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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의 임도 천국 자굴산 코스

dslee2005.11.07 10:13조회 수 4506추천 수 2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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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도 바빴던 시월이 지나고
다소 시간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는 11월입니다.
그동안 너무 자전거를 타지 못했습니다.
방에 세워둔 자전거에게 소홀해서 미안함을 느낍니다.
왠지 자전거가 저혼자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입니다.
어디선가 급한 기별이 달려옵니다.
알고보니 먼산의 단풍이 보내오는 송신입니다.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고~~
이제 자신이 보여주는 황홀한 공연은 이번주로 끝이 나는데
이 공연을 보러 오지 않고 지금 무얼 하느냐고~~
깜짝 놀라서 라이딩 장비를 서둘러 챙기고
기어이 자전거를 끌고 나갑니다.

이번에는 멀리 경남 의령군에 있는 한우산, 자굴산을 찾아갑니다.
시월 초순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는지라
길은 낯설지 않습니다.
한우산, 자굴산 두 개의 산악이 연결되는 남녘의 임도 코스는
바이커들에게 더할 수 없는 임도 천국입니다.



임도와 임도의 연장을 더하면 총 80km정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코스를 오르는 경로는 대개 세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궁류면 벽계리의 야영장 입구에서 오르는 코스이고
두번째는 가례면 갑을리에서 오르는 코스입니다.
세번째는 용덕면 진등재에서 오르는 코스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권장할 만한 코스는 첫번째입니다.
저 역시 벽계관광단지에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코스는 한우산까지 엄청난 업힐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말 그대로 끝없이 꼬불꼬불하게 올라가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이지요.
무척 가파른 지점이 두어군데 됩니다.
오랜만에 타는 산이라 무척 힘이 듭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심박계로 적절히 페이스를 조절해가면서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오르고 또 오르니
어느틈에 그 험한 오르막을 다 올라서 드디어
한우산으로 오르는 완만한 능선 임도길입니다.
이곳을 벽계 삼거리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한우산까지 달려갔다가
내친 김에 자굴산 입구의 세목재까지 달려내려갑니다.
하지만 임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
다시 한우산으로 힘들게 올라와서 벽계삼거리를 통과하여
계속 능선 임도를 달려갑니다.
늦가을의 환상적인 정취를 만끽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이 멋진 가을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한참을 달려서 양성삼거리에 다다릅니다.
한우산과 자굴산 일대에는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활공장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입사삼거리까지 마구 페달을 밟아서 달립니다.



이제야 조금씩 몸이 풀린 듯 상쾌하고 가뿐해집니다.
산과 내가 하나로 통합되어 조금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습니다.
입사 삼거리에서 다시 막실재까지 약 12km의 산길 임도를
혼자서 오르막 내리막으로 달려갑니다.



워낙 호젓하고 깊은 산중이라 다소 적적하고 외로운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멧돼지라도 문득 나타날 것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들리느니 온통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요,
보이느니 오직 저 하늘의 흐르는 구름...
그리고 온 천지에 가득한 붉고 누런 단풍의 향연!
대자연의 장엄한 기운에 압도되어 오랫동안 인간의 언어습관을 잃어버립니다.

드디어 막실재에 다다랐습니다.
이곳은 궁류에서 의령읍으로 넘어가는 중간지점에 위치한
높은 고개입니다.



막실재에서 의령 유곡면 세간리까지 약 7km의 임도가 계속 이어져 있지만
임도만 37km 이상 달리니까 이제 임도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임도에 갇힌 듯 임도가 답답하고 불편해집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이 왈칵 그리워집니다.
그래서 방향을 유곡 신촌 쪽으로 돌려서 아스팔트 국도를 달려 내려옵니다.
들판 여기저기서 가을걷이하는 농민들의 바쁜 손길이 보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유곡 신촌을 단숨에 통과하고,
궁류를 거쳐서 드디어 벽계 방향으로 들어옵니다.
중로에 일붕사란 사찰이 볼만합니다.
불과 수십년 전, 일붕 서경보란 스님이 조성한 절인데
나름대로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오늘 점심을 햇반 하나로 너무 부실하게 준비했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간식도 넉넉하게 지니고 갔어야 했는데....
허기가 져서 줄곧 쪼록쪼로록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할머니가 지키고 있는 길가의 상점에 들어가서 막걸리 한 되를 시킵니다.
큰 사발로 석잔을 연거퍼 마시고 물김치 안주를 우적우적 씹으니까
드디어 주변 사물들이 똑똑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궁류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 맛이 참 좋습니다.
다시 한 되를 사서 피티병에 담아 배낭에 넣습니다.
벽계 저수지를 지나서 자동차 있는 곳으로 되돌아오는데
왜 그렇게도 흐뭇하고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지요.
이것이 반드시 막걸리의 취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자굴산 임도 코스를 47km나 달렸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진정한 행복감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자전거와 함께 하는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끝으로 오늘 달린 코스를 다시 정리합니다.
혹시 이곳을 찾을 일이 있을 때 연락 주시면 더욱 상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벽계야영장 - 벽계삼거리 - 한우산 - 자굴산 입구 세목재 - 한우산 - 벽계 삼거리 - 양성 삼거리 - 입사 삼거리 - 막실재 - 유곡 신촌 - 궁류 - 벽계 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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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정말 한적하고 조용한 길에서 자전거를 달리는 기분이라니... 생각만 해도 좋습니다..
  • 참 즐거워보이는 길이네요^^
  • 저는 언제쯤~~ 부러워라.....^^;
  • 멋있는 라이딩을 홀로 즐기십니다~~~~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그곳에 가면 연락 드리겠습니다~~~ㅎㅎㅎㅎ
  • 좋은 코스군요. 기회가 되면 꼭 함 가보고 싶군요.
    자굴산권역 임도망 도 큰사진 있음 하나 좀 올려주시죠. 기본적으로 작은싸이즈라 확대해도 글자가 흐릿해서 해독이 어렵군요. 부탁드림다.
  • 와~~ 한번 가보고 싶네요. 딱 내 스탈이야 ^^
  • 교수님 좋은데 갔다 오셨네요...저도 작년 여름에 한우산-자굴산 갔다 왔습니다. 그때도 자굴산 넘어가는 임도가 공사중이었는데 아직도 공사중인가 보네요...
    autumnlove님...저의 동호회 홈피(구미 금오바이크)에 오시면 일전에 제가 갔던 사진이 있습니다. http://community.freechal.com/ComService/Activity/PDS/CsPDSContent.asp?GrpId=2808559&ObjSeq=4&PageNo=6&DocId=27325958
  • 교수님 잘 읽었습니다... 근데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구바형님도 잘 지내시죠? ㅎㅎ 늘 그렇지만..
  • dslee글쓴이
    2005.11.10 10:30 댓글추천 0비추천 0
    구바님께서 진작 개척해 놓으신 코스였군요.^^ 십자수님, 감사합니다. 잘 계시지요.
  • 넘 멋있어 보입니다..
  • 이전에 낚시 다닐 때 밤 새던 곳 많이 나오네요.
    궁유, 경찰 총기 난사사건으로 궁유지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고 실제 헛 거 본 사람도...
    가례, 언넘이 저수지에 배스를 풀어서 1년여 만에 붕어씨를 말린 곳
    창원의 어느 배스동호회라드만...
    유곡 여기도 물 맑고 좋은 유곡지가 있는 곳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 구바님이 말씀해주신 구미 금오바이크 홈피의 다녀오신 사진 보니 마치 제가 그곳을 지나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가 있습니다.
  • 뽀스가 여기서 빠지면...안됩니다. 첫사랑이 살던 동네라....

    가례...기억이 새롭습니다.
  • 코스소개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녀오고 싶은 코스로 선정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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