따라 올라가니 여기저기 MTB코스 안내표지판이 많다. 계속 따라가면 31번 국도와 만나는 내일의 경기장소 원대리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다.

한참을 로드를 따라 올랐을까? 고개마루 정상인 듯한 곳에서 이교장님이 잠시 차를 멈추신다. 이곳이 오늘 경기장소인 로드끝, 임도시작구간이란다. 아래로 멀리 원대리가 보인다. 경기가 시작되면 아득하게 먼 그길을 로드를 타고 업힐을 여기까지 해야 한다. 빤히 바라다 보이는 마을이지만 실제 경기때는 만만치 않은 업힐이 될 것 같다.

코스 답사를 위해 임도로 차의 방향을 돌린다. 임도는 초입부터 녹녹치 않다. 능선을 타고 벌떡 서있는 몇구비를 오르고 올라서야 다소 내리막이 나타나고 내리막이 끝나는 듯 싶더니 다시 오르막이 나타나는 형국이다. 이박사님과 단월님, 나, 택수님이 긴장한다. 업힐의 규모가 라이더를 긴장하기에 충분하다. 스타트 지점부터 이곳까지 완만한 구간이 거의 없는 대략 5~6Km의 업힐인 듯 하다. 하지만 길상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어느 구비를 돌다가 갑자기 시야가 확트이며 멀리 설악의 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구간에 이른다. 다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초설이 내린 설악산을 조망한다. 오늘 아침 첫눈이 내린 설악은 마치 이발소그림에서 조연출로 비치는 배경산의 그것과 같다. 늘 꿈에 그리던 그 눈덮인 산의 이미지 그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태백의 준령들은 이미 단풍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절정의 시기에 우리는 이곳을 오른 것이다.


실제 경기 당일에는 이런 비경을 즐길 여유가 없을 것이다. 오늘 답사때에 충분히 느끼고 돌아가야 한다. 긴 내리막 구간을 내려서니 대회행사 관계자분들이 도보로 코스에 테이핑(안전띠)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위험한 구간과 막다른길 표시를 하시는 것이다. 꼼꼼한 대회진행을 위해 만전을 다하고 계신 분들께 이교장님께서 격려를 하신다. 걸어서 돌기에 13Km구간은 다소 길 수도 있는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진행요원분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드디어 싱글딴힐이 시작되는 중간 탈출지점에 이른다. 식별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탈출로는 이정표와 함께 잘 구분이 되어 있었다. 경기당일에는 앞쪽 길을 폐쇄하고 이곳에 급수대와 체크포인트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선수가 길을 잘못 들 문제는 없다.

알샵 이스타나가 내리막에서 주유등에 불이 들어온다. 이교장님이 걱정을 하신다. 이전에도 주유등에 불이 들어온 상태로 주행하다 엔진이 서 버려 주유소까지 가서 기름을 사느라 고생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아까 넘어온 임도를 거슬러 가자니 길상태가 험하여 중간에 기름이 떨어질 듯 하여 그대로 진행하여 포장로를 찾아 보기로 한다.


길 노면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온길보다 더 긴 길을 가는 느낌이 든다. 포장로를 찾아보지만 임도만 계속된다. 내리막에서 주유등에 불이 들어오고 오르막에서는 다시 기름게이지가 쭈욱 올라간다. 만약 차가 선다면 잔차 내리고 기름사러 길을 나서야 할 판이다. 뭐 그핑계로 임도라이딩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인제군이 의욕적으로 만들어 놓은 MTB코스가 인상적이다. 곳곳에 이정표와 안내판이 많다. 상세한 이정표를 보면 처음 오는 사람이라도 쉽게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커다란 순환코스와 중간중간에 다운힐코스, XC, 초중급자 코스등 곳곳에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았다.


갈대숲에서 바라본 이정표, 아래가 북쪽이다.


갈대숲 많은 곳이라고 표시 되어 있는데 갈대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지나온 길이 보인다.


갈대숲 오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진행한다. 왼쪽길이 크게 순환하는 코스이다. 초행길이신 분들은 다소 혼동될 여지도 있다.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아까와 같이 갑자기 앞이 훤해진다. 유럽의 어느 산등성이에서 조망 가능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초설이 깔린 설악산이 보이는가?


임도를 많이 다녔지만 MTB코스로 특화된 지역은 강원도에서 여기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다음 기회에 다시 이곳을 완전히 개척하기로 하고 긴 순환임도를 돌아 원대리에 도착한다.


다행히 기름이 떨어지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인제내린천 수변공원에 조성된 행사장은 아담했다. 사격장과 사로에는 이미 도착한 몇몇의 맹렬라이더분들이 사격연습을 하고 계셨다. 그 옆에는 대회 진행요원으로 참가한 바이애슬론 선수분들이 영점조준작업도 한창이었다. 행사장에는 간판이며 현수막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첫 대회에 참가한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우선 사격연습을 한다. 나와 택수님의 경우(남자 시니어II)를 MTB코스를 두바퀴(총 26Km)를 돌고 한번은 엎드려쏴, 한번은 서서쏴를 5발씩 하여 1발 실점시 100미터 페널티코스를 한바퀴 돌고 잔차를 타야 하는 룰이 적용되고 단월님(여자 마스터)과 이박사님(남자 그랜드마스터)은  MTB코스는 한번(13Km)만 돌고 엎드려쏴 5발만으로 경기가 종료된다. 엎드려쏴는 그럭저럭 거의 맞출 수 있겠는데 이게 서서쏴가 문제다.. 명중율이 채 50%를 넘지 못한다. 정신과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하면 80%, 조금만 방심하면 40%에서 헤멘다. 경기당일에 숨이 찬 상태에서 몇발이나 들어갈 수 있을 지 걱정된다. 나뿐만 아니라 알샵분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연습중인 이박사님이다.


단월낭자의 사격폼이다. 아우라.. 쫘악이다..


그늘에 가려 똥배가 안보인다. 나 되겠다.


사격도중 아이언윙 소속의 여자 맹렬라이더분 장명옥님을 만난다. 무척 쾌활한 성격을 가지신분이다. 혼자 버스타고 이곳까지 왔단다. 각종 경기대회 1, 2위 경력을 쏫아낸다. 대단한 여자 고수임에 분명하다. 어제는 가리산까지 타고 오셨다는데 경기모드에 최적화된 분인듯 싶다. 열정이 부러울 따름이다.


여자 마스터부에 33명이 신청했단다. 단월님이 명옥님의 위세를 보니 내일 경기가 걱정된다고 한다. 우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위로했지만 그런 단월님의 맘과 우리도 다르지 않다. 나도 쫄았다.^^ 흠흠.. 하면서 나는 뭐 중간만되어도 만족한다고 위안해 본다. 하지만 이박사님은 그랜드 마스터부(51세이상)에서 분명 좋은 성적이 나오리라 모두가 동의하는 기세다. 이미 우리는 이박사님의 에너제틱한 라이딩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정작에 이박사님이 부담스러워 하신다.

점심은 원대막국수에 두부전골로 한다. 거기에 동동주(이게 사람 잡는다..잠시후 알게된다.)도 한잔 곁들이고 자만심이 한껏 부풀은 상태에서 잔차를 이스타나에서 꺼내어 든다. 마치 전장의 장수가 칼자루를 뽑아 들듯이..^^;

알샵 전사들은 늘 그렇듯이 점심먹고 빡센 업힐을 즐겨한다. 원대막국수집은 경기 출발장소로 부터 300미터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를 출발지로 하여 오늘 코스답사를 시작한다. 로드 업힐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완만한 로드 업힐이다. 준비운동도 전혀없고 밥먹고 말그대로 그냥 시작한 업힐이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고 완만한 업힐이 가파른 길로 형세가 서서히 바뀌어 간다. "아흐.. 몸이 아직 안풀렸는데.."라고 소리치고 싶다. 가방에 가득담은 부식이 오늘 따라 무겁기만 하다. 숨도 점점 가빠오구 앞을 보니 장명옥님과 이박사님이 슉슉 올라가신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저단을 지양하며 고단으로 오르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 까지 하다. 숨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오르고 있자니 멀리 임도와 만나는 지점이 보인다.

아까 사전답사때 거기서부터 또다시 임도업힐인지 알고 있는지라 설상가상이다. 명옥님님과 이박사님이 선다. 나도 선다. 잠시 쉬기로 한다. 사전답사이므로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오 다행이다..^^ 진을 거의 다뽑으려던 시점이었다. 동동주에 막국수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내려간다. 자만감 만빵으로 몸도 안풀고 시작한 업힐인데 이렇게 고통스러울지 몰랐다. 담에는 절대 술먹고 잔차타지 말아야지..ㅠㅠ 이박사님과 난 다짐해 본다.

다시 시작된 업힐.. 로드가 끝나고 임도로 접어들면서 별로 낳아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몸은 안풀렸고 명옥님과 이박사님은 빡세게 치고 나간다. 어휴.. 거의 시합모드를 의식해서 인가 여유를 보이지 않으신다. 다리힘과 가슴은 터져 나갈 듯 하고 이를 악물고 구비구비를 돌아간다. 거의 정상부에 가까워져서 잠시 쉰다. 잔차에서 내리고 디딘 발이 힘이 없어 비틀거린다.^^ 거의 갈때까지 간것이다. 우리 천천히 가자고 하소연한다. 경기하러 나온것이 아니고 답사하러 나온 것이라고 외쳐보기도 한다. 그런 나의 말이 들리는지 알수가 없다. 아님 내가 그런말을 외치긴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거의 마지막 구비를 돌고나니 드디어 내리막에 들어선다. 흠.. 여기부턴 좀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갈고 닦은 딴힐을 한다. 남들 보기에는 무식하게 하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룰이 있는 딴힐 되겠다. 적절히 제어하며 딴힐하다 다시 스퍼트하고 다시 딴힐하고 몇번을 반복하니 금새 싱글진입로에 다다른다. 음.. 전반 임도 업힐부만 무난히 지나면 그담부터 무지하게 딴힐하고 스퍼트만 반복하면 되겠다는 자만감이 다시 싹튼다.

이박사님이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업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넘 무리 하신 것이다. 답사하자며 올라가시더니 쥐나게 답사하면 뒤에 따라오는 어린양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 업힐이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원인은 이박사님과 명옥님에게 있었다..엉엉..


싱글딴힐길은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곳곳에 이끼낀 슾한 굵은 바위들이 어우러진 곳이다. 잠시 방심했다가는 아차하는 사이에 날라갈 수 있는 위험한 곳이기도 한다. 중간쯤에 약 30미터의 멜바지역을 지나면 나머지는 무리하지 않는 잘 다듬어진 웨이트백으로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길들이다.


싱글길이 곧 끝나면 콘크리트 포장로.. 그다음 아까 올랐던 로드 오르막길을 다시 만난다. 로드길의 중간즈음에서 다리를 건너서 합류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행사장소까지는 신나는 딴힐만 남았다.

답사라는 미명하에 떠난 길이 경기가 되어 버리고 그 경기로 인해 온몸에 경기가 들었다. 한시간여의 라이딩에 온몸은 노곤하기 그지없다. 누구의 탓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피끓는 알샵인들의 호기를 어찌 달랠 수 있으랴..

오후에 공식 사격연습이 있었다. 오전과 달리 탄알수를 정해놓고 쏜다. 간단하게 서서쏴, 업드려쏴를 해본다. 오전에 헤멜때와는 달리 잘맞는다. 오전연습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기분좋은 맘으로 이교장님은 행사진행에 힘쏟고 우리는 민박집을 찾아나선다. 아까 점심때 식사했던 원대막국수집에서 민박을 알아보고 숙박비를 한푼도 깍아줄 수 없다는 주인장의 쌀쌀맞은 인심에 낭패를 당한지라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여기저기 알아본다. 이지역이 내린천 리프팅 출발장소인지라 주위에 민박집이 굉장히 많다. 원대막국수집 올라가는 길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물색하던차에 막국수집 다리 건너편에 정은이네 민박집을 발견하고 슬며시 방이 있는지 물어본다.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구릿빛 주름이 인상적이다. 인심좋게 생기셨다. 아주머니는 선뜻 방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방을 확인한 우리는 바로 3만원에 방값을 치른다. 아까 원대막국수집 민박의 8만원에 비하면 파격적인 방값이다.^^


어둠이 내려오는 가운데 행사장은 계속 시글벅적하다. 불꽃놀이에 전야제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다소 쌀쌀하긴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하니 여기저기 드럼통을 반잘라 만든 야외 구이통이 즐비하다. 음료에 동동주에 두툼한 삼겹살이 참가선수 및 갤러리들의 맘을 흥겹게 한다. 초청가수의 짜릿한 라이브와 곁들여 석쇠에서는 연신 고기를 굽고 축하의 잔들이 오가며 내일 있을 대회의 긴장감을 밤새도록 풀어낸다. 대회본부가 조달한 고기의 양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석쇠에는 끝도 없이 고기가 넘쳐난다. 모두가 배터지게 기력보충을 충분히 한후에야 전야제가 막을 내린다. 질펀한 전야제 되겠다.^^

먹고 마시고 민박집에 돌아오니 아직도 9시반이다. 한참 지난것 같은데 산골의 밤은 쉬이 가지 않는다. 난 원대막국수집에 두부전골아침을 미리 예약해 놓고온다. 막국수집의 쌀쌀맞은 주인장이 아까 낮의 민박흥정에 대해 왠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방은 구했는지 물어본다. 건너편에 구했다고 얘기하니 조금 아쉬운 기색이 언듯 비친다. 잘자라고 하는 표정을 보니 그리 쌀쌀맞은 사람은 아닌 듯 싶다. 단지 말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더 늦기전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 모두 일찍 잠이 든다. 밤새도록 뜨거운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뒤척인다. 정은이네 민박집 주인장의 보일러 인심이 넘 후하다..ㅠㅠ

<경기당일, 2005.10.23, 일요일>

워낙 방바닥이 뜨거웠던지라 요를 두개나 깔고 잤는데도 아직 등가죽이 뜨겁다. 모처럼만에 긴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6시반이다. 집에서도 이렇게 많이 잔적이 손꼽을 정도이다. 어제 전투답사라이딩의 피곤은 말끔히 가신듯하다.


어제 예약해 놓은 두부전골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 받은 번호판을 져지의 등판과 잔차 앞에 달고 경기장으로 향한다. 예상대로 아침날씨는 쌀쌀하다. 안개인지 구름인지도 구분도 되지 않는 희미함이 산골에 가득하다. 대회장에서 받은 쿨맥스져지에 한겹더 티를 껴입고 준비해온 잠바까지 방한준비를 철저히 한다. 8시가 다되어 도착한 경기장에서는 또다시 사격연습이 한창이다. 입사5발, 복사5발을 쏜다. 입사에서 1발을 놓친다. 컨디션이 좋다.

잔차를 부리고 하일랜드 스포츠에서 준비한 무료 MTB정비서비스 장소에서 잔차 기름칠도 하고 도구를 빌려 여기저기 조이고 점검해 본다. 잔차타고 페달링을 열심히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본다. 웜업을 최대한 시도한다. 일단 몸을 달궈놓고 스트레칭도 한다.

9시가 다되어 곧 개회식이 있으니 개회장소로 모이라고 한다. 개회장소에 팀원들과 도착하니 우리만 덜렁와 있다. 개회식 진행자인 인제군청 홍보담당자가 열심히 목놓아 선수들의 개회식 참석을 종용한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거의 시합 출발시간이 다되어서 그제서야 한두명씩 모인 선수들이 개회장소에 가득해 진다. 그러는 동안 상급선수들은 이미 출발준비를 하고 예정보다 20분정도 늦게 상급선수들을 필두로 해서 30초간격으로 한명씩 출발한다. 개막식은 간단하게 끝나고 드디어 경기 출발장소로 이동하여 전의를 불태운다.


난 31번국도를 달린다. 아무래도 웜업이 부족하다. 페달링을 최대한 끓어올리며 5Km정도의 로드를 전력으로 달린다. 경기시작전 1시간전이다. 앞번호 선수들이 속속 출발한다. 우리팀은 제일먼저 단월낭자가 출발한다. 교장님과 이박사님, 택수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차게 스타트.. 곧이어 택수님이 출발한다. 내 차례도 어느사이 다가온다. 스트레칭과 몸을 넘 풀었는지 몸이 노곤해진다.

122번.. 내번호다. 출발대에 대기한다. 잠바며 속옷을 이박사님한테 전해드리고 이따 경기 종료후에 뵐것을 기약하고 경기가 시작된다. 로드업힐.. 처음 1.5Km정도 지역은 완만한 로드 업힐이다. 30초 간격으로 먼저 출발한 앞번호 분이 보인다. 내 속도가 빠른건지 그분이 느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금새 서너명을 따라 잡는다. 로드 중반이후 부터 부쩍 경사도는 더해가고 2*5에서 2*4를 오가면서 오른다. 숨이 점점 가빠오고 로드 후반에 보이는 로드 경사가 급해보인다. 산등성이 정상부분에 아득하게 임도 합류점이 보이는데 멀게만 느껴진다. 먼저 출발한 배번분을 따라 올라가다 힘이 빠진다. 일단 간격유지로 방향을 선회한다. 숨은 이미 턱끝까지 차오른 상태..

임도합류점에 도착하니 목소리 경쾌한 여자분이 물을 권한다. 급수대다. 하지만 나는 급수시간이 아까워 물통에 물을 채워왔다. 그냥통과..^^ 좀 쉬었다 갈껄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비포장 임도업힐이 시작된다. 어제 답사한 길인지라 조금 덜 부담스럽다.

아직은 힘이 남아 있는 다리와 허리를 이용하여 결사적으로 오른다. 점점 호흡의 압박이 더해진다. 정상부 근처에 도달하니 숨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몸이 한계에 차오르는 느낌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그때 나를 추월해 가는 분이 있다. 내 바로 뒤의 배번이다. 음.. 지금까지는 추월만 하고 올랐는데 추월당하니 마음이 묘하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오기가 생긴다. 페달질에 힘을 실어 그분을 따라간다. 거리를 좁히지는 못하지만 더 벌리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간다. 1차 정상부위에 거의 다다라서 그분도 힘이 빠졌는지 힘겹게 기어변속을 하다 뒷체인이 풀려버린다. 미안하지만 난 도와 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진행..

내리막이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눈에 띄는 데로 추월하고 몇구비를 돌아서자 작은 스퍼트 지역이 나온다. 딴힐때 비축한 다리힘으로 그대로 치고 오른다. 아직은 스퍼트가 가능해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딴힐을 하고나면 싱글길에 접어들기준 짧은 돌밭 업힐이 기다린다. 허리가 뿌러져라 용을 쓰고 오른다. 그상태로 그대로 싱글길로 골인.. 다리를 후들거리며 젖은 싱글길을 위태하게 내려간다. 시합모드의 긴장감은 최상이다. 급한 싱글길로 접어들자 모든 신경과 근육은 딴힐에 최적화된다. 맘이 너무 급한탓인지 어제 답사때 끌바한 지역도 그대로 타고 통과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머리가 쭈삣선다.^^ 하지막 정작에 멜바를 해야할 지역에 도착한줄도 모르고 그대로 내리쏘다 앞바퀴가 돌사이에 껴 버린다. 그대로 UFO되겠다. 낙법을 하면서 떼구르 돌위에 떨어졌지만 몸이 멀쩡한 것 같다. 몸 털고 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잔차들고 뛴다. 앞에 라이더들이 조심스럽게 걸어서 내려가는 사이로 잔차들고 뛰어가는 내자신이 어이 없기까지 하다. 시합이라서 모든것이 빨라야 하는 탓이다. 마치 20대 청춘시절 대청봉을 뛰어서 내려간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 같다. 그때는 무릎이며 발목이 20대인데 지금은 그게 아닌데도 말이다. 아드레날린인 한껏 분비된 탓에 고통이고 뭐고 없는 듯 싶다.

콘크리트 포장로에 접어들자 사고가 났는지 앰블런스에 천천히 가라는 진행요원의 외침이 들린다. 그 와중에도 속도를 아끼지 않고 쏫아붓고 나니 금새 로드길과 만난다. 로드길이라고 다를 수 없다. 아까 오르던 길을 최고의 속도로 내리 쏜다. 로드 커브길이 아찔하기만 하다.. 사격장에 도착하여 엎드려쏴 5발중 4발명중이다. 연습때는 백발백주의 엎드려쏴 였건만 마지막 놓친 한발이 아쉽기만하다. 페널티 한바퀴를 돌고 나니 다리가 풀린다. 런닝 100미터가 몸과 맘을 지치게 한다.

다시 두바퀴째 출발을 한다. 그랜드 마스터부가 출발하고 있다. 이박사님도 어딘가에서 달리고 있을 텐데 상상해 본다. 먼저간 택수님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 도착한건 아닌지.. 첫번째 바퀴보다 다소 힘이 부친다. 그래도 아직 로드길에서 업힐은 여유있다. 아직 지나쳐가는 앞배번 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임도입구가 보이는 마지막 벌떡 업힐에서 드디어 기어가 1*3으로 떨어진다. 다리에 더이상 남은 기력이 없는 탓이다. 회전수로 근근히 임도로 들어선다. 걸어가는 라이더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난 걸어갈 수 없는지라 약간 완만해진 임도로 들어서면서 다리며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누군가 열심히 내 뒤를 따라오는 기세가 느껴진다. 왠지 추월당하면 안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때부터 추월당하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남은 힘을 짜낸다.

그런 긴장감 때문일까.. 어떻게 올랐지도 모르게 정상부근에 도달한다. 내리막에 들어서며 최대한 속도를 낸다. 첫바퀴에서 스퍼트를 한지역에 도달했지만 스퍼트할 힘이 없다. 그래도 1차 스퍼트는 무난하게 성공한다. 두번째 지역 스퍼트를 하지만 중간에서 힘이 소진되어 버린다. 무거운 기어비로 허리를 당기며 겨우 오르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기척이 갑자기 내앞을 슉하고 지나간다. 138번이다. 나보다 배번상으로 한참후에 출발한 사람이다. 오늘 유일하게 내앞을 지나간 배번으로 기억한다. 내리막에서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같이 따라간다. 그분도 양반은 못되는 듯 싶다. 엄청난 속도로 쏜다. 마지막 싱글길 초입에서 고개너머로 넘어가는 모습을 본다. 그 이후로 싱글다운힐길에서는 앞에 가는 선수의 배번을 확인할 겨를이 없다. 보이는 길을 인식하고 브레이킹과 웨이트백을 번갈아하고 앞핸들에 최대한 하중을 싣지 않는다.. 정신없이 내려오는 아차하는 사이 아까 끌바지역을 역시나 또 놓쳤다. 이미 핸들바 너머로 몸은 비상하고 있다. 아까보다 좀 심하게 패대기 쳐졌는데 또 금새 일어난다. 뒤에 추월당하신 분이 내가 날라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섬뜩했던 모양이다. 괜찮은지 몇번을 물어본다. 정신없이 괜찮다는 답을 하고 역시나 멜바해서 그길을 뛰어 내려간다.

오늘의 확실한 자빠링은 이어 발생한다. 앞서가는 그랜드마스터분이 열심히 내려가고 계셨다. 조심해서 가는 그분께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양해의 말 없이 오른쪽으로 추월을 시도한다. 하필 그때 나로 인해 놀랐는지 우연히 자빠링하신 것이지 모르나 내 앞에 가로로 누워버리신다. 억..!! 앞이 걸리며 급한 경사아래로 잔차와 내 몸뚱아리가 날라가는 그림자가 보인다. 내가 날고 있는 것이다. 아찔했다. 잔풀이 무성한 마른숲으로 떨어진다. 순간 왼쪽무릎이 불같이 뜨겁다. 거의 패닉상태인지라 마찬가지로 잔차부터 챙긴다. 몸은 성한것 같다. 뒤에서는 미안하다고 말씀을 하신다. 나도 양해를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며 다시 잔차를 챙겨 출발한다. 출발할때 그분의 모습을 보니 충격먹은 모습이었다. 내가 날라가는 생생한 모습을 목격했을 것으로 보인다.^^ 누워있는 그분 위를 날으는 돈까스와 잔차를 상상해 보라.. 장관아니겠는가?

마지막 총력을 다해 사격장에 도착해 입사를 시작한다. 옆에서 먼저 도차간 단월낭자가 화이팅을 외친다. 손은 흔들어 보지만 기력이 없다.^^ 열심히 쏴 보지만 5발 모두 꽝이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실망스럽다. 500미터 페널티를 뛰고 있자니 몇바퀴를 뛰었는지 까 먹었다. 중간에 심판관한테 몇바퀴째 인지 물어보기까지 한다. 마지막에 꼬이고 있는 나의 시간이 너무 아쉽다.. 족히 5분여는 잡아 먹었으리라. 잔차를 몰고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니 남은 힘이 없다. 그냥 그늘을 향해 달려가 주저 앉아 버린다. 이교장님이 이온음료 들고 달려온다. 격려해 주시는 모습이 왜그리 반갑던지.. 이박사님이 그랜드마스터 2등, 단월님이 여자마스터 3등했단다. 놀라울 지경이다. 허허.. 축하할 일이다. 지친몸이지만 왜이리 기분이 좋은 걸까? 팀원들이 순위권에 들었다는 것과 드디어 경기를 마쳤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교차한 것 같다. 최선을 다한 느낌이지만 마지막 사격은 너무 아쉬웠다.

곧 도착한 택수님이 마지막 사격을 하고 있다. 입사를 무려 3발이나 명중시킨다. 크억.. 대단하다. 부러울 따름이다. 드디어 골인.. 알샵팀이 모두 결승선을 통과한다. 시니어2 66명중에서 나는 12위, 택수님은 31위를 했다. 평균이상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거기에 무려 2명이나 순위권에 든 기염을 토하는 순간이다.

오후에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어그레시브 인라인, BMX, MTB Trial시범은 모여든 잔차 동호인들의 맘을 들뜨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30여분간 진행된 환상의 묘기는 모든 사람들을 매료 시킨다.


타이어 던지기, 남녀 사격왕선발, 미니바이크 계주 등 갤러리가 참가하는 행사 또한 풍성했다.

알샵팀은 단월낭자가 사격왕선발에서 예선에서 쟁쟁한 아줌마선수들에 밀려 탈락했고. 미니바이크 계주또한 이박사님의 거침없는 완벽 미니바이크 페달링에도 불구하고 나의 뒤뚱페달링으로 인해 3,4위전에서 마져 밀려 4위에 그친다. 이박사님의 격렬한 페달링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부대행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기다리던 시상식이 거행된다. 자랑스런 알샵 용사 두분이 시상대에 서있는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4명참가에 2명이 순위권에 든 것이다.
여자 마스터부 3위 단월님


시상식 장면이다. 폴라 심박계가 상품이다. 꼭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남자 그랜드마스터부 2위 이박사님


그랜드 마스터의 다크호스 이박사님.. 져지를 상품으로 받았다.


마지막 터트린 샴페인을 나눠 먹으며 예상외로 풍성한 상품에 또한번 감탄한다. 어느덧 행사는 파장에 가까워지고 시끌 벅적한 경품행사가 이어진다. 수많은 경품이 나왔음에도 운이 없는지 역시 꽝..^^ 그와중에도 단월님은 배낭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부러울 따름이다.


행사가 아무 문제 없이 성황리에 잘 마무리 되어 한껏 기분이 업되신 이봉우교장님과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대명콘도에서 기다리는 김택수님, 그랜드 마스터 2위의 대업을 달성하신 이종화박사님, 경품의 행운에 쟁쟁한 여자마스터에서 3위를 거양한 단월낭자님.. 모든 기쁨을 한가득 안고 알샵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기쁨이 충만한 길이었습니다.

제1회 MTB바이애슬론 대회는 기존 동계 바이애슬론 대회에서 쌓은 완벽하고 깔끔한 경기진행의 노하우와 대한바이애슬론연맹과 인제군의 완벽한 행사지원으로 인해 아무런 사고 없이 성황리에 끝난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경기 내내 곳곳에 배치된 심판과 안전요원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었고 관공서와의 사전조율로 인한 교통통제 및 경기진행은 아주 매끄러웠습니다. 특히 전야제 및 다양한 부대행사준비 및 진행은 가족단위 동호인들의 풍성한 축제의 장이었다고 할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나 또한 내년에는 반드시 가족동반으로 올 것을 다짐해 봅니다.

집에 돌아와 하루 자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삭신이 쑤십니다.^^ 세번의 자빠링 충격으로 잔차는 앞휠이 휘어있고 온몸은 멍이 들어 있더군요.. 경기중의 긴장감으로 뽕맞은 듯 아픈줄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경기 몇번 더치르면 몸과 잔차가 남아나지 않을 듯 합니다. 모두 몸조심 하세요..^^

- 2005.10.22 트랙로그 : 20051022_mtb_biathlon.zip (Ozi Explorer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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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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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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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holic
2011.09.23 조회 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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