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산천은 아름다웠습니다.
다니면 다닐수록 아름다운 실로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하다고 표현한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는 우리나라의 이름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경남 거창의 금원산(해발 1352m)을 다녀왔습니다.
금원산은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기백산과 가까이에서 연결되어
남덕유산과 북덕유산 향적봉으로, 거기서 다시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산맥의 중심이 전류처럼 흐르는 곳입니다.
경남 거창 지역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이 무려 스무개도 넘게 있는
대표적인 산악지역이라 과거 한국전쟁 이후에는
빨치산의 비밀아지트가 자리잡고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급한 연락의 필요가 있을 때
지리산에서 덕유산까지 한나절만에 구보로 왕복을 했다고 합니다.
금원산에는 시설이 잘 갖추어진 자연휴양림이 있습니다.
휴양림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시켜 놓고
본격적인 라이딩 차비를 갖춥니다.
전체 코스의 길이는 그리 길지 않으나 줄곧 업힐로만 올라가야하므로
마음을 단단히 각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르는 시간은 오후 1시,
초반 업힐이 다소 빡센 편입니다.
휴양림 숙박시설을 통과하여 줄곧 오르면 유안청 폭포 표지판이 나옵니다.
이 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친 산길이라 자전거를 메고 제2폭포를 거쳐서 제1폭포까지
약 1.2km의 산길을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금원산 정상에서 내려오던 등산객들은
자전거를 메고 오르는 모습이 이상했던지
자꾸만 옆눈으로 흘끔거리며 보고 또 보곤 합니다.
폭포는 워낙 가물어서 물줄기가 겨우 말꼬리 정도 밖에 되질 않습니다.
허전함을 느끼며 다시 내려와서 임도를 더욱 힘차게 올라갑니다.
얼마 가지 않으니까 임도 4거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왼쪽으로 기백산, 오른쪽으로는 금원산으로 오르는 임도입니다.
저는 금원산 방향으로 접어듭니다.
낙엽송 잎이 떨어져 쌓인 임도는 마치 카페트가 깔린 듯 폭신합니다.
주변 나무들은 이미 잎을 앙상하게 떨구고 겨울 채비를 완전히 갖추었습니다.
그 사이로 난 임도가 너무도 아름답고 호젓합니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정비되지 않은 자갈길도 나오고, 포장이 된 곡선 임도도 나오더니
마침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임도의 가장 막다른 끝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이곳의 고도가 930미터가 넘었습니다.
여기서 금원산 정상까지 불과 1.2km라고 하는데
이미 해는 뉘엿뉘엿 떨어지고 임도에는 땅거미가 깔립니다.
자전거를 메고 조금 올라가다가 곧 마음을 고쳐 먹고 방향을 돌립니다.
내려오는 길은 휴양림 방향을 선택하지 않고
휴양림에서 오른편 능선 방향인 지재미골로 힘차게 페달을 밟아갑니다.
오르막내리막이 한참토록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암각 마애불이 있다는 지재미골로 내려오는데
그 높은 산골짜구니에 오두막집 한 채가 세워져 있고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한 사내가 혼자서 살고 있더군요.
세상이 험난한 탓인지 요즘 산중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도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개도 두어 마리 기르고, 배추농사를 잘 지어놓았습니다.
지나는 길에 멀리서 인사를 보낸 다음 다시 자전거를 메고, 끌고 하면서 내려옵니다.
이미 해는 지고 금원산 꼭대기에만 겨우 실낱같은 햇살이 걸려 있습니다.
늦가을에는 좀더 여유있는 시간으로 산에 올라야겠습니다.
저녁바람이 차가워지니 등의 땀이 금방 식어서 아랫턱이 부르르 떨립니다.
거창 지역에는 환상적인 자전거 코스가 무척 많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다음에는 이 비밀의 코스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고 싶습니다.
이런 계획을 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즐거운 긴장의 연속인지요.
늘 즐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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