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시합에 열광하는가?
최근에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내가 MTB를 시작하게된 것은 건강때문이다. 그동안 기록경기등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던지라 그 흔한 마라톤대회도 한번 나가보지 못했었다. 물론 운동에는 잼병이라 자신이 없었고 적어도 대회라면 순위권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때문이었을 것이다. 수험세대가 겪는 특이한 컴플렉스 같은 것이다. 뭐 기왕에 하자면 확실히 하자는 성격탓이기도 한지라..
금년에 세번째 시합이다. 첫번째가 280랠리, 두번째가 MTB바이애슬론이었다. 물론 첫번째는 완주가 목표였기에 성적 부담없이 달릴 수 있었다. 문제는 두번째 인제에서 열린 MTB바이애슬론 대회때 부터다. 사격과 MTB가 조합되어 있는지라 사격에서 조금만 어드밴티지를 가져가면 시간에서 많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으로 시합당시에는 거의 경기모드로 죽을힘을 다해서 달렸다. 평상시의 130%정도 했다고 강평해 본다. 결과는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조금 더 잘하면 순위권도 바라 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착각마져 불러 일으켰다. 열광은 그때부터 시작한다.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실날같은 가능성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경쟁이라는 순수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시합에 갑자기 빠져드는 것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차에 서울랠리 공고가 올라오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바짝 들어가기 시작한다. 다시한번 최선을 다해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거렸다. 그것도 서울시 중심가를 관통하는 로드 13Km였다.
MTB가지고 로드를 탄다는 것은 사실 시리어스한 MTB매니아분들에게는 각광받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나의 MTB의 고향은 로드와 임도에서 출발했었다. 평상시 출퇴근길 로드를 무수히 타고 주말에는 임도를 탄 탓이다. 그 생활만 어언 1년여 가까이 했으니 로드가 친근할 수밖에.. 이런 나의 말에 공감하는 라이더가 있다면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라이더가 아닐 까 싶다. 로드는 로드대로 임도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이다. MTB선수들도 평상시에는 나처럼 로드라이딩으로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들도 나와 같다는 묘한 글전개에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내가 그들을 흉내내고 있는 것으니..^^
시간은 2주가 남았었다. 시합을 앞두고 부지런히 로드, 롤러, 체력훈련도 하고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직장인이다 보니 행사도 많고 퇴근도 늦고 거기에 회식이나 술자리가 많다보니 결국 2주동안 잔차 탄 횟수는 두어번.. 그것도 야간에 홀로 집인근 성남넘어가는 하오고개며 백운호수 넘어 의왕으로 넘어가는 고개 정도였다. 이번 랠리 구간에 비하면 업힐코스가 넘 짧은 구간들이다.. 훈련이라기 보다 잔차 감각유지정도의 트레이닝 이었다. 경기가 다가올 수록 훈련에 집착이 스트레스가 되어 쌓여간다.
거기에 시합 4일전에는 고뿔이 왔다. 연습은 아예접고.. 코감기인지라 회사며 집에서 연신 재채기를 해대고 콧물 훔치느라 티슈는 거의 박스째 사용해야 했다. 시합전날에는 으슬거리며 몸살기운까지 돈다. 일찍 잠을 청해 보려 했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고 결국 1시가 다되어 잠을 잔다. 경기 완주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져 든다.
아침6시에 겨우 일어난다. 몸이 무겁지는 않지만 좋은 상태도 아니다. 처와 같이 집앞 가게에서 라면하나 먹고 청계광장으로 차를 몬다. 간밤에 비와 많이 왔는지 도로는 온통 젖어 있다. 사실은 어제 잔차를 끌고 혼자 청계광장까지 가려 했었다. 가방이며 짐을 맡길때가 마땅하지 않아 마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만일 잔차 끌고 나왔다면 도로의 흙탕물로 내 육신이 범벅이 되었을터.. 든든한 마눌의 지원에 힘입어 차를 가지고 나오기로 한 것이다.
동작대교를 건너고 있자니 3명의 열혈라이더분들이 으스름 새벽길을 뚧고 맹렬하게 달리고 있었다. 얼추 페달링 RPM을 보아하니 100이상은 되어보인다. 힘들이 펄펄 넘쳐보인다. 이전 명동으로 내가 출퇴근할때의 모습이 저랬으리라 상상해 본다. 잔차타는 사람만이 감탄할 수 있는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3호터널을 지나 청계광장에 이르니 준비된 연단이며 잔차무리들이 한가득이다. 마눌을 행사장에 내려주고 난 한국일보옆까지 가서 주최측에서 마련한 서머셋호텔 지하 무료주차장에 파킹을 한다. 잔차를 끌고서 행사장까지 오니 친절한 마눌님께서 이미 칩발급과 번호표까지 받아놓기 기다린다. 칩은 처음달아본다. 앞쪽 QR레버를 풀고 칩을 달게 되어있다. 출발과 시작을 체크하는 도구다.. 신기하게 생겼다.^^
많은 라이더사이로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멀리 배상범님이 보인다. 새로산 브리코 헬멧이 잘어울린다. 풀샥에 두터운 타이어를 달고 로드레이싱에 도전하러 나왔다. 물론 가방까지 메고 말이다. 용기가 가상하다. 그와는 정반대로 난 가방이며 모든 도구 일체를 마눌에게 맡기고 갈 예정이다. 게다가 며칠전 로드용으로 뚝딱거리며 자작한 초보급형 하드테일 잔차를 끌고 간다. 내가 이러고 있으니 몸풀러 나온 배상범님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 나만 시합에 심하게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뻘쭘하다.
곧이어 나의 동생 배은주도 보이고 김택수님도 오신다. 택수님은 예전 졸업라이딩에도 그랬듯이 오늘도 부인되시는 분이 응원 오기로 했단다. 부부 애정이 남다르다. 그러는 동안 개회식이 거의 끝나가고 나또한 굳은 몸을 풀어본다. 거의 준비운동이 끝나갈 즈음에 출발에 대한 방송이 있었다.. 오늘 나의 판단오류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3명씩 출발한다고 알고 왔는데 단체 출발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우르르 스타트지점에 이미 내려서서 출발준비를 하고 우린 뒤늦게 출발임을 알고 꾸역꾸역 준비를 해야 했다.
출발신호와 함께 수많은 라이더가 싸이클, MTB구분없이 출발한다. 좁은 2차선 도로가 가득찬 상태로 출발이 이루어지니 그사이로 비집고 추월하기가 여의치 않다. 먼저 출발한 선두그룹은 비교적 원할한 진행이 되었겠지만 어정쩡하게 중간에 껴서 출발한 그룹은 서로 뒤엉켜 속도내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 위험천만하게 라이더분들을 계속 추월한다.
아직 젖어있는 로드에서 튄 흙물이 고글에 부서진다. 입으로도 들어가 아작아작 씹힌다.. 많은 수의 라이더들이 경쟁하듯 달리기 때문에 급작스런 좌우 크로싱이나 추월시 조심해야 했다. 곳곳에 자그만 사고들도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신경쓸 겨를도 없이 고속페달링에만 열중한다. 경사가 거의 없는 로드를 타고 광화문까지 진행은 무난하게 이루어 진다. 중간에 차량통제가 원할하게 이루어 지지 않은 탓인지 버스나 승용차와 같이 달리게 되는 위험한 상황까지 발생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되진 않았다.
주최측이며 경찰분들이 모든 차량을 100%완벽하게 통제하기에는 어려웠던 것 같다. 갑자기 중간에 튀어나오려는 덤프트럭에다 고함을 지른다. 많은 라이더가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도로로 쏫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안면몰수하고 도로를 막아세우며 가로 지르려는 트럭 운전사에게 라이더들이 지나가면서 고함을 지르고 면박을 준다. 덤프기사도 멋적었는지 그대로 더이상 나오지 못하고 기다린다. 현재 경기중임을 깨닫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드디어 오른쪽 사직단을 끼고 업힐코스가 시작된다. 평지를 넘 열심히 달려왔던지라 바로 만나는 업힐이 부담스럽다. 기어변속을 하며 오르지만 터져나갈 것 같은 가쁜 가슴은 어쩔 수 없다. 나에겐 임도업힐보다 로드업힐이 더 어려웠다. 속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오는 탄성 그대로 적정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탓이다. 임도업힐은 속도보다 그립유지나 지구력조절에 모든 기운을 쏫는 반면에 로드업힐은 속도에 전념해야 하기에 체력안배가 쉽지 않다.
오르는 길이 쉽지 않다. 평상시 곧잘 연습했던 댄싱도 힘이 없는 관계로 여의치 않다. 페달링이 가능한 정도의 기어비로 회전수를 최대한 높이기로 한다. 그로인해 다리 근육의 압박을 덜었으나 심장이 견디지 못하고 있다. 폐활량도 임계치에 이르렀는지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어떻게 올랐지도 모른채 전반부 업힐이 끝나고 짧은 딴힐이 이어진다. 매서운 속도로 두어명이 추월해 올라간다. 금새 이어지는 팔각정까지의 업힐초입에서 몇몇분들이 뒤엉킨다. 기운이 거의 없는 채로 오르는 관계로 앞사람을 미쳐 신경쓰지 못하고 추돌하곤 한다.
몇몇은 추월하고 몇몇은 추월당하고 업치락 뒤치락 하면서 완만한 피니쉬까지 금방 오른다. 물론 남은 힘을 모두 짜낸 상태로 오른다. 생각보다 빨리 정상에 도착하여 피니쉬.. 13Km라서 그런지 짧기도 하다.
짧은 거리라도 모든 힘을 쏫아부은지라 저번 인제대회때처럼 이번에도 잔차를 팽개치고 바닥에 주저 앉는다. 마눌이 카메라를 들고와서 찍어댄다. 정신없는 내모습을 연신찍어대는 모습을 보니 끝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피니쉬라인에는 잔차, 진행요원, 경찰, 일반차량들고 아비규환이었다. 피니쉬라인으로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라이더와 지나가려는 차량들의 충돌위험마져 있었다. 좁은 지역을 피니쉬지점으로 한 탓이었다. 심지어는 팔각정근처에서는 버스가 차를 돌린다고 길을 가로질러 막아버려 경기선수들이 피니쉬라인에 접근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 선수들중에 1등 선수가 있었다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몇초 차이로 1~2등이 갈리는 경기인데 말이다..ㅠㅠ
팔각정에서 잠깐 모였다가 다시 청계광장으로 잔차를 타고 내려간다. 원래 하산길에는 선도차의 인솔을 받게 되어 있었는데 암껏도 없다. 알아서 내려가야 한다..ㅠㅠ
대부분 질서있게 천천히 내려가지만 그와중에 경기에 미련남은 몇몇라이더분들은 그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며 쏘기도 한다. 위험 천만한 행동이다. 넘어지면 혼자 넘어지는가? 하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사이에 예상대로 선두하산조에서 집단 추돌사고가 있었는지 몇몇 라이더분들이 넘어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안타깝다..
묻지마 하산후에 청계광장에 겨우 집결하였다. 기념품에 중식(빵, 우유) 받으려고 열심히 줄서고 받은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자니 행운권도 추첨한다. 이어서 경기결과도 금새 나온다. 칩으로 집계해서 그런지 속도가 빠르다.
MTB시니어2에서 21위로 골인했다. 나쁘진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순위권하고는 거리가 멀다.. 연습을 게을리한 탓이다. 김택수님은 같은 종목에서 41위를 기록한다. 시합이라고는 처음 참가한 동생이 21명중 1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 와중에 갤러리로 참여한 마눌이 바쁘다.. 기념품도 받고 행운권 추첨에다 이것저것 주최측에서 준비한 상품들 마련하러 다닌다. 심지어는 응원상도 받아온다.^^ 암튼 이런행사는 마눌을 위해 마련된것 같다.^^받은 상품 알샵 식구분들끼리 나누어 두둑히 장만해서 돌아가게 되었다.
우리가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바람이 불어 음수대쪽의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날라 다닌다. 도저히 그냥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알샵분들 모두 팔 걷어 부치고 쓰레기 줕어서 봉투에 담고 박스에 담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진행요원분들이 부족한 탓에 뜬금없이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뿌듯하기만 하다. 그 와중에 마눌님께서는 때아닌 자원봉사에 대한 보답으로 팀협찬도 받아온다...ㅠㅠ 못말린다.
종로구 체육회장배 서울랠리는 1회 대회에다 서울도심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교통통제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물론 우리나라 교통환경하에서 교통통제라는게 개최측의 의지로만 되지 않는 것이겠지만 안전사고 등을 고려해 볼때 앞으로는 좀더 완벽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봐진다. 또한 출발(3명씩출발->단체출발)이며 도착(9Km단축) 등이 충분히 예고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모르고 참가한 라이더에게 다소 실망스런 경우도 많았다. 피니쉬라인에 도착하고선 어안이 벙벙해 있는 라이더분들이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본격적인 잔차축제로 승화하려는 노력은 곳곳에 눈에 띈다. 안전사고를 배려한 후반부의 9Km단축은 오히려 잘했다고 생각되고 짧았지만 청계천을 끼고 종로시내 도심을 질주하는 쾌감은 무엇에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유쾌한 경험이었다. 잔차라이딩에 대한 시민들의 패러다임이 변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이번경기 진행경험을 살려 매년에는 더욱 알찬 국민적 행사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경기에 대한 집착은 첨과 달리 많이 수그러 들었고 순수하게 참가에 의의를 가지고 돌아왔다고 변명해 본다.^^ 즐겁고 부산한 일요일 오전 나절이었다. 집에와 오후내내 마눌님께서는 지금 옆에서 피곤하다고 주무신다. 행사에서 무척이나 바쁘셨던지라 큰일도 한탓이다...^^
알샵식구분들 잘 들어가셨지요? 초겨울에 비까지 왔음에도 춥지 않아 모두에게 큰 축복이 넘친 하루였습니다. 도심라이딩의 진면목을 느끼기도 했구요.. 겨울에도 우리 열심히 잔차 타보자구요..^^ 근데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저는 진작에 알샵행사 진행반장으로 마눌이 인제대회에도 참가해야 했어야 한다고 동감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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